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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삼성을 A/S하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인터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은 2013년 7월 2일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노조 출범 준비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7월 14일에 서울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창립총회를 열어 무노조 신화의 삼성에서 노동조합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견디다 못해 2014년 1월 13일 부산·경남 8개 센터에서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파업은 수도권과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교섭에도 경총을 내세우죠.

우리는 국내 대기업의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합니다. ‘A/S하면 역시 삼성이지’하는 평가도 흔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힘들다고 말합니다. 다음 글은 이제 에어콘만 고치지 말고 삶도 고쳐보자고 말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와 인터뷰 했습니다. 인터뷰 질문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대표해 홍명교 교육선전위원께서 답했습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에서 교육, 선전, 언론 담당 활동을 하는 교육선전위원 홍명교입니다. 저희 정식 명칭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예요. 15만 산별노조 소속 사업장으로 삼성 자본하에서 조직된 규모 있는 노동조합이기도 하고요.

삼성과의 관계, 그것이 알고 싶다

– 우선 가장 궁금한 것은 삼성과의 관계입니다. 영등포센터 허정훈 님은 “사람들은 우리가 삼성직원인 줄 알아요. 하지만 삼성은 자기네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네요.”라고 말했는데요.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의 관계를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요?

우선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돌아봐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전체를 먹여 살리는 모기업입니다. 삼성에는 ‘삼성전자’와 ‘후자’가 있다죠? 그런 삼성이 LG에 뒤처져 ‘2등’으로 밀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강력한 위기의식을 환기하며 등장한 것이 ‘서비스개혁’이죠. 이건희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A/S를 강화한 겁니다. A/S 품질을 높이는 전략으로 국내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던 거죠.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를 모기업으로 하는 계열사이자 자회사입니다. 지분의 99.8%가 삼성전자일 만큼 귀속되어있는 형태고요. 원래는 ‘서비스사업부문’으로 있다가 아예 법인이 분리된 거죠. 여기 서비스 사장은 삼성전자에선 부사장급이거나 상무급이라고 해요. 지금 박상범 대표이사는 부사장이고요.

아무튼, 이 과정에서 A/S 기사들은 죄다 외주화됩니다. 일종의 ‘협력사’ 소속으로 전환된 거죠. 물론 그전에도 하청 소속은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전면화됩니다. 지금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 복을 입고 일하는 기사님들 중 96%가량이 하청 소속입니다.

– 삼성전자서비스가 실질적인 고용주라는 말씀이시죠?

네. 맞아요. 운영이나 업무 지시 등에 있어서 삼성전자서비스가 실제로 관장하고 있다는 증거가 너무 명백해요.

무조노 삼성의 신화를 깨다

– 아직 사람들은 삼성의 무노조 신화에 익숙한데요. 노조를 설립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2013년 7월 14일에 설립했으니까 벌써 7개월이 됐네요. 그땐 6개월이나 가겠냐, 그런 말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여기까지 왔고, 이젠 안 무너진다는 생각이 있죠.  아, 그러고 보니까 7월 14일이 프랑스혁명 기념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우연히도 그런 역사적인 날에 설립했으니, 그만큼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 허정훈 님 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일 많은 성수기 때는 본사직원이 고객 집에 직접 방문해요. 대충 봐주고도 출장비는 꼭 챙겨요. 재수리 요청이 들어와서 가면 욕은 우리가 다 먹어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이른바 ‘본사 직원’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말 같습니다.

저희가 최근 파업을 하면서 본사 인력들이 많이 투입됐었거든요. 그때 이분들이 처리한 건에 ‘로스(loss)’ 난 건이 많았어요. 로스라는 게 뭐냐면 ‘수리 불가’ 처리했거나 자재가 없어서 빵꾸난 것이거든요. ‘콜 대응’만 한다는 생각에 콜이 들어오면 그냥 대충대충 메꾼 거죠. (관련 기사: 매일노동뉴스 – 삼성전자서비스 파업 대체인력 A/S 성공률 10% ‘망신’) 그냥 그런 식입니다.

