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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월딩 칼럼] 축구광 출신으로 인문학에 기반을 두고 비평하는 스포츠∙문화평론가 정윤수(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가 본 월드컵과 한국 축구 그리고 감독 홍명보. (⏰12분)

스포츠의 짜릿한 쾌감 중 하나는 의외성이다. 저변과 선수층과 확률로 승패가 갈리기 쉽다면 무슨 까닭으로 온정성을 다해 올림픽을 나가고 월드컵을 나가겠는가. 그냥 브라질 선수들에게 피파컵을 계속 택배 발송하면서 랭킹 순위나 쌓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외외성, 즉흥성, 돌발성, 예측 불가능성이 작동한다. 특히 축구가 그렇다.

때로는 크로스바가 잉글랜드의 강슛을 막아준다. 수백억 고연봉 선수들이 승부차기를 실패한다. 골은, 뜻밖에도 빗맞으면 더 잘 들어가고 수비수가 걷어내다가 들어가고 골키퍼가 역동작에 걸려 들어간다. 월드컵에 첫 출전한 인구 50여 만의 서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우루과이를 집으로 돌려보낼 줄 누가 알았으며 파라과이가 독일을 승부차기로 귀국시킬 줄 누가 예상했겠는가.

카보베르데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 모든 것을 누구나 조감도, 즉 새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우리의 눈을 대신한 메인 카메라는 양 팀 선수들의 위치와 운동과 기세를 한 순간에 파악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그밖의 수많은 카메라가 경기의 모든 순간을 잡아낸다. 축구가 지닌 놀라운 단순성에 의하여 누구나 공을 차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아공 전 패배 이후 MBC 뉴스에 등장한 어느 초등학생이 절규하듯이 ‘분석’한 것처럼 “지고 있으니까 공격수를 더 투입하라”고 말할 수 있다.

[엠빅뉴스] “지고 있으면 수비수 빼고..” 김도윤 어린이가 홍명보 감독에게. 2026.06.29. 보도 화면 갈무리.

그렇다면 축구는 외의성이 있는 단순한 경기니까 단순하게 준비하면 되는 것인가. 글쎄, 보는 사람이야 그렇지만 준비하는 사람은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단순한 경기인만큼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 한다. 복잡하게 계산하고 정교하게 분석하고 치밀하게 훈련해야 한다. 그것을 통하여 의외성이 틈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누가? 바로 그걸 하라고 감독이 존재한다. 이제 홍명보 감독 얘기를 해보자.

두 번의 실패

실패했다. 그런데 처음이 아니다. 12년 전, 2014브라질월드컵 때 이미 쓰라린 실패를 했다. 그래도 그때는 홍명보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나의 전술 실패다.” 당시 대회의 가장 큰 전술적 특징은 ‘스리백’이었다. 그런데 극단적인 공격 지향의 스리백이다.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 감독 등이 이 전형을 기본으로 하여 거의 모든 선수가 전방으로 압박을 나가는 ‘게겐프레싱’이었다.

랑릭의 ‘게겐 프레싱’을 더 정교화하게 실전에 적용한 ‘도르트문트’ 시절의 위르겐 클롭.
instaretrofootball UEFA Champions League 인스타그램 캡처.

당시 코스타리카의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은 “2006년부터 이탈리아의 피를로를 연구했다. 그의 패스를 끊어야 이탈리아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게겐 프레싱’, 즉 상대팀 골문 앞까지 ‘전진하여 수비’를 하는 역설의 방법으로 이탈리아를 눌렀다. 네덜란드의 반 할 감독도 이렇게 밀어붙여서 스페인의 정교한 패스라인을 끊어버렸다.

그때 홍명보 감독은 어떻게 했는가. 스리백을 썼지만 뒤로 물러서는 방식이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의 고질병 즉 상대적으로 경제 형편이 어려운 나라를 얕잡아 보는 ‘오리엔탈리즘’에 다들 젖어서 언론이고 일부 팬들이며 무엇보다 대표팀 사령탑도 알제리를 ‘제물’로 삼는다고 했다.

그러나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스리백은 홍명보식 수비형이 아니라 네덜란드 반 할이나 도르트문트 위르겐 클롭 같은 지략가들이 연구하여 실천한 극단적 전진 압박이었다. 12년 전,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선수들의 기술은 좋다. 그러나 팀 전체는 정형화(Stereotype)돼 있다. 창의적이지 않다.” 그때는 홍명보 감독이 패인을 인정했다. 감독의 전술 부재, 이를 승인했다.

