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인터뷰] 다주택자 악마화=똘똘한 한 채 프레임을 깨야 한다… 공급 부족, 빌라 활성화로 풀어야.
종부세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오랜 논쟁이다.
이준구(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부동산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종부세 중과 밖에 없다”고 했다.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에 세금을 중과해 살지 않는 주택을 팔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진보파 다수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정부도 고강도 수요 억제책인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보유세 인상’ 카드를 고심하고 있다.
“종부세는 한국은행 금리가 아니다.”
- 최병천(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진보파가 공유한 상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유세를 몇 % 올리면 집값을 잡을 수 있는가.” 최병천은 종부세를 ‘정권 교체 촉진세’로 규정한다.
- “진보·민주 진영은 종부세를 통해 보유세도 걷고, 부자 과세도 하고, 자산 불평등도 해소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과 다주택자 투기도 막고 싶어 한다. 종부세를 거시경제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 종부세를 ‘부동산 가격 안정세’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세금을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려, 전선이 확대되면 정권 교체를 피할 길이 없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체득한 학습 효과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최병천을 만났다.

“종부세 때문에 졌고 또 질 수 있다.”
— 10·15 부동산 대책 후 이제 남은 건 ‘보유세 인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다. 민주당은 2022년 부동산 문제로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준 경험이 있다.
“민주당이 부동산 때문에 2022년 대선서 졌다고 하는데, ‘부동산 때문’이란 말을 ‘인수분해’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에 진 거냐? 대출 규제 때문에 진 거냐? 공공임대을 덜 공급해 진 거냐? 취득세 때문에 진 거냐? 양도세 때문에 진 거냐? 종부세 때문에 진 거냐?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상식은 ‘가격 상승’ 때문에 졌다는 것이다. 틀렸다. 종부세 때문에 졌다.”
— 그래서 종부세를 ‘정권 교체 촉진세’로 부르는 것인가? 그 근거는?
“문 정부 때 부동산 가격 상승 특징은 코로나 유동성 등으로 전국적으로 2배 이상 올랐다는 점이다. 가격 상승 때문에 진 것이었다면 첫째, 부동산 주요 구매 연령대인 4050표가 이반했어야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압승했다. 둘째,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비교해보면, 한강 벨트 표심만 확 바뀌었다. 서울을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마용성이 아닌 한강벨트, 한강벨트 후방 지역, 서울 외곽 지역 등 5개 지역으로 나눠보자. 가격 상승 때문에 진 것이라면, 집값이 오르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서울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금관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 표심에 변화가 있어야 했지만, 도리어 이들 지역을 제외한 한강 벨트와 인접 지역이 국민의힘으로 돌아섰다.”
— 세제 개편을 이야기할 때, ‘보유세를 인상하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데 다수가 동의하는 듯하다. 최 소장도 이 주장엔 동의하는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낮고 거래세는 높기 때문에 세제 합리화 차원에서 보유세를 지금보다 조금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고 말하면 이견은 없다. 세제 합리화 차원에서 그 방향으로 밀고 나가면 될 문제다. 다만 정치공학적 판단을 더하면, 납세 대상자를 너무 넓히면 안 된다. 세율을 너무 확 높여도 안 된다. KBS 기자 출신 김원장 경제평론가는 ‘보유세를 높이면 은퇴자들이 집을 내놓을 것’이라며 부동산 공급 효과를 기대하던데, 그런 효과를 보기 위해 보유세를 몇 %로 올려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중앙일보가 최근 ‘똘똘한 1채 10년’을 주제로 기사를 보도했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국민평형(84㎡) 아파트 가격 평균을 살폈는데, 3.3억 원의 도봉구 아파트가 6.3억 원이 될 때, 강남 서초는 8.5억 원이 28.6억 원이 됐다. 딱 10년 만에 20억 뛰었다. 소유자가 서초 아파트를 팔 유인이 있을까? 종부세 부담률보다 기대 가격 상승률이 월등히 높다면, 종부세율은 얼마나 높여야 하는가? 10~20%P 높여야 하는 것 아닌가? 세금이 두려워 집을 팔 정도로 보유세를 높이겠다는 게 목표일 수 있을까? 정책 목표가 사실상 몰수인 민주주의 국가는 없다. 세금으로 부동산 공급을 촉진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세율 몇 % 때려야 집을 팔고 떠날 것 같은가.”
— 종부세를 인상해 주택 보유 비용을 높이면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고, 주택 보유자의 매도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게 소위 진보의 로직(logic) 아닌가?
