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쟁 운영체제 4편] 이경일은 사업가로서, 박태웅은 정부 정책 자문가로서, 채승병은 국방홍보미디어 ‘역전다방’ 멤버로서 자신이 자리한 토대에서 군사AI 담론을 구축한다. 그 토대를 가로지르는 비판적 분석의 모색. (⏰25분)
🎡 연재를 시작하며
2025년 7월, 나는 연구계획서를 제출했다. 인공지능이 전쟁과 폭력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연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10월, 연구지원을 받아 평화월딩연구소 안에 ‘AI 제노사이드 세미나팀’을 꾸렸다. 사회학, 역사학, 과학기술정책학의 관점과 시민운동의 현장 경험을 가진 연구자와 활동가로 구성된 팀이었다. 우리는 가자지구의 AI 표적 시스템,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데이터 플랫폼, 팔란티어와 안두릴 같은 미국 방산-테크 기업들의 기술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공부가 깊어질수록 하나의 문제에 부딪혔다. 이 시스템들을 각각 분석하는 것으로는 현상의 본질이 포착되지 않았다. 문제는 개별 시스템이 아니라, 이것들이 체인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운영체제를 구성할 때 비로소 전쟁 수행 구조 자체가 바뀐다는 것이었다. 12월 16일, 연구노트에서 이 구조를 ‘AI 전쟁 운영체제(AI War OS)’로 명명했다.
계획서 제출로부터 8개월, 세미나 시작으로부터 5개월. 그 사이에 베네수엘라 마두로 작전(2026.1), 이란 전쟁 개시(2026.2), 미국 전쟁부와 앤트로픽의 갈등과 클로드 코드 소스코드 유출(2026.3)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세미나에서 공부한 구조가 현실에서 빠르게 확인되고 있다. 이 연재는 ‘AI 전쟁 운영체제(AI War OS)’가 어떤 역사적 단계를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하고, 동시에 이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개념을 만들고 다듬어갔는지를 기록한다.
• 1편: 미사일 버튼을 누를 것인가? 판단과 결정까지 AI에 넘어갔다
• 2편: AI 제노사이드가 작동하는 방식, 3만7000명 공격 대상 승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명당 20초.
• 3편: 분류기의 역설: 통제라는 키워드로 본 미토스 사태
• 4편: 한국 군사 AI 담론의 인식론적 한계 — 정책·산업·미디어의 세 자리에서
1. 서론: 세계의 자리에서 한국의 자리로
이 시리즈의 1·2·3편은 세계 차원의 분석이었다.
- 1편은 OODA 루프에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에 이르는 미국 군사AI 통합 인프라의 형성을 다루었다.
- 2편은 가자에서 검증된 표적화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이란을 거쳐 글로벌 방산-테크 기업의 학습 자산이 되는 결을 분석했다.
- 3편은 클로드 코드 소스 유출 사건을 통해 분류기 역설과 평화월딩의 과제를 풀어냈다.
세 편 모두 한 가지 명제로 수렴했다. 전쟁이 사건이 아니라 운영체제(operating system)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운영체제가 특정 식민지나 특정 전쟁터의 예외가 아니라 세계로 이식 가능한 인프라가 되었다는 것.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4편이 묻는 자리다.
답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은 한편에서 2024년 9월 서울에서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리에임)를 주최했다. ‘AI 군사 이용 책임 거버넌스’를 한국이 주도한다는 자리. 다른 한편에서 한국은 자율무기 협상에서 의도적 교착을 유발하는 5국(러시아·이스라엘·호주·한국·미국) 중 하나다.
156개국이 LAWS 법적 구속력 협정 협상을 촉구한 2025년 12월 1일 UN 총회 결의(A/RES/80/57)에 한국은 공동성명에 불참했다. 2026년 1월 27일 발의된 「국방인공지능법안」(의안번호 16355)에는 자율살상무기체계(LAWS)의 정의가 없고, 국제인도법(IHL) 준수 의무가 없으며, 책임 귀속에 관한 조항이 단 하나도 없다.
이 두 자리가 어떻게 같이 가능한가. 표면의 ‘AI 거버넌스 주도’ 비전과 협상장의 의도적 교착, 입법 자리의 IHL 부재가 어떻게 한 나라의 같은 시기에 공존하는가. 이것이 이 글의 출발 질문이다.
답은 세 자리의 결합 구조에 있다. 한국 군사AI 담론의 산업·정책·미디어 세 자리에서 IHL(국제인도법)과 국방AI법안과 CCW(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GGE(정부전문가그룹)가 일관되게 부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 부재가 우연이 아니라 자리들의 결합이라는 것.
- 정부 의존 사업 구조 위에서 발화하는 한국 AI 산업의 가장 깊은 자리
- 한국 AI 거버넌스 비전을 풀어내는 정책 자문가의 자리
- 한국 시민에게 군사AI 기술을 설명하는 무기체계 미디어 전문가의 자리.
이 세 자리가 다른 동기로 같은 부재를 만든다. 그 결합이 한국 정부의 협상 입장이 가능한 사회적 토대를 형성한다.

이 글은 이 세 자리를 차례로 분석한다.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는 1995년 자연어처리 기술 기반의 회사를 창업한 한국 AI 1세대 사업가이자, 박근혜 정부 엑소브레인 사업, 문재인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디지털정부혁신 범정부 TF 총괄위원, 윤석열 정부 사이버사령부·기무부대 협력, 이재명 정부 ‘AI 국가대표 기업’ 정책의 직접 수혜 대상으로 약 10년 정권 변동과 무관한 정부 자문 회로 안에 있는 정부 자문가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이자 IT·인문 교차 영역의 시민 지식인이며, 이재명 정부 AI 정책 자문 회로 안의 정책 자문가이기도 하다. 채승병은 KAIST 물리학 박사로 삼성글로벌리서치 수석연구원이 본업이며,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국방TV 「역전다방」 4인 고정 멤버, tvN 「벌거벗은 세계사」 출연자(2026년 2월 9일)로서 한국에서 군사 기술사를 시민에게 설명하는 미디어 전문가의 자리에 있다. 채승병의 정부 자문 회로는 빅데이터·정보화 분야이며 군사·국방 정식 자문 회로 안에는 있지 않다.
먼저 한국 AI 산업의 가장 깊은 자리부터 시작한다. 이경일이 와이스트릿 인터뷰(2026년 4월 10일)에서 풀어낸 자리는 한국 AI 1세대 사업가가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진행자가 던진 “한국의 피터티 정도”라는 호명을, 이경일은 “농담이고요. 멋집니다”로 받아들였다. 이 글은 이경일이 자기 입으로 받아들인 그 자리를 그대로 부여하면서 분석을 시작한다.


