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포인트] 김정태 퇴직 공로금 50억 원과 조정호 3626억 원 감액 배당… “금융은 준공공사업, 공적책임 다해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메리츠증권을 겨냥한 비정기(특별) 세무 조사에 나서자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청 조사4국은 비자금 조성, 횡령, 탈세 등 특정 혐의를 포착해 심층 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재계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리는 곳이다. 국세청이 특별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세정 당국의 칼날이 금융권 전반으로 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이재명 정부는 ‘이자 장사’로 배를 불려온 금융권의 인적 쇄신과 구조 개혁을 줄곧 강조했다.
- 대통령 이재명은 지난 6일 정부의 엄격한 인허가를 거쳐야 하는 은행업에 관해 “다른 금융기관들 못 만들게 제한해서 독점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 금융기관 목표는 수익성과 공공성 양쪽 모두에 있는데 공공성이 너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김용범(청와대 정책실장)도 “금융은 완전한 자유 시장이 아니다. 국가의 면허를 받고 공적 자금 지원 아래 작동하는 제도적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 서울청 조사4국은 대통령 발언 직후인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사와 하나금융에 대규모 조사 인력을 투입했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은 지난 2022년 정기 세무 조사를 받은 적 있다. 통상 정기 세무 조사 주기가 4~5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번 세무 조사는 이례적이다. 국세청은 오는 9~10월까지 고강도 조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회장의 퇴직 공로금 도마 위.
- 국세청은 하나금융이 거둔 막대한 수익이 어디로 흘렀는지 보고 있다. 경영진의 고액 연봉, 퇴직자 고액 자문료, 김정태(전 하나금융 회장)에게 지급된 50억 원 가량의 퇴직 공로금 등도 조사 대상이라는 후문이다.
- 성과와 보상 사이 객관적 기준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지급된 급여, 퇴직 임원들에게 지급된 거액의 자문료가 실제 용역 제공 없이 법인세를 줄이기 위한 가공 비용이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 하나금융은 올 1분기 1조 2,000억 원을 상회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14년 만의 분기 최대 실적이다. 증시 호황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메리츠증권 ‘세금 탈루’ 포착했나.
- 조사4국은 11일엔 서울 영등포구 메리츠증권 본사에도 조사 요원을 보내 회계 자료와 내부 재무 자료 등을 확보했다. 특별 세무 조사 범위가 증권업계로 확대됐다.
- 조사4국은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투자은행(IB)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에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 앞서 메리츠증권은 내부 통제 부실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진 적 있다. 메리츠증권에 재직하면서 가족 회사 명의로 1000억 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임원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8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메리츠증권 조정호의 감액 배당.
-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은 메리츠금융이 조정호(메리츠금융 회장) 개인에게 거액의 현금을 세금 없이 편법으로 몰아줬는지 등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다. 조정호는 메리츠금융 지분의 58.21%를 가진 대주주다.
- 메리츠금융은 2022~2023년 자본준비금 2조 7,500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여 총 6,890억 원을 감액 배당했다. 조정호는 이 가운데 3,626억 원을 세금 없이 수령했다. 일반 배당이었다면 세금 1,800억여 원을 냈어야 했다.
- 일반 배당은 영업 활동 등을 통해 얻은 이익잉여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준다. 감액 배당은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뒤 배당하는 방식이다. 일반 배당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지만 감액 배당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자본준비금을 배당에 활용한 만큼 기업의 자본건전성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차규근(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감액 배당에도 일반 배당과 동일하게 과세하는 내용의 ‘조정호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금융은 준공공사업, 공적책임 다해야.”
-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은 이재명 정부 금융 정책 기조다. 생산적 금융은 금융이 주도해 신성장 동력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용 금융은 중저신용자, 소상공인, 청년 등 금융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재기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 이재명이 재차 ‘포용 금융’을 강조했다. 이재명은 12일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 연체 채권 추심을 “원시적 약탈 금융”이라 공개 비판했다. 그러자 신한카드와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카드, KB국민은행 등이 즉각 장기 연체 채권 정리에 나섰다.
- 이재명은 14일에도 “법정이자 초과 대출은 무효, 이자율 60%이상이면 원금도 무효. 갚을 필요 없고 그렇게 빌려준 업자는 형사 처벌까지 받는다”며 “금융은 민간 영업 형태이지만 국가 발권력과 독과점적 인허가에 기반한 준공공사업이다.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서민 금융, 포용 금융을 신속하게 그리고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관치금융 우려는 여전.
-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성인(전 홍익대 교수)은 지난해 슬로우뉴스 인터뷰에서 “부자한테 이자 0.1%를 더 높여받자는 건 경제 교과서에서 찾을 수 없는 듣도 보도 못한 관치금융”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은 고신용자 금리를 높이고, 대신 저신용자 이자 부담을 낮춰주자고 말한다.
- 금융권 전반을 길들이기 위해 사정 당국을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언론도 “하나금융지주 및 하나은행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는 절제력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권 차원의 표적 세무조사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 메리츠증권은 지난 3월 국세청이 개최한 제60회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국세 3000억 원 탑’을 수상했다. 고액 납세로 국가 재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지 불과 2개월 만에 세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 금융업 관계자는 “정권은 임기 초 금융권 팔을 비틀고 선심성 정책을 펼치지만 그 결과가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