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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를 시작하며

2025년 7월, 나는 연구계획서를 제출했다. 인공지능이 전쟁과 폭력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연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10월, 연구지원을 받아 평화월딩연구소 안에 ‘AI 제노사이드 세미나팀’을 꾸렸다. 사회학, 역사학, 과학기술정책학의 관점과 시민운동의 현장 경험을 가진 연구자와 활동가로 구성된 팀이었다. 우리는 가자지구의 AI 표적 시스템,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데이터 플랫폼, 팔란티어와 안두릴 같은 미국 방산-테크 기업들의 기술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공부가 깊어질수록 하나의 문제에 부딪혔다. 이 시스템들을 각각 분석하는 것으로는 현상의 본질이 포착되지 않았다. 문제는 개별 시스템이 아니라, 이것들이 체인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운영체제를 구성할 때 비로소 전쟁 수행 구조 자체가 바뀐다는 것이었다. 12월 16일, 연구노트에서 이 구조를 ‘AI 전쟁 운영체제(AI War OS)’로 명명했다.

계획서 제출로부터 8개월, 세미나 시작으로부터 5개월. 그 사이에 베네수엘라 마두로 작전(2026.1), 이란 전쟁 개시(2026.2)미국 전쟁부와 앤트로픽의 갈등과 클로드 코드 소스코드 유출(2026.3)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세미나에서 공부한 구조가 현실에서 빠르게 확인되고 있다. 이 연재는 ‘AI 전쟁 운영체제(AI War OS)’가 어떤 역사적 단계를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하고, 동시에 이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개념을 만들고 다듬어갔는지를 기록한다.

한국전쟁의 수수께끼 — OODA 루프의 탄생

이 연재의 분석 축은 OODA 루프이다. 우선 이 프레임이 어디에서 왔는지부터 시작한다.

1950년대 초, 한국전쟁. 미 공군의 F-86 세이버와 소련의 MiG-15가 압록강 상공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10:1에 가까운 미군의 압도적 사살 비율(Kill Ratio). 그런데 이 결과는 설명되지 않았다. MiG-15는 여러 성능 지표에서 F-86보다 우수했다. 더 빨리 상승하고, 더 높이 올라가고, 더 강력한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기체 성능만으로는 미군의 압도적 승리가 설명되지 않았다.

존 보이드(John Boyd, 1927-1997)는 이 수수께끼에 사로잡힌 전투기 조종사였다. 모의 공중전에서 40초 안에 모든 도전자를 격파하여 ’40초 보이드’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그러나 보이드의 진짜 공헌은 조종간이 아니라 이론에 있었다.

보이드가 도달한 답은 이것이었다. F-86의 결정적 우위는 속도나 화력이 아니라 조종석의 시야와 조종간의 반응 속도에 있었다. F-86의 버블 캐노피는 360도 시야를 제공했고, MiG-15의 프레임이 있는 캐노피는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F-86의 전동 유압 조종 장치는 조종사의 입력에 즉각 반응했고, MiG-15의 수동 장치는 지연이 있었다. 핵심은 ‘더 빨리 보고, 더 빨리 판단하고, 더 빨리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보이드는 이 통찰을 이론적 프레임으로 정식화했다. OODA 루프. 관찰(Observe) — 판단(Orient) — 결정(Decide) — 실행(Act)의 순환.

관찰은 환경을 감지하는 것이다. 적기가 어디에 있는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 판단은 그 감지된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다. 적기의 기동이 공격 의도인가 회피 기동인가, 나의 위치는 유리한가 불리한가. 결정은 해석에 기반하여 행동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다. 추격할 것인가, 이탈할 것인가. 실행은 결정을 실행하는 것이다. 조종간을 당기고, 미사일을 발사한다.

보이드에게 이 네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판단’이다. 관찰된 정보를 해석하는 과정에는 유전적 유산, 문화적 전통, 이전 경험, 새로운 정보가 모두 개입한다.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판단이며, 이 해석의 질이 이후의 결정과 행동을 규정한다.