“세제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목표라면, 세율을 20%로 높이면 되지 않나? 왜 고작 1~2%만 걷나? 대통령 임기는 5년 밖에 안 된다. 강남 3구 아파트 평균이 30억 원이다. 거기에 1%를 때린다고 집을 내놓겠는가?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갈 뿐이다. 자동차 매도를 유도하려 자동차 재산세율을 무리하게 높이는 걸 정상이라고 부를 사람은 없다. 몰수가 목표일 순 없다. 종부세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은 세제 합리화를 주장하는 건지, 부동산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건지, 부자에게 분풀이하자는 건지,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 종부세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
“진보·민주 진영은 종부세를 통해 보유세도 걷고, 부자 과세도 하고, 자산 불평등도 해소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과 다주택자 투기도 막고 싶어 한다. ‘짬짜면’ 정도가 아니라 ‘짬짜탕수육만두세’ 수준이다. 종부세를 거시경제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종부세의 정책 목표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세제 합리화가 목표면 세율을 정하고 고정해야 한다. 보유세가 목적이라면 왜 부자한테만 걷나?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거주 기간 관계없이 걷어야지. 보유세는 보유세 목표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두 번 모두 종부세를 ‘부자들의 시세 차익 응징세’, ‘부동산 공급 압박세’로 활용하려 했다. 그러다가 한강 벨트로 전선(戰線)이 넓어져 정권을 뺏겼다. 어리석은 정책 실패는 두 번으로 족하다. 왜 삼세판을 하려는지 너무 안타깝다.”

— 문재인 정부 때 증세는 어떻게 확대됐나?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2배 뛰었다. 재산세와 종부세 둘 다 누진세다. 세율이 그대로여도 세액은 2배 이상 올라간다. 문 정부만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임기 4년 동안 종부세(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2017년 33만에서 2021년 95만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종부세액 변동을 보면, 임기 첫 해인 2017년 3878억 원에서 2021년 5조 7000억 원으로 늘었다. 15배 가까이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4채당 1채가 종부세 대상이 됐다. 전선이 넓어진 것이다.
— 문 정부는 종부세 몇 번 올렸나?
“내용적으로 3단계 증세였다. 1단계, 가격이 2배 뛰었다. 종부세와 재산세는 ‘누진세’ 방식이기 때문에 세액은 2배 이상 뛴다. 2단계, 공정가액을 올렸다. 3단계, 세율만 3번 올렸다. 그래서 부동산은 약 2배가 뛰었는데 주택분 종부세 총액은 약 15배 뛰었다.”
— 당시 민주당은 종부세 대상은 ‘인구의 2%’라고 강조했는데?
“공격하는 입장인 국민의힘은 ‘24%’를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체 인구와 비교한 종부세 납세자 비율(2%)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응애응애하는 갓난 아이까지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아파트 대비 종부세 대상 아파트를 비교한 것이다. 서울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5분의 1, 자가 비율이 약 60%, 자가 중 아파트 비율이 약 45%, 서울 지역 아파트 4채당 1채를 계산해보면, 인구 2%와 서울 지역 아파트 4채당 1채가 종부세 대상자였다는 주장이 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보유세는 조세 저항이 센 세금 가운데 하나다. 보유세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미국 사례를 많이 든다. 미국도 보유세가 높다. 그에 반해 조세 저항이 크진 않은 것 같다.
“미국 보유세는 일종의 카운티세*(County tax)이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세금을 결정한다. 우리는 보유세와 관련 ‘응능세’*라는 말을 쓴다.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부담한다는 뜻이다. 미국 보유세는 응익세 성격을 띤다. 지방 정부가 매기는 재산세는 해당 지역 공공 서비스 재원으로 활용한다. 세금을 많이 내면 우리 동네 소방, 경찰, 도로, 학교 등 인프라가 늘어난다. 동네 인프라가 좋아지면 내 자산 가치도 높아진다.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반면 종부세(국세)는 강남에서 걷은 세금을 세원이 부족한 지방으로 배분한다. 즉, ‘지역 균형 발전세’ 성격이 있다. 납세자 입장에서 ‘우리 동네에 쓰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카운티세:
교육에서 쓰레기 수거 및 하수도 유지 관리 등에 이르는 공공 서비스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주, 카운티 또는 지자체가 부과하는 세금.
응능세와 응익세:
응능세는 소득이나 재산 등 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따라 과세되는 세금을 말한다.
응익세는 공공서비스 편익 크기에 따라 과세하는 원칙에 근거한 세금을 말한다.
“똘똘한 1채 현상은 ‘다주택자 규제’ 부작용.”
— 이번 10·15 대책을 평가하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의미는 4가지다. 첫째, 갭투자 금지다. 둘째, 6개월 내 전입 의무다. 셋째, 2년 이상 실거주 의무다. 넷째, 구청장 허가다. 갭투자 금지는, 전세 공급 금지법 성격을 띤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주거비가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전세 때문이다. 전세라는 사금융으로 주택 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전세가 위축될수록 서민층 주거비가 상승할 것이다.”
