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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독재화의 세계 물결 속에서 윤석열의 내란 시도를 막아낸 한국. 하지만 여전히 ‘윤 어게인’이 제1당 야당을 장악한 현실. 한국 극우는 서구 극우와 어떻게 다른가. (정해구 / 전 성공회대 교수) (⏳5분)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인 극우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고, 한국에서는 6.3지방선거 이후 ‘윤 어게인’ 등 극우 세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진숙, 추경호 등 내란 옹호 인물이 당선됐고, 초유의 선관위 투표용지 사태로 부정선거 음모론도 재점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약세를 보이고 추락 직전인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을 거의 따라잡는 상황에 이르렀다.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공고화는 왜 위기에 몰린 것일까?

극우 포퓰리즘은 세계적 현상, “독재화의 제3의 물결”

민주주의 위기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 Institute)는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를 ‘독재화(autocratization)의 제3의 물결’로 설명한다.

  1.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파시즘·나치즘의 제1의 물결,
  2.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3세계에서 다수 발생한 군부쿠데타의 제2의 물결에 이어,
  3. 2000년대 이후엔  선거로 권력을 잡은 지도자가 민주주의를 점진적·합법적으로 훼손하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의 2025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독재국가(선거독재 + 폐쇄독재)의 수는 92개국으로, 민주주의 국가(자유민주주의 + 선거민주주의) 87개국보다 많으며, 전 세계 인구의 74%가 독재국가에 살고 있다.

    2024년 체제 유형별 지역 인구의 비중. 붉은색 계열이 선거독재와 폐쇄독재 등 독재체제를 뜻한다.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 Institute) ‘권위주의화 25년, 민주주의는 무너졌는가?’

    독재화의 제3의 물결 속에서 미국은 물론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간주되어 온 유럽에서조차 극우 포퓰리즘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의 민주주의가 1965년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평가한다. 2025년 미국 민주주의 수준은 자유민주주의보다 한 단계 아래인 선거민주주의로 격하되었고, 자유민주주의 지수 순위도 기존보다 30단계 정도 아래인 51위로 추락했다. 

    유럽에서는 주로 정당들에 의해 극우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 영국의 ‘개혁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헝가리와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정당이 집권하기에 이르렀다. 2024년에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유럽 극우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럽보수개혁당(ECR)과 정체성과 민주당(ID) 등 유럽 극우 세력은 총 167석을 획득했다. 중도 우파정당인 유럽국민당(EPP)의 189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도 좌파정당인 유럽사회민주당(S&D)의 136석을 앞서는 결과다.

    극우 포퓰리즘 확산의 공통적 배경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다. 선진국의 제조업이 개발도상국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축소되고 사회 불평등이 확대되었다. 기존 엘리트를 불신하며 그 분노의 화살을 이민자들에게 돌리는 극우 포퓰리즘은 지위가 추락한 대중들의 대응이라 할 수 있다.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의 기반이 무너지자 트럼프 지지의 핵심 지역이 된 미국 러스트벨트 지역이 단적인 사례다.

    2024년 유럽연합 정치 그룹별 득표율과 의석수는 유럽 극우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4년 유럽의회 선거 결과: 의미와 전망’.

    한국 극우가 서구 극우와 다른 특징

    해방 후 한국은 40여년 간 독재 치하에 있었고, 1987년 민주화 이후에야 비로서 정당정치가 정상화될 수 있었다. 과거 독재 세력은 보수 세력으로 변모하면서, 양당 정치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2004년경 보수세력의 일부에서 뉴라이트라는 극우의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고, 박근혜 탄핵을 거치며 태극기부대로, 급기야 12·3내란을 계기로 ‘윤어게인’ 세력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 극우의 등장은 서구 극우 포퓰리즘과 시기적으로 겹치지만 배경은 상이하다. 서구의 극우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대응이었다면, 한국의 극우는 보수 세력의 약화와 권력 상실에 직면해서 보수를 재편하려는 시대착오적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한국 극우가 등장하자, 가뜩이나 취약한 합리적 보수의 기반도 흔들렸다. 이들은 이승만 재평가 등 반공주의를 불러내 양당 정치의 한 축을 이루는 민주세력조차 ‘친북 좌파’로 매도하고, 정당한 민주적 경쟁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국제주의를 내세워 일방적인 친미·친일적 태도를 취하며 과거 일제 식민지배의 불행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건드려왔다.

    한국 극우는 급기야 극우 대통령에 의한 내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내란은 실패했고,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내란 발생 이후 대통령 파면 다음날까지 124일 동안 서울에서만 67차례의 시위와 60회의 시민행진이 이루어졌고, 연인원 천만 명이 광장에 모였다.

    글로벌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유독 한국에서만 내란이 극복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4·19혁명,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 촛불항쟁으로 이어지는 시민항쟁의 역사적 전통에서 비롯된 뛰어난 시민 역량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내란 발생 이후 대통령 파면 다음날까지 124일 동안 서울에서만 67차례의 시위와 60회의 시민행진이 이루어졌고, 연인원 천만 명이 광장에 모였다. 참여연대.

    적대적 양당 정치와 민주주의 약화

    한국의 시민항쟁은 위기 때마다 민주주의 수호와 발전의 돌파구를 만들었지만 시민 항쟁이 일상의 정치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일상에서는 정당정치가 그것을 대체해야 한다. 그러나 거대 양당의 정당정치는 갈등과 적대의 정치로 변질됐고, 민주주의 토대 약화로 이어졌다. 특히 여소야대의 분점정부가 등장할 경우 국정은 자주 마비되곤 했다. 결국 시민항쟁의 눈부신 성과는 뿌리내리지 못한 정당정치로 인해 그 색이 바랬다. 한국 정치에서 희망과 절망이 자주 교차되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내란 극복이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적 발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양당제 특성상 여당의 실패는 야당의 집권으로 이어지고, 내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의힘이 향후 정부 여당의 실정에 힘입어 재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않다. 물론 민주정치에서 정권 교체는 필요하다. 문제는 지금도 ‘윤어게인’을 외치고 있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극우세력에 의해 장악되었다는 점이다.

    향후 민주주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일상의 정치를 지금과 같은 구조의 정당정치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일상에서 시민 역량이 발휘될 수 있을 때 새로운 활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이 조차 한계가 분명하다. 시민 역량은 시민항쟁 때를 제외하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번 내란 극복에도 광장의 다양한 목소리는 ‘내란의 시간’이 지나가자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집권정당조차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자신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두려워한다. 

    시민 참여와 지방 자치의 강화 필요성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이제 한국 정당정치는 시민 역량에 바탕을 둔 시민민주주의와 결합할 필요가 있다. 시민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 우선 국정에 있어 시민 참여와 숙의의 제반 방안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 입법 측면에서는 시민회의 또는 시민의회의 설치,
    • 행정 측면에서는 시민 참여와 사회적 대화의 활용,
    • 사법 측면에서는 배심제 확대 등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개헌은 주권자인 국민 의지의 제도화인 만큼 시민의 참여와 숙의가 필수적이다. 2028년 총선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치러진다면, 사전에 국민에 의해 개헌 내용이 광범위히게 숙의되고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방안은 지방분권과 주민자치의 강화다. 그간의 지방자치는 행정 자치에 그쳤을 뿐, 진정한 주민 자치는 아니었다. 주민이 일상에서 직접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풀뿌리 자치가 제도적으로 뿌리내릴 때 비로소 민주주의도 견고해질 것이다. 

    사진: 옥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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