12년이 흐른 후, 동일 현상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승인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자. “선수들이 꼭 이기고자 하는 심리적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심리적 측면과 무더위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안 좋은 경기력이 나온 것 같다.” 이게 핵심이다. 여기에는 감독이 빠져있다. 12년 전에는 전술 부재를 승인했는데 이번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동네 축구에서나 있을 법한 다소 ‘예의’ 없는 질문, 즉 ‘선수들이 집단으로 식중독이라도 걸렸는가’ 하는 질문도 있었는데 홍 감독은 “선수단 내부에 문제 같은 게 없었는데 갑자기 이런 경기력이 나온 것은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역시 감독 자신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과 사퇴 입장문에서 ‘책임’이라는 말을 신경질적으로 그리고 원론적으로 밝힌 정도이니 리더십과 전술 부재에 관하여 그는 승인하지 않았다. 단 한가지, 놀라운 답변이 있었다.

“패배의 원인을 모르겠다”

이 답변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발언이다. 감독이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 누가 알겠는가. 실제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전술 문제를 부정하기 위해서인지 속내를 알 수는 없으나, 대표팀 감독이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다 한 발 떨어진 분석이고 추측이고 인상 비평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한국 축구는 감독이 패인을 모르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급변하는 공격 축구

축구는 골을 넣으면 이긴다. 이 단순한 사실을, 홍명보 감독도 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에 강조했다. 그래서 한편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는데, 말은 맞지만 그것은 감독이 할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골을 넣으면 이기는 단순성을 실천하기 위해 온갖 전략과 비책과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그것을 그는 보여주지 못했다.

‘벤치 1열 직관’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이번 대회만이 아니다. 지난 2025년 10월 10일 우리 대표팀은 브라질과의 평가전에 무려 5:0으로 졌다. 그날 비가 세차게 내렸는데 대승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도 브라질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비를 맞으면서 작전 지시를 했다. 홍명보 감독은 대체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은하계 1위 팀을 이끌면서도 안첼로티 감독은 비에 젖은 채로 실전에 임했는데 홍 감독은 ‘벤치 1열 직관’ 자세였다. 그 이후 8개월 동안 여러 차례의 평가전과 월드컵 본선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왕 얘기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지난 가을의 평가전 대승을 한 후 안첼로티 감독은 홍명보 감독의 스리백 전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후 8개월 동안 홍 감독의 스리백은 진화하지 않았다. 3명의 수비수가 한 몸처럼 라인과 공간을 형성해야 하는데, 본선을 한 달 앞두고 이기혁 선수가 ‘깜짝 발탁’됐다. 그는 물론 열심히 그리고 침착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했지만 다른 어느 포지션보다 정교한 그물망이 되어야 할 수비라인이 한 달 앞두고 설치된 것이다.

최근 발간된 자서전 [요한 크루이프] (지식공작소)에서 요한 크루이프는 이렇게 말한다. “축구는 눈을 크게 뜨고 하는 스포츠다.” 눈을 크게 떠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비유다. 자신의 위치로 공을 굴러올 때, 그가 만약 공격수라면 그는 동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상대 수비수들은 어떻게 이를 차단하려 하는지, 그 공간 감각을 극대화해야 한다.

11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팀 전체로서 유기적으로 움직일 것, 이를 그는 ‘통찰력’이라고 불렀다. 단순히 볼 터치 감각이나 위치 선점 능력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읽고 움직이는 ‘통찰력’, 그것이 우리에게는 부족했다. 크루이프는 “잘 달린다고 해서 될 게 아니”(325쪽)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데이터를 보면 선수들의 운동량은 큰 차이가 없었고 고강도 스프린트는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그런데 통찰력은 없었다. 무의미한 방향으로, 심지어 두세 명을 제쳤는데 실은 패스할 곳이 없어서 후진했을 뿐인 플레이도 자주 반복되었다. 이는 석패한 멕시코전은 물론 첫 경기 체코 전에서도 자주 발견되었으며 마지막 경기 남아공 전의 패인이 되었다.