그리고 본사 인력들이 실제로 저희 하청 엔지니어들보다 기술력이 좋지도 않아요. 왜냐면 수리 경험이 별로 없거든요. 저희 같은 경우는 무조건 건당 수수료라서 일이 들어오면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본사 정규직들은 그게 아니거든요. 인원도 적고요.

"만약에 삼성에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우리 유미(딸)처럼 많은 사람들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암에 걸려서 죽었는데, 그런 일은 절대로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오늘 이 영화도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

“만약에 삼성에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우리 유미(딸)처럼 많은 사람들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암에 걸려서 죽었는데, 그런 일은 절대로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오늘 이 영화도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예매 취소 폭로 현장,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

‘본사 직원’과 어떻게 다른가?

– 협력업체와 삼성전자서비스가 인력을 채용할 때 요구하는 능력이 다른지요? 본사 직원과의 처우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몇 명 정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요구하는 능력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입사할 때 다들 ‘삼성 직원’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거든요. 수원이나 대전에 있는 아카데미에서 6개월가량 교육을 받고, 전국 곳곳으로 흩어지는 구조예요. 전국적으로 삼성전자서비스 유니폼 입고 일하는 노동자가 1만 명이 조금 안 되고, A/S 기사들은 내 외근(휴대폰·가전·컴퓨터) 합쳐서 6,600명 정도 된다고 해요. 본사는 얼마 안 된다고 하고요. 센터 수로만 따지면 전국에 176개 센터가 있는데요. 그중 169개가 108개 협력사 소속이고, 7개만 직영 센터입니다.

그런데 처우는 완전히 다르죠. 아시다시피 저희는 근로기준법 준수도 제대로 안 되고 최저임금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근데 본사 직원들은 연봉 5천만 원은 그냥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 본사직원은 이번 파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체감하시는 것이 있을 텐데요. 어떤지요?

글쎄요. 공감해서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요. 대체인력이 들어올 때도 위에서 시키니까 그냥 들어와 버리는 사람들이 허다하고요. 안 그런 사람들도 있죠. 이러저러한 내부 상황을 알려주는 분들도 있고. 적대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이렇게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한 번씩 생각을 해봤으면 합니다.

– 그래도 삼성이 A/S는 잘한다(친절하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으로 “고장이 잘 나는데 A/S만 잘 해주면 뭐하느냐”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실제로 고객 입장에서는 AS에 대한 불안 때문에 그나마 가장 큰 회사인 삼성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품 자체가 결함이 있어서 고장이 잘 나는 부분이 있죠. 일하다 보면 파악이 될 수밖에 없고요. 저희가 취합 중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죄다 A/S 기사들 탓으로 많이 돌려요. 그러다 보니 리콜을 해야 할 걸 계속 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고요. 실제로 아직 공개는 못 하지만 저희가 아는 내용이 아주 많습니다. 작년에는 삼성 PC 제품에서 실제로 R급(중고) 부품이 신품으로 위장한 채 들어온 사례들도 폭로된 적 있었고요. (관련 보도: MBC뉴스 – 삼성전자의 부품 교체 맞아요?…A급 새 부품이라더니 R급 중고를..)

파업에 나선 이유, “분급”을 아시나요?

삼성전자서비스의 '분급'(디자인 구성: 써머즈)

삼성전자서비스의 ‘분급'(디자인 구성: 써머즈)

–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작년 10월경 이후로 센터마다 임단협(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확정해서 냈습니다. 그 후로 임단협 안을 가지고 계속 교섭을 진행했죠. 근데 이 사장들이 처음에는 어영부영 얘기하다가 나중에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 교섭권을 죄다 넘겼어요. 경총이전국적으로 40여 개 센터를 대상으로 그렇게 다 교섭에 들어왔죠. 실제로는 삼성이 만든 판이라는 걸 알죠. 한마디로 바지사장들 못 믿겠다는 거예요.

