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혁신 역량을 잃어가는 것 같다.”

  • 13일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 이한주(민주연구원 원장): “삼성에 묻고 싶다. 과거에 삼성은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왔지 않나. 다들 반도체 산업을 돕겠다고 나섰는데, 삼성은 혁신 역량을 잃어가는 것 같다. 도와준다고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삼성의 계획은 뭔가.”
  • 이안재(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 “시장과 사회가 우려하는 바를 다 듣고 있다. 당연히 반전이 필요하고, 정말 새로운 기술 투자, 개발을 열심히 한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반도체는 한국의 수출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국방과 경제 안보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 꼽힌다.
  • 트럼프 2기 정부가 도입할 보편 관세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다.
  •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법안은 9건이다. 여·야는 반도체 특별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반도체 인력 노동에 대한 주 52시간 규제 완화를 놓고는 이견을 보인다. 국민의힘은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이 해달라는 것.

  • 이날 토론회에서 이안재의 발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축소되고 있다. 원인은 네 가지다.
  • 첫째,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해 기술 우위가 약화하고 있다.
  • 둘째, 우수 인재가 부족하다.
  •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 넷째, 미국과 일본, EU와 비교해 정책 지원이 부족하다.
  • 큰 틀에서 다섯 가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 첫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등에 대한 기술 개발 보조금이 필요하다.
  • 둘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 셋째,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에 대한 노동 시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 넷째, 정치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반도체 지원 정책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정부 지원, 한국만 뒤쳐져 있다.”

  • 이안재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파격적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대만 TSMC와 기술과 이익, 매출 격차가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도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늘리면서 빠르게 추격해 오는데 한국만 뒤쳐져 있다”는 이야기다.
  • 좀 더 구체적으로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의 경우 10년 동안 일몰 기간을 연장해주고 △국가 전략기술 세액공제율을 15%에서 25%로 인상해주고 △고액 연봉의 첨단 R&D 업무 종사자는 노동 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례 조항을 신설해주고 △국가와지자체 주도의 신속한 인프라 구축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등이다.

그래서 정부가 하겠다는 것.

  • 다음은 윤성혁(산업통상자원부 첨단산업정책관)이 말한 정부의 정책 지원 방향이다.
  • 첫째, 2047년까지 622조 원을 투자해 용인 일반산업단지(산단) 4기와 국가산단 6기, 평택 일반산단 3기 등 첨단 반도체 제조 단지 13기를 건설한다.
  • 둘째, 정부 책임 아래 전력과 용수, 도로 등 메가 클러스터 내 핵심 기반 시설을 적기에 구축한다.
  • 셋째,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 공제율을 상향했고 반도체 분야의 경우 추가 상향을 추진한다.
  • 넷째, 산업은행에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확대해 대규모 정책 자금을 공급한다.
  • 다섯째, 반도체 산업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 여섯째, 2031년까지 반도체 전문 인력 15만 명을 양성한다.
  •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지낸 정태호(민주당 의원)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이미 2018년에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정하고 육성 정책을 다 세웠는데 왜 지금은 경쟁력 위기인지 냉철한 성찰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의 우클릭, 삼성을 끌어안을까.

  • 대선을 앞두고 우클릭 행보 중인 이재명(민주당 대표)과 민주당에도 반도체 특별법은 중요하다. 업계가 강하게 요구하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는 전통적 지지층과 진보 진영의 입장과 배치되는 이슈다.
  • 민주당은 이 이슈를 찬반 토론에 붙인다는 계획이다.
  • 김원이(민주당 의원)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남은 쟁점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특정 고연봉자에게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 문제다. 이 문제는 특별법엔 담기 어려운 게 아닌가하는 것이 당내 분위기다. 그러나 초고연봉의 전문 연구직에 한해서는 새로운 근로 트랙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민주당은 다음달 초, 삼성과 SK하이닉스에서 찬성 2명, 노동계와 연구직 노조에서 반대 2명을 한자리에 모아 정책 논쟁을 열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빨간펜만 긋고 있다.”

  • 김태년(민주당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 “산업부가 반도체 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애 많이 쓰고 있는 거 알고 있다. 그런데 협의 과정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정부의 법안 검토 보고서를 봤더니 다 빨간 줄을 쳐놨더라. 산업부는 대부분 ‘수용’ 이렇게 돼 있는데, 기재부 검토 의견서는 다 빨간줄이더라. 부처간 협의도 참 어렵겠다 싶다. 지금 반도체 특별법 논의 과정을 보면 많은 산을 넘어 오고 있다.”
  • 김태년은 지난해 반도체 기반시설 구축에 정부 책임을 강화하고 투자세액공제, 금융지원 등 각종 반도체 지원책을 담은 칩스(Chips) 3법을 발의했다. 김태년은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은 1기 트럼프를 상대한 경험이 있다”며 “축적된 경험에 비상한 전략과 협상력을 더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분석과 전망: 아낌없이 주는 민주당, 삼성에 뭘 요구할 건가.

  • 이날 간담회는 “경제는 민주당”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연속 간담회 가운데 하나다.
  •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됐지만 정작 정부가 삼성에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지는 못했다.
  • 삼성전자의 위기는 정부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술력 격차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한때 초격차를 이야기하던 일등 기업이 주도권을 잃고 추격자가 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에 3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아직 출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작 아무도 리더십의 위기를 거론하지 않았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처참하게 실패했고 AI 투자도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한때 ‘10만 전자’를 넘본다던 주가는 ‘8만 전자’를 찍고 고꾸라져 ‘5만 전자’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당장 실적도 실적이지만 장기적인 전망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진출과 HBM 투자 축소도 이재용(삼성전자 회장)의 판단이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재용 체제 10년, 삼성전자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재벌 기업이 아니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CEO가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
  • 국가 전략 사업으로 지정한다는 건 아낌없이 퍼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내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연관 산업 활성화, 생태계 지원 등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만약 민주당이 52시간 규제까지 양보하고 나면 국민의힘과 무엇이 다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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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이재용 체재 10년 계속 내리막길 이었다는데
    매출 보고 말씀 하시는건지……
    사실만 쓴다더니 법원 구속 시기부터 내리막길인건 안보이나 보네요.

  2. 기술력이 제일 문제라 인재가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 해결 못하는 교육부가 장기적으로 더 문제.
    보수가 집권후 제대로 된 정책을 내 놓은 적 있나?

    자유주의에서는 돈의 흐름대로 인간은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의사같은 전문직은 찔래의 인생이고, 기업의 임원 등 CEO는 장미의 인생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왜 상대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찔래의 인생을 더욱 망가트리고, 결국에는 장미마저 피지 못하게 만드는가?

    왜 교육부가 문제냐 하면,
    꽃을 가꾸지도 못하면서, 꽃을 피지도 못하는 환경을 만드는게 더 문제이다.

    이과적 교육에 더욱 투자하라.
    이미 만들어진 전문성을 가진 인재는 한국에 남으려 하지 않는 국내적 문제를 해결하라.

    이런 면을 보면 진보도 잘한다고 볼 수는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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