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슬로우뉴스에서 ‘소비자의 돌직구’를 연재합니다. 소비자의 권리 회복과 선택권 보장 그리고 전략적 소비 방법론의 관점에서 해외 직구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겠습니다. 슬로우뉴스의 해외 직구 연재는 ‘다음 뉴스펀딩’에서도 동시에 연재합니다. (편집자)
- 왕초보 해외 직구 십계명
- 해외 직구를 위한 비장의 카드
- 왜 삼성TV는 미국에선 싸고, 한국에선 비쌀까? (+ CBS 라디오 인터뷰)
- 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행복할 수 없나
- 단통법과 전파법을 뚫고 스마트폰을 직구 하자
- IT 제품은 삼성이 최고? ‘대륙’ 제품 직구가 몰려온다
- 중국 스마트폰 10여 대를 써보다
- 중국 스마트폰 메이쥬 MX4 구입기
- 블랙프라이데이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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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가격 차이가 있는데, 시장 규모가 있는 북미는 한국시장의 10배가 넘는 시장이다. 그런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 많은 소비자들께서 미국과 비교해서 그렇다. 미국과 비교하면 어느 공산품이든 비쌀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제품들은 그만큼 싸다. 자동차 경우에도 차이가 심하지 않나.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은 품질보증과 A/S 등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아마존 같은 곳에서 해당 상품에 관한 품질보증, A/S를 따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고호진 씨
왜 미국에서 파는 삼성 TV는 싸고, 한국에서 파는 삼성 TV는 비싸냐고 삼성에 질문하니 삼성 측은 이렇게 답했다. 정말 품질보증과 A/S 등을 따로 구매해야 할까? 아마존 같은 곳에서는 정말 물건에 관한 품질보증과 A/S를 별도의 상품으로 파는 걸까? 그럼 아마존에서 ‘싸게’ 산 삼성 TV는 이런 품질보증과 A/S이 누락된 상품인걸까?
이 질문에 관해선 글 말미에 답하기로 하고, 해외 직구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먼저 들여다 보자.
많이 수입하지만 적게 수입하는 우리나라
- 우리나라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OECD 34개국 중 11위)
-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비재를 적게 수입한다. (소비 개방도 OECD 국가 중 29위)
어떻게 수입의존도는 높은데, 적게 수입한다는 걸까? 정답은 ‘목적어’에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많이 수입해 수입의존도가 아주 높지만, ‘소비재’를 아주 적게 수입해 ‘소비 개방성’은 낮다. 달리 표현하면, 외국 상품인 경우에 소비자가 국내시장에서 더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 폭이 아주 좁다.
특히 자동차, 의류, 가방, 이미용품, 보건용품 등에서 품목별 소비 개방도가 낮다. 자동차를 제외하면 해외 직구의 주력 품목들이다.
그런데 국내 소비자의 협소한 선택 폭은 외국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는 같은 상품의 ‘가격’ 선택권에 있어서도 그 폭이 좁다. 해외 직구에 관한 한 경제 보고서의 문구를 인용해보자.
“해외 직구는 최근 국내 전자제품의 역수입 현상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처럼 수입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지배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의 국내외 가격차별 정책도 어렵게 만들 것이다.”
– LGERI 리포트, 해외직구 규모 아직 작지만 소비시장 장벽 허물어지고 있다 (강중구, 이혜림, LG Business Insight 2014. 2. 26.)
주목해야 할 문구는 “국내외 가격차별 정책”이다. 무슨 의밀까? 국내에 시장지배력을 가진 거대 전자제품 기업들은 같거나 유사한 상품이라도 가격을 “차별”하는 게 “정책”이다. 정책이라는 게 뭔가. 의도적으로 어떤 목표를 위해 특정한 기준과 원칙, 방법을 취한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시장지배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은 국내에선 비싸게 팔고, 해외에선 싸게 파는 원칙(정책)을 세워놓고, 그 정책을 추진해 왔다.