급변하는 전술도 살펴보자. 프랑스 대 이라크의 조별리그 첫 순간이다. 1백여 년 동안 축구는 ‘킥오프’, 즉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리면 같은 편끼리 패스를 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이라크 선수는 프랑스 진영 깊숙한 곳으로 멀리 차서 아웃시켰다. 그런 후에 일제히 프랑스 진영으로 우루루 몰려들어갔다. ‘킥오프 아웃(Kick-off Out)’ 전술이다. 이라크만이 아니라 카타르, 모로코 그리고 심지어 홈 그라운드의 막강 체력 미국 대표팀도 이 전술을 구사했다.

‘킥오프 아웃’ 전술을 설명하는 한 축구 유튜브(Football TacticDive) 인용 영상을 재인용.

얼핏 보기에 실수한 듯하고 또 가만히 분석히 보면 분명히 리스크가 큰 전술이지만 21세기 중엽으로 치닫는 현대 축구의 강력한 ‘압박 효율성’ 축구에서 이는 경기 초반의 기세를 움켜쥐는 의외의 작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기 진영에서 무의미한 패스를 숱하게 반복하여 ‘공 점유율’을 거의 7대3 이상으로 압도하는 경기, 그러나 그 어떤 날카로움도 속도도 의외성도 없는 밋밋한 공 돌리기보다는 오히려 공을 넘겨주더라도 경기 시작부터 상대방 문전 앞에서 강력한 압박으로 초판의 분위기를 흔들어버리는 이 전술은, 축구가 단순하지만 복잡하며 복잡하지만 단순한 스포츠라는 걸 잘 보여준다.

반대 입장에서 보면, 경기 시작을 자기 진영 깊숙한 곳에서 무의미한 스로인을 하게 된다. 이때 상대방이 강력한 전방 압박 진형으로 몰려 들면 일단 자기 수비수들에게 던져주기 급급하고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골키퍼에게 던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공 간수 능력이나 패싱 능력이 떨어지는 팀이 선호할 듯싶지만 의외로 이 파격적인 전술은 이강인 선수가 뒤는 명문 파리 생제르맹이 2025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도 신속하게 활용하고 있다.

다시 현자의 말씀을 들어보자. 요한 크루이프는 모국 네덜란드의 축구를 비판하면서 “전방을 향해 패스하는 대신 좌우로 공을 돌린다. 그것은 기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공을 경기장의 다른 부분으로 옮기는 것일 뿐”(314쪽)이라고 비판한다. 어쩌면 좌우로 돌리는 것은 그나마 나은 것일지 모른다. 우리 대표팀은 뒤로 옮겼다. 공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만약 그것을 잃었을 때,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것, 그것이 현대의 축구다. 단순하지만 복잡하다. 이 복잡성을 철저히 준비하여 매 경기마다 능란하게 구사하는 것, 그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1974년 FIFA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주장 로베르토 페르푸모와 페넌트를 교환하는 크라위프. 위키미디어 공용.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학생들은 죄가 없다. 어느 교수가 들어가느냐 따라 그 수업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팀원은 문제없다. 팀장이 문제고 본부장이 문제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은, 경기 직후에는 아주 불쾌하다는 듯이 “결과는 감독의 책임”이라고 한마디 툭 던쳤고 다음 날 인터뷰에서는 “모르겠다”고 했다.

다시, 현자는 말한다. 지도자는 경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자신에게서 한 걸음 벗어나 타인을 판단하는 단계에 도달해야”(332쪽) 한다고. 그리하여 언제나 선수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이와 완전히 다른 시각, 즉 감독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여 상황을 바라볼 때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아니, 굳이 현자의 말을 되새길 필요도 없겠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HD 감독 시절인 2022년에, 라커룸에서 미래의 자신을 향한 예언적 행동과 발언을 남겼다.

“이게 팀이야?”

홍명보

아, 지금 그 말이 이뤄지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감독에 의하여.

자기실현적 예언. 그 유명한 홍명보의 “이게 팀이야?” 울산 HD FC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선수단 일상을 담은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푸른파도’ 캡처.

무능과 무책임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골프를 즐긴다. 그의 자서전에서도 기록되어 있고 축구계 사람들과 친선골프를 치는 모습도 자주 노출되기도 했다. 노출이라고 했지만 조금만 검색해보면 정 회장이 전현직 축구 지도자들과 ‘자선 골프대회’를 하는 모습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활동으로 공개된 적이 많다.

