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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의 북라이딩] 3대 그래픽 노블로 평가받는 ‘페르세폴리스’와 작가 마르얀 사트라피, 그 삶의 편린들. (⏳4분)

🎠마냐의 북라이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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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얀 사트라피, ‘페르세폴리스’ (2000)


거의 20년 만에 다시 읽었고, 끝내 리뷰를 남긴다. 그럴만한 책이다. 이란 전쟁을 지켜보는 마음이 서늘해지면서, 이란 사람들을 조금 더 가깝게 들여다보는 책을 나누고 싶었다.

3대 그래픽 노블의 작가

이란 출신 마르얀(혹은 ‘마르잔’) 사트라피의 그래픽 노블 『페르세폴리스』(‘페르시아의 도시’라는 뜻)는 혁명과 전쟁의 시기를 보낸 소녀의 성장기를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혼란스러운 혁명 시절과 이란-이라크 8년 전쟁을 겪으면서도 자유에 대한 저항을 이어간 소녀가 주인공이다. 이란을 전쟁, 석유, 분쟁지역 같은 개념으로만 접하는 시절에 책은 다른 이란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웃고 사랑하고 저항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게 만든다. 무거운 주제인 정치, 난민, 여성 인권 문제를 흑백의 단순하고 강렬한 그림체로 풀어냈다.

저자는 2003년 프랑스에서 책을 냈는데, 사실 반서방 이란 체제에 마뜩잖았던 서방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반긴 측면도 없지 않다. 출간되자마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해 타임지 선정 최고의 만화였고,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아트 슈피겔만의 『쥐』와 함께 3대 그래픽 노블로 꼽히면서 이미 클래식 반열에 올랐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도 받았다.

주인공 마르얀은 격동의 시기 속에서도 할 말은 하고, 유머와 존엄을 잃지 않는 소녀다. 자유롭게 뛰어놀던 아이에게 어느 날 히잡을 써야 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을 텐데, 열 살의 마르잔은 자신이 아예 선지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한마디로 웃기는 꼬마였다.

그는 아주 작은 것으로도 저항을 표현했다. 무엇을 입느냐가 이데올로기를 규정하는 분위기에서, 히잡 길이를 1cm 줄이고 머리카락을 몇 가닥 드러내는 데 필사적이었다. 여자의 머리카락이 남자를 유혹하는 죄악의 근원으로 치부되는 상황에서 그는 말한다:

“말씀하신 대로 여자 털이 그렇게 자극적이라면 선생님은 콧수염을 꼭 깎으셔야겠네요.”

자신의 반체제 성향을 어떻게든 지켜내는 방식은 소소하지만 절절하다. 그는 필사적으로 버티면서도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질풍노도의 시기 내내 유머와 존엄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분투에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마르얀의 성장기

부모는 매우 진보적이었다. 왕의 먼 후손인 엄마와 엔지니어인 아빠는 부유했지만, 반체제 시위마다 쫓아다니는 광장의 시민이기도 했다. 엄마는 딸을 원리주의 반대 집회에 데리고 가면서 “이란 여성으로서 자기 권리를 수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대는 가혹했다. 1969년생인 그는 열 살 때 이란혁명을 겪고, 열한 살 때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 8년간 전시 상황을 버텨야 했다. 그녀의 삼촌도 정치범으로 처형당했지만, 열여덟 살 소녀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체포되어 재판도 없이 바로 처형되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마르얀은 입을 다물지 않았다. 학교 교사가 “이슬람 공화국이 세워진 후로는 정치범으로 수감된 사람이 없다”고 하자 바로 맞받아친다.

“선생님. 우리 삼촌은 샤(왕정) 때는 감옥에 있었는데, 이슬람 정권에서 사형당했는데요. 샤 때는 3000명이던 정치범이 지금은 30만 명에 육박해요.”

부모는 열네 살 딸을 혈혈단신 유럽으로 유학 보내려고 애썼다. 딸의 자유로운 성품이 꺾이지 않기를 바랐고, 무엇보다 전쟁의 포화를 피하기를 원했다.