그 다음에 그 자리보다 그래도 군사AI에 비판적인 자리인 박태웅과 채승병을 노무현재단의 토요토론(2026년 3월 28일)에서 함께 다룬다. 두 사람의 분석이 가진 깊이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두 사람이 닿지 못한 자리를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평화월딩연구소·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공동주최한 군사AI 쟁점토크 ①(2026년 2월 25일, 강성현·김현준·백범석·문아영)·②(2026년 3월 30일, 김현준·오병일·조경숙)의 발표들이 앞선 세 자리에 정확히 대응하는 비판이 되는 결로 마무리한다.
2. 한국의 팔란티어, 한국의 피터 틸 —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
이경일은 와이스트릿 인터뷰(2026년 4월 10일)에서 진행자와 약 1시간을 함께했다. 인터뷰 후반부에 진행자가 던진 한 마디가 있다. “한국의 알렉스 카프, 음 이경일 대표님 알렉스 카프보다 더 이제…” 이경일이 끊었다. “아닙니다. 뭐 그 정도는 안 되고요.” 진행자가 한 단계 내려서 다시 던진다. “한국의 피터 틸 정도.” 이경일의 답이 있다. “농담이고요. 멋집니다.”
진행자가 농담으로 던진 한 마디를 이경일은 받아들였다. 알렉스 카프는 사양했지만 피터 틸은 멋지다고 받았다. 짧은 주고받음이지만 이경일이 한국 AI 산업에서 자기를 어디에 두는지 보여준다. 이 글은 이경일이 자기 입으로 받아들인 그 호명을 그대로 부여하면서 분석을 시작한다.
한국의 팔란티어
먼저 솔트룩스가 어떤 회사인가. 이경일은 와이스트릿에서 자기 회사를 이렇게 풀어냈다. 팔란티어는 두 축으로 작동한다. 고담(Gotham)과 파운드리(Foundry). 고담은 국방용이고 파운드리는 민간용이다. 의료·금융·제조 분야에 들어간다. “고담 또는 파운드리라 그래서 지식을 수집해서 추론이나 의사 결정하는 체계가 있고, AIP라 그래서 AI 플랫폼이라 그래서 학습하고 또 추론하고 연동되는 체계가 있어요.” AIP(AI Platform)가 두 축 위에서 학습 부분을 채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이 온톨로지(ontology)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2,400년 전에 제안한 단위 지식·연결된 지식 체계 개념이 팔란티어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이경일의 진단이다. 단위 지식들이 의미적 관계로 연결되어, 정보 객체들 사이의 관계가 “누가 표적인가”를 결정한다.
이경일이 풀어낸 기술에 대한 분석의 깊이는 인정한다. 시간당 두 페타바이트의 전장 데이터를 인간이 직접 검토할 수 없기 때문에 다층 분류기가 작동한다는 분석은, 이 시리즈 3편에서 다룬 분류기 역설과 같은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와이스트릿이라는 한국 매체에서 팔란티어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가장 정밀하게 풀어냈다. 이경일이 약 30년 자연어처리·온톨로지 분야에서 일해 온 1세대 사업가라는 점이 인터뷰 전반에서 드러난다.
이경일은 솔트룩스가 한국에서 같은 구조를 가진 회사라고 풀어냈다. “저희 회사 자랑을 하자면 저희 회사는 대한민국에서 유리하게 둘을 다 가지고 있는 회사인 거예요.” 여기서 ‘둘’은 거대언어모델(루시아)과 온톨로지다. 한국에서 두 가지를 함께 가진 회사가 솔트룩스라는 자기 진단이다. 팔란티어는 자체 LLM이 없다. 그래서 클로드(앤트로픽)나 챗GPT(오픈AI)와 협력해서 학습 부분을 채워야 한다. 솔트룩스는 자체 LLM 루시아와 온톨로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경일이 구성하는 군사AI 담론
그러면 이경일은 군사AI에 대해 어떤 담론을 구성하는가. 와이스트릿 인터뷰 전반에서 일관되게 작동하는 명제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군사AI는 기술적으로 불가피하다. 인터뷰 첫 마디가 이를 보여준다. “정보가 1시간에 수페타바이트가 쏟아져요. 사람이 그걸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의사 결정해요? 불가능하죠. 어디에 몇 시에 어떤 무기로 어떻게 때려라. 사람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AI가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고 최종 버튼만 사람이 누르는 거예요.” 데이터 양이 너무 많으니 자동화 외에 길이 없다는 진단이다. 진단 자체는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그 결론은 “그러니 AI가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로 닫힌다. 그 자동화된 처리에서 국제인도법(IHL), 구별원칙, 비례성 원칙, 의미 있는 인간 통제(meaningful human control)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이 질문은 인터뷰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최종 버튼만 사람이 누르는 거예요”가 인간 통제의 충분 조건처럼 처리된다.

