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의 색다른 진보 4-2.] 왜 한국의 보수주의는 ‘자유’를 앞세우면서도 타인의 자유, 개인의 자유에 대해선 엄격할까. 한국 보수주의의 선별적이고 배타적 자유론. 그리고 작은 정부 그리고 시장만능주의에 빠진 한국 보수주의의 탈출구는? (⏰12분)
진영 논리가 판치는 시대, ‘논쟁’이 어렵다. 말, 글로 논하여 다투기보다 SNS에 서로 조롱하고 비아냥대기 바쁘다. 이미 각 부족 입맛에 맞게 답을 정해 놓은 좌우파 지식인은 한 치 이견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토론은 물러나면 죽는 전장일 뿐이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차분한 논쟁이 필요하다. 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에 의해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어떤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토론 테이블에 꺼내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성역화도, 언더도그마도 타파 대상이다.
색다른 관점을 가진 철학자를 소개한다. 독립 연구자 이완(31)이다. 그의 철학과 생각이 정치·사회 논쟁에 작은 불쏘시개가 되길 바란다. 이번에 그와 나눈 인터뷰 주제는 ‘한국의 보수주의’다. 1·2편으로 나눠 싣는다.

자유를 지키는 보수? “근본 없는 말.”
— 한국에서 흔히 ‘보수는 자유를 지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어떻게 보나?
근본 없는 말이라고 본다. 역사를 보면 자칭, 타칭 보수주의자 중에 ‘자유’라는 급진적 변화에 저항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서구의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익숙한 위계질서와 도덕 체계를 개인의 자유라는 낯선 이념으로부터 지키려 했고, 지금도 제1세계 밖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기본 가치가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위협으로 여기는 사례가 많다.
시장 자유에 대한 태도도 천차만별이었다. 보수주의자 상당수는 공산주의뿐 아니라 고삐 풀린 시장경제 역시 곱게 보지 않았다. 그런 시장경제가 땅에 뿌리 내린 전통 공동체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뿌리 뽑힌 개인으로 만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⑴ 가족과 종교에 대한 헌신을 잊고 이윤만 생각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여러 보수주의자들에게 혐오스러운 인간상이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러셀 커크가 그런 보수주의자였다.
커크와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미국 보수주의 사상가, 로버트 니스벳도 개인주의적인 자유주의를 공산주의와 나치즘이라는 두 전체주의의 뿌리로 지목했다. 개인주의적인 자유주의가 가족과 교회 같은 자율적 공동체를 해체시킨 탓에 사람들이 국가만 바라보게 됐고, 그 결과물이 국가에 전능한 힘을 부여하는 ‘코뮤나치(Communazi)’라는 이야기다.
영국 보수주의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유 시장을 통제하려 했다.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영국 보수당은 광범위한 복지 제도와 완전 고용, 민간 기업과 중앙 경제 관리가 결합된 혼합경제를 정책 기조로 삼았다. 그렇다고 소련식 공산주의나 급진적 평등주의에 공감한 것은 아니었다. 영국 보수주의자들은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불평등이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나라를 안에서부터 위협한다고 여겼다.⑵
이렇게 영국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중점을 둔 보수주의자를 ‘일국민(One Nation) 보수주의자’라고 부른다. 당시 일국민 보수주의자는 국가 주도 사회주의와 자유방임 자본주의 사이에서 ‘중도의 길’을 찾으려 했다. 대표적 인물이 2차 세계대전 승리 주역인 윈스턴 처칠이다. 처칠은 1920년대 자유당 내각에서 일할 때 토지에 부과하는 양도세를 도입하는 데 적극 동참했다. 토지 불로소득은 정당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1940년대 총리가 돼 전쟁을 이끌 때는 NHS 같은 광범위한 사회보험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보수당 일각으로부터 개혁에 미온적이라며 비판받았다.⑶
“도로가 만들어지고, 거리가 만들어지고, 서비스가 개선되고, 전등이 밤을 낮과 같이 환하게 밝히며, 100마일 떨어진 산속 저수지의 물이 집까지 흘러온다. 집주인은 가만히 앉아 있다. 그 모든 편리함은 다른 사람들과 납세자들의 노동력과 비용 덕에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한 개선 중에 어느 것에도 토지 독점자가 기여하지 않지만 그 모든 것이 토지의 가치를 올린다.”
