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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8·3 세제 개편안에 뿔이 난 강남 거주 노인들이 14일 국회를 찾아 정부 정책을 성토했다.

서울 강남구 갑 국회의원 서명옥(국민의힘)이 이날 부동산 세제 개편안 긴급 진단 토론회를 열면서다. 지역구 주민들도 참석한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세금 못 내서 쫓겨난다는 강남 부자’ 프레임은 주로 보수 언론과 진영이 ‘보유세 강화’에 반대 논리로 내세우는 주장이지만, 현금 흐름이 부족한 은퇴 고령층이 초고가 주택 처분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도 현실이다.
  • 8·3 세제 개편안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실거주 1주택자 기준으로 시가 20~30억 원 구간은 종부세 부담이 줄어드는 감세 혜택을 받고, 20억 원 이하 주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40~50억 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은 과세가 강화된다.
  • 강남 노인으로서는 불만을 가질 만하다. 집을 매각한다고 해도 양도세 공제 혜택을 줄이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지금 사는 곳보다 하급지로 갈 수밖에 없다.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이게 약탈이 아니고 뭐냐”고 반발했다.

은퇴자 안태훈의 이야기.

  • 70대 안태훈은 과거 공공기관에 근무하면서 강남 아파트를 산 뒤 23년 동안 살고 있다. 강남에 사는 또 다른 8명과 함께 국회를 찾았다. 8명은 40~50년 거주한 주민이다. 안태훈은 자신을 ‘병아리 장기 거주자’라고 소개했다.
  • 안태훈은 정년퇴직한 지 15년됐다. 그 사이 모아 놓은 돈은 거의 다 썼다. 국민연금으로 나오는 160만 원과 개인 연금으로 살고 있다.
  • 올해 예상되는 보유세 총액은 1,000만 원 이상이다. 국민연금 대부분을 보유세로 내고 있는데, 세금과 생활비가 버겁다 보니 은행 대출 2억 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그것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 안태훈은 “고가의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그만큼 내야 하지 않느냐 이렇게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현금 소득이 없는 사람은 다른 생활비를 쓸 수가 없다. 집을 팔려고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대출 규제로 시장이 너무 경색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양도세+보유세 덫에 제대로 걸렸다.”

  • 8·3 세제 개편안을 보면, 정부는 주택을 오래 갖고 있으면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장특공)를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꿀 계획이다.
  • 자신이 소유한 집에 거주하는 1가구 1주택자는 내년에는 기존처럼 금액 한도 없이 최대 80% 공제받을 수 있다. 2028년부터는 공제액에 한도가 생긴다. 2028년 20억 원, 2029년부터는 10억 원까지만 깎아준다. 이 경우 실거주하고 있는 1가구 1주택도 초고가 주택이라면, 양도세가 크게 상승한다.
  • 현행 1가구 1주택 종부세는 나별(고령자) 공제와 보유 기간별 공제를 합해 최대 80%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종부세 세액 공제가 최대 800만 원으로 제한되고, 2028년부터는 600만 원까지만 세액 공제 가능하다.
  • 안태훈은 “양도세도 캡(한도)을 씌우고, 보유세 세액 공제도 제한하면서 제대로 덫에 걸린 모양새”라며 “집도 안 팔리는 상황에서 2028년, 2029년이 되면 양도 차익 대부분을 국가가 회수해 가는 구조다. 이게 약탈이 아니고 뭐겠느냐”고 분개했다.

세법 개정 막지 못하면 국힘 다 사퇴하라.”

  • 안태훈은 세 가지를 요구했다.
  • 첫째, 종부세 세액 공제 상한선(600만 원)을 폐지해 달라.
  • 둘째, 장특공 캡(10억 상한) 폐지 또는 예외 적용이다. 장특공 혜택 축소가 꼭 필요하다면 은퇴 고령자나 1주택 장기 보유 거주자에 대해서는 기존 혜택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예외적 조치를 만들어야 한다.
  • 셋째, 보유세를 취득 가액에 연동해야 한다. 보유세를 현재와 같은 공시 가격이 아닌 취득 가액과 연동해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납세자가 미래에 낼 세금을 미리 예측할 수 있고, 자기 능력에 맞춰 주택을 매수한 뒤 장기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안태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진만 찍고 토론회장을 다 빠져나갔는데, 세금은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주제다. 이런 세법 개정안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 사퇴해야 한다”며 “총사퇴로 맞서야 할 만큼 중대한 문제다. 그런 결의를 해 달라”고 했다.

“노인과 청년이 공존하는 해법이 필요.”

  • 이날 토론회엔 정책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창무(한양대 도시공학과)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과도한 다주택자 규제의 결과물이지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고 했다. 근본 원인은 그대로 놔둔 채 현상을 규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이창무는 아파트형 다가구 주택, 재건축 시 ‘1+1 분양’ 제도 등을 활용해 “고령층이 도심에서 쫓겨나지 않으면서도 청년층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벼랑으로 내몰리는 주거 취약 계층.

  • 김인만(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시가 35억 이하 1주택 실거주자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감세 혜택을 받는데, 왜 감세하는지 연유를 모르겠다. 응능부담의 원칙을 위배한다”면서 “실거주를 유인하는 세제 개편으로 인해, 쫓겨나거나 세금이 전가될 무주택 세입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 김인만은 보유세를 인상할 경우 양도세 및 상속·증여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다주택자들에게 출구를 열어줘야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취지다.

청년이 도심 중심부에서 멀어진다면.

  • 이동현(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실거주 우대로 임대 주택이 자가로 전환되고 기존 세입자가 그 집을 매입한다면 긍정적일 수 있지만, 부모 지원 없는 청년이 주택 매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전월세 시장 경색으로 청년이 도시 중심지에서 멀어지게 되면, 국가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 신현섭(현영세무회계 대표 세무사)은 “종부세는 주택 보유자의 담세력에 따른 세 부담 상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소득 없는 세대는 사실상 양도 또는 대출이라는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다. 이는 1가구 1주택자 거주를 보장하고, 가계 대출을 감소시킨다는 정책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양도를 강제하는 세 부담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 절반, “8·3 세제 개편안, 부정적 영향 미칠 것.”

  • 초고가 주택 거주자뿐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세제 개편안에 불만이 다.
  •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재명(대한민국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4%, 부정 평가는 46%로 나타났다.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이 꼽은 가장 큰 실책이 ‘부동산 정책’(30%)이었다.
  •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부동산·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을 묻는 조사도 부정적 응답이 많았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45%,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24%였다. ‘영향이 없을 것’은 12%였다.
  • 이재명은 지난 2월 “부동산 정상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계곡 불법 시설 정비나 주식시장 정상화보다는 쉬운 일”이라며 자신했다.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다”면서 “다주택을 유지하든, 비거주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든, 평당 3억 원씩 하는 초고가 주택을 보유하든 자유이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에 따른 위험과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부동산 정책과 여론이 이재명 정부 성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창무는 “부동산 정책 방향은 많은 사람들을 달래면서 포용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한 사람 마음에 의한 외골수적 속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거주 1주택, 다주택자, 초고가 주택 등을 공공의 적으로 삼은 이재명의 정책 리더십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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