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비평] 다른 것을 다르게 구별할 용기. (이윤주 / 변호사) (⌚6분)
법이 말하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일까요?
최근 서부지법 폭동을 기록하고자 했던 다큐멘터리 정윤석 감독의 행위를 법원은 ‘레거시 언론’이라는 제도적 잣대를 들이밀어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현대사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왔음에도, 법원의 판단 근거는 언론기관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이윤주 변호사는 무엇이 ‘침입’이며, 사회가 허용하는 표현의 자유는 무엇인지, 저널리즘을 가르는 잣대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법원이 ‘구별’에 대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비평합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정윤석 감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판결들을 살펴보며, ‘구별할 용기’에 대해 생각했다. 무엇이 ‘침입’이고, 무엇이 ‘침입’이 아닌지, 무엇이 우리 법이 보호해야 할 ‘저널리즘’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우리 사회가 허용하는 ‘표현의 자유’의 경계는 어디인지 구별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경계를 가늠해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은 이 질문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판결로서 답할 의무가 있다. 이들이 형식논리에 기대 얕은 법기술을 쓰거나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할 때, 한 사람의 시민이자 법률가로서 분노와 허탈감이 교차한다.
사실들: 서부지법 폭동 그 날, 두 대의 카메라
정윤석은 지난 20여 년 동안 강정 해군기지 반대 운동, 2008년 촛불집회,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태원 참사 등 한국 현대사의 수많은 ‘현장’을 카메라로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의 카메라는 2024. 12. 3.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도 현장을 지켰다. 2025. 1. 19.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폭동을 일으킨 날에도, 그는 카메라를 들고 그곳에 있었다.

2025. 1. 19. 새벽, 서부지법에서 발생한 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서울서부지방법원 1·19 폭동 사건 백서 참조).
- 03:08 ⇨ 시위대는 법원 후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후문을 통해 법원 경내로 침입을 시작함
- 03:22 ⇨ 시위대 중 일부는 법원 건물 내부로 침입하였음
- 03:32 ⇨ 경찰은 시위대에 대한 체포를 시작함
- 정윤석은 03:38경 택시에 탑승해 03:43경 서부지법 인근 경찰서 앞에서 내렸다.
- 03:50 ⇨ 경찰은 침입한 시위대를 후문 밖으로 밀어냄
- 04:20 ⇨ 후문 밖에 있던 시위대 중 일부는 후문으로 재진입을 함
- 05:15 ⇨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가 이어짐
- 05:25 ⇨ 경찰에 의해 진압됨
정윤석은 03:38경 택시에 탑승해 03:43경 서부지법 인근 경찰서 앞에서 내렸다. 그는 법원 인근에서 현장을 관찰하며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건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약 1시간가량 대기했다. 그러던 중 05:15경 법원 안쪽에서 ‘펑’ 하는 파열음을 듣고 촬영을 시작했다. 당시 법원 후문은 이미 시위대에 의해 개방된 상태였고, 별다른 제지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법원 경내로 진입해 후문 인근 울타리 끝에 삼각대와 ENG 카메라를 설치하고, 시위대와는 거리를 둔 채 와이드 앵글로 현장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촬영을 시작한 지 불과 2~3분 만에, 그는 시위대와 함께 체포되었다.
한편, 03:22경부터 03:50경까지 시위대와 함께 법원 건물로 진입했던 JTBC ‘밀착카메라’ 취재기자는 시위대 체포 과정에서 경찰에게 자신의 신원을 밝힌 뒤 아무런 제재 없이 현장을 나올 수 있었다.
판결은 이렇게 답했다
정윤석은 제1심에서 건조물침입이 인정되어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제1심 판결의 논리는 이렇다.
“정윤석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목적으로 법원 경내에 들어간 것이라 하더라도, 법원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사실을 인식하고 법원 안으로 진입한 이상 ‘침입’의 고의가 인정된다.
정윤석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하여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정치적·역사적 상황을 촬영하고 있었고, 이 사건 당시에도 그 촬영을 위하여 법원 경내에까지 진입한 사실, 정윤석이 법원 경내에서 경찰에 물리력 등을 행사하지 않고 촬영만 한 사실은 인정되나,
정윤석에게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표현의 자유 내지 예술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개인적인 작품 활동의 경우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 목적이 명백한 언론기관과 비교하여 그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한지 등 ‘정당행위’의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정윤석이 시위대가 강제로 개방한 후문을 통해 법원 경내로 들어간 이상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법원 경내에까지 진입하지 않더라도 다큐멘터리 제작이 필요한 영상을 어느 정도 촬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긴급성이나 보충성도 인정될 수 없다.”