- “450만 원 삼성 TV, 美 ‘직구’는 215만 원…한국은 봉?” (SBS, 2013년 12.1)
- “해외 직구하면 최대 100만 원 더 저렴한 ‘LG UHD TV'”(전자신문, 2014년 8월 7일자)
이미 적잖은 언론에서 그 전자상품, 특히 TV의 ‘놀라운’ 국내외 가격 차이를 보도한 바 있다. 같거나 유사한 상품인데도 시장의 차이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생기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은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릭 몇 번이면 물건을 살 수 있는 글로벌마켓 시대에 그 가격 차이는 곧바로 소비자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외 직구 열풍은 차별받지 않으려는 소비자의 ‘권리 찾기’라는 측면에서 그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게다가 해외 직구는 경제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위에 인용한 LG 경제연구소 보고서는 해외 직구의 ‘순기능’으로 세 가지를 뽑는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직구가 경제에 미치는 세 가지 좋은 효과
첫째, 해외 직구로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상품에 관한 선택폭이 늘어남으로써 소비자들은 다양한 선호를 충족할 수 있다. 내수시장이 큰 미국과 같은 시장은 다양한 상품이 존재해 소비자의 선호도에 최대한 가까운 제품을 선택하기가 용이하지만, 국내와 같이 내수시장의 규모가 작으면, 불필요한 기능이나 선호하는 스타일의 제품을 선택하기가 어려워진다.
가령, 대형 TV 시장에서 미국에선 ‘시청’이라는 본래적인 기능에 충실한 심플한 상품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반면, 국내에는 쓰지도 않는 불필요한 기능으로 가격만 높인 상품이 많은 것이 대표적이다. 기능직구는 소비자가 좀 더 넓은 소비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둘째, 직구는 시장을 확대하고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온다
국내 시장에서도 같은 상품의 가격은 차이가 난다. 구매 시점(할인 이벤트)나 쇼핑 시간(구매에 걸린 시간)에 따라 또 물건을 파는 상점에 대한 신뢰도 차이(가령,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상품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상품의 가격 차이)에 따라서 같은 제품도 싸게 사거나 반대로 비싸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직구는 가격 정보를 해외로까지 확대함으로써 구조적인 가격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까지 제거한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오며, 거기에 더해 시장 참여자(공급자)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진입 파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직구를 통해 시장은 좀 더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워질 것이다.
직구가 많이 이루어지는 산업일수록 유통 폐쇄성, 시장지배력 등으로 진입장벽이 크고, 독점적 초과이윤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산업들이다. 역으로 직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이루어질수록 해당 산업의 유통 폐쇄성은 완화하고, 진입장벽은 낮아지며, 독점적 초과이윤의 폭을 줄일 수 있다.
[box type=”info” head=”일본, 수입 화장품의 거품을 빼다”]
과거 일본에서는 병행수입 활성화를 통해 화장품 수입이 크게 늘면서 국내외 가격차가 줄어든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 화장품을 병행 수입하려면 성분증명서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독점 수입업체들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외국 화장품은 국내외 가격차가 큰 대표적인 상품으로 인식돼 왔었다. 그 국내외 가격차는 평균 2배 이상이었고, 고가 화장품은 가격차가 5배 이상인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약사법을 개정하면서 수입 외국화장품과 품질이 동일하다는 것만 확인하면 얼마든지 또 누구든지 외국화장품을 수입할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외제 화장품 수입량이 크게 증가했고 가격도 낮아졌다. 경제산업성 발표자료에 따르면 스킨, 립스틱 등 화장품의 일본 국내외 가격차는 2005년 1.7~1.8배에서 2007년에는 1.3배까지 줄어들었다. [/box]
셋째, 직구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직구는 해당 제품의 수입가격 하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가수준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독과점 수입제품은 직접적인 가격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고, 제품 다양화로 인한 경쟁압력 증대는 동일 품목 군의 전반적인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직구 활성화는 일반문가 안정으로 열결된다.
디지털과 가전, TV의 닫힌 문이 열리고 있다
해외 직구 최저가 – 국내 최저가 가격비교 사이트인 ‘돌직구’는 배송비와 관부가세까지 합산해 직구 최저 가격과 국내 최저 유통 가격을 비교해주는 사이트다. 지난 9월 한달 동안 돌직구에 방문한 순수 방문자 5,278명을 대상으로 직구 잠재 소비자의 관심도를 조사했다. (참고로 소비자원의 ‘해외 직구’ 조사 보고서의 모집단 인원은 1,000명이다.)