— 이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은?
“10·15 대책으로 부동산 거래량은 확 급감할 것이다. 다만 강남 3구는 토허제가 지정된 이후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토허제에 적응해서다. 지방 부자들은 ‘똘똘한 1채’ 정책에 의해 갭투자를 통한 서울 아파트 매수가 아닌 서울 실거주를 고민할 것이다.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한 ‘똘똘한 1채’ 수요는 여전히 유지될 것이다. 아파트 100채가 거래되다가 10채, 15채만 거래되지만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 ‘정부의 규제를 버티면 결국 오른다’는 믿음이 그리 견고한가?
“경제학엔 수요와 공급 법칙이 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한다’는 게 수요 법칙이다. 자산 시장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코스피가 2700에서 3800을 찍으면 수요가 줄까? 당연히 늘어난다. 사람들은 미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 예측하고 행동한다. 부동산 시장 참가자도 미래 가격을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한다. ‘이재명 정부가 노무현·문재인 때와 똑같은 정책을 쓰네. 부동산 가격이 2배 뛰겠네’라고 생각하면 그에 맞춰서 행동을 한다.”

— 이재명 정부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문재인 정부는 전반기인 2017~2019년 부동산 10년 상승 주기 ‘사이클’에 걸렸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유동성 국면이었다. 그땐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다 상승했다. 지금은 사이클도, 유동성 국면도 아니다. ’똘똘한 1채’를 촉진하는 제도 때문에 가격이 뛴 것이다. 똘똘한 1채 현상은 ‘다주택자 규제’의 부작용이다. 세금 부담을 비교해보면, 50억짜리 서울 아파트 1채를 가지고 있는 게 지방 3채 30억보다 압도적으로 가볍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 외 지역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23% 수준이다. 2017년까지는 10%대 수준이었다. 똘똘한 1채 촉진법이 지방 부자의 강남 3구·마용성 이전을 촉진하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를 원했던 진보 정권의 정책이 도리어 서울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똘똘한 1채 촉진법=강남 3구·마용성 매입 촉진법’이다. 강남 3구·마용성이 일종의 비트코인이 된 것이다.”
— 다주택자를 악마화하지 말라는 고언인가?
“부동산 정책으로 ‘수요 억제’, ‘공급 확대’만 생각하는데 ‘수요 분산’도 있다. 다주택자를 지방으로 보내야 한다. 지방 다주택자 활성화 정책을 썼어야 했다. 똘똘한 1채 촉진법을 폐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방에 추가로 집을 살 경우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거다. 마강래 교수(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베이비부머 세대 귀촌 운동을 하고 있다. 실제 지방으로 가는 사람이 꽤 있다. 지방 이주 촉진비 지원책도 좋다. 서울 거주자가 지방으로 간다고 하면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또 하나는 세제를 주택 수가 아니라 갖고 있는 주택의 총 가액으로 바꿔야 한다. 3채 30억과 1채 50억이 있으면 3채 30억이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한국의 전월세 세입자는 전체 인구의 40%다. 다주택자를 악마화하면 똘똘한 1채를 강화해서 강남 3구와 마용성 집중을 촉진하는 효과와 더불어 전월세 공급이 줄어든다. 세입자 주거비가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서민층에 불이익이 전가된다.”
주택 공급 부족? “빌라 활성화에 머리 맞대야.”