윈스턴 처칠, 1904년 하원 연설 중에서⑷

‘올드 보수’ 처칠, 토지 불로소득 비판하다.
— 현대 보수주의 본가로 여겨지는 영국 보수당도 항상 ‘자유 시장’을 앞세운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언제부터 자유 시장이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나?
영국 보수당이 자유 시장으로 크게 기울어진 것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가 주도권을 잡은 이후부터다. 그때도 일국민 보수주의자들은 대처리즘을 강하게 비판하며 통합을 더 강조했다. 유럽 대륙에서도 가톨릭 교회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이 오랫동안 개인의 무제한적 자유를 거부하고 사회 질서를 강조했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였다.
과거의 주류 보수주의는 무제한적 자유에 맞서는 것이었다. 보수주의가 경제적 자유지상주의와 만나게 된 것은 꽤나 후대의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자유’라는 도식은 역사적 근거가 부족하다. 트럼프주의 같은 새로운 권위주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자유를 앞세우는 보수주의는 지금 시점에서도 주류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 적어도 한국 보수에는 자유가 독자적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나?
물론 우리나라 보수주의자가 반드시 해외 사례를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보수주의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의미가 다르니까, 한국의 보수주의는 자유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이 가장 애정하는 단어가 ‘자유민주주의’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는 너무 많은 자유를 거부하고 있다. 동성끼리 결혼하고 아이를 입양할 자유,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할 자유, 어린아이들도 지나다니는 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를 개최할 자유는 보수주의자들에게 금기나 다름 없다. 특히 빈곤과 기회 박탈로부터 벗어날 자유, 사회에 생존 수단을 요구할 자유는 여전히 공산주의로 향하는 비탈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보수 대통령들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이야기하면서도 재벌 총수들을 불러서 정부 정책에 협조할 것을 압박했다.

이런 한국 보수의 사고방식과 가장 닮은 것은 존 로크의 ‘도덕주의적 자유관’인 것 같다. 로크에게 자유란 도덕 질서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간섭 없이,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⑸ 로크는 어디까지나 기독교인이었고, 신이 정한 도덕 질서를 정치 사상의 대전제로 삼았다.⑹
그 도덕 질서는 개인에게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지시한다. 예를 들어 로크는 무신론자를 ‘위험한 짐승’이라고 불렀고, 무신론을 관용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강조했다.⑺ 심지어 일할 능력이 있는데 구걸하는 사람을 해군에 징집하거나 강제 노동형에 처해야 한다고도 이야기했다.⑻ 로크 관점에서 무신론과 나태는 도덕 질서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자유는 도덕 질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질서 밖에는 자유가 없다. 따라서 로크식 자유주의에서는 무신론자나 나태한 사람이 될 자유가 없다.
물론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이 로크를 공부해서 사상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로크가 이야기한 것과 같은 도덕주의적 자유관은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을 가장 잘 묘사해준다.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에게 자신들의 도덕관 외부에는 자유가 없다, 그래서 보수는 자유의 이름으로 좌파를 척결하고 동성애 콘텐츠를 규제하자고 외칠 수 있다.
문제는 보수의 도덕관이 매우 모호할 뿐 아니라 권위주의적이어서 너무 많은 자유를 일관성 없이 부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로크식 자유주의는 기독교라는 분명한 도덕 기반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은 어떤 도덕관을 갖고 있는지 애매하다. 기독교가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보수주의자 상당수는 종교가 없거나 불교인이다. 차라리 오래된 사회통념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보는 것이 나을 듯하다. 기성 사회통념 굴레 안에서 시장 자유를 지키는 것이 한국 보수주의인데, 그것도 정권을 잡으면 변덕스럽게 바뀐다.

‘사회주의’ 포함한 제헌헌법 “대외무역은 국가 통제 하에.”
— 모든 보수 대통령이 ‘시장 자유’를 앞세웠던 것은 아니다. 개혁적 정책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 인물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노태우에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나?