결과적으로 잠재적 직구 이용자들은 디지털과 가전, 특히 TV에 아주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런 결과는 기존에 고전적인(?) 직구 선호 품목인 패션 잡화와 출산 및 육아용품이라는 한정적인 상품영역에서 디지털과 가전, 특히 필수 생활가전이면서 고가 상품인 TV 등으로 그 직구의 관심 범위가 크게 확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참조할 점: ‘돌직구’ 사이트는 신생 사이트다. 신생 사이트 방문자는 아무래도 IT에 친한 남성 방문자 비중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아마존에서 산 삼성TV 국내에서도 A/S 해줄까?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삼성커뮤니케이션팀의 고호진 씨는 삼성TV의 직구 문의에 관련해 특히 미국과 한국의 가격 차이에 관해 앞서 인용한대로 이렇게 답했다.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은 품질보증과 A/S 등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아마존 같은 곳에서 물건과 품질보증, A/S를 따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다. 이하 삼성 측과의 일문일답이다.
– 우리나라 소비자가 미국 쇼핑몰에서 삼성 TV를 직구했는데, 그때도 따로 품질보증, A/S를 따로 구매해야 품질보증이나 A/S를 해준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미국 쇼핑몰에서 삼성TV를 구매하면, 국내 서비스센터에서 1년 동안 품질보증하고, 무상으로 A/S한다.” (삼성커뮤니케이션팀 고호진)
– 미국에서 유통하는 삼성TV는 이른바 ‘스마트’ 기능을 생략하고, 기본 기능에 충실해서 가격 거품을 뺐다는 소비자들 지적이 있다. 그리고 그런 (기본 기능에만 충실하고, 값싼) 제품을 국내에서도 유통해달라고 요청이 있는데.
“국내에도 그런 모델이 있다. 다만, 미국에만 따로 있는 모델도 있다. 그래서 그런 소비자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안다.”
– 55인치 가격은 국내 모델 중 가장 싼 제품과 미국 유통 제품 중 가장 싼 제품이 각각 얼마인가?
“출고가격은 비교하기 어렵다. 해외는 출고가격 개념이 아니라 서로 비교하기 어렵다.”
– 동일한 모델의 미국 대형 온라인 쇼핑몰 유통가격과 우리나라 대형 온라인 가격을 비교할 수는 있지 않나.
“우리는 얼마에 판다, 최고가는 얼마다는 말은 하기 어렵다.”
– 우리나라 55인치 가장 싼 모델의 가격은 얼마인가?
“UN55H6300AF 모델이다. 출고가는 못 알아봤고, 유통가 기준으로 150만 원 안팎이다. 140만 원까지 내려갔던 적 있다고 한다.”
– 미국에 동일한 모델이 있나. 유통가는 얼마인지 궁금하다.
“그건 모르겠다. 미국에 이 모델보다 더 저렴한 모델이 있겠지만, 기능이나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비교하시면 될 것 같다.”
이렇게 삼성 측과의 직구에 관한 1문 1답은 끝났다.
아마존이든 이베이든 그 어떤 해외 쇼핑몰이든 삼성TV를 사든 엘지TV를 사든 ‘글로벌 보증(워런티)’을 받을 수 있다. 이제 육아용품과 의류, 패션 잡화를 넘어 디지털과 가전, 안방과 거실의 TV까지 직구의 영토를 넓혀도 된다. 그건 앞서 살핀 것처럼 경제의 건강함에도 도움을 주는 행동이다.
직구로 TV 사는 일, 두려워할 이유는 이제 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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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로봐선 4~5편도 오늘 중으로 올라오겠죠? 재미있네요 !
“신생 사이트 방문자는 아무래도 IT에 친한 남성 방문자 비중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라는 표현 성차별적 발언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근거나 통계가 있다면 레퍼런스하시는게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