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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17년 만에 둘로 쪼개질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방향을 짜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체제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현 기재부 체제는 2008년 MB 정부 조직 개편 이후 큰 변동 없이 유지돼 왔다. 이재명 정부가 새 판을 짜면 17년 만의 지각변동이다.

기재부를 예산(기획예산처)과 세제·국고(재정경제부) 기능으로 쪼개는 대신 저출산, 기후 위기 대응, 산업 정책 등 국가 장기 과제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는 ‘기획예산처’가 맡을 전망이다.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실 산하 장관급 조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이게 왜 중요한가.

  • 기재부 조직 개편은 이재명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재명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재부를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지난 6월 출범해 오는 13일 활동을 종료하는 국정기획위는 ‘검찰청 해체’와 ‘기재부 쪼개기’를 이재명 정부 조직 개편의 핵심 과제로 꼽아 왔다.
  • 기재부 업무 보고 당시 국정기획위원들은 “경제가 어려워진 이유는 기재부가 나라 살림을 못했기 때문인데 반성이 부족하다”, “(세수 부족과 관련) 이러니 부처를 쪼개라는 얘기가 나온다. 부처 분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 예산 편성, 경제 정책, 조세 정책은 기재부 고유 기능이다. 여기서 왜 예산 기능을 떼려 하는가. 이한주는 이렇게 설명했다.
  • “기재부는 예산 편성 오차가 너무 커서 펑크가 큰 게 확인됐다. 관리재정수지 100조 원이 펑크나는 등 부자 감세 문제가 심각했다. 너무 힘이 커서 스스로의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기재부 예산 편성 기능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고, 부처엔 기획력을 키우라고 주문했다.”(이한주, 7월 30일자 경향신문 인터뷰)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

그렇다고 쪼개면 다 해결되나.

  • 그렇지는 않다. MB 정부가 2008년 경제 부처를 기재부로 통합한 배경엔 ‘컨트롤 타워 부재’가 있었다. 당시에도 기재부의 과도한 권한 집중을 우려했지만 ‘정책의 일관성 및 효율성’이란 통합 추진 명분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 잠시 기재부 연혁을 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1999~2008년)는 ①‘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와 ②‘경제 정책’과 ③‘조세 정책’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로 나누었다.
  • 김영삼 정부 시기에는 MB정부 기획재정부 같이 ‘재정경제원’이 ①~③ 기능을 모두 맡았다.
  • 박정희 정부 때인 1961년부터 김영삼 정부 개편 전인 1994년까지는 ①+② 기능을 담당했던 ‘경제기획원’과 ③을 담당했던 ‘재무부’로 양분돼 있었다.
  • 이재명 정부가 신설하는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에 더해 저출산, 기후위기 대응, 산업 구조 혁신 등 국가 장기 과제를 총괄한다고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 편성’ 기능만 떼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경제 정책’ 기능까지는 가져와야 할 것이다.
  • 국정기획위 관계자도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만 떼낼 경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처럼 기획예산처로 편제될 가능성이 높아 기관의 힘이 약해질 것”이라며 “예산과 정책 기능을 함께 가진 선임 부처 형태로 만들어야 전 부처를 대상으로 조율 및 기획 업무가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 1961년 설립된 경제기획원은 33년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주도했다. 훗날 ‘모피아’(Mofia)라는 오명을 얻는 재무부(MOF·Ministry of Finance) 관료들도 1960~1980년대 경제 개발 시대에는 경제기획원 통치를 받아야 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역대 경제 부총리·장관 정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 전 장관 옆에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이 앉아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쩐의 전쟁’ 어떻게 뚫을 것인가.

  • 강만수(80)는 MB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재무부 출신 경제 관료다. ‘모피아 대부’ 격인 인물이다.
  • 그는 회고록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 경제기획원과 자신이 속한 재무부의 갈등을 다음과 같이 썼다. 국가 재정을 쓰고자 하는 쪽과 이를 최소화하려는 쪽의 충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재명 정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갈등 양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경제기획원의 재무부 점령 시대가 오게 된 것은 주요 정책에서 두 부처 간에 많은 견해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성에 있어서도 경제기획원은 공격적인 반면 재무부는 방어적이었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은 금융실명제, 은행민영화, 금융기관 설립, 금리실세화, 정책금융 등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금융실명제에 대해 단계적 실시와 전면적 실시, 은행민영화에 대해 금융자본 형성 후 정부 지분 매각과 정부 지분 매각 후 금융자본의 육성, 금융기관 설립에 대해 제한적 허용과 무제한 허용, 금리에 대해 실세금리 중시와 실질금리 중시, 정책금융에 대해 단계적 폐지와 전면 폐지로 대립됐다.”
  • “결국 서로의 견해 차이가 너무 커 합의가 이뤄질 수 없었다. 경제기획원 출신 청와대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은 그와 뜻이 같은 경제기획원 사람들로 재무부를 점령하게 하여 그들의 정책을 직접 추진했다. 칼을 가진 자는 휘두르고 싶고,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고 성경에 쓰여 있다.”(P.187)
  • “업무의 성격에서 경제기획원은 공격적이고 재무부는 상반될 수밖에 없었다. 재무부는 금융과 조세에 관한 정책을 담당하므로 한정된 자금과 세입으로 항상 각 부처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다보니 항상 ‘아니오’라고 하는 것이 상례여서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경제기획원은 예산 이외에 고유 소관 사항이 없었고, 전체 경제 부처 소관 사항을 총괄적으로 기획하고 조정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또한 기획 후에는 각 경제 부처가 책임지고 집행했기 때문에 공격적일 수 있었다.”(P.188)
권대영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운영 개시에 앞서 합동대응단 출범을 기념하는 현판식 행사에 참석해 현판 제막과 함께 합동대응단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 해체’ 또 다른 새판짜기.