이러한 제1심 판결의 논리는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질문들: 구별을 묻다
이제 사실관계로 다시 돌아가 질문해보자.
- 이미 시위대에 의해 개방되어 누구의 제지도 없이 후문을 통해 법원 경내로 진입하여 후문 인근 울타리 끝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현장을 촬영한 행위는 ‘침입’인가, ‘침입’이 아닌가.
- 정윤석의 ‘촬영’은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의 ‘촬영’과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 무엇이 다른가. 반드시 언론기관에 소속되어 있어야만 ‘저널리스트’인가, 이러한 소속 여부로 형사처벌 대상을 나눌 수 있는가.
- 더 나아가, 정윤석의 행위에 서부지법 폭동을 일으킨 자들과 같은 정도의 가벌성이 존재하는가.
법원은 실패했다
‘침입’의 개념은 건조물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건조물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정윤석은 05:15경 법원 내에서 발생한 파열음을 인지하고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이미 시위대에 의해 개방되어 사실상 통제력을 상실한 후문을 통해 별다른 제지 없이 경내에 진입했다. 이후 그는 후문 인근 울타리 끝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시위대와 물리적·행태적으로 거리를 유지한 채 촬영을 시작했으며, 약 2~3분 후 시위대와 함께 체포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태양을 살펴보면, 정윤석의 진입은 시위대에 의해 이미 발생한 사실상 평온에 대한 침해 상태를 추가적으로 가중시키거나 새로운 형태의 침해를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즉, 그의 행위는 ‘침입’ 개념의 행위태양으로서 독자적인 위법성을 갖는다고 평가하기 곤란하다.
무엇보다, 본 사안에서 시위대는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폭력적 방법으로 법원을 공격할 의사와 행위를 통해 사실상 평온을 적극적으로 침해한 주체인 반면, 정윤석은 사후적 기록을 위한 관찰자적 지위에서 제한적·비개입적으로 현장에 존재했다. 이러한 행위태양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양자를 동일한 ‘침입’으로 평가하는 것은 ‘침입’이라는 구성요건 해당성 판단에서 요구되는 개별적·구체적 평가를 결여한 것이다. 즉, 시위대와 기록자라는 서로 다른 역할과 목적을 같은 잣대로 묶어 버린 셈이다.

이 판결들에서 가장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부분은 정당행위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언론기관 소속 여부’를 사실상 본질적 기준으로 삼은 점이다. 법원은 사건 당일 동일하게 시위대와 함께 법원 건물에 진입하였음에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은 특정 언론사 기자의 사례와 본 사안을 달리 볼 근거로, 정윤석이 언론기관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더 엄격한 판단을 적용했다. 그러나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성립 여부에 있어 행위자의 소속은 본질적 요소가 될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 전달과 공론 형성의 방식은 전통적 언론기관에 한정되지 않고,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 1인 미디어, 디지털 플랫폼 창작자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다. 특히 공적 관심사에 관한 현장 기록 행위는 그 주체가 전통적 언론인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민주적 공론 형성에 기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 보호 필요성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럼에도 우리 법이 보호해야 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단순히 언론기관 소속 여부로 이분하는 태도는 이보다 더 시대착오적일 수 없다.
결국 본 사안에서 정윤석의 행위를 객관적 행위태양 측면에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고, 설령 침입이라 본다 하더라도, 공적 사안에 대한 기록이라는 목적과 비폭력적·비개입적 행위태양을 고려할 때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언론기관 소속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을 달리한 것은, 건조물침입죄 법리와 정당행위 판단 기준 모두에서 일관성을 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분별하고 구별해낼 용기를 가져야 한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명제는 좁은 의미의 평등의 원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법원이 정윤석 사건에서 보여준 실패는, 바로 그 용기가 부족할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광장에 나온 판결: 319번째 이야기
⚖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법원 내부에 진입해 촬영한 정윤석 감독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
⚖ 1심 서울서부지방법원 김우현(재판장), 차현우, 하정민 2025. 8.1. 선고 2025고합60-2(분리)
⚖ 2심 서울고등법원 김성수(재판장), 김윤중, 이준현 2025. 12. 24. 선고 2025노2439 [판결문 보기]
⚖ 3심 대법원 이숙연(재판장), 이흥구, 오석준(주심), 노경필 2026. 4. 30. 선고 2026도999 [판결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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