한 사람의 몸 안에서 — 그리고 밖으로

중요한 것은, 보이드가 이 루프를 설계한 원래 맥락이다. OODA 루프는 한 조종사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이었다. 눈으로 보고(Observe), 머리로 판단하고(Orient), 결심하고(Decide), 손으로 조종간을 움직인다(Act). 네 단계가 모두 한 사람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 순환의 속도가 생존을 결정한다.

OODA 루프가 한 사람의 몸 안에 있을 때, 관찰과 판단과 결정과 실행 사이에 간극이 없다. 눈이 본 것을 머리가 즉시 해석하고, 손이 즉시 반응한다. 그러나 이 루프가 한 사람의 몸 밖으로 나가면 — 조직으로, 기계로, 소프트웨어로 확장되면 — 각 단계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그 간극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전쟁의 구조를 결정한다.

관찰(Observe)의 기계화는 냉전에서 시작되었다. 1960년, CIA와 미 공군의 합동 프로젝트인 코로나(CORONA) 정찰 위성이 소련 상공에서 첫 번째 사진을 촬영했다. U-2 정찰기가 격추된 직후였다. 인간 조종사를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고도 적국의 미사일 기지와 폭격기 생산 시설을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스커버러 14 호 귀환 캡슐 회수(코로나 시리즈의 전형적인 형태). CC0.

1960~70년대에는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5개국이 에셜론(ECHELON) 통신 감청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화, 팩스, 위성 통신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1995년 보스니아 전쟁에서는 RQ-1 프레데터 무인 정찰기가 실시간 영상을 지상 기지로 전송하며 첫 실전 투입되었다. 인간의 눈이 기계의 센서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행(Act)의 기계화는 걸프전(1991)에서 결정적 전환을 맞았다. 레이저 유도 폭탄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대규모로 실전에 투입되면서 ‘외과적 타격(surgical strike)’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1999년 코소보 전쟁에서는 GPS 유도 JDAM 폭탄이 최초로 대규모 사용되어,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정밀 타격이 가능해졌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에는 프레데터와 리퍼 무인공격기가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하고, 네바다의 지상 조종사가 화면을 보며 수천 킬로미터 밖의 표적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구조가 일상화되었다. 인간의 손이 원격 조종 시스템으로 대체된 것이다.

전술형 “토마호크” 블록 IV 순항 미사일. 미 해군. 2002.11.

그러나 이 모든 전쟁에서 판단(Orient)과 결정(Decide)은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었다. 코로나 위성이 사진을 찍으면 CIA의 인간 영상분석관이 사진을 판독했다. 프레데터가 실시간 영상을 전송하면 네바다의 인간 조종사가 ‘이 차량이 군사 차량인가 민간 차량인가’를 판단하고 ‘타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했다. 데이터의 수집(Observe)과 타격의 실행(Act)은 기계화되었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해석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은 인간 분석관과 지휘관의 고유 업무였다.

이 연재가 추적하는 것은 바로 이 나머지 두 단계 —판단과 결정— 가 기계화하는 과정이다. 세 번의 전환이 있었다.

9.11 —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정보의 분산

OODA 루프가 한 사람의 인지 과정에서 조직의 정보 처리 구조로 확장되는 계기가 있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은 2,977명의 목숨과 함께 하나의 사실을 확인했다. 정보기관들은 공격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갖고 있었지만, 그 데이터들이 서로 다른 기관의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져 있어 연결되지 못했다. CIA가 아는 것을 FBI는 몰랐고, NSA가 감청한 것을 CIA는 보지 못했다.

OODA 루프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다. 문제는 관찰(Observe)의 실패가 아니었다. 각 기관은 각자의 영역에서 충분히 관찰하고 있었다. 문제는 관찰(Observe)들 사이의 연결 실패였다. 관찰된 정보가 하나의 판단(Orient)으로 종합되지 못한 것이다. 한 사람의 몸 안에서는 눈이 본 것이 자동으로 머리에 도달하지만, 조직에서는 한 부서가 본 것이 다른 부서의 머리에 도달하지 않는다.

