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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폴리시] 부동산이 위험하다. 공급은 달리고, 전월세 대란은 심화한다. 김용범(정책실장)은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변창흠(전 교통부장관)은 “중층∙고밀 개발로 값싼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 5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9년 만의 최대 수준이다. 매매부터 전세, 월세까지 ‘트리플 강세’다. 정부는 ‘10·15 대책’ 등 강도 높은 거래 및 대출 규제로 수요를 억눌렀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김용범(청와대 정책실장)이 “지금은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변창흠도 현재 상황을 “주택 공급 전쟁”이라고 진단했다. 변창흠은 2일 범여권 의원들이 국회에서 주최한 주택 공급 토론회 발제를 맡았다.

변창흠(당시 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당시에도 “서울 중층∙고밀 개발로 주택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12월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 동영상 캡쳐.

변창흠은 장관 시절인 2021년 ‘2·4 대책’을 주도했다. 2·4 대책은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 호, 전국에 83만 6,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초대형 주택 공급 계획이었다. 2·4 대책 이후 불거진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논란으로 변창흠은 취임 3개월여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전국 기준으로 주택 건설의 인허가, 착공, 준공, 분양 물량이 최고 시점 대비 50% 이하 수준이다.
  • 민간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6년 62만 3,000호에서 2025년 30만 4,000호로 반토막이 났다. 공공 주택 인허가 물량은 같은 기간 12만 3,000호에서 2025년 11만 호로 현상 유지 상태다.
  • 2020년 준공 실적을 보면, 서울 8만 호, 수도권 25만 호, 전국 48만 호였다. 당시에도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쳤고, 그래서 탄생한 게 2020년 5·6 대책, 8·4 대책, 2021년 2·4 대책이었다. 지금은 서울 3만 호, 수도권 16만 호, 전국 25만 호 수준으로 떨어졌다. 2·4 대책보다 더한 공급 대책이 나와야 한다.
게티이미지.

“닥치고 공급”은 답이 될 수 없다.

  • 주택 준공을 기준으로 보면, 아파트가 90%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단독, 다가구, 연립 주택 등 저렴 주택의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다.
  • “닥치고 공급”은 답이 될 수 없다는 게 변창흠의 생각이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로 평당 2억짜리 아파트가 공급되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가?
  • 중층·고밀·저렴 주택이 살길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위주의 정비 사업은 원주민을 내쫓고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끊어버린다. 변창흠은 1~2인 가구를 겨냥한 ‘중층·고밀’ 주택과 주차장 규제 개혁, 정책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거버넌스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택 공급의 90%가 아파트로 집중된 현실. 게티이미지.

빈 땅엔 다 이유가 있다. 작동 가능 모델이 필요하다.

  • 집이 부족하다고 하면 사람들은 빈 땅부터 찾는다. 김포 공항 이전 부지에 20만 호 공급, 용산 공원에 주택 공급 등이 대표적이다.
  • “오죽하면 빈 땅이겠나? 빈 땅엔 다 사연이 있다.” 빈 땅에 갑자기 공공 주택을 짓겠다고 하면 환영할 사람 없다는 것이다.
  • 핵심은 정교하게 설계한 ‘작동 가능 모델’이 필요하다. 모델을 설계하고 토론하고 검증해 보는 주택 공급 거버넌스 조직이 필요하다.

고급 아파트만 짓는다고 해법이 아니다.

  • ‘잠원동 신반포16차’ 단지의 경우 기존 83㎡(34평)에 살던 주민이 새로 지은 79㎡ 아파트에 들어가려 해도 14억 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 고가 아파트가 되기 위한 재건축, 재개발 정비 사업이 답이 아니란 뜻이다. “그것은 투자 사업이지 주거 복지 사업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6차 재건축. 서울시.

해법은 ‘중층·고밀’ 주택이다.

  • 현재 서울 주택은 저층 주거지와 고층 아파트 단지로 양분화했다. 중층에 대한 고민이 없다.
  • 층수는 8~12층 정도로 용적률을 400%까지 높이는 획기적 중간형 주택이 필요하다. 서울 가구의 67%가 1~2인 가구다. 50㎡(15평) 규모의 방 2개짜리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 국토교통부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단독 주택과 대단지 아파트의 중간 형태인 중밀도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니엘 파롤렉(Daniel Parolek)이 처음 그린 ‘중밀도 주거 실종’의 개념. 한국은 아예 고밀도 단계도 건너 뛰고 초고밀도(아파트)만 집중된 상태다. 위키미디어 공용.

무엇이 필요한가.

  • 기존처럼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개별 집 단위(점 단위)로 허물고 새로 짓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골목길을 사이에 둔 2개의 소규모 블록을 하나의 계획 단위로 넓게 묶어 개발해야 한다.
  • 그럴 때만이 개발 유인이 생긴다. 넓은 부지의 소유주라면, 새로 지은 소형 주택 2~3채를 배정받아 본인이 한 채에 거주하고 나머지는 민간 임대 주택으로 활용해 안정적 월세 수입까지 올릴 수 있다.
  •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 정비 사업의 평균 재정착률은 27.7%에 불과하다. 새로 짓는 집들이 지나치게 고급화하고 고비용이라 원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 저렴 주택 개발은 세입자와 원주민을 외곽으로 내쫓는 방식이 아니다. 주택 공급 물량 자체를 대폭 확대해 원주민과 세입자 대부분이 동네에 재정착할 수 있게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 아파트 공급을 독과점하는 대형 건설사 대신 지역 중소 건설업체가 참여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규제를 풀어야 할 곳엔 화끈하게 풀어야 한다.
서울 주택 시장 불안 해법 모색-공급 절벽과 임대차 안정을 위한 긴급 정책 토론회. 2026년 7월 2일 목요일 13:30 ~ 15:30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 사진은 복기왕(페이스북)

‘아킬레스 건’ 주차장 규제 깨부수자.

  • 다가구·다세대 주택 공급은 2002년 12만 9,000호였다. 이후 ‘1가구당 1 주차장’ 규제가 도입되고 2005년 4500세대로 급감했다.
  • 소규모 부지에 건물을 올려야 하는 다세대 주택 특성상 세대수만큼 주차장을 만들려면 1층을 전부 필로티 주차장으로 비우거나 지하 주차장을 깊게 파야 한다. 건축비가 폭증하고 집을 지을 적정 부지를 찾기 어려워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 낡고 과도한 주차장 규제는 저렴 주택의 씨가 마른 핵심 원인 중 하나다.
  • 자율 주행과 로봇 주차 시대에 맞춰 주차장 규제를 낮춰야 한다. 변창흠은 지능형 주차장법(가칭)을 신설해 오토 발렛(Auto Valet)📌과 로봇 주차 등을 허용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주차장 문제만 해결해도 주택 가격을 1~2억 원 낮출 수 있다.
📌 오토 발렛(Auto Valet)

운전자가 지정된 승하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면,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이 차량을 빈 주차 공간으로 이동시키고 다시 불러오는 ‘무인 대리주차’ 시스템.

‘거버넌스 조직’이 필요하다.

  • 지금 주택 공공 정책 논의는 파편화해 있다. 토론회에선 발제자 한 명이 ‘개인기’를 부리듯 대안을 딱 던지고 끝난다. 전문가들은 TV나 유튜브에서 각자 떠들고 있다.
  • 변창흠은 “전문가들이 10~20번씩 만나 며칠간 토의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면 즉시 시행할 정도의 심도 있는 거버넌스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 공급 물량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구에게 얼마를 누가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이 질문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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