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한동안 제한되었던 야구 관람이 재게되었습니다.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고 백신을 접종한 일부는 정해진 구역에서 ‘치맥’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는 야구장을 방문해 선거유세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환영받지 못한 모임도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시민들이 불평등한 사회를 지적하며 집회를 열고자 했지만 ‘방역’을 이유로 좌절되는 일이 있습니다. 시민들의 집회 덕분에 정권 창출의 기회를 얻은 문재인 정부에서 말입니다. 다행히도 집회의 자유를 저지하는 방역 지침의 집행을 정지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최종연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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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하에서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온 지가 벌써 내년이면 2년이 되어갑니다. 그 동안에 많은 시민들은 2020년 작년 보수세력의 ‘광복절 집회’와 뒤이은 수도권의 폭발적인 감염 확산을 야기했다는 많은 언론보도를 보셨을 것입니다.
또, 지난 11월 13일, 민주노총이 서울시의 전면 금지에도 불구하고 ‘전국노동자대회’를 불시에 동대문에서 개최했고, 그 일대 교통이 마비되어 결혼식에 늦었다는 사연도 언론에서 접하셨을 것입니다. 아무리 ‘위드 코로나’라고 하더라도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해 집회·시위는 더이상 불가능한 것일까요? 보수세력이든 민주노총이든 모두 마찬가지로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일까요?
법원, 서울시와 경찰이 금지한 택배노조 집회 허락
이번 판결 비평의 대상 사건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도 CJ대한통운 앞에서 일감이 끊긴 택배노동자가 단식까지 하는 상황을 들며 ‘생존권 보장’과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를 목적으로 삼았고, 참가 인원은 49명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에서 부여된 지자체장의 집회 금지 권한을 근거로, “현재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서울시 내 전 지역에서 집회금지 조치를 실시중이다”라는 이유로 택배노조의 집회신고를 금지 통보하였고(2021아12597), 남대문경찰서도 금지처분을 내렸습니다(2021아12604).
그러나 법원은 서울시와 경찰의 금지처분 효력을 정지시키고, 택배노조의 집회를 허락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집행정지결정은 국정농단사태 촛불집회에서도 있었고, 당시에도 덕분에 광화문을 넘어 집회·시위가 가능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집회의 장소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금지된 집회가 집행정지결정으로 인해 가능해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법원은 왜 코로나19 시국 하에서 집회를 가능하게 한 것일까요? 우선 법원은 지자체장이 집회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예상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로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이고,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그 유명한 야간집회금지 위헌 판결에서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를 통하여 형성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사에 영향을 줄 자유를 포함한다”고 확인했습니다. 즉, 집회는 본질적으로 사람들 눈에 보여야 하고 이를 통해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감염병 상황 하에서도 집회의 본질은 제한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서울시가 아무리 거리두기 4단계 상황이라 하더라도, 집회 시간·규모·방법을 불문하고 서울시 내 모든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는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넘어서는 과도한 제한에 해당하여 그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집회에 대한 허가제는 헌법에서 엄중하게 금지하는 대상인데(헌법 제21조 제2항),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그보다 더 집회의 자유를 제한했다는 것입니다.
위드코로나 시대의 집회
동시에 법원은 우리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이 전 국민의 60%를 넘어섰고(2021. 11. 19. 현재 접종 완료 인구 비율은 77.9%), 축적된 감염 사례의 추적·관찰을 통해서 감염 위험성이 높은 장소와 행위를 구별해서 예방 수칙을 정할 수도 있으며, 실외 집회는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성이 실내 모임보다 낮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만약 집회 참가자들이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등 규칙을 지키면 공공의 이익을 중대하게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이런 법원 판결은 처음이 아닙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올해 8월까지 집회금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신청 31건 중 10건이 승소하였습니다. 서초경찰서는 2021년 10월 한 달에만 보수단체의 집행정지신청에 연속 네 번을 졌다고도 합니다(10. 26. 국민일보). 2020년 8월 의사 총파업 이후 추적관찰을 해보니 거리두기와 마스크 등 방역수칙을 지키면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좋은 연구사례도 있었습니다.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면서 집회를 하겠다는데 이를 전면 금지하지 말라는 것이 법원의 결론입니다.
지금까지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니 다른 자유는 잠시 접어두어도 된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뤄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자영업자들의 원성과 높은 폐업율만 보더라도 이제는 표현의 자유 제한이 한계에 다다른듯 합니다. 문제는 코로나19 하에서 오직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절대적 목표로 여겨지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경우처럼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떠한 목소리를 내고 싶은 경우가 있더라도 집회·시위의 자유가 봉쇄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심야에 여의도 등에서 차량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실제 이를 ‘자영업자들이 어떤 내용을 주장하는구나’라고 현장에서 알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집회·시위가 가능할까요?
정부는 당장 집회 등 행사 인원을 100명 미만으로 제한하면서, 접종 완료자만 모이면 500명 미만까지 허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집회를 하려는 쪽에서는 당장 “축구장·야구장에는 수만 명씩 모이면서 왜 집회만 막느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예전의 촛불집회와 같은 대규모 집회는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방역을 위한 조건을 달고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는 방향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