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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 특집 판결비평 ①] 질서유지선과 교통소통을 위한 집회·시위의 제한 – 위험하지 않은 집회·시위도 예외없이 처벌해야 하는가? (홍종현 / 국립경상대 법학과 교수) (⌚8분)

2016년과 2024년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민주주의를 부정한 두 명의 대통령을 탄핵하기까지, 집회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핵심적 기본권임을 거듭 확인하였습니다. 독재를 꿈꾸는 위정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들 때, 불의에 항의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언제든지 모일 수 있고 외칠 수 있도록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여전히 집회를 억제하고 관리하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평화적 집회를 집시법이 온전히 구현할 수 있도록 규제와 관리 위주의 집시법은 대폭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헌법적 요구에 부합하지 않으며 법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법원 판결들을 선정해 ‘집시법 특집 판결비평’을 진행합니다.

사드배치 반대 집회를 개최하면서 군차량을 막은 소성리 주민 사건과, 노동절 집회를 개최하며 도로를 점거한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건에서 법원이 사실관계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 1, 2심 등에 다른 양형을 선고했습니다. 두 사건 다 사전에 적법하게 집회신고를 하였으며 폭력행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교통정체를 야기할 정도도 아니었습니다. 법관의 판단이 달라지면서 양형이 달라진 것입니다. 홍종현 교수는 위험하지 않은 집회·시위에 대해서도 형벌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 집시법과 엇갈린 법원 판단이 내포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 봅니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형성을 위해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고, 집회·시위를 통한 집단적 의사표현의 자유는 헌법제21조가 보장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다.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시위가 아니라 시위를 두려워하는 권력이고, 침묵을 강요당한 광장은 빛을 잃어버리게 된다.

3.15 부정선거에 항의한 4.19 학생의거, 5.18 민주화운동, 6.10 시민항쟁,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에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수호했다. 그러나 이 자유를 구체화한「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률」(이하”집시법”)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긴장관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집시법의 변화, 그 문제점과 파급효과

헌법재판소는 2009.9.24. 선고 2008헌가25결정(헌법불합치) 그리고 2014.3.27. 선고 2010헌가2 결정(한정위헌)을 통해 집시법 제10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시간)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되었고, 국회의사당 인근 옥외집회 금지, 국무국무총리 공관 인근 옥외집회 금지, 법원 인근 옥외집회 금지 ,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금지 및 국회의장 공관 인근 집회금지 사건에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 집시법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장소)도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있는 예외사유를 추가하여 집회·시위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다. 그러나 집시법 12조(교통소통을 위한 제한)와 제13조(질서유지선의 설정), 그리고 이와 연계된 제8조(금지통고),  제20조(해산명령)·제22조~제24조(벌칙) 등은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이다.

법원은 원활한 교통소통을 이유로 한 집회금지통고에 대해 사법적 통제를 하고 있다. 1998년 IMF 당시 “98 실업자 대행진” 사건에서, 경찰서장이 집회의 실질적 내용까지 들어가 위법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교통소통에 다소 지장이 있더라도 참가인원‧행진노선 제한 등 조건 부과로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시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재량권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리고 법원이 집회·시위금지통고에 대한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한 사건도 적지 않다.

박근혜 하야 촛불 집회. 2016년 11월 13일 새벽 경복궁역 사거리 모습.

같은 사실관계, 심급마다 다른 결론

최근 판결이 선고된 2024년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절집회 사건을 살펴보자. 경찰은 집회신고 이후 왕복 5차선 중 1개차로는 통행로로 남기도록 조건을 붙였으나, 참가자들이 본부장과 사무처장의 지시에 따라 질서유지선을 밀거나 당겨 약 240미터 구간을 도로밖으로 옮겼고, 그 결과 도로 전체가 약 두시간 동안 점거됐다. 1

심은 주도적 지시를 내린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0개월·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적극가담자 12명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소극가담자 8명에게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완력 이외의 폭력이 없었고 피해를 줄이려 한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 그러나 항소심은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

지시자의 항소는 기각해 원심을 유지했지만, 적극가담자 전원에 대해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일괄적으로 벌금형 50만원으로 형량을 낮췄다. 그 이유는 “원심선고 이후 형량을 변경할만한 새로운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재판부의 평가가 달라진 것으로서, 집회·시위의 위험성에 대한 평가가 법리적으로 통제된 기준이 아니라 재판부의 재량적 판단에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티이미지.