둘째, 군사AI는 시장 기회다. 진행자가 묻는다. “그럼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미국에서 국방부에서 예를 들어서 오픈 AI가 빠지겠다. 그럼 그 자리를 솔트룩스가 들어가도 되는 거예요?” 이경일의 답은 한 마디다. “그렇죠.” 미국 국방부에서 오픈AI나 앤트로픽이 윤리적 거리두기로 빠진 곳에 한국의 솔트룩스가 들어갈 수 있다는 자기 인식이다. 글로벌 AI 기업이 군사적 사용에 대해 갖는 거리감이 한국 솔트룩스에게는 빈자리·기회로 받아들여진다. 군사AI를 IHL·시민 피해·구별원칙의 차원에서 풀어내는 게 아니라 시장 점유의 빈자리 차원에서 풀어내는 담론이다.
셋째, 군사AI에 대한 경탄이 인터뷰의 정서적 토대다. 이경일이 팔란티어의 데이터 처리 구조를 풀어내는 대목에서 진행자가 한 마디 한다. “아니 이렇게 들으면 거의 뭐 AI 그냥 신이네요.” 이경일은 이 경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인터뷰 전반에서 팔란티어를 풀어내는 톤은 비판이 아니라 경외에 가깝다.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은 자리, 이란에 미사일 1천 개를 쏘려 한 자리도 풀어내지만, 그 풀이는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사례이지 그 작동의 합법성·시민 피해의 사례가 아니다. 가자에서 라벤더가 37,000명을 표적으로 삼고 아빠는 어디에(Where’s Daddy?)가 표적의 가족 살상을 자동화한 자리는 인터뷰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넷째, 미국 극우 테크 비판이 자기 자랑의 디딤돌이 된다. 이경일은 인터뷰에서 피터 틸 사단을 정확히 비판한다. “심지어는 피터 틸 사단의 미래 꿈은 초지능 제국주의거든요… 사람이 의사 결정하는 게 아니라 AI가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고 최종 버튼만 사람이 누르는 거예요.” 이 시리즈 1·2·3편이 다뤄 온 비판과 정확히 같은 내용을 반복한다. 그런데 이 비판 직후 이경일이 자기 회사를 자랑한 대목은 한국에서 같은 시스템을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비판한 직후 모방으로 미끄러진다. 비판의 알맹이는 한국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업가가 자기를 정당화하는 디딤돌로 회수된다.

이경일이 구성하는 군사AI 담론에서 일관되게 부재하는 것이 있다. IHL, 구별원칙·비례성 원칙. 가자·우크라이나·이란·베네수엘라에서 군사AI가 만들어낸 시민 피해의 구체적 명단. 의미 있는 인간 통제와 “최종 버튼만 누르는” 구조의 차이. 군사AI 거버넌스에 대한 국제 협상장의 자리 — CCW GGE, 2025년 12월 1일 UN 총회 결의 A/RES/80/57이 촉구한 LAWS 법적 구속력 협정. 이 부재가 우연이 아니다.
모든 정권에서 승승장구
이경일이 자기를 “한국의 피터 틸”로 부르는 것과 별개로, 그가 실제로 머무는 곳은 한국 정부의 자문 회로다. 이경일은 2017년 문재인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정부 자문에 본격 진입했다. 그 이전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도한 한국형 AI 프로젝트 엑소브레인에 솔트룩스가 핵심 협력사로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디지털정부혁신 범정부 TF 총괄위원, 총리직속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일은 이어졌다. 와이스트릿에서 이경일이 자기 입으로 밝힌 대목이 있다. “국방부, 국정원,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기무사,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와서도 그 일은 이어진다. 박근혜에서 이재명에 이르는 약 10년, 네 정권을 가로지르며 한 명의 민간 사업가가 정부 자문에 머물렀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유안타증권이 발간한 솔트룩스 종목 보고서(2025년 6월 2일)에 따르면, 솔트룩스의 정부 사업 매출 비중은 2024년 별도 기준 64.6%다. 회사 매출의 약 3분의 2가 정부 사업에서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AI 국가대표 기업’ 정책에서 솔트룩스는 직접 수혜 대상이다. 정부 사업 매출 64.6%의 회사 대표가 한국 AI 정책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가질 수 있는지를 묻게 된다. 앞서 정리한 군사AI 담론의 부재 — IHL의 부재, 시민 피해의 부재, 한국 정부 협상 입장에 대한 비판의 부재 — 가 이 위치에서 나온다.

특히 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전 국군방첩사령부에 해당)는 한국 정치 권력의 잠재 인프라가 작동해 온 영역이다. 2014년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은 군 정보기관이 시민 정치 영역에 개입한 사례였다. 2017년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은 비상 국면에서 그 인프라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보여주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비상계엄에서도 정치적 분류에 기반한 체포 대상자 명단(‘노상원 수첩’)이 작성되었다. 한국 정치 권력이 비상 국면에서 시민을 분류하고 표적화해 온 역사다. 그 영역에서 약 10년 일해 온 회사의 대표가 그 정치적 함의를 비판할 수 있는지를 묻게 된다. 이경일이 와이스트릿에서 사이버사령부·기무사 협력을 자랑처럼 풀어낸 대목은 그 정치적 함의가 그의 분석 시야 밖에 있다는 한 신호다.
글로벌 극우 테크와 겹치는 결
화법에서도 글로벌 극우테크들과 겹치는 결이 있다. 이경일이 솔트룩스 데이터 라벨링 시연에서 사용한 시나리오가 있다. 가상의 인물 한 명을 설정한 뒤 인종·결혼·가족·내연 관계 등을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분류하게 만든다. 그 가상 인물의 실명은 한 글자만 바꾼 실존 여성 연예인이었고, 가상 자녀로 4세 여아를 설정했고, 가상 내연 관계 인물도 추가했다.
진행자에게 “그러면 이 남자 어떻게 보이세요?”라고 물어 가십적 반응을 끌어내는 화법이 인터뷰 안에 있었다. 인종·가족·내연을 분류기 시연 사례로 구성한 방식, 그리고 “30%가 자기 비슷하다고 한다”며 동양인 인종 특징을 강조하는 대목이 함께 있었다. 분류 권력을 가벼운 농담처럼 풀어내는 화법은 글로벌 극우 테크의 패턴 — 머스크·피터 틸·마크 안드레센이 트위터(X)와 팟캐스트에서 보여 온 — 과 직접 닿는다. 평가는 인터뷰 본문 자체가 보여준 것으로 둔다.
이경일이 자기를 “한국의 피터 틸”로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군사AI를 시장 기회로 풀어내고, 미국 극우테크 비판을 자기 자랑의 디딤돌로 회수하고, 분류 권력을 농담처럼 풀어내는 화법까지 — 글로벌 극우테크의 한국판이 한국 AI 산업의 가장 안쪽에서 자기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한국 정부 자문 안에서 약 10년 일해 온 사업가이기도 하다.