그렇게 교섭을 하는데 저쪽에서 임금이나 다른 주요한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안이 없었어요. 안이 나와야 뭐 타진을 해보든 할 텐데 그런 게 없으니까 전혀 교섭될 수가 없는 거죠. 결국, 그게 조정 중지로 이어지고 쟁의권 갖고 파업을 했던 겁니다.

지난해 말에 최종범 열사 투쟁 시기 합의가 있었지만 성실하게 교섭하겠다는 합의조차 삼성은 지키고 있질 않아요. 대화도 않고, 개선안도 없으니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거죠. 지금은 시민들과 함께 싸워서 우리 힘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 특히, 분급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분급’에 관해 간단히 설명을 부탁합니다.

쉽게 말하면 분 단위로 임률(賃率)을 측정해서 그 기준에 맞게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 자재 반·출입 시간이나 이동시간, 고객에게 고장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 출장시간 등이 모두 빠지니까 오로지 제품 수리를 시작해서 수리가 끝나는 시간까지만 측정해서 주는 식이죠.

결국, 노동시간 대부분이 ‘무급화’됩니다. 이건 명백하게 근로기준법 위반이죠. 그래서 쟤네가 노동조합 탄압을 위해 일을 일부러 안 주면 그만큼 월급도 줄어서 19만 원 월급도 나왔던 거예요. 지금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에서 맞춰준다지만 그마저도 정말 기만적인 노동탄압임은 사실입니다.

통장지급액 19만 원이 표시된 급여 지급 명세서

통장지급액 19만 원이 표시된 급여 지급 명세서 (출처: 참세상)

그런데 실은 그 분급 체계마저 제대로 측정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나온 연구리포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가 정한 분당 임률 225원은 전자기기·통신수리원 월평균 임금 255만 원을 기준으로 2013년 분당 임률을 계산했던 건데요, 이 255만 원은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의 임금통계를 사용했다고 해요. 그런데 사업체노동력조사는 5인 이상 사업장 중 32,000여 개 사업체를 표본 조사하는 것으로 약 335만 개 사업체 중에서 1%도 안 됩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세분류인 “전기, 전자, 통신 및 정밀기기 수리업”은 표본 수가 50개 미만이고요. 그 50개가 뭐겠어요? 전국에 얼마 안 되거든요. 삼성, 귀뚜라미, LG 정도? 그러니까 ‘우리’를 표본으로 통계를 내서 ‘우리’ 임률을 정한 거예요. 통계 자체가 의미가 없는 거죠.

그런데 이마저도 어떤 통계를 이용하는가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가 설계한 분당 임률은 크게 달라진다고 해요. 우리나라 조사 중에서 포괄범위가 가장 큰 게 경제총조사거든요? 이걸 이용하면 10인 이상 “가전수리업” 월평균 임금은 작년에 약 305만 원이었고, 수리업 평균 노동시간은 월 180.4시간이에요. 그래서 계산만 제대로 해도 분당 임률은 281원이 나오는 거죠. 이건 삼성전자서비스가 계산한 것보다 25%가 높은 거예요. “그래, 너희가 노동시간을 무급 처리하는 걸 다 인정한다고 치자, 그런데 계산이나 제대로 하자!” 그렇게 해서 계산만 제대로 해도 수수료를 25% 인상해야 한다는 거죠.

– 특히 지난 1월 20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 근무하다 돌연사한 30대 남성에 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참 다행이죠. 그런 분들이 참 많습니다. 작년에 저희 칠곡센터 조합원 중에서도 출근 준비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돌아가셨던 고(故) 임현우 동지도 있었고요. 얼마 전에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했잖아요. 우리 조합원들이 1천여 명이 극장 가서 전국 곳곳에서 봤거든요. 지금도 보고 있고요. 그런데 영화에서 나오는 열악한 노동환경,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노동자들…… 그 노동자들을 대하는 삼성 자본의 태도…… 조합원들이 우리랑 너무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앞으로 산재 문제를 중심으로 문제 제기도 하고 투쟁도 진행해나가려고 해요.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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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전망: 허수아비 경총을 내세우는 삼성

–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파업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현재 파업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리라 보십니까?