몇 미터, 몇 초가 가르는 유·무죄

소성리 사건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성주경찰서는 ‘마을회관 앞마당에서의 집회는 허용하되, 군사차량 철수 시까지 진발교까지 좌우 갓길 900미터 구간에서의 집회는 불가하다’는 제한통고서를 집회 전날 밤마다 교부해 왔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이 반복해서 도로를 막자 집시법위반 및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했고, 법원은 사건별로 유·무죄를 나누어 판단했다.

여기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유무죄의 구별기준이다. 허용된 구역에서 정상적으로 집회를 진행하던 중 미군 차량이 진입하자 10초~1분 가량 그 앞을 막은 행위에 대해서는 “신고범위를 현저히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허용구역에서 100~700미터 이상 떨어진 지점까지 나가 군사차량을 막은 행위에 대해서는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문제는 이 거리와 시간 기준이 법률이나 판례를 통해 사전공표된 바 없고, 집회참가자들이 시위현장에서 스스로 위법과 합법의 경계를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기준은 사건이 끝난 뒤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 수 있고, 같은 장소·같은 유형의 반복적 집회에서 주최자·참가자간의 책임배분은 각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된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지적한 위헌성

헌법재판소는 이미 관할경찰서장이 ‘최소한의 범위’에서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집시법 제13조 제1항과, 이를 위반시 형사처벌하는 집시법 제24조 제3호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합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관 2인(이정미, 김이수)은 반대의견에서, 집시법과 시행령 어디에도 ‘최소한의 범위’를 판단할 구체적 기준이 없고 질서유지선의 신설·변경도 구두고지만으로 가능해 그 범위가 경찰서장의 재량에 따라 사후에 얼마든지 확장·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집회·시위 참가자는 질서유지선의 구체적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고 범죄성립 여부가 경찰서장의 자의적 처분에 맡겨지는 결과가 초래되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경고는 소성리 사건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제한통고서가 매회 전날 밤에야 교부되는 관행은 형식적 예측가능성만 충족할 뿐 실질적으로는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으며, ‘신고범위의 현저한 일탈’ 여부를 100미터·1분이라는 사후적 잣대로 가르는 재판실무는 헌법재판소의 반대의견이 우려했던 ‘법관의 자의적 해석에 맡겨진 범죄성립’의 문제가 질서유지선 조항과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한 판단과정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근혜 하야 촛불 집회. 2016년 11월 13일 새벽 경복궁역 사거리 모습.

그리고 최근 헌법재판소는 집시법상 신고조항(제6조) 자체는 합헌으로 유지하면서도, 미신고 옥외집회를 예외없이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조항(제22조 제2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적고 실제로도 평화롭게 진행·종료되어 위험성이 없음이 확인되는 미신고 옥외집회까지 예외없이 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며,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행정규제와 달리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행위의 반가치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자에게는 2027년 8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이 명해졌다. 그리고 단순위헌의견을 낸 재판관 2인(정형식·정계선)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신고의무는 본래 행정절차적 협조의무에 불과해 과태료로도 그 이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데 최장 징역 2년을 규정한 것은 죄질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이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논리, 다른 결론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대구지법 판결들의 문제가 명징하게 드러난다. 법원이 양형조건으로 고려한 사항인 폭력행위의 부재,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 우회로의 존재, 심각하지 않은 교통정체, 참가인원에 비해 협소했던 집회장소 등은 사실상 헌재가 미신고집회에 대한 일률적인 형사처벌을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했던 심사기준과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헌재는 이 요소를 범죄성립 여부 내지 형사처벌 자체의 정당성을 묻는 데까지 나아간 반면, 법원은 형사처벌의 성부(범죄성립) 자체를 문제삼지 않고 형량의 조건으로 고려하는 선에서 멈췄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절 집회사건 항소심에서 “이 정도의 가담 내지 이 정도의 위험성이라면 징역형에 상응하는 처벌까지는 부당하다”는 비례성 원칙을 적용하여 판단하면서 적극참가자들의 형량이 징역형에서 벌금형으로 대폭 감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유·무죄가 아닌 형량문제로만 다룸으로써, “위험성이 높지 않은 집회·시위가 미신고를 이유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헌재결정이 정면으로 제기한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회피된 채로 남아 있다.