3. 그래도 비판적인 박태웅 의장과 채승병 박사
정준희의 토요토론(2026년 3월 28일)은 한국 미디어에서 군사AI 비판이 가장 본격적으로 풀어진 토론에 속한다. 진행은 정준희가 맡았고 박태웅 의장과 채승병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가 출연했다. 두 사람은 군사AI에 대해 그래도 비판적 입장을 풀어낸다.
그러나 두 사람이 발화하는 위치는 다르다. 박태웅은 IT·AI 평론에서, 채승병은 국방홍보미디어에서 군사AI를 시민에게 설명한다. 같은 토론 안에서 두 사람의 분석이 충돌한 대목이 있고, 충돌하지 않은 대목이 있다. 이 글은 두 사람의 분석의 깊이를 인정하면서, 그 분석이 어디까지 닿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함께 살핀다.

박태웅의 분석: 휴먼인더루프 후퇴부터 가자까지
박태웅이 토요토론에서 풀어낸 분석의 깊이는 한국 미디어에서 드물다. 핵심은 “휴먼인더루프”의 자기 무력화다. 미국이 이번 이란 전쟁에서 사용한 시스템, 팔란티어의 메이븐 위에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결합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박태웅은 정확히 풀어냈다. “외관은 그 AI가 선택지를 주면 인간이 선택한 걸로 돼 있지만 실제 내부를 보면 AI가 지시하면 인간이 따르는 거죠. 왜냐하면 검토한 적이 없으니까.” 이 한 문장이 핵심이다. 인공지능이 몇십 초 만에 표적 시나리오 세 가지를 내면, 사령관은 1번·2번·3번 중 하나를 누른다. 그 누름이 검토라고 부를 수 있는가. 박태웅은 부정한다.
박태웅은 한 발 더 나간다. “휴먼 인 더 루프 하는데 해 보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말을 ‘휴먼 온 더 루프’로 바꾸고 있어요. 그 자동으로 돌아가는데 내가 보고는 있다. 그러니까 인 더 루프를 온 더 루프로 바꾸는 거예요. 근데 저는 이게 아주 심각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는 인간이 의사결정 과정 안에 직접 들어가서 모든 단계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구조다. 인간이 결정의 일부로 작동한다.

휴먼 온 더 루프(human on the loop)는 다르다. AI가 자율적으로 결정·실행하고, 인간은 그 작동을 바깥에서 관찰하다가 필요할 때 개입한다. 인간이 결정의 주체에서 자동화의 감시자로 밀려난다. 군사AI 자동화의 속도가 인간의 검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자, 산업과 군은 어휘를 바꾸어 그 후퇴를 정당화한다.
박태웅이 “심각한 말장난”이라고 지적한 것이 바로 이 어휘 봉합이다. 의미 있는 인간 통제(meaningful human control)가 작동하지 않는 자리를 어휘로 메우는 시도. 이 시리즈 3편에서 다룬 분류기 역설, 곧 인간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분류기가 역설적으로 인간 통제를 무력화하는 구조와 같은 결이다. 박태웅은 이 구조를 한국 미디어에서 가장 정밀하게 풀어낸 사람 중 하나다.
가자에서 일어난 일도 박태웅은 직접 인용한다. 라벤더라는 이스라엘 군의 AI 시스템이 7만 몇 천 장의 팔레스타인 사진을 학습해서 표적을 식별한다. 정확도가 90%다. 그다음 단계는 가스펠이다. 표적이 들어가 있는 건물을 타격한다. 박태웅은 한 마디 한다. “이건 심지어 이름이 가스펠입니다. 복음이에요.” 한 명당 같이 죽일 수 있는 민간인 숫자가 정해져 있다는 것도 박태웅은 인용한다. “계급이 낮으면 한 20명, 30명 같이 죽여도 되고, 일종의 허용범이라. 아주 높으면 100명까지 같이 죽여도 되고. 그래서 주로 이 사람들이 퇴근해서 집에 가면 집을 때렸어요. 그래서 일가족이 몰살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사AI의 시민 피해를 한국 시청자에게 이만큼 구체적으로 풀어낸 대목은 흔치 않다.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 비판도 박태웅이 깊이 다룬 영역이다. 피터 틸 사단이 어떻게 미국 우선주의·기술 애국주의 사상으로 실리콘 밸리를 재편했는지, 알렉스 카프의 『기술 공화국 선언』이 어떻게 미국이 옳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지를 풀어낸다. 그리고 한 마디 한다. “그게 히틀러의 아리아인이 가장 훌륭하다고 뭐가 다른가요? 근본적으로 베이스가 같은 거예요. 우리가 일방적으로 옳다. 아리아인이 일방적으로 훌륭하다.” 한국 미디어에서 이 비판을 이만큼 깊이 풀어낸 사람은 적다.

박태웅의 한계: 한국 미들파워 비전과 정부 협상장의 비대칭
박태웅이 다룬 것들이 정확하기 때문에, 그가 다루지 않은 것도 더 또렷하게 보인다. 박태웅은 토요토론에서 한국이 글로벌 사우스와 손잡고 ‘AI 거버넌스의 제3의 길’을 주도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근거는 두 가지다. APEC에서 한국에 아시아 AI 센터를 두기로 미·중이 합의한 사례, 그리고 UN 여섯 개 기구가 한국에 글로벌 AI 허브를 두기로 합의한 사례. 박태웅은 이 두 사례를 토대로 “한국 미들파워의 AI 거버넌스 주도”를 제안한다.
이 제안의 진정성은 인정한다. 박태웅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 분과장’으로서 이 비전을 한국 정부 안에서 작업해 온 노력도 인정한다. 그러나 같은 시기 한국 정부가 자율살상무기(LAWS) 협상에서 어떤 입장에 있는가를 함께 살피지 않으면, 미들파워 비전은 절반의 풍경이 된다. 한국 정부는 2025년 12월 1일 UN 총회 결의 A/RES/80/57(156개국이 LAWS 법적 구속력 협정 협상을 촉구한 결의)의 공동성명에 불참했다. 자율무기 협상에서 의도적 교착을 유발하는 5국(미국·러시아·이스라엘·호주·한국) 중 하나로 분류된다. 2026년 1월 27일 발의된 「국방인공지능법안」(의안번호 16355)에는 LAWS 정의가 없고, 국제인도법(IHL) 준수 의무가 없으며, 책임 귀속 조항도 없다.