현재는 전국 45개 센터(31개 분회) 850여 명입니다. 아직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쟁의권이 없는 곳도 9개 분회가 있습니다. 가세하면 1천 명이 넘고요. 그리고 교섭을 아직 들어가지 못한 센터들도 있고, 최근에 가입하고 있는 신규 센터들도 있습니다. 쟁의기간이 길어질수록 센터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파업하는 걸 보고 여러 노동자의 가입이 늘기도 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 조합원 수가 100명 이상 늘었거든요. 조합원들 자신감도 늘고 있고, 현장에서 더 강하게 투쟁하자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우리는 도심 곳곳에서 소비자들, 시민들 만나고 이 투쟁을 전 시민적인 문제로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시민단체·소비자단체들과도 간담회 진행하고 있고요.

– 삼성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경총을 대신 내세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삼성은 교섭에선 경총을 내세우고,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에는 각 바지사장을 앞에 내세우고 있는데요. 그 뒤에 삼성 자본이 있다는 것은 다들 빤히 압니다. 그러다가 SV(본사 소속 관리자)들이 눈에 빤히 보이는 짓을 해서 여러 번 우리한테 걸리기도 했고요.

사실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사측이 우릴 강하게 탄압할수록 우린 강해지고 있고 조직력이 늘고 있거든요. 아마도 최악의 수까지 계산하고 있을 텐데 그땐 지난번 ‘세계 악덕 기업 3위 선정’ 사건이나 이건희 회장 탈세 사건, 얼마 전의 대학별 할당제 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사회적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국민들이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는데다, 이번엔 삼성이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 지켜보고 있거든요. 삼성으로썬 고민이 많을 겁니다.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판단하고, 제대로 된 임금안, 노동조건 개선안 내고, 헌법이 보장하는 대로 노동조합 활동도 보장하는 게 최선책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네요. 우리는 저들이 어떻게 나오든 모든 시나리오에 맞춰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2년 공공의 눈 상(Public Eye Award)에서 전세계 악덕 기업 3위에 오른 삼성전자

2012년 공공의 눈 상(Public Eye Award)에서 전세계 악덕 기업 3위에 오른 삼성전자

– 고(故) 최종범 씨의 죽음은 이번 파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합니다.

떠올리고 생각할수록 가슴 아프고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최종범 열사를 우리 각자의 가슴에 묻고 그의 꿈을 이루는 투쟁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최종범 열사는 이미 우리를 지켜주는 정신적인 지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질 수 없는 겁니다. 삼성 자본이 노동조합 탄압으로 살해한 가장 명백한 사례가 바로 최종범 열사 아닙니까. 우린 그 꿈 이루기 위해서 끝까지 싸울 겁니다.

파업의 괴로움, 파업의 희망

– 파업하시면서 가장 힘들 때, 그런 중에서도 가장 기쁠 때, 기운이 날 때는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어려운 점은 게릴라식으로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점. 그리고 모든 것이 처음이라는 점이 어렵긴 합니다. 그러나 파업 투쟁을 진행하면서 동료들끼리 동료애가 끈끈해지고 용기가 생기고 있다는 점, ‘이거 해보니까 별거 아니네’ 하는 자신감은 기쁘고 기운이 납니다.