물론, 당연히 골프는 죄가 없다. 칼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주방장의 칼을 들고 강도의 나쁜 짓을 하는 게 문제다. 정 회장이 개인의 건강이나 사업의 목적 혹은 축구협회의 필요에 의하여 골프를 치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그는 지난 5월 17일에 강원도의 골프장에서 발견되었다.

이 날은 북중미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일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같은 날 광화문 KT 웨스트 빌딩 온마당에서 최종 명단 26명을 발표하던 날, 정 회장은 골프장에 있었다. 현장에 없었다. 다른 업무로 그럴 수 있지 않느냐 싶겠지만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언론의 취재에 “대표팀과 협회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한 내부 결정”이었다고 대답했다.

오마이뉴스 관련 기사 갈무리.

한마디로 협회와 회장에에 대한 비난 여론이 팽배한 상황이라서 피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게 아니라면 협회 집무실이나 다른 공간에서 협회 고위 간부들과 발표 상황을 보고받으며 진지한 모색을 하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한다. 그런데 강원도로 멀리 이동해서 골프를 치다니. 대

표팀 발표 전후 상황과 그에 따른 언론 및 축구팬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요동을 치는 국면에서, 축구협회와 정 회장은 화려하면서도 절박한 대표팀 출정식조차 치르지 못하면서, 겨우 폐쇄된 발표장에서 지나치게 신중해서 오히려 자신없어 보일 정도로 명단을 발표하는 상황까지 초래한 상황에서, 회장은 저 멀리 강원도에서 골프를 치고 있으니 우리는 이런 경우에 리더의 자격이 있느냐 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숱하게 반복된 일이다. 2023년 3월 1일, 축구인 100인 사면 관련 철회와 정 회장 명의의 사과문이 발표되는데 “저와 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는 요지다. 한편 정 회장은 자서전 [축구의 시대]에서 “사면을 고민했던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썼다. 본인 명의의 공적 사과문은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작성되었는데 역시 본인 명의의 자서전에서는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아쉬움’이 큰 사건으로 뉘앙스가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다음 2024년 2월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관련하여 정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한 내용을 보자. 축구협회와 정 회장은 “큰 실망을 드리고 염려를 끼쳐 사과드린다. 종합적인 책임은 저와 협회에 있다. 축구 대표팀을 운영하는 조직위 수장으로서 모든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한편 자서전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이 축구에서는 ‘실력’이 유일하게 선수들 사이의 위계를 정하는 기준이라는 입장에서 개별 선수들을 존중하고 뛰어난 퍼포먼스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것이 스타일이라고 서술하면서 “그의 자유로운 분위기 조성이 어떤 선수에게는 ‘자유’로만 느껴졌지만, 다른 선수에게는 ‘방종’으로 비쳐진 측면”(정몽규, 2018:300)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앞으로 전국대회나 연령대 대표팀부터 서로 존중하는 ‘원팀’ 정신과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는데, 이는 2024 카타르아시안컵에서의 부진과 팀내 갈등의 원인이 클린스만 감독이 아니라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원팀 정신’이 결여된 선수들에게 있는 것처럼 읽힌다. 이번 북중미월드컵을 마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만 언급한 홍명보 감독 역시 마찬가지의 면피성 발언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시대’를 무능과 무책임의 시대로 퇴행시킨 정몽규(축구협회 회장). 축협 회장 사임을 선언한 상태다.

다음 2024년 4월 26일, 2024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 이후 축구협회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총괄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향후 개선 방안을 찾아내 더 이상 오늘과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요지다.

그러나 ‘개선 방안’을 찾아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황선홍 올림픽 팀 감독의 A 대표팀 임시 겸임, 김도훈 감독의 월드컵 예선 임시감독 그리고 홍명보 감독 최종 선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따라 레거시 미디어는 물론 뉴미디어, 특히 유튜브의 축구 채널에서 날카로운 비판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이에 정 회장은 자서전에서 “자극적인 정보로 수십만 유튜버들이 선동하고 있다. 축구협회가 한 점의 티 없이 운영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축구를 파괴할 수 있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선동’, ‘파괴’ 등 상당히 자극적인 단어의 연속이다. 같은 문단에서 정 회장은 “경기인 출신이 아닌 해외 축구에 박식한 마니아 출신 저널리스트들이 주로 축구 해설을 한다. 그러다보니 감독의 시각과 관점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썼는데 이 또한 뉴미디어 영향력에 대한 정 회장의 비판적인 인식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대표팀과 관련한 축구협회 ‘사태’는 이후로도 더 충격적으로 전개되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가량 임시감독 체제를 유지하면서 축구협회는 이른바 ‘해외파 감독’을 모색하였으나 돌연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였다. 이에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비판 발언을 하였고 축구협회는 이에 공세적인 입장문을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2024년 7월 9일, “박주호 위원이 한국축구를 위해 뽑고 싶었던 감독상과 다를 수는 있으나, 이것을 절차상 잘못되었다고 경솔하게 언급한 것은 부적절한 언행”이며 “결과가 내 예상이나 의도와 다르다고 해서 ‘절차가 아니다’라는 것은 위원으로서 바른 언행이 아닐 것”이라고 쓰면서 법적 조치까지 표명하였다. 박주호 나름의 비판적 의사 표현이 아니라 자신의 ‘기대’와 달라서 유튜브에 비난한 ‘경솔한 언행’ 정도로 축소한 것이다.