박태웅은 외부의 시민 피해, 가자와 미국·이란 전쟁의 피해는 정확히 풀어낸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그 시민 피해를 막기 위한 국제 협정 협상장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는 풀어내지 않는다. 외부 비판과 한국 정부 비판 사이의 비대칭이 그의 분석의 한 결이다. 정부 자문에 참여하면서 같은 정부의 협상장 입장을 비판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박태웅의 미들파워 비전이 한국 정부의 실제 행동과 정합하지 않을 때, 이 글은 그 비정합을 드러내는 일이 박태웅의 비전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전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본다. UN 여섯 개 기구가 한국에 와서 보니, 한국 정부가 LAWS 협상장에서 의도적 교착의 한 축을 점하고 있더라. 이 풍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려면, 미들파워 비전을 풀어내는 사람이 협상장 입장도 함께 풀어내야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 비대칭은 박태웅 혼자의 자리가 아니다. 시리즈 3편에서 다룬 앤트로픽이 정확히 같은 구조 안에 있었다. 앤트로픽은 미국 정부에 두 조건을 걸었다. 미국 시민을 감시 말라, AI가 자율 판단해서 사람을 죽이게 말라. 외부의 윤리적 거리는 정밀했다. 그러나 자기 모델 클로드가 메이븐 위에 결합되어 가자·이란·베네수엘라의 시민 피해에 작동하는 결은 받아들였다. 외부 비판은 또렷한데 자기 자리에서의 결합은 봉합한다. 박태웅의 자리도 같다. 외부 비판은 또렷한데 자기 자리에서의 침묵은 그대로 둔다. AI 거버넌스 담론에서 반복되는 한 패턴이다.
채승병: 국방홍보미디어가 일반 미디어로 확장되다
채승병은 박태웅과 다른 차원에 있다. 채승병은 KAIST 물리학 박사이자 삼성글로벌리서치 수석연구원으로,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겸한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서 군사AI를 시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는 본업 학자가 아니라 미디어다. 그 미디어가 결정적이다.
채승병은 국방TV(KFN)의 「역전다방」 4인 고정 멤버다. KFN은 국방홍보원이 운영하는 국방부 직할 홍보 채널이다. 「역전다방」은 2021년 8월부터 매주 화요일 방영되며, 「본게임2」와 함께 KFN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본게임2」의 자기 소개에 따르면 그 프로그램은 “우리 군의 과학기술 강군 기반 압도적 전력과 K-방산의 우수성”을 소개한다. 채승병이 그 옆 프로그램 「역전다방」에서 약 5년 풀어낸 무기체계 기술사 분석은 이 채널의 자기 정체성과 결합되어 있다. 그리고 그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2026년 2월 9일), 토요토론(2026년 3월 28일)으로 출연을 확장한다. 국방홍보미디어에서 형성된 분석 틀과 어휘가 일반 시청자 미디어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채승병이 토요토론에서 풀어낸 무기체계 기술사 분석의 깊이는 인정한다. 그는 미국이 왜 킬체인 자동화에 매달리게 되었는가를 한 흐름으로 풀어냈다. 킬체인은 적을 찾고(Find), 위치를 고정하고(Fix), 추적하고(Track), 표적화하고(Target), 공격하고(Engage), 평가하는(Assess) 일련의 단계, 곧 F2T2EA를 가리킨다. 미국은 9·11 때 테러 징후 정보를 입수하고도 제때 분석·대응하지 못했고, 이라크전과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같은 병목에 부딪혔다. 데이터는 쏟아지는데 사람이 따라가지 못하는 자리. 그래서 미국은 약 10년 전부터 킬체인 단계마다 AI를 결합하기 시작했다.