전쟁은 현실을 영화보다 더 극적으로 만든다. 학교에서는 남자아이들에게 열쇠를 나눠줬다. 전쟁에서 싸우다 영광스럽게 죽으면 천국에 들어가는 열쇠라고 했다. 천국에는 금과 다이아몬드로 지은 집에 살면서 많은 여자를 만날 수 있다는 식이다. 마르얀은 “순교자로 죽는 것은 사회의 동맥에 피를 주입하는 것”이라는 구호에 몸서리쳤다. 또래 소년들이 일찌감치 끌려가서 죽는 게 무슨 순교인가.

정치범으로 투옥 중이던 친구 아빠는 전투기 파일럿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쟁에 동원됐다가 전사한다. 친구는 “난 죽어서 영웅이 되는 것보다 감옥에 있어도 살아 계시는 게 더 좋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순교, 누구를 위한 전쟁 영웅인가. 옆집에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걷는 전쟁 속 시민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르얀 사트라피의 실제 모습과 그가 그린 자신의 모습.

말콤 X보다 마이클 잭슨이 위험한 나라에서 살아남기

우리도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두발 규제, 미니스커트 규제처럼 시민의 몸과 일상을 통제했다. 이란에서는 무엇을 입느냐가 이데올로기다. 길거리에서 난데없이 끌려가는 시민들의 규칙 위반은 하찮다. 하지만 종교적 규율과 태형 같은 신체형이 더해지면 별것 아닌 일로 끌려가 사람이 망가진다. 이란만의 특수한 역사라기보다, 국가가 개인의 몸과 취향, 일상에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가를 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엄혹한 시절이라 해도 사람들이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이란도 다르지 않다. 날마다 아슬아슬하고 언제 붙잡혀 갈지 모르지만, 밀주를 만들어 술을 마시며 파티를 이어가는 이들이다. 할머니까지 남녀노소 모두 함께 춤추는 장면을 보면 흥을 아는 민족. 마르얀의 엄마 아빠는 터키 여행을 가면서 당시 서구 팝스타 포스터를 사다 달라는 딸의 부탁에 외투 안감을 뜯어 포스터를 넣어온다. 마이클 잭슨 배지를 달고 다니던 마르얀은 혁명수비대 단속에 걸리니까 “흑인 무슬림 지도자 말콤 엑스”라고 거짓말로 위기를 넘긴다. 일상이 날마다 스릴러고 액션영화, 블랙코미디다.

부모의 노력으로 전쟁통 이란에서 벗어나기는 했는데, 프랑스어를 아는 그녀가 어쩌다 보니 독일어를 쓰는 오스트리아로 갔다.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4년 간의 유학 생활도 파란만장 그 자체. 그는 이란에서는 서양 여자였고, 서양에서는 이란 여자였다. 정체성이라곤 없었고. 왜 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는 시절이다. 그러나 역사적 격랑 속에 빛을 잃지 않는 것이 있다. 인간은 주변의 온기 덕에 살고, 자유 덕에 숨 쉰다. 마르얀은 우리가 모두 그러했듯 처절하게 교훈을 얻는다. 끝내 프랑스에 정착한 그녀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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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3대 그래픽 노블이라는 표현은 아마도 국내 출판사(휴머니스트)에서 책 마케팅을 하면서 사용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혹, 출처가 있다면 확인이 필요할 것 같네요.
    오피셜한 순위(?)는 아니지만 goodreads에서 정치적 주제를 다룬 그래픽 노블 중 1, 3위가 쥐(Maus), 페르세폴리스(Persepolis)이긴 합니다만, 팔레스타인(Palestine)는 13위입니다.
    https://www.goodreads.com/list/show/8747.Best_Political_Themed_Graphic_Novels

  2. 미상 님께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랭킹은 흥미로운 한편으로 상업적인 효용이 분명하기는 하지만, 본질에서는 부질 없고 의미 없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검색하니(구글) 말씀하신 팔레스타인을 3대 그래픽 노블로 검색 결과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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