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오전 8시] 구글 3만 명 구조조정 계획, AI가 일자리 27% 대체한다는 OECD 보고서…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는 뭘까.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이 전하는 노동과 세계 그리고 인간에 관한 이야기.


OECD 고용전망 2023 ‘AI와 일자리

지난해(2023) 7월이었다. OECD가 고용전망 2023 ‘AI와 일자리’(이하 ‘보고서’)를 발표했다. 언론은 너도나도 보고서를 인용했다. “OECD, AI 기술로 일자리 27% 대체.” 비슷비슷한 제목으로 기사들이 쏟아졌다. 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도대체 뭘까. 정신은 없지만, 몇 가지만 짚고 가자.

  • 보고서는 챗GPT가 ‘뜨기 전’인 2022년 조사 결과다.
  • 조사 대상 국가는 7개 회원국에 한정됐다(한국과 일본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 조사 대상 기업과 인원은 2000개 기업, 5300여 명의 노동자다.

7월의 OECD 보고서가 잊힐 때쯤, 또 다른 소식이 들렸다. ‘구글 3만 명 감축 계획.’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었다. 구글은 2023년 연초에 이미 1만 2천 명을 감원했다.

구글의 3만 명과 OECD의 27%.

우선 그 무시무시한 숫자에 관해 이상헌 박사에게 물었다. (편집자)

이상헌의 ‘제네바 오전 8시’

10. AI 시대의 노동:
OECD 고용전망 2023을 중심으로

질문 & 정리: 민노


알림 및 안내.

이 글은 2024년 1월 5일 제네바 시각 기준 오전 8시에서 9시까지 진행한 화상 인터뷰를 이상헌 박사와 협의 아래 답변 중심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가독성을 고려해 본문을 좀 더 작은 단위로 나눴습니다. 아래 목차 링크를 통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해 읽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목차.

OECD 27%, 구글 3만? 물론 패닉에 빠지기 쉽다


AI라는 게 워낙 핫이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 문제에 관해 항상 조심스러운 편이다. 예를 들면 구글 3만 명 구조조정? 결국 그렇게 되겠지. 왜냐하면 구글은 기본적으로 서치나 데이터 프로세싱으로 통해 그걸 서비스해서 돈 버는 회사니까.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이나 이런 곳에서 AI와 관련한 고용 분야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런 IT 분야에서 사람이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AI가 일자리 27% 대체” 같은 제목의 기사를 접하면, 다 잘리고, 이제 일자리 다 없어진다고 ‘착각’하면서 패닉에 빠지기 쉽다. 그게 당연하다.

뭉크 절규
오마이갓! 뭉크, 절규, 1893년 작, 퍼블릭 도메인.

체크 포인트 1. 구글이라는 특별한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


두 가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첫째, 우선 이런 일은 구글이라는 ‘특별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일과 똑같은 규모로 다른 업종, 다른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나타날 것인가에 관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곳이 훨씬 더 많다. AI가 기존 노동력을 대체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기업 조직 단위의 표준화, 규격화 그리고 그런 걸 지탱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냥 막 대체하는 게 아니다.

구글식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임대료 등 상승으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항의하며 구글 통근버스 저지 시위를 하는 단촐한 2명의 시위대. 그리고 그 소식을 구글 직원 크레이그 프로스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현재 해당 트윗은 사라졌다. 2013년 12월 20일의 일이다. 10년이 지난 현재, 프로스트는 무사할까? 이제 구글 직원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 3만 명이나 회사에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체크 포인트 2. 일자리, 사라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생겨난다


둘째,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이 뭐냐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일자리가 줄어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거라는 거다. 지금 현재 직업을 기준으로 보면, 지금과 ’60년대 직업을 비교하면 최소한 30%는 새로운 직업이다. 새로운 일자리의 출현이라는 다이내믹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최종적으로 AI로 인해 어떤 일이 생길지에 관해서 그리고 노동시장에 어떤 일이 생길지에 관해서 봐야 하는데, 항상 비대칭적이다. 어디서 일자리가 대체될 지에 관해서는 너무 명확하고 분명해서 금방 이야기할 수 있는데, 어디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지 어떤 전환이 일어날지는 좀 불확실하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좀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걱정해야 할 문제긴 하다. 다만 너무 비관적 편향을 가지고 그 방향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AI 민주적 통제 문제와 AI-노동시장 문제는 분리하자


  1. AI를 전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컨트롤하고,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2. AI와 일자리 문제, 즉 노동시장의 역량 문제.