위성 안에 AI를 탑재해 이상 징후만 골라내는 자리, 팔란티어의 온톨로지가 정보 사이의 의미적 관계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자리, AI가 공격 시나리오를 몇십 초 만에 만들어내는 자리.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그 결합의 첫 본격 적용이었다는 채승병의 분석은 한국 시청자에게 군사AI의 작동 방식을 이만큼 정밀하게 풀어낸 사람이 드물다는 점을 보여준다. 채승병의 분석은 박태웅과 다른 종류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분석의 결말이다. 토요토론 후반에 채승병은 무인 전투 체계의 미래를 풀어내면서 한 마디 한다. “사람이 그 모든 걸 판단하고 적시에 대응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 조직 운영할 때도 권한 위임을 갖다가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우리 무인 로봇 팀들에게 그럼 내가 이거는 빠른 대처에서 권한 위임을 할게. 이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지금 미래 군사 조직 운영인 것처럼 지금 가고 있습니다.” 자율 살상의 권한 위임이 ‘조직 운영’의 비유로 자연화된다. 같은 토론에서 박태웅이 ‘심각한 말장난’이라고 비판한 휴먼인더루프 후퇴를, 채승병은 ‘자연스러운 미래 군사 조직 운영’으로 풀어낸다. 두 사람의 분석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목이지만, 토론 안에서 그 충돌은 서로 다루지 않은 채 흘러갔다.
채승병은 또 한 결을 풀어낸다. 토요토론 마무리 부분에 그는 한국 군사AI 강국의 명분을 풀어낸다. “우리는 사실 명분이 충분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북한이라는 핵보유국을 옆에다 두고서, 우리는 방어적인 입장에서 계속 이 앞서의 킬체인을 계속 발전시켜 오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그래도 전 세계가 용납할 수 있는 이 명분은 있다고 봅니다. 양면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진짜 한국이 미래의 새로운 AI 시대의 주역으로 발돋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거버넌스 비판과 군사AI 강국 추구를 함께 가져가자는 ‘양면적 노력’ 명제다. 북한 핵을 명분으로 한국의 군사AI 발전을 정당화하는 ‘북한 명분론’은 국방TV 프로그램에서 형성된 자기 인식과 자연스럽게 결합된다.
정준희가 지적한 것
이 흐름이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토요토론 안에서 지적한 사람이 진행자 정준희였다. 채승병의 ‘양면적 노력’ 명제 직후 정준희는 한 마디 한다. “그 대단히 현실적인 조언이시기도 한데, 천길 벼랑 끝이에요. 이렇게 결국에 그 정도의 능력 영향을 가지려면 사실은 위험한 기술까지도 손 건드리면서 영향을 보여줘야 되는 거잖아요. 그러다 훌가닥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거기도 할 텐데.” 채승병의 명제를 인격적으로 비판하지 않으면서, 그 명제가 가진 위험성을 정확히 가리킨 대목이다.
정준희는 한 발 더 나간다. “거기에 대해서 지나친 논쟁보다는, 또는 거꾸로 저는 왜 자랑하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요즘에 전쟁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 보기 너무 좋지 않냐 뭐 이러면서 이제 자랑하고, 우리 이제 군수업 이제 최고 뭐 이런 식의 얘기를 너무 대놓고 언론들도 하고 이런 게 오히려 더 문제인 거 같은데, 이 부분은 최대한 윤리적인 선을 지킨 채 어지간하면 언급을 안 하는 게 사실은 훨씬 더 필요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한국 미디어가 군사AI를 자랑거리로 풀어내는 흐름을 정확히 비판한다. 「본게임2」가 “K-방산의 우수성”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고, 그 어휘가 일반 미디어로 확장되는 결을 정준희는 진행자의 위치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토요토론 마무리에서 정준희는 한 번 더 말한다. “우리가 가져왔던 근대적 역사적 경험상, 이 무기 문제에 대해서 다소간 지나치게 우호적인 면도 좀 있고요. 특히 기술 발전에 대해서 지나치게 너무 좋아하는, 그래서 되게 환영하는, 그런 신뢰하는 그런 경향도 좀 없지 없지 않기 때문에.” 한국 시민의 무기·기술에 대한 우호적 경향. 그 우호적 경향이 어디서 형성되어 왔는가를 묻는 결이다. 한국 미디어에서 군사AI를 비판적으로 풀어내는 토론에 서 있는 사람조차도 그 우호적 경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자기 진단이 정준희의 마무리에 담겨 있다.

4. 군사AI 쟁점토크: 비판의 자리들
이경일, 박태웅, 채승병의 발화 위치를 정리한 것은 그것을 비판하기 위한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니다. 한국 미디어와 시민사회에서 군사AI를 비판적으로 풀어내는 분석은 어디에 있는가. 평화월딩연구소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군사AI 쟁점토크 시리즈 「War, Peace + AI」가 한 토론장을 만들어냈다.
2026년 2월 25일 ①「인공지능과 전쟁의 미래」, 2026년 3월 30일 ②「전쟁을 만드는 알고리즘: 빅테크와 AI 무기」. 두 차례 모두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렸다. 발표자 여섯 명의 분석은 1·2·3절에서 정리한 한국 군사AI 담론의 네 가지 부재, 곧 IHL의 부재, 시민 피해의 부재, 한국 정부 협상장의 부재, 빅테크-국가 결합의 부재에 정확히 대응하는 비판이 된다.

백범석: IHL+IHRL 상호보완과 무기 수출 통제 비교법
쟁점토크 ①에서 두 번째 발표를 맡은 백범석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UN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의장이다. 그는 UN HRC 결의 51/22에 따라 자문위원회를 2년 6개월 동안 이끌어 「군사 영역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의 인권적 영향에 관한 보고서」(A/HRC/60/63)를 2025년 7월 최종 출간했다.
이 보고서가 세운 핵심 명제는 두 가지다. 첫째, 국제인권법(IHRL)과 국제인도법(IHL)이 상호보완적으로 적용된다. 평시에는 IHRL이 적용되고 전시에는 IHL이 적용된다는 이분법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양 국제법 체제는 함께 작동하며, 그 준수를 보장할 의무는 국가에게 있다. 동시에 2011년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에 따라 비국가 행위자, 곧 알고리즘 기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테크기업도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역할을 진다.
백범석이 발표에서 풀어낸 두 갈래가 박태웅의 한국 미들파워 비전과 정확히 짝을 이룬다. 자율살상무기 협상장의 한국 정부 입장, 그리고 무기수출 통제 법제의 갭이다.