남겨진 과제

집시법 제12조는 이러한 갈등상황을 사전에, 행정적으로 조율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경찰이 교통소통을 위해 조건을 붙여 집회를 제한하고, 그 조건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집행정지신청 등을 통해 사법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사드배치 반대집회 사건에서 법원의 집행정지 일부 인용결정으로 집회허용구간이 확대된 적이 있었고, 사법부의 사전적인 통제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형사처벌에까지 이르지 않고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1년 4월28일 국방부와 경찰이 성주 소성리에 사드 발전기를 실은 차량을 진입시키는 모습. 사드철회종합상황실 제공.

그러나 형사재판 단계에서는 사전적 조율의 결과가 다시 한번 더 사후적·재량적 잣대인 ‘현저한 일탈’이 있었는지 여부로 재평가되고, 그 판단과 결론이 사건과 심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은 예측가능성과 명확성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관점에서 보면, 집회·시위의 위험성 평가를 양형의 고려요소로 맡겨두는 지금과 같은 해결방식은 합헌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객관적인 예측가능성이 법률이나 판례를 통해 미리 확보되지 않는다면 다음 사건을 마주한 재판부는 몇 미터와 몇 초를 나누어 다른 벌금 액수와 징역 개월 수를 놓고 다시 고민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미신고집회 처벌조항에 대해 입법자에게 개선입법을 명한 것처럼, 질서유지선 효용침해와 일반교통방해 관련 처벌 역시 집회·시위의 위험성 평가를 사후적 양형조건이 아니라 구성요건 또는 위법성조각사유 차원에서 제도화하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985년 5월 14일 브록도프 결정(Brokdorf-Beschluss) 통해 개인이나 소수민족의 폭동이 예상되더라도 평화로운 시위 참가자들의 집회의 자유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1995년 1월 10일 군사시설 앞에서 연좌농성(Sitzblockaden)한 사람들이 경찰의 해산요청에 응하지 않고 군차량의 진입을 저지한 행위를 강요죄(형법 § 240.1)로 처벌한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고 집회의 자유(Versammlungsfreiheit)를 침해한다고 하여 재판소원을 인용한 사건 등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다수인이 공공장소에서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자유이므로 어느 정도의 불편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는 법원과 헌법재판소 모두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그 불편의 어느 지점부터 형벌로 다스릴 것인지를 누가, 언제, 어떻게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입법적 정비가 시급하게 필요하다.

👨‍⚖️ 광장에 나온 판결: 324번째 이야기

⚖ 소성리 사드 반대 집회 도중 집회 신고 장소 근처에서 차량을 막은 행위에 대해서는 무죄선고, 집회 신고 장소로부터 700미터 떨어진 곳에서의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는 벌금을 선고한 대구지방법원 판결:
✔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판사 장동민 2026. 8. 13. 선고 2025고단1893 [판결문 보기]

⚖ 민주노동 대구지부가 2024년 노동절 집회를 개최하던 도중 허용된 범위를 넘어 질서유지선을 옮겨 도로 전체를 두시간 가량 점거한 사건에 대한 1심은 질서유지선 이동 지시자 및 적극가담자에게 징역 형, 벌금형 선고하였으나 2심은 지시자는 원심 유지, 적극 가담자에게 형량을 대폭 낮춘 대구지방법원 판결:
✔ 1심 – 대구지방법원 판사 안경록 2025. 5. 8. 선고 2024고단5241 판결[판결문 보기],
✔ 2심- 대구지방법원 재판장 황순교, 판사 노승민, 이영광 2026. 8. 13. 선고 2025노1772-1 판결[판결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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