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슬로우 포인트] 뉴욕시가 추진 중인 ‘별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문제는 이름과 주소, 부동산 가치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일방적으로 웹사이트에 노출한 집행 방식. 과세 대상 입증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긴 것도 문제가 됐다. (⏳4분)

뉴욕시가 부유층을 겨냥해 신설한 피에다테르 세금(Pied-a-Terre tax, 일명 ‘별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피에다테르’는 프랑스어로 세컨드 하우스를 뜻한다. 뉴욕시가 고가의 비거주용 주택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지난달 1일 시행됐다.

세율이나 과세 대상 문제가 아니라 집행 방식이 발목을 잡았다. 뉴욕시는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웹사이트에 기습적으로 부동산 명부를 올렸는데, 90만 명이 넘는 뉴욕시 주택 소유자 이름, 거주지 주소, 부동산 평가 가치(시장 가치)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

뉴욕주 1심 법원의 웨인 오지 판사는 “세법에 따른 정당한 조사와 적법한 고지를 하기 전까지는 이 명부와 우편 통지서를 바탕으로 세금을 부과·징수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원고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웹사이트에 게시한 명부를 내리라고도 명했다.

뉴욕시는 당일 항소 신청서를 제출한 만큼 뉴욕주 민사소송법에 따라 오지 판사의 임시제한명령(TRO) 효력은 정지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원고 측 대리인은 “뉴욕시는 법원의 TRO 명령을 무시하며 법정을 모독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 원고는 레이첼 오브라이언, 카민 모라노, 사이먼 헤들리 등 3명으로 이들 모두 뉴욕 주택에 사는 장기 거주자들이다.
  • 피고는 뉴욕시,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 뉴욕시 재무국, 재무국장 리처드 리 등 4명이다.
조란 맘다니(뉴욕시장). 뉴욕시.

이게 왜 중요한가.

  • 행정 편의주의가 정책 신뢰를 추락시켰다.
  • 통상 세금 부과를 위해선 과세 당국이 실제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 조사하고 판단한 뒤 그 결과를 집 소유주에게 통지하고, 이의가 있을 경우 소명을 듣는 절차를 가진다.
  • 그런데, 뉴욕시는 “귀하의 재산은 추가 과세 대상일 수 있다. 면제 받으려면(exemption) 신청하고 증빙 서류를 제출하라. 그렇지 않으면 세금이 부과된다”고 통보했다. 과세 대상 입증 책임은 당연히 과세 당국에 있는데, 그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긴 셈이다.

별장세란?

  • 캐시 호컬(뉴욕 주지사)가 뉴욕시 재정 적자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별장세를 제안했다.
  • 뉴욕주는 지난 5월 관련 법안을 승인했다. 별장세 부과 대상은 시장 가치 기준 ‘단독 주택 500만 달러, 주택 협동조합·콘도 100만 달러 초과하는 부동산’ 가운데 비거주 주택이다. 단독 주택에 부과하는 세율은 0.8% ~ 1.3%, 협동조합·콘도에 부과하는 세율은 4~6.5%에 이른다. 연간 최소 5억 달러(약 7000억 원) 세수가 걷힐 것으로 관측됐다.
  • 뉴욕시 재무국은 법 시행 중인 지난달 24일 돌연 웹사이트에 90만 명의 기록이 담긴 추가 부동산 평가 명부를 게시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 웨스트에 위치한 협동주택 단지들. (왼쪽부터) 매제스틱 , 다코타 , 랭햄 , 샌레모. 위키미디어 공용.

무차별 통지서 살포 논란도.

  • 맘다니는 지난달 23일 “뉴욕시에 500만 달러(71억 원)가 넘는 세컨드 하우스가 있다면 우편함을 확인하라. 우편물이 와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마사 스타크(전직 뉴욕시 재무국장) 분석에 따르면, 뉴욕에서 시장 가치로 별장세 부과 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은 총 2만 4,000채 안팎에 불과하다. 이들 가운데 압도적 다수는 실거주용이다.
  • 그런데도 뉴욕시 재무국이 별장세 가격 기준 충족 주택의 70%가 넘는 1만 7,000가구에 통지서를 무차별 살포했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뉴욕시가 실거주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우편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 원고 중 한 명인 사이먼 헤들리는 맨해튼 자택을 10년 이상 소유하고 15년 넘게 실거주해온 시민이다. 그런 그도 “기한 내에 면제 신청을 하고 증빙 서류를 내지 않으면 추가 세금이 부과된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 원고들은 “멀쩡히 내 집에 잘 살고 있는데 졸지에 개인 정보가 인터넷에 박제됐고, 복잡한 면제 신청 절차를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맘다니 “시 집행력 의심하지 않아.” vs. 트럼프 “별장세 반드시 막는다.”

  • 매트 라우센버그(뉴욕시 대변인)는 “우리는 법원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피에다테르세와 이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할 시의 역량에 대해 확신한다”고 했다. 뉴욕시는 법원 명령 직후 법원에 항소 의사를 밝히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 뉴욕시는 항소했기 때문에 뉴욕주 민사소송법에 따라 오지 판사 명령의 효력은 정지됐다는 입장이다. 웹사이트에 업로드한 부동산 관련 개인 정보도 그대로다.
  • 원고 측 대리인 랜디 마스트로는 “뉴욕시의 별장세 시행 계속 방침은 법원 명령을 무시하겠다는 명백한 선언으로 이는 무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항소에 따른 효력 정지는 적극적 이행을 요구하는 명령에만 적용되는 것이지, 이번 사건처럼 금지 명령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법원 명령은 가처분 성격의 긴급 조치다. 별장세 취소 등 본안 심리는 시작도 안 했다.
  • 트럼프(미 대통령)는 11일 “이 세금으로 거둬들이게 될 돈은, 뉴욕시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수만 명이 냈을 세금에 비하면 매우 적다. 이 세금은 뉴욕시와 뉴욕주에 막대한 손실을 안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방 정부가 이 재앙을 막을 법적 권한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뉴욕이 더러운, 범죄가 들끓는, 조롱거리로 전락하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백악관.
  • 맘다니는 “뉴욕시에서 죽음, 세금, 그리고 랜디 마스트로가 이 행정부(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고 했다. 벤저민 프랭클린 격언 “이 세상에서 확실한 건 죽음과 세금뿐”을 인용한 것으로, 원고 측 대리인 마스트로는 원래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자주 거는 인사라는 걸 우회적으로 비꼰 발언이다.
  • 랜디 마스트로(Randy Mastro)는 유명 변호사로 전임 시장 에릭 애덤스 재임 시절 부시장을 맡았고, 연거푸 소송으로 맘다니 행정에 맞서고 있다. 뉴욕 건물주를 대변해 임대료 동결 조치를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맘다니에 ‘소송’으로 맞서고 있는 전 뉴욕부시장 랜디 마스트로(2025년 당시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함의: 세금 부과? 섬세한 설득, 꼼꼼한 절차 확인이 필요하다.

  • 이 사건 교훈은 세금 부과에 아무리 신중함을 기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초고가 주택을 가진 극소수 시민을 상대로 징수한대도 법 절차를 건너뛰면 사법부로부터 ‘철퇴’를 맞을 수 있다.
  • 막강한 조세 징수권을 갖고 있던 17세기 프랑스 정부도 징세의 기술을 “거위가 소리를 덜 지르도록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에 비유했다. 그만큼 조세 저항은 필연적이다. 정치가 납세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이 문제가 남는다. 비거주 1주택자나 다주택자를 악마화하고 조롱하면서 징수한다는 것은 역풍을 부르기 딱 좋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