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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 슬로우뉴스가 본 2014년 (경제/노동 부문)

201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움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고, 숫자가 바뀐다고 생겨나지 않습니다. 고통스럽지만 지난 과거를 응시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성찰과 돌아봄의 연속선 위에서만 새로운 출발은 가능합니다.

슬로우뉴스가 바라본 2014년을 ‘미디어, 정치, 사회, 테크(IT), 경제/노동, 문화, 사람’으로 나눠 돌아봅니다. 각 영역을 상징하는 키워드와 편집팀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정리하는 ‘돌아봄’으로 2015년 새해를 맞이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유일한 굿 뉴스

2014년 한국 경제에서 유일한 굿 뉴스는 국제유가 하락이었다.

미국의 셰일 원유가 국제유가 가격을 떨어뜨리자 중동 국가들이 가격 경쟁에 가세하면서 국제 유가는 급락했고, 동네 주유소 기름값도 꽤 내려왔다. (그런데 아직도 항공사 유류할증료는 왜 이렇게 비싼 거냐!) 물론 국제유가 하락이 경제에 플러스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나 우리 같은 나라에는 어쨌든 플러스 효과가 마이너스 효과보다는 많다.

그러면 기름값 외에 굿 뉴스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경제/노동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불평등’이었다.

타워팰리스와 구룡마을 (출처: 上善若水 님의 작품)  http://blog.daum.net/landha/15744362

타워팰리스와 구룡마을 (上善若水 님의 작품)

피케티 장그래법 그리고 쌍용차와 고공 농성 

연초부터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기록한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불평등의 고착화’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사람들은 계급 간, 계층 간 이동 통로인 사다리가 이미 오래전에 치워졌음을 느끼고 있다.

문제는 정부다. 치워진 사다리를 다시 놓기는커녕 더 치우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은 커다란 논란을 불렀다. 이어 최근 발표한 일명 ‘장그래법’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연한을 4년으로 늘림으로써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을 불가능한 꿈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정규직 대신 아예 비정규직을 뽑을 가능성도 있어 ‘전 국민 노예화법’이라는 성토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정리해고 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사다리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은 치워진 사다리 대신 굴뚝에 올라간다.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고법에서 부당했다는 판결이 내려졌으나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이창근, 김정욱 씨는 고공 농성을 시작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고공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기업도 우울했던 2014년 

그럼 대신 기업은 행복한 한 해였는가 하면 역시 아니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유통업계는 폭리에 지친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직구 대열에 합류하면서 백화점 손님이 급감했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열풍이던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한 욕구도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국내 유통업계에 대한 싸늘한 반응과 반대로 해외에서 직접 상륙한 이케아에 대해서는 열광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벌 일가에 대한 사회적 눈길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대한항공 부사장이었던 조현아 씨는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비판에 휩싸인 후 이를 은폐하려다 구속까지 자초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원심 확정판결을 받아 재벌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도 날카로워졌다.

특히 국내 최대 재벌기업인 삼성그룹에는 격랑의 한 해였다. 그룹을 이끌어 온 이건희 회장이 병으로 쓰러지면서 갑작스러운 3세 경영 준비가 시작됐다.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 등은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맏형인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반격에 휘청하는 바람에 위기를 맞고 있다.

다만, [또 하나의 약속] 개봉 후 삼성전자가 반도체 노동자 반올림과 대화를 시작했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도 서비스업체들과 협상에 나서는 등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이전의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1. “정규직 과보호” “장그래법” 논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정규직 과보호 때문에 기업이 정규직을 못 뽑고 있다”는 발언으로 슬로우뉴스와 일간워스트가 집계한 2014년 최악의 발언 1위에 선정됐다. 물론 노동시장이 극단적으로 이분화된 상황을 지적하고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여지도 있지만, 최근 발표한 일명 ‘장그래 법’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림으로써 애초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알려주었다.

최경환 워스트 어워드 최악의 발언

2. 해외 직구 돌풍

많게는 해외 판매가의 2~3배 바가지를 써오던 소비자들이 뿔났다. 엔저-원고 현상까지 더해져 해외 직구 열풍은 한때의 바람이 아닌 일상이 됐다. 블랙프라이데이 한철뿐 아니라 직구족들의 클릭질은 연중 끊길 줄 모른다.

  1. 왕초보 해외 직구 십계명
  2. 해외 직구를 위한 비장의 카드
  3. 왜 삼성TV는 미국에선 싸고, 한국에선 비쌀까? (+ CBS 라디오 인터뷰)
  4. 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행복할 수 없나
  5. 단통법과 전파법을 뚫고 스마트폰을 직구 하자
  6. IT 제품은 삼성이 최고? ‘대륙’ 제품 직구가 몰려온다
  7. 중국 스마트폰 10여 대를 써보다
  8. 중국 스마트폰 메이쥬 MX4 구입기
  9. 블랙프라이데이의 허와 실
해외 직구 인포그래픽

2014년 10월 기준

3. 피케티 열풍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부자가 잘살면 트리클다운 효과( trickle-down effect, 낙수 효과)로 다 잘살 수 있다는 주장은 허위였음이 실증적 연구로 드러났다. 유독 부자 순위 대부분이 ‘자수성가’ 대신 ‘상속자’로 채워진 한국에서 피케티는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피케티를 등에 업고 유례없는 저성장을 겪고 있는 서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구매력 증대를 통한 경제 성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도 최저임금이 5천 원대다.