이 실패에서 하나의 회사가 태어난다.

팔란티어 — 세계를 객체와 관계로 재구성하다

2003년 5월, 피터 틸(Peter Thiel)이 회사를 설립한다. 페이팔(PayPal)의 사기 탐지 기술 — 수백만 건의 거래에서 사기 패턴을 자동으로 식별하는 알고리즘 — 을 국가 안보에 적용하겠다는 것이 창업 아이디어였다. 회사 이름은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보는 돌(seeing stone)’에서 따왔다. 팔란티르(palantír)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수정 구슬이다. 그러나 톨킨의 소설에서 이 돌은 사용하는 자를 타락시키기도 한다. 지식의 도구가 통제의 도구가 되는 양면성. 회사 이름 자체가 예언이었는지도 모른다.

‘고담’ 팔란티어.

2008년, 팔란티어의 첫 번째 제품 고담(Gotham)이 출시된다. 고담의 핵심 기술은 온톨로지(Ontology)다. 철학에서 온톨로지는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존재론이다. 팔란티어에서 온톨로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현실 세계의 모든 것을 객체(object)와 관계(팔란티어 용어로는 링크, ‘link’)와 속성(property)으로 재구성하는 데이터 모델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이름, 나이, 주소, 전화번호라는 속성을 가진 ‘객체’가 된다. 이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 통화는 두 객체 사이의 ‘관계’가 된다. 이 사람이 특정 건물에 출입했다. 건물도 객체이고, 출입 기록은 사람 객체와 건물 객체 사이의 관계가 된다.

이것을 전장에 적용하면, 전장의 모든 개체 — 사람, 차량, 건물, 통신 신호, 이동 패턴 — 가 데이터 객체로 변환되고, 이 객체들 사이의 관계가 자동으로 매핑된다. ‘누가 누구와 통화했는가’, ‘누가 어디로 이동했는가’, ‘이 건물에 누가 출입했는가’가 모두 하나의 그래프 안에서 연결된다.

팔란티어는 온톨로지를 “조직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 정의한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세계의 대상을 디지털 공간에 지속적으로 동기화되는 운영 모델로 재현한 것이다. 단순한 시뮬레이션이나 지도가 아니라, 현실의 상태 변화가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그 위에서 판단과 개입이 이루어지는 운영 단위이다.

고담 이전에는 위성 영상은 위성 영상 분석관이, 통화 기록은 통신 분석관이, 소셜미디어는 또 다른 분석관이 각각 별도로 처리했다. 한 분석관이 발견한 것을 다른 분석관에게 전달하려면 보고서를 쓰고 회의를 해야 했다. 2001년 9.11의 실패가 바로 이 구조에서 발생한 것이다. 고담은 이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구조 안에서 탐색 가능하게 만들었다. 흩어진 관찰 대상들을 하나로 연결한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고담을 사용하여 매복과 급조폭발물(IED)을 회피했다. 차고문 개폐기와 급조폭발물 사이의 연결 패턴을 인간이 놓쳤던 것을 고담이 발견했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고담이 한 것은 관찰(Observe)의 체계화였다. 이질적 데이터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여 탐색 가능하게 만든 것이지, 그 구조 안에서 ‘이 사람이 적인가 민간인인가’를 판단하는 것(Orient)은 여전히 인간 분석관의 몫이었다. 데이터의 구조화는 달성했지만, 판단의 자동화는 아니었다.

‘고담’ 소개 동영상 갈무리. 팔란티어

메이븐 프로젝트 — 군사 AI의 기점

2017년 4월, 펜타곤의 한 창문 없는 방에서 작은 팀이 모였다. 해병대 대령 드루 쿠커(Drew Cukor)가 이끄는 이 팀의 프로젝트명은 ‘메이븐(Maven)’, 공식 명칭은 ‘알고리즘 전쟁 교차기능팀(Algorithmic Warfare Cross Functional Team)’이었다.