노태우 대통령은 군사정부 2인자였고 국민의힘의 먼 조상인 민주자유당 소속 대통령이다. 그런 노태우 대통령은 민주화 이래로 가장 개혁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토지 초과이득에 50%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했고, 재벌들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업무와 무관한 토지를 처분할 것을 압박했다. 최저임금제도 노태우 대통령 때 도입됐다. 중국 등 동구권 국가들과 수교해서 경제 영토를 넓힌 것도 노태우 대통령이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약한 편이다. 해방 직후 반공 보수주의자들은 아예 당 강령에 천연자원과 주요 산업의 국유화를 명시해 뒀다.⑼ 당시에는 토지와 공장 대부분을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인의 나라를 재건하려면 일본인 재산을 방치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구한말부터 1950년대 이전 우리나라에서 자유주의란 자유방임주의가 아니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실질적인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경제적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회적’ 자유주의였다. 해방 직후 우파 청년 단체를 조직한 지청천 장군은 제헌 의회에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다.
“국가권력으로서 철두철미 민족주의로 나가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경제면에 들어가서는 사회주의로 나가야 되겠습니다.”⑽
지청천, 제헌의회
메카시즘 광풍이 불기 전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련식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분했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이는 좌파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좌우를 넘는 광범위한 합의가 있었다. 그래서 제헌 의원 상당수는 보수 우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이었는데도, 우리나라 헌법은 사회주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복거일 등 보수 논객들의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유방임 시장경제를 나라의 정체성으로 채택한 적 없다.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 자원, 수산 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하거나 또는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호 제85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까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영을 특허하거나 또는 그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 하에 둔다.”
대한민국헌법 제1호 제87조.
따라서 한국 특색 보수주의도 자유 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민주화 이후 보수주의자들은 ‘보수=자유’라는 도식을 고집하지만 여기에는 마땅한 근거가 없다. 어쩌면, 민주화 이후 한국 보수의 핵심은 산업화 시대에 사회통념 지위에 있었던 도덕 감정인지도 모른다. 거칠게 도식으로 표현하자면, ‘요즘 한국 보수=오래된 사회통념 수호’다.

대처 닮은 이재명식 ‘대중 자본주의’, 성공할까.
— 이재명 대통령은 스스로를 ‘중도 보수’라고 부른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나.
기성 보수주의자들은 납득하지 못하겠지만, 이재명 대통령도 중도 보수에 속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동성혼 합법화나 차별금지법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고 있다. 어려운 문제라 언급 자체를 피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될 뻔한 강선우 의원은 반동성애 활동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보수적 기독교인이었다. 그런 사람을 후보로 지명했다는 것은 성소수자 문제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 아니었을까.

특히 경제 정책이 꽤 보수적이다. 작년 여름 이재명 대통령은 ‘지분적립형 공공주택’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이렇다. 먼저 구매자는 돈을 모으든 대출을 받든 해서 주택 분양가의 10~25%만 마련한다. 나머지 부분은 공기업이 지분을 소유한다. 구매자는 공기업 지분만큼 임대료를 내야 하고, 20~30년에 걸쳐 공기업 지분을 구매할 수 있다. 공기업 지분이 남지 않으면, 그 집은 구매자 소유가 된다. 다시 말해 나라가 집을 지은 다음 서서히 민영화하는 정책이다.
‘공공’과 ‘공기업’이라는 말 때문에 좌파 정책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비슷한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은 영국의 가혹한 반사회주의자, 마거릿 대처 총리다. 1980년 대처 총리는 ‘주택법’(Housing Act 1980)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주택법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는 집을 구매할 권리(Right to buy)를 갖게 된다. 대처 내각은 기존 공공임대주택을 거주 기간에 따라 할인된 가격으로 개인에게 판매했다.⑾
이때 지분 공유(Shared Ownership) 제도도 도입됐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는 집 일부를 자기 자본과 주택담보대출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지불해야 했다. 그리고 나머지 지분을 마저 다 구매하면 그 집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지분적립형 공공주택과 거의 똑같다. 대처 총리가 이미 만들어진 것을 팔았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새로 만든 집을 판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 누가 봐도 ‘코스피 주도 성장’은 진보 좌파 정책일 수 없다.