홍명보가 아닌 현 캐나다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제시 마시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축협 위원들은 제시 마시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박주호. : 2026. 6. 26. JTV 갈무리.

일본의 비전과 축구의 미래

유럽축구연맹은 지난 20일, 일본축구협회와 ‘축구 지속가능성 전략 2030’에 기반한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일본축구협회가 그동안 추구해 온, 축구를 통한 인류의 지속가능성 프로젝트인 ‘아수패스!’를 함께 공유하고 지원하기 위한 협정이다. 일본축구협회는 유럽 축구의 모범 사례를 활용하여 사회 및 환경적 노력을 강화하고, 47개 지역 협회, 파트너 기관 및 더 넓은 축구계와 유럽축구연맹 지침을 공유하고 확산할 예정이다.

이게 왜 중요한 판별 기준인가. 알렉산더 체페린 UEFA 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축구의 지속가능성은 명확하고, 실용적이며, 행동 ​​지향적이어야 한다. 자원을 덜 사용하고, 낭비를 줄이며, 다음 세대를 위해 축구와 그 주변 환경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환경 보호뿐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 교육, 지역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며, 축구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경기장을 넘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자, 이런 말들을 한국 축구계에서 들어본 적 있는가. 범위를 더 넓혀서, 대한축구협회는 물론이고 정부 즉 문체부 차원에서라도 이런 단어가 나온 적 있는가. 다시, 체페린 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일본 축구는 존중, 규율, 공동 책임, 그리고 더 넓은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같은 지속가능성에 필수적인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들은 일본 전역에서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방식, 조직 방식, 그리고 지원 방식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는 공유된 가치들을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기고, 서로에게 배우며, 축구와 사회에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그동안 축구협회는 유럽에 현장 사무소를 설치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나 홍명보 현 감독도 유럽 현지에서 선진 축구의 흐름을 판별하고 유럽파 선수들을 상시 체크할 수 있는 사무소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그러나 ‘기술’에 한정되어 있다. 반면 일본축구협회는 ‘인류 공통의 미래를 위해 축구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노력해왔고 이번에 유럽축구연맹과의 협약을 통해서 그 프로세스와 방법론과 확산 로드맵’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조직의 가치와 방향 그리고 그것을 이끄는 리더십의 취약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일본축구협회는 ‘2030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 축구의 실력과 산업과 월드컵의 가능성을 높게 잡고 치밀하게 추진해왔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축구는, 아주 가까운 사례만 봐도 클린스만에서 홍명보로 이어지는 과정 및 축구협회의 ‘회장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축구협회는 기술과 실력 향상을 넘어서서 축구를 통해 고립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소멸을 예방하고 청소년들의 희망의 진로를 찾아내고 축구인들이 더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직업 창출을 모색하고, 이 모든 것을 통해 ‘지속가능한 인류 공동체’를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는 월드컵 대표 명단을 발표하는 날, 회장이 강원도에서 골프를 쳤다. 협회, 그것도 회장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 되는 ‘오너 리스크’ 상황이다, 그리고 월드컵은 실패로 끝났고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들어왔으며 감독과 회장 또한 무능과 무책임의 태도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이게 팀이야, 이게 협회야!

월드컵 우승을 위해 조금씩 나아가는 일본 축구. 이제는 결코 허황된 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브라질과의 32강전에서 1-2로 아쉽게 석패했지만, 모든 축구 팬들로부터 박수받았고, 특히 한국 축구 팬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일본 축구대표팀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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