두 가지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아주 극단적인 SF영화 속 상황을 가정해보자. AI가 독재가 됐다고 치자. 그런데 노동시장을 생각해봐라. 독재정권에서도 좋은 일자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도 있다. 그러니까 AI를 민주화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고, 또 AI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아주 중요한 문제지만, 그 문제와 일자리 문제, 노동시장 문제는 큰 차원에서는 별개다. 물론 좀 관련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러니까 AI가 문제라고 했을 때, 1) AI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없어서 문제인 건지 2) AI가 일자리를 빼앗아 가서 문제인 건지 구분해서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졌으니까 AI를 통제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범위와는 다른 이야기라서 AI 통제와 AI 일자리 문제를 분리하면 좋겠다.

어느 날 청소 로봇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하지만 AI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AI-노동시장 문제는 별개로 봐야 한다. 이미지는 [러브, 데스+로봇] 시즌 2 ‘자동 고객 서비스’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전화교환원과 자동화… 세상은 망하지 않았다


전화교환원 인구가 어마어마했던 시기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일했겠는가. 그런데 싹 없어졌다. 버스 안내양도 마찬가지다. AI가 하는 게 전화교환원이 했던 걸 자동화시키는 일과 좀 비슷한 것 같다. 우리는 지금 구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구글 같은 조직에서 사람이 하던 어떤 일을 자동화하고, AI로 대체하는 건 마치 전화교환원이 했던 일을 자동화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화교환원이 사라졌다고 해서 세계의 일자리 사정이 나빠졌느냐. 아니다. 자동화 때문에 전화기 가격이 싸져서 전화기 사용 공급이 훨씬 늘었다. 전화기 보급이 폭증하면서 전화기 만드는 사람, 전화기 파는 사람 등 전화기의 기술 진화에 따른 일자리도 확 늘었다. 결국 전화기 자동화로 교환원은 직업을 잃었지만, 자동화라는 기술의 진화와 관련한 일자리는 확 늘었다.

1943년 12월 22일 모습. 퍼블릭 도메인.

교환원과 비슷한 예로 컴퓨터의 등장으로 사라진 타이피스트가 있다. 그때도 일자리 없어진다고 난리를 쳤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퍼스널 컴퓨터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관련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당장 새로운 기술 때문에 타격을 받는 업종만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일자리 총량의 문제에 관해 비관적으로 판단하기 쉬운데, 그런 걸 조심해야 한다.

현재 스코어,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예측은 틀렸다


10년 전쯤인 옥스포드에서 꽤 ‘핫’한 논문이 나왔다. 제목은 [고용의 미래] (2013). 자동화(computerisation; 전산화)로 미국 전체 고용의 47%가 20년 안에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논문을 발표한 두 젊은 학자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은 스타가 됐고, 언론은 논문을 대서특필했다.

2016년 오바마 정부는 그 연구 결과를 대통령경제보고서에 비중 있게 인용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공포 마케팅이었다.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초대받아 강연했다. 그리고 몇 년 뒤 OECD(2016)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의 9%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한 적 있다. 47%와 비교하면 ‘양반’이긴 하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예측은 틀렸다는 게 중론이다.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일의 내용과 조합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자동화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4차 산업혁명-자동화로 일자리 총량은 줄지 않았다는 게 현재의 결론이다.

칼 프레이 옥스포드 교수. 본인 제공. 오른쪽은 프레이의 논문 중 가장 중요한 그래프. 1에 가까울수록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고, 0에 가까울수록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 프레이와 오스본의 분석 결과, 가장 위험한(사라지기 쉬운) 직업은 텔레마케터, 운동 심판, 모델 등이고, 가장 안전한(컴퓨터로 대체 불가능한) 직업은 의사, 심리학자, 교사, 성직자 등. 오늘의 교훈, 일단 지르려면 크게 질러라!? 믿거나 말거나.