쿠커가 해결하려 한 문제는 이것이었다. 드론과 위성과 센서가 쏟아내는 영상 데이터의 양이 인간 분석관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인간의 눈으로 모든 드론 영상을 다 볼 수 없으니, AI에 영상 분류를 시키자는 것이 메이븐의 출발점이었다.

드루 쿠커에 관한 캐나다 언론 ‘더 월러스’ 기사 “미국 전쟁 기계 중심에 인공지능을 배치한 남자” (2026.03.31) 갈무리.

최초의 파트너는 구글이었다. 그러나 2018년 4월, 구글 직원 3,000명 이상이 “구글은 전쟁 사업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공개 서한에 서명하고, 최소 12명이 퇴사했다. 구글은 계약에서 철수했다. 이것이 군사 AI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 기술 기업의 윤리적 거부가 가능했던 마지막 순간 중 하나였다.

구글이 빠진 자리를 팔란티어가 채웠다. 그리고 팔란티어는 단순히 구글의 대체자가 아니라, 메이븐의 구조 자체를 바꿨다. 구글이 제공한 것은 드론 영상의 컴퓨터 비전 — 이 영상에 차량이 있는가, 건물이 있는가를 식별하는 기술 — 이었다. 팔란티어가 가져온 것은 온톨로지 — 드론 영상뿐 아니라 위성, 신호정보, 통신 감청, 오픈소스 인텔리전스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는 체계였다.

쿠커가 원한 것은 “전쟁의 디지털 지도이자 운영체제 — 좌표가 찍힌 흰 점들이 있고, 표적과 무기를 연결하여 사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카트리나 맨슨(블룸버그 기자, ‘Project Maven’ 저자)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2026.3.26)에서 취재원들이 이 시스템을 “전쟁을 위한 윈도우(Windows for war)” 또는 “전쟁을 위한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for war)”로 비유했다고 전했다. 이 비유는 맨슨의 취재 과정에서 나온 것이므로 실제 발언은 그보다 앞선다.

‘메이븐’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하는 드루 쿠커. 동영상 제목은 “프로젝트 메이븐의 책임자가 전쟁에서의 AI의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세마포 테크 갈무리. 2026.03.28.

우리 세미나팀이 2025년 12월 16일 연구노트에서 이 구조를 ‘AI 전쟁 운영체제(AI War OS)’로 명명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이다. 그러나 방향이 반대였다. 메이븐 내부자들이 “전쟁을 위한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for war)”라고 부른 것은 자신들이 만든 것의 능력에 관한 묘사였다. 우리가 같은 구조를 ‘AI 전쟁 운영체제(AI War OS)’라고 명명한 것은 그것을 규율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메이븐이 바꾼 것을 숫자로 보면 이렇다. 걸프전 2차(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약 1,000개의 표적을 타격하기 위해 50~100명의 분석관이 6개월간 작업했다. 메이븐의 컴퓨터 비전 시스템이 도입된 후, 하루 표적 생성 능력이 100개 미만에서 1,000개로 증가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통합된 후에는 하루 5,000개로 증가했다. 팔란티어의 최고기술책임자 샴 산카르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걸프전 2차에서 약 1,000개의 표적을 처리하는 데 50~100명이 6개월 걸렸다. 이번 분쟁에서는 그 두 배의 표적을 한 사람이 2주 만에 처리했다.”

이 숫자를 OODA 루프로 번역하면 이렇다. 이전에는 데이터 수집(Observe)과 데이터 해석(Orient) 사이에 수십 명의 인간 분석관이 수개월간 앉아 있었다. 메이븐은 이 간극을 기술적으로 압축했다. 인간 분석관이라는 병목이 제거된 것이다.