토마 피케티(1971년~현재. 출처: 위키백과 공용)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Piketty_in_Cambridge_3.jpg

토마 피케티(1971년~현재) (출처: 위키백과 공용)

4. 단-통-법

한밤중의 불법 보조금 배포를 통해 일부만 싸게 사고 대부분 소비자가 비싸게 사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며 내놓은 ‘단통법’. 그러나 모두 비싸게 사고, 싸게 사려면 월 10만 원에 이르는 초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직구하고 알뜰폰 요금제를 이용하자.

단통법 삼성

5. 쌍용차 대법원 판결과 고공농성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대법원 판결은 그 오랜 기간을 견뎌 온 이들에게 절망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겨울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굴뚝에 올랐다. 그들뿐 아니라 곳곳에서 고공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2014년 마지막 날 씨앤엠 고공농성단이 극적인 합의를 이루고 땅을 밟았지만, 아직도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 대답 없는 메아리를 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출근하는 동료들은 해고당한 동료를 애써 외면한다. (쌍용차 평택공장, 2011년 10월 경, 사진: 민노씨)

출근하는 동료들은 해고당한 동료를 애써 외면한다. (쌍용차 평택공장, 2011년 10월 경, 사진: 민노씨)

6. 금융사 대규모 정보 유출

이제 금융회사는 더는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곳이 아니다. 카드사들은 사상 최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었고, 농협은 중국에서 몰래 빼돌린 돈에 대해 자사 과실이 아니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정부가 그리 안전하다고 했던 공인인증서와 보안 프로그램 액티브엑스는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망언도 기록해 둘 만하다. 그는 “(카드사 정보제공에) 소비자도 다 동의해 줬지 않느냐”는 발언을 해 집중포화를 맞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

7. 삼성의 위기 – 이건희 회장 와병, 스마트폰 시장 애플의 반격

삼성그룹엔 2014년이 격변의 한해였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져 현재까지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최대 이익을 냈던 스마트폰 부문에선 고전했다. 고가 시장에선 애플, 저가 시장에선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의 공격을 받고 있다.

2015년 삼성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3세 승계에 대한 세간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이 이승엽 홈런 소식에 눈을 떴다는 기사들

여러 신문사에서 이건희 회장이 눈을 떴다는 기사를 300건이 넘게 냈다.

삼성그룹은 와해되는가

8. 우버 논란

2015년 1월부터 서울 시내에서 우버 신고포상제가 실행됐다. 택시면허로 등록돼 있지 않은 개인 차량으로 우버 택시 영업을 하는 것을 신고해 적발하면 100만 원의 포상금을 주는 것이다. 우버에 대해서는 초창기부터 찬반 논란이 많았으나 우버는 여타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법은 무시하고 일단 밀어붙이기’를 강행했다.

소비자의 시선도 반반이다. 전 세계에서 우버가 행하는 초법적 행태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이 높으나 “불친절하고 승차거부를 일삼는 기존 택시의 대안”이라는 칭찬도 있다. “우버가 불법이라면 차선책으로 택시 기사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평가하는 식의 시스템이라도 도입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의 선택은 아직은 불특정다수 소비자보다는 ‘택시기사 표’가 우선인 것처럼 보인다.

우버 vs. 모범택시 (출처: 우버) http://blog.uber.com/ubervsmobum

우버 vs. 모범택시 (출처: 우버)

9. 다음카카오 합병 및 카톡 사찰 논란

국내 포털 2위 다음과 모바일 1위 카카오가 합병했다. 그러나 합병을 발표하는 잔칫날 화제에 오른 것은 ‘카톡 사찰’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수사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닌 부분에도 사찰을 요구한 정부와 검찰이 문제다.

그러나 카톡도 대처를 미흡하게 하면서 갑자기 텔레그램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코너에 몰렸다. 어쨌든 덕분에 지금은 카톡에도 1대1 대화를 암호화하는 비밀대화 기능이 생겼다.

다음카카오 검찰

10. 이케아 한국 상륙

한국에서 통하는 해외 유통업체의 공식이 있다. 한국식으로 현지화하지 마라.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 성공한다. 코스트코가 그랬고, 이케아가 그렇다. 이케아 상륙 전 이런저런 부정적인 보도가 많았지만 일단 개장하자 연일 주변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인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15년에는 아마존과 테슬라가 직접 들어온다는 설이 있다. ‘한국 업체들은 (그동안 그렇게 키워준)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안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이상, 해외 유통업체들의 직접 진출은 계속 성공을 거둘 것이다.

이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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