— 이재명 정부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가야 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경험한 사람의 학습 효과를 고려하여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민주당 정부 같이’ 대응하면 불안은 커질 것이다. 정책적 정합성이 있으면서도 ‘민주당 정부 같지 않은’ 정책을 과감하게 채택해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똘똘한 1채 촉진법을 폐지하겠다’, ‘지방 다주택자를 활성화하겠다’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공급 촉진 양도소득세도 고려할 수 있다. 원래 중과(重課)하기 위한 양도소득세 기본 세율은 45%다. 2주택은 65%, 3주택은 75%다. 여기에 지방세까지 붙으면 82.5%까지 높아진다. 양도소득세가 내년 다시 복원한다. 매도 촉진이 정책 목표라면 강남 3구와 마용성 지역 보유세를 높이면서도, 반대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파격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 일례로 ‘1년 이내 집 팔면 양도소득세율 15%만 적용하겠다’는 정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전세 사기 문제로 벼랑 끝으로 밀려 있는 ‘빌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경민 교수(서울대 도시계획학과) 책 ‘부동산 트렌드 2026’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거주자 기준으로 서울 주택 공급 형태를 보면 아파트는 43%, 나머지 57%는 비(非)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 주택 중 30%가 빌라다. 가구 수로는 90만 호다. 주택 공급이 확 줄어든 데엔 빌라 충격이 있다. 두 가지 이유로 줄었다. 첫째, 물가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교역 시장의 물가 상승이 있었다. 둘째, 전세 사기 충격이다. 빌라가 왜 중요하냐면, 공급과 주거 사다리의 한 축이다. 빌라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빌라가 무너지면 주거 사다리 중하위에 있는 세입자는 서울 바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투자하는 기업형 빌라도 좋다. 빌라 공급자에게 파격적 인센티브나 대출을 제공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놓고도 갑론을박이다. 민주당은 재초환 유예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 했다가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재초환은 두 가지 지점에서 폐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재초환은 작동하지 않는 제도다. 실제 걷은 사례도 없고, 현실적으로 걷기도 어렵게 설계됐다. 둘째, 서울 지역 아파트 신규 공급의 약 80~90%가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을 통해 이뤄진다. 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해야 신규 주택 공급이 활성화한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재초환 폐지를 공식화하면 신규 주택 공급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실용주의 정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다만, 재초환 제도 역시 진보·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념적 상징물’이 됐다. 민주당과 정부가 재초환을 폐지하려면 데이터에 근거해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진보당 의원이 발의한 ‘전세 3+3+3년 계약갱신법’도 민주당 차원에서 하지 않겠다고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문 정부를 연상시키는 무리한 정책 때문에 이재명 정부 1년 차가 아니라 문 정부 6년 차로 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동산 정책을 4개월 만에 3번 발표하다 보니 ‘상기하자 문재인, 상기하자 종부세’라는 입말도 돈다. 안타깝게도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멘트는 딱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멘트다. 실용주의 정부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정책적 정합성이 있는 ‘우파적 정책’들도 과감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과 시세 차익 일부를 정부가 부담금 형태로 환수하는 제도. 노무현 정부는 투기 방지와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재초환을 도입.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시행 유예. 문재인 정부서 부활. 윤석열 정부는 폐지 추진 등 정권마다 오락가락. 실제 부과된 적 없는 제도.
“이재명·민주당, 중도 실용으로 ‘득점의 정치’ 해야.”
— 부동산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 초 강남 일부 지역에 묶여 있던 토허제를 해제했다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강남 3구 및 용산구까지 확대 지정했다. 올 초 논란 당시만 해도 오 시장의 내년 ‘5선’ 도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오 시장은 토허제를 4개구(강남·서초·송파·용산)로 확대 지정한 것이고, 10·15 대책은 더 나아가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대대적으로 묶었다. 투기 과열 조짐이 전혀 없는 노도강과 금관구는 부동산 가격이 정체되거나 하락한 지역이다. 투기 가능성이 제로인 동네에 투기 지역보다 더 센 규제를 하는 게 맞느냐, 이를 풍선 효과 논리로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유권자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10·15 대책은 오세훈을 ‘온건파’로 만들어준 정책이 됐다.”
— 책 ‘좋은 불평등’에서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을 한국 진보 세력의 ‘이념 과잉’ 정책으로 꼽은 적 있다. 최 소장은 경제 정책에 이데올로기를 불어넣는 것에 반감이 크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종부세 모두 진보 쪽의 ‘오버 정책’이 오히려 역풍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집권을 도운 경우다. 그렇게 된 근본 이유에는 정책적 정합성의 결함이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세제 합리화 차원에서 보유세를 제한적으로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종부세를 ‘부동산 가격 안정세’로 활용하려 하면 안 된다. 세금을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려, 전선이 확대되면 결국 상대 정당의 정권 교체를 돕는 것으로 귀결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두 번에 걸쳐 확인한 사실이다.”
— 내년 지방선거 판세 분석을 한다면? 10·15 대책이 선거에 미치는 여파는?
“지난 6월 대선을 보면 서울은 3%P 정도로 박빙 보수 우위다. 경기도는 6~7% 정도로 진보 우위다. 서울은 원래 민주당이 약간 불리한 지역이다. 서울 유권자는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에 관심이 큰 ‘중도적 개혁 보수’ 성향이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압박하고, ‘탄핵’만 외치는 상황이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지 의문이다. 만일 국민의힘이 ‘윤(尹)어게인’ 세력 대신 경기도지사 유승민, 서울시장 오세훈을 내보낸다면 민주당은 서울, 경기, 충청권 모두 안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민생 정책과 중도 실용 행보를 통해 ‘득점의 정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병천은 누구.
- 진보정당에서 활동했다.
-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고(故) 서울시장 박원순의 마지막 정책보좌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 등을 지냈다.
- ‘진보 경제학’의 잘못된 통념을 비판한 책 ‘좋은 불평등’을 썼다. 지난해엔 ‘이기는 정치학’을 썼다. 한 챕터를 할애해 ‘종부세 만능론’을 비판했다.
- ‘정책을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