첫째, 자율살상무기에 관한 UN 총회 결의의 흐름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세 차례 연속 결의가 채택되었다. 결정적인 결의는 2025년 12월 1일 유엔 총회 결의안 A/RES/80/57이다. 사무총장이 금지와 규제의 이중 접근법에 따라 자율무기체계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정 협상 개시를 촉구한 결의로, 156개국이 찬성하고 5국(미국·이스라엘·벨라루스·러시아·북한)이 반대했다. 한국은 협정 협상에 찬성한다고 했지만, 비공식 협의 미개최 등의 절차적 비판을 이유로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둘째, 무기수출 통제의 비교법적 분석이다. 영국·미국·EU는 인권과 국제 인도법(IHL) 준수 여부를 무기 수출 허가의 명시적 기준으로 삼는다. 영국은 2002년 수출통제법(Export Control Act) 제9조에 따라 전략적 수출허가 기준을 의회에 공개해야 하며, 고문·자의적 구금·여성 아동 폭력·내부 탄압·전쟁범죄에 사용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허가를 부여할 수 없다. 영국 의회의 무기수출 통제위원회(CAEC)라는 상설 의회 감독기구가 매년 운영 결과를 검증하고, 시민사회가 행정 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미국은 2018년 ECRA(수출통제개혁법)을 통해 인권 침해 단체를 우려거래자 명단(Entity List)에 등재한다. EU는 2021년 캐치올 규정을 강화해 국제인도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품목까지 허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한국의 대외무역법과 방위사업법은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라는 추상적 문언만 있을 뿐, 인권상황과 IHL 준수 여부의 독립적·구체적 허가기준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 영국 CAEC 같은 상설 의회 감독기구도 없다. 한국의 무기 수출 통제는 행정부 내부 정책 의지에 좌우되고 민주적·인권적 통제가 구조적으로 부족하다.
박태웅이 한국 미들파워 비전의 근거로 들었던 두 사례는 APEC 아시아 AI 센터와 UN 6개 기구의 글로벌 AI 허브였다. 두 사례가 그의 미들파워 비전을 완성하려면, 같은 시기 같은 정부의 다른 행동도 함께 들어와야 한다. UN의 자율살상무기 협상장에서 의도적 교착의 한 축에 서 있는 한국 정부 입장, 그리고 인권·IHL 명시 기준이 부재한 무기수출 통제 법제, 비전을 풀어내는 사람이 두 행동도 함께 풀어내야 절반의 풍경이 채워진다.
강성현·김현준·문아영: 한국 정부 협상장의 의도적 교착
쟁점토크 ① 첫 번째 발표는 나와 김현준 교수가 「AI 전쟁과 제노사이드: 팔레스타인 실험실, 우크라이나, 그리고 한반도」라는 제목으로 진행했다. 가자에서 검증된 표적화 시스템(라벤더, 가스펠, 아빠는 어디에)이 우크라이나·이란을 거쳐 한반도로 이식되는 흐름을 분석하고, 한국이 이미 이 글로벌 인프라에 통합되고 있다는 진단이 출발점이었다. AI 전쟁 운영체제(AI War OS)는 개별 무기의 자율성이 아니라 전쟁 수행 전체를 관통하는 소프트웨어 인프라다. 그리고 그 인프라가 한국의 「국방인공지능법안」(의안번호 16355)이 규율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작동한다.
쟁점토크 ① 세 번째 발표는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가 맡았다. 협상장의 활동가다. 피스모모는 2025년 9월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산하 자율살상무기 정부전문가그룹(GGE LAWS) 회의에 한국 시민사회 단체 자격으로 참여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이 회의장에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막아왔는지를 직접 봤다는 뜻이다. 박태웅이 미들파워 비전을 풀어낸 자리에 대한 가장 정밀한 답이 여기서 나온다.

CCW의 GGE LAWS는 2014년 비공식 전문가 회의로 시작했다. 2017년에 정부전문가그룹(GGE)으로 격상되고, 2019년에 11개 이행원칙이 채택된다. 12년이 흘렀다.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컨센서스 원칙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단 한 나라가 반대하면 결과물이 무너진다. 스탑킬러로봇은 2022년에 이미 공식 성명을 냈다. 9년간 논의했지만 CCW는 아무런 국제적 제한도 만들지 못했다, 일부 국가들이 절차적 교착을 의도적으로 유발하고 있다.
그 일부 국가가 누구인가. 다섯 나라다. 러시아, 이스라엘, 호주, 대한민국, 미국. 한국은 다섯 가운데 하나다. 어떻게 거기에 가게 되었는가. 문아영이 정리한 네 가지 협상 입장이 답이다. 첫째, 한국은 “치명적(lethal)”이라는 용어 유지를 주장해왔다. 자율무기는 사람을 죽이지 않더라도 심각한 상해와 불구를 만들 수 있다. 그 피해를 규제 밖에 두자는 입장이다.
둘째, 한국은 중국·이스라엘과 함께 “식별(identify)” 기능을 LAWS 정의에 넣을 것을 주장했다. 사전에 표적 프로필만 받아 자율 작동하는 무기 다수를 규제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셋째, 한국은 일본이 제안한 “어떤 상황에서도(in any circumstances) IHL을 위반할 수 있는 시스템만 규제하자”는 좁은 접근에 동의했다. 그런데 현대 자율무기는 “특정 상황에서” IHL을 위반하도록 설계된다. 좁은 기준은 곧 실질적 면제다. 넷째, 한국은 자율기술의 평화적 사용을 방해하지 말라는 수사를 사용한다. 연구개발 영역을 규제 밖에 두려는 입장이다.
네 가지 입장을 한 줄로 옮기면 이렇다. 한국 정부는 자율살상무기 협상장에서 규제의 그물을 가능한 한 성기게 만들고 있다. 박태웅이 미들파워 비전의 근거로 든 APEC와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이 풍경 옆에 놓아본다. 한쪽에서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주도하겠다 말하고, 다른 쪽에서 자율살상무기 협상의 의도적 교착의 한 축에 서 있다. 두 행동이 같은 시기, 같은 정부 안에서 공존한다. 미들파워 비전을 풀어내는 사람이 협상장 입장도 함께 풀어내지 않으면, UN 여섯 개 기구가 한국에 와서 보게 되는 풍경은 이중 언어가 된다. 강성현·김현준의 발표와 문아영의 발표가 그 풍경을 정면에서 가리킨다.
김현준·오병일·조경숙: AI 군국주의와 빅테크-국가 결합과 K-디펜스테크
쟁점토크 ②는 「전쟁을 만드는 알고리즘: 빅테크와 AI 무기」라는 제목으로 빅테크와 디펜스테크 산업을 분석한다. 이경일이 솔트룩스를 자랑한 대목, 채승병이 무기 기술사를 풀어낸 영역에서 빠진 부분을 채운다. 세 발표가 차례로 미국 AI 군국주의, 빅테크-국가 결합, 한국 디펜스테크 산업을 정면으로 다룬다.
김현준 교수는 미국의 AI 군사 전략 진화를 정리한다. 2014년 제3차 상쇄 전략 (Third Offset Strategy)이 인간-기계 팀 구성(human-machine teaming)을 도입했다. 그 흐름을 트럼프 행정부가 가속한다. 2025년 1월 9일 펜타곤 ‘AI-First’ 메모랜덤이 나오고, 2025년 1월 23일 트럼프 행정명령 14179호가 이어진다. 2026년 3월에는 팔란티어의 메이븐 시스템이 시범 단계 없이 미군 전체의 합동 전영역 지휘통제 (CJADC2)의 핵심 소프트웨어로 공식 채택되었다. 같은 시기 미 국방부는 자기 이름을 ‘Department of Defense’에서 ‘Department of War’로 바꿨다. 억지력에서 능동적 전쟁 수행으로의 정책 전환을 이름 자체에 새긴 것이다.