AI 전쟁 운영체제 — 왜 “도구”가 아니라 “운영체제”인가

2025년 11-12월 세미나에서 팔란티어를 공부하면서 우리는 하나의 질문에 도달했다. 팔란티어를 ‘데이터 분석 도구’로 보면, 이것은 그냥 좋은 소프트웨어다. 군이 더 정확한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효율화 도구. 그렇게 보면 규제 대상이 아니라 도입 대상이다.

그러나 ‘AI 전쟁 운영체제(AI War OS)’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전혀 다른 것이 보인다. 온톨로지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느냐’를 결정하는 순간, 이후 모든 판단의 범위가 규정된다. 전장의 모든 인간이 ‘객체’로 변환되고, 모든 관계가 ‘위험도’로 점수화되며, 민간인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위험 점수가 낮은 객체’로 재분류된다.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형식의 문제다.

같은 시기에 이중사용(dual-use) 문제도 분명해졌다. 안두릴(Anduril)의 센트리타워(sentry tower)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이민자를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축적한 센서 데이터와 추적 알고리즘이 래티스(Lattice) AI의 학습 데이터로 전용된다. 국경 감시에서 학습한 알고리즘이 전장의 표적 식별에 재사용되는 것이다. 팔란티어 역시 이민세관집행국(ICE)의 이민자 추적 시스템과 군사 정보 분석 시스템에 동일한 온톨로지를 사용한다. 민간인 감시 데이터와 군사 표적 데이터가 같은 구조 안에서 흐른다.

안두릴(Anduril)의 센트리타워(sentry tower). 안두릴.

한국에서도 배틀그라운드(PUBG) 게임을 만든 ㈜크래프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피지컬 AI’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고(2026.3.13), 크래프톤 대표가 합작법인을 “안두릴과 같은 글로벌 방산 기술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한 사례가 있다. 게임 데이터의 방산 전용이 공식적으로 선언된 것이다.

12월 16일, 연구노트에서 나는 이 구조를 ‘AI 전쟁 운영체제(AI War OS)’로 명명했다. 이 개념이 필요했던 이유는 이것이다. 팔란티어를 금지해도, 동일한 온톨로지 구조를 가진 다른 플랫폼이 대체한다. 문제는 특정 회사가 아니라, 세계를 객체-관계-위험 점수로 재구성하는 형식 자체이다. 개별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으로는 이 형식을 포착할 수 없다. 분석의 단위를 개별 도구에서 운영체제로 올려야 했다.

📢 다음 편 예고

팔란티어의 온톨로지가 관찰(Observe)을 체계화한 것이 첫 번째 전환이라면, 두 번째 전환은 이 구조화된 데이터 위에서 판단(Orient)과 결정(Decide)를 자동화한 것이다. 이것을 수행한 것이 이스라엘의 ‘유닛 8200’이다. 수십 년간 팔레스타인을 감시하며 축적한 데이터 위에서, 복음·라벤더·아빠 어디 있어·화력 공장이라는 킬체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세 번째 전환 —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운영체제로 통합하여, 우크라이나에서 시험되고, 베네수엘라에서 실전 투입되고, 이란에서 표준화되는 과정을 제2편에서 다룬다.

📚 더 읽을 거리


🔖 Robert Coram, Boyd: The Fighter Pilot Who Changed the Art of War, Little, Brown and Company, 2002. (보이드의 생애와 OODA 루프의 형성 과정을 추적한 전기)

🔖 Katrina Manson, Project Maven: A Marine Colonel, His Team, and the Dawn of AI Warfare, W.W. Norton, 2026. (메이븐 프로젝트의 탄생에서 이란 전쟁까지, 군사 AI의 역사를 추적한 취재 기록)

🔖 안유석, 『팔란티어 인사이트: 제2의 테슬라를 넘어 기업 자율주행 OS를 만들다』, 처음북스, 2025. (팔란티어의 온톨로지·AIP·파운드리·아폴로 기술 아키텍처와 군사·산업 양면을 해부한 기술 분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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