자본시장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주주자본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거다. 코스피 5000을 국시로 삼으며, 금융투자소득세를 버리고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했다. 양도세 중과세 면제를 끝내기는 했지만,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추가 증세는 계획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나마 시장에 강하게 개입하는 정책은 신용 등급에 역행하는 대출 금리 정도다. 이 외에는 딱히 진보적이라고 볼 만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기조는 대처 총리가 주장한 ‘대중 자본주의’와 상당히 닮았다. 전 국민을 자산 소유자로 만들어서 시장 경제 혜택을 나누겠다는 발상인데, 일단 영국에서는 실패했다. 자산 소유에 혜택을 주는 정책은 결국 기존에 큰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산 격차가 큰 우리나라에서도 전망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성소수자 문제 등 해외 진보주의자들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엔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경제 영역에서는 약간의 복지 확대 외에는 대처주의에 가까운 정책을 강화한다. 이재명 정부를 진보 또는 좌파로 만드는 요소가 대체 무엇일까.
러셀 커크가 말한 것처럼 ‘보수주의자란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기성 한국 보수는 반중, 반이재명 외에 내세울 만한 콘텐츠 없이 점점 소외되고 있다. 중도 보수 정치인 중에서 대권 후보로까지 여겨지는 사람도 많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재명 정부가 중도 보수를 자처해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유능하면 큰 정부, 무능하면 작은 정부.”
— 앞으로 한국 보수가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작은 정부론과 시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수주의자가 반드시 그런 것을 지켜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을 뿐더러 지금 우리나라에는 정부가 재정을 쏟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천지다. 당장 자살 예방 정책도 예산과 인력이 없어서 줄곧 목표 달성에 실패해 왔다.
경제학자 전주성 교수는 적정한 정부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유능하면 큰 정부, 무능하면 작은 정부.’⑿ 보수는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큰 정부도 무리 없이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도 ‘한미 동맹’이나 ‘열심히 일하는 한국인’ 같은 기존 익숙한 것들을 지킬 수 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누군가는 보수적인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중도 보수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려면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유연하게 고를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새누리당이 큰 위기 속에서 부활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것 아니었던가.
역대 어느 보수 정부도 현실 앞에서 강행할 수 없었던 작은 정부론과 시장만능주의를 버리고, 이참에 영국의 일국민 보수주의를 수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참고문헌
1. 피터 콜리지, 자본주의에 맞서는 보수주의자들, 이재욱 옮김, 회화나무, 2020.
2. Gary Love, Making a ‘New Conservatism’: The Tory Reform Committee and Design for Freedom, 1942–1949, English Historical Review 135(574), 2020.
3. Dean Blackburn, Harold Macmillan, Margaret Thatcher and British Conservative Conceptions of Equality, Revue Française de Civilisation Britannique XXVIII-1, 2023.
4. Winston Churchill, speech made to the House of commons, 1909.05.04
5. 폴 켈리, 로크의 통치론 입문, 김성호 옮김, 서광사, 2018.
6. Jamie Hardy, A Defense of Locke’s Moral Epistemology, Locke Studies 20, 2021.
7. Joanne Tetlow, Locke’s Political Theology and the ‘Second Treatise’, Locke Studies 17, 2018.
8. Gianna Englert, Liberty and Industry: John Locke, John Stuart Mill, and the Economic Foundations of Political Membership, Polity 48(4), 2016.
9. 전종익, 1948년 헌법 천연자원 및 주요산업 국유화 규정의 형성,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대학교 법학 제54권 제2호, 2013.
10. 강명희, 동아시아에서 자유주의는 무엇인가, 한울아카데미, 2021.
11. 이영환, 영국 사회주택정책의 변화 연구 – 보수당 집권기간(1979-1997)을 중심으로 -, 한국사회복지학 Korean Journal of Social Welfare, Vol. 35, 1998.
12. 전주성, 재정전쟁, 웅진지식하우스, 2022.
이완은 누구.
- 1994년 8월 출생.
- 다이소 등 서비스업에서 5년 동안 일했다.
- 자살 예방과 기회 균등, 정치철학을 연구한다.
- 한국 진보, 보수를 분석한 책 ‘좌업좌득’, ‘함께 자유로운 나라’를 썼다.
-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위기 앞에 혼자 되지 않는 나라를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