– 특히 언론에서 많이 보도하지 않아 홍보가 어려운 점,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과 싸워봤자 소용없다는 냉소 등 실제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언론에서 보도를 잘 해주지 않아 어려움이 있긴 합니다. 지방 방송국에선 종종 보도가 있지만, 중앙 지상파 방송사들은 거의 보도를 안 합니다. 삼성에서 이뤄지고 있는 최초의 대규모 파업인데 왜 이 유의미한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지 이해가 잘 안됩니다.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과 싸워봤자 소용없다는 식의 냉소는 이미 우리가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 때부터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바지사장들이 그렇게 이야기했고, 동료 중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골리앗을 이긴 다윗들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자본의 탐욕으로 이루어진 바벨탑은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이 싸움에 나섰습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앵벌이로, 삼성의 노예로 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끈끈하고 강하게, 용기 있게 싸우다 보면 세상의 수많은 냉소와 낙담들도 깨부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민 여러분, 지역 센터에서 노동조합 참여를 독려해주세요!’

– 활발한 SNS 활동을 하시는데요. 어떻게 운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저희 지회가 하는 소통의 많은 부분이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톡으로 이루어집니다. 전국 56개 분회마다 카톡방이 있고, 또 권역별로도 카톡방이 있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 여러분께 알리고 싶은 내용, 사건들을 이야기합니다. 저와 몇몇 지역에 있는 선전 담당들이 운영하는데 일이 많아서 관리하기가 힘들긴 해요.

예전에는 저희 지회 소식지도 모바일 버전을 따로 만들어서 이북(ebook)처럼 볼 수 있게 시도했는데 일이 많아서 포기했어요. 실제로는 직접 출력해서 인쇄물을 받아 보는 게 더 좋긴 하더라고요. SNS뿐만 아니라 영상팀도 가동해서 운영하고 싶은데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다 보니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련 링크

– 연대를 표하고 싶은 많은 시민이 있을 텐데요. 개인이 연대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국 곳곳에 삼성전자서비스센터가 있습니다. 멀리 남쪽 전남 해남부터 북쪽으로는 강원도 속초까지 있으니까요.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삼성전자서비스센터가 있을 거예요. 그중에는 조직된 센터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센터도 있거든요. 조직된 센터에 대해서는 연대의 끈을 만들어 함께 해주셨으면 하고요. 그렇지 않은 센터에 대해서는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호소하는 선전물을 같이 배포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AS 기사들이 시민들과 함께 바꾸겠습니다.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홈페이지)

“삼성을 바꾸고, 삶을 바꾸자”

– 끝인사를 겸해 시민들,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간단히 부탁합니다.

한국에서 삼성은 무소불위의 권력입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서 끊임없이 ‘상구’를 회유하고 협박하는 삼성 인사팀 담당자가 그렇게 말하죠. “정치는 표면이고 경제가 본질이죠.” 자본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다른 표현인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삼성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삼성불매로? 말은 좋고, 지극히 도덕적인 대응이겠지만 정말 전략적으로 본다면 전 그런 방식이 거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는 어떻게든 삼성 제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구매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까운 은행에만 가도 삼성 에어컨이, PC방에 가도 삼성 컴퓨터가, 올림픽 중계를 봐도 삼성이 스폰서니까요.

삼성 자본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는 삼성에서 직간접적으로 고용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것에 걸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스스로 자신의 노동력을 통제할 수 있고, 정치적 주체로 일어설 때 삼성 자본은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근처에 공단에 가보세요. 그곳에 수천 개의 공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 1/3은 삼성 자본과 연결된 1~3차 부품 하청 공장이거든요. 그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감생심 노동조합을 꿈도 못 꾸고 인간 이하의 삶을 살며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꿈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A/S 노동자들은 제품을 수리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이지만, 우리의 승리와 그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는 무수한 노동자에게 용기를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노동조합 지키고,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치는 구호가 있거든요. 그 구호들을 소개하면서 인터뷰 답변을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에어컨만 고치냐 우리 삶도 고쳐보자!
아무리 지랄해도 노조는 건재하다!
종범이의 꿈! 우리의 꿈! 민주노조 사수하자!
삼성을 바꾸고, 삶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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