김현준은 이 흐름을 ‘AI 군국주의(AI militarism)’로 규정한다. 컴퓨터·인지과학자 니콜라스 랍(Nicholas Rabb)의 개념이다. 트럼프 정권의 AI 정책은 외양과 달리 기업 주도가 아니다. 국가가 민간 AI 산업 전체를 군사 생산 체계로 포획하는 과정이다. 미 국방부가 모든 AI 조달 계약에 “Any Lawful Use(모든 합법적 사용)” 조항을 포함하도록 지시한 것이 결정적 사례다. 합법성의 해석권을 정부가 독점하기 때문에, 앤트로픽이 시민 감시 거부와 자율 살상 거부라는 두 레드라인을 걸어도 군사적 사용을 거부할 수 없는 구조에 놓인다.
오병일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대표의 발표는 빅테크와 국가의 회전문 인사를 정리한다. 전 애플 부사장 더그 백은 현재 미 국방부 혁신단(DIU) 책임자다. 전 알파벳 CEO 에릭 슈미트는 국방혁신자문위원회·AI 국가안보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반대 방향도 있다. 전 국방정보국 임원 조쉬 마르쿠스가 2020년 구글 공공 부문 경영진으로 이동했고, 전 NSA 국장 키스 알렉산더가 같은 해 아마존 이사회에 합류했다.

빅테크 기업이 수주한 군사 관련 조달 계약은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약 13배 증가했다. 오병일은 빅테크의 천문학적 수익을 단순한 기술 혁신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 독과점 지위를 활용한 지대 수탈에 기반한 것이며, 그 독과점 지위는 국가의 제도적 보장에서 나온다. 그래서 디지털 군사-산업 복합체의 공고화가 빅테크의 독점 지위를 다시 강화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앤트로픽 사례에 대한 오병일의 분석이 결정적이다. 앤트로픽은 시민 감시와 자율 살상이라는 두 레드라인을 둔다. 그러나 그 외 98~99%의 군사적 활용에는 동의했고, 클로드는 미국·이란 전쟁에 사용되었다. 앤트로픽과 국방부의 갈등 끝에 2026년 3월 4일 국방부가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지만, 클로드의 군사 사용은 이미 발생한 후였다. 기업 자율 규제와 정부 계약을 통한 윤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경숙 도토리랩스 대표는 한국의 디펜스테크 산업이 빠르게 미국 안두릴(Anduril)을 모방하는 흐름을 분석한다. 안두릴은 자기를 ‘방산계약업체’가 아니라 ‘방산제품회사(defense products company)’로 호명한다. 미국 국경의 이동식 감시타워(Standard Sentry Tower)는 이민자 동선을 추적하면서 움직임 패턴, 광학·열화상 카메라 영상, 레이더 신호, 인간/드론/동물 분류값까지 데이터로 축적한다. 그 시민 감시 데이터가 방위 산업의 학습 데이터로 통합된다.

한국에서 같은 흐름이 가속하고 있다. 2026년 3월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크래프톤이 피지컬 AI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시기 한화자산운용은 AI· 로보틱스·방위산업에 투자할 펀드를 10억 달러 규모로 조성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PUBG 게임에서 쌓은 가상환경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운영 경험은 피지컬 AI 학습· 검증에 활용된다.
NC AI는 자체 모델 ‘배키’를 통해 ‘도메인옵스(DomainOps)’ 체계를 구축하면서 “국방 분야의 전술 지능”을 산업군에 특화된 AI로 공급하겠다고 명시했다. 한국 정부는 2026년 2월 23일 「방산 스타트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K-방산 스타트업을 16개에서 2030년까지 100개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디펜스테크 글로벌 VC 투자는 2024년 272억 달러에서 2025년 491억 달러(약 70조)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K-디펜스테크 육성안은 이 글로벌 흐름의 한국판이다.
결정적 자료가 하나 더 있다. 정부가 외국인 1억 2천만 건과 내국인 5,760만 건의 출입국 안면 이미지를 AI 업체에 이전한 사실이 박주민 의원실을 통해 단독 보도되었다(한겨레). 시민이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안두릴 이동식 감시타워(Standard Sentry Tower)가 미국 국경에서 한 일이 한국에서는 출입국 시스템과 K-방산 펀드의 결합으로 진행된다.

비판이 멈춘 곳, 비판이 가야 할 곳
쟁점토크 두 차례를 통해 발표된 6명의 분석을 모으면, 1·2·3절에서 정리한 한국 군사AI 담론의 부재가 어디에 있는지 또렷해진다.
이경일 대표가 시장 기회로만 풀어낸 영역에 빅테크-국가의 회전문 결합과 K-디펜스테크 산업의 시민 데이터 흡수가 들어찬다. 박태웅 의장이 한국 미들파워 비전으로 풀어낸 그늘에 한국 정부 협상장의 의도적 교착과 무기 수출 통제 법제의 갭이 드러난다. 채승병 교수가 무기 기술사로 풀어낸 한쪽 끝에 시민이 데이터가 되는 흐름, 가자 라벤더가 우크라이나·이란을 거쳐 한국으로 이식되는 경로가 등장한다.
세 사람의 담론은 그 부재 때문에 한국 군사 AI에 대한 비판적 분석의 선을 일정한 지점에서 멈춘다. 그 멈춤이 우연이 아닌 까닭은 발화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경일은 정부 자문에 약 10년 머물러 온 사업가로서, 박태웅은 정부 자문에 참여하는 정책 자문가로서, 채승병은 국방홍보미디어 ‘역전다방’ 4인 고정 멤버로서 군사AI를 다룬다.
세 곳이 다른 동기로 같은 부재를 만들어내고, 그 결합이 한국 정부의 자율살상무기 협상 입장이 가능한 사회적 토대를 형성한다. 성공회대 평화월딩연구소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함께 두 차례 쟁점토크를 연 것은 그 토대를 가로지르는 비판적 분석을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그리고 그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