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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50여 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 표현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출근길 문답을 통해 의견을 전하고 있습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현안에 문답하는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1분 남짓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Door-stepping 약식 회견)’이라며 굳이 영어로 표현하는 것도 의문인 데다 언론이 이를 제대로 국민에게 전하는지도 살펴야 하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출근길 문답’ 보도의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따옴표 저널리즘: 채널A “민변 출신 도배”, 사실 확인 없이 보도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대통령의 생각이 가감 없이 국민에게 전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인한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언론의 보도 태도도 차이가 있는데요.

채널A [‘검사 편중’ 작심 반박 “미국도 폭넓게 진출”] (6월 8일 노은지 기자)은 6월 8일 출근길에 ‘검찰 편중 인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이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거번먼트 어토니(검사) 경험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한 발언을 전하며 “작심한 듯 검찰 편중 인사 비판을 과거 정부 사례로 반박하고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데요. 오마이뉴스 [“민변 출신 도배” 윤 대통령 주장, 실제와 비교해 보니] (6월 9일 김시연 기자)는 6월 8일 당시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 가운데 검찰 출신(검찰 공무원 출신 3명 포함) 인사는 모두 15명”이며 “반면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구성 당시 검찰 출신 인사는 3명에 그쳤”고, “초대 내각과 대통령비서실에서 민변 출신 주요 인사는 3명으로 검찰 출신 숫자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채널A가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발언을 그대로 전한 것과 달리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보도한 것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민변 출신 인사’ 발언에 관한 채널A(6/8)와 오마이뉴스(6/9)의 보도. 채널A는 윤 대통령 발언을 사실 확인 없이 “따옴표”에 담아 그대로 보도한 반면, 오마이뉴스는 사실확인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윤비어천가’: 데일리안의 ‘기네스’ 언급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의 사실 여부 등이 논란이 되었지만 “취임 후 가장 잘한 일”, “능숙한 도어스테핑” 등으로 평가하며 지나치게 미화한 보도도 있습니다.

데일리안 [윤석열 도어스테핑, 기네스북 등재까지 계속하라] (6월 12일 정기수 자유기고가)는 “전임 대통령들이 전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이 즉석 문답”은 “윤석열의 브랜드가 되어버렸”다며 “간간이 하게 될 정식 기자회견들까지 더하면 1000회는 쉽게 넘어갈 것이”기 때문에 “내친김에 기네스북 등재도 도전해보라”고 제안했는데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정곡을 찌르는 답변”으로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해 요점만 답하느라 1분 안팎 회견을 하는 것”이라고 옹호하며 “한마디만 던지고 말거나 아주 곤란한 질문일 때는 어물쩍 넘어가 버리는 것도” 일부러 “구사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더불어 “윤석열의 도어스테핑은 청와대 개방이라는 실외 개혁에 이은 실내 개혁 조치로서, ‘취임 후 가장 잘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을 기네스에 등재하라는 데일리안(6/12)

뉴스1 역시 [각본 없는 질의응답…윤석열 능숙한 도어스테핑 이유 있었다] (6월 14일 이호승 기자)에서 “도어스테핑 횟수가 10차례를 넘기면서 윤 대통령도 발언에 자신감을 붙이고 있다”고 호평했습니다. 뉴스1은 “취임 한 달쯤이 되자 네다섯 개의 질문을 받고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변시간도 크게 길어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국정 운영에 자신감을 붙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절 기자들에게 직접 수사 브리핑을 하면서 일찌감치 언론 대응에 익숙해졌다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달변’인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자신감을 붙이면서 도어스테핑 횟수나 질문답변 시간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시아투데이 [칼럼/도어스테핑, 그 ‘신선한 선물’] (6월 20일 이경욱 대기자)은 출근길 문답이 “국민에게는 분명 ‘신선한 선물’”이라며 “최정점 리더로부터 거의 매일 아침 그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듣는 것만으로도 국민이 느끼는 민주주의 성숙도는 최고”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듣는다는 것은 언감생심 생각지 못”했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정국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진정한 리더십”이라고까지 평가했습니다.

‘꿈보다 해몽’에 나선 언론

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에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중앙일보 [“윤 대통령 거의 종일 경제 얘기만”…위기대응 진두지휘] (6월 16일 현일훈 기자)는 6월 15일 “도어스테핑을 위해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걸어온 윤 대통령은 먼저 ‘비가 좀 많이 와야 될 텐데 어젯밤에 조금 내리다 말았죠’라고”했는데 “최근 전국적인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부터 걱정한 발언이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어 “화물연대 협상 타결에 대한 입장을 (기자가) 묻자” 윤 대통령은 “‘글쎄 뭐 조마조마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제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우리가 다 함께 전체를 생각해 잘 협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는데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경제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습니다.

TV조선 [뉴스야?!/“윤 도어스테핑이 무덤”?] (6월 19일 황정민 기자)은 “지난 정부 때는 대통령이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청와대 브리핑도 “‘청와대 관계자’발로 기사화”돼 “국민들은 이게 누구 뜻인지 좀 애매”했지만,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현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오해나 곡해의 여지”가 분명하게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는데요. “너무 세부적인 것까지 언급하게 되면 정부 조직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좁혀질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배려해 발언에 “‘여지’를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 발언의 숨은 의도까지 찾아내 칭찬한 것인데요. 그러나 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 이후 대통령실이 반복해 발언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오해나 곡해가 정말 줄어들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2011년 12월 TV조선 개국 당시 [시사토크 판].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형광등 100개”와 공당 대표와는 당연하게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출처: TV조선)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즉흥적인 발언은 솔직할 뿐, 고민이 담겼다고 보긴 힘듭니다. 이쯤 되면 대통령실 해석이 필요한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서울경제 [기자들과의 ‘편한 동거’] (5월 18일 김남균 기자)는 “소통의 질이 선진화된 형식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 [윤통이 자랑한 ‘출근길 문답’ 성비위 측근 질문엔 왜 딴말?] (6월 11일 김미나 기자)은 지난 한 달간 기자들이 “△△△를 임명하실 건가요?”란 질문을 가장 많이 했으나 그때마다 윤 대통령 답변은 성실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언론이 대통령을 자주 만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물어볼 수 있는 ‘출근길 문답’은 지속돼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짧지만, 기자와의 소통을 늘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형식 이상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답변하는 대통령’과 ‘질문하는 기자’ 모두가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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