  • 금융위원회도 이재명 정부의 수술대에 오른 상황이다. 국정기획위는 금융위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금융위를 해체하는 것이다.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 독립 기구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승격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담겼다.
  • 금융위 해체 개편 이면에 ‘모피아’에 대한 개혁 의지가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금융위는 ‘모피아의 산실’로 입길에 오르내렸다.
  • 현재 국제 금융 업무는 기재부가, 국내 금융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 역시 2008년 MB 정부 조직 개편에 따른 것이다. 이때 금융위원회(금융산업정책·금융감독정책)와 금융감독원(금융감독집행)의 수직적·이원화 체제가 구축됐다. 17년 만에 개편이 이뤄지면 국제·국내 금융 정책을 재경부가 총괄하는 것이다.
  • 현 시스템은 금융 정책(산업 육성)과 금융 감독 정책(금융 안정) 사이 균형을 맞추기에 적절하지 않다. 금융위 산하 기관인 금감원은 금융위 정책 방향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31일 보고서에 “감독 정책은 금융위원회, 감독 집행은 금융감독원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어 양 기관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 수직적이고 이원화한 금융 감독 기구 체제로 두 기관 사이 협조가 이뤄지기 어려운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조직 사수 로비’에 의원실 문턱 닳는다.

조직 개편 만큼이나 중요한 운용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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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ai에 해외사례 물어보는데 국가주도경제면에서 프랑스와 비슷하지만 분권면에서 상당히 후진적인 평가네요 분권 과정으로 제시하는게ㅡ 단기적으로 행정부기능분리(예:경제기획,재정관리) +지방세원 확대ㅡ 중기적으로 참여예산제도도입+재정법원설립 ㅡ장기적으로 헌법개정을 통한 재정분권조항 명문화라고 합니다. 프랑스는 분권 관련법으로 10년 이상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했다고 한국도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네요. 이거 시민참여도 아얘 문화로 되어있어서 국가기관만 바뀌어야할게 아닌듯합니다. 부디 더 노력합시다 밥벌이도 더 힘들어졌다지만

  2. 부처간 합의실패에 대해선 프랑스는 대통령직속 부서신설로 개입이나 의회나 법원의 예산이나 회계적 압박, 독립기관 중재, 파업, 지방정부연대 등등으로 합의한다는군요ㅡ 분권 할수록 합의여지가 커지는지에 대해 질문했더니ㅡ 설계시스템이 잘 설계되었을 때 가능하다는군요 어설프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네요. 고집부리든 책임떠넘기기나 오래걸리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한국이 분권추진할 때는 조정능력강화와 공동목표설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예를들면 기재부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동시에 재정회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매년 정렬하는 것이라고 하네요.ㅡ 부서간 최소 공통의 기조 정하고, 최후책임자 혹은 리더 설정, 정보투명성, 조정기구설치, 신뢰문화인듯한데ㅡ 이놈에 필요이상의 경쟁병 때문에 아무데서나 이겨먹으려고 하거나 아얘 무관심해버리는.. 이 과한 습성부터 어떻게 해야할듯합니다. 동시에 협력에 성공한 예를 계속 기억하고 강조하고 권장하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한듯 합니다.

  3. 프랑스의 공공기관 기조부터가 공공성강조와 협의를 의무로 하는것으로 한다는군요 제대로 못하면 통째로 비판한다고 합니다. 법률에 관해서도 일일히 책임부분을 나눠둔 우리나라에 비해 프랑스는 협의를 의무로 달아둔다고 하는군요 안맞는다고 놔두면 한꺼번에 다 혼나게.. 비교를 프랑스랑 해서 그런거같은데 비하면 우리는 그냥 이기주의를 법에 방치해둔꼴 같습니다. 그것 때문에 적잖은 나몰라라 피해는 다같이 나눠먹는중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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