중요한 건 일자리 내용의 변화: 누군가에겐 손해, 누군가에겐 이익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자리 총량이 유지되는 건 유지되는 건데, 똑같은 일자리가 계속 있는 게 아니라서 일자리 내용이 바뀌면 그 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 아주 빨리 새로운 기술에 동참에서 좋은 기회를 잡으면 돈을 훨씬 많이 벌 수도 있다. 하지만 뒤처진 사람은 그 반대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 자동화라는 게 자동화 시설을 도입하면 청소를 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자동화 시설이 팽창하고 나면 보통은 청소 인력이 많이 는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자동화로 인해 대체된 노동자들은 다시 청소 노동자가 된다든지 아니면 아주 기초적인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그런 상황이 되곤 한다.

그러니까 일자리의 ‘질’이 문제고, 그 다음 일자리 ‘분배’가 문제다. 즉, 양극화 가능성에 관한 논의가 부족하다. 기회를 잡고 아주 부유해지는 사람이 있을 거고, 본인의 기술이나 능력에 맞지 않는 그 능력과 기술에 훨씬 더 처지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기술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양극화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골고루 분배되기도 한다. 그걸 좀 걱정해야 하고, 그런 논의를 해야 하는데, 부족하다.

그러니까 숫자만 가지고 성급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API(알고리즘) 위/아래 노동


  1.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그 기술이 지배적 위상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관련 일자리의 질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닐까.
  2. AI로 인해 생기는 새 일자리는 극소수 API 위 노동(알고리즘에 가까운 노동 혹은 알고리즘 통제에 관여하는 노동)과 대다수 API 아래 노동(알고리즘과 무관하게 자동화/플랫폼/AI에 의해 통제되거나 로 데이터 공급에 치우친 노동)으로 양분하지 않을까.

이 두 가지 문제는 일자리 파괴나 대체 이런 문제라기보다는 일자리 질의 문제, 그리고 노동 과정의 문제다.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이 문제는 AI를 어떻게 통제할 것이냐라는 문제와 관련된다. AI로 일자리가 없어진다 이런 문제가 아니다. 사실 AI가 들어오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뀔 것이냐, 이런 문제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정보기업 세그먼트 CEO 피터 라인하르트는 ‘중간 관리자를 API로 대체하기’(2015. 2.)에서 플랫폼 경제 말단 노동자(예: 우버 운전자)와 상층부 노동(예: 엔지니어) 사이에 소프트웨어 계층(자동화, 플랫폼, 시스템)이 두꺼워짐으로써 상층 이동이 불가능지고, 결국 API 위 노동이 API 아래 노동을 자동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서니 윙 코스너는 구글과 우버 사이의 갈등을 다룬 포브스 기고에서 라인하르트를 인용하면서 그 지적을 위와 같은 시각화한 그래프로 표현했다. (포브스, 2015.)

AI에서 배제되거나 하향 조정되는 그룹 (참고. 포디즘)


두 가지다. 우선 AI 체제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적응하지 못해 일자리를 하향 조정해야 하는 그룹이 있을 거다. 일은 하는데 예전보다 일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 그런 직업 이동을 해야 하는 그룹이 있을 거다. 그리고 AI 범위에 머물면서 AI 통제를 더 받으면서 일하는 그룹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주의할 점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의 월급이 반드시 낮아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가령 포디즘을 생각해보자. 포디즘을 통해 노동자의 월급은 오히려 많이 늘었다. 착각하기 쉬운데, 포디즘 아래 노동시간이 그렇게 많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의 강도가 너무 높아지고, 통제가 심해지니까 그것 때문에 문제됐고, 소외 문제가 대두했다. AI 시대에도 그런 문제는 충분히 생길 수 있다. 가령 월급은 더 많이 주지만 더 통제가 심해지고, 일하는 과정에서 어떤 독립성이랄지 어떤 주도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생산 시스템의 일부로 인간을 부품화, 수단화한 포디즘의 대량 생산 시스템은 노동 소외를 일으켰지만, 자동차 가격을 낮추고,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할 수 있게 해줬다. 사진은 1928년 당시 포드차 생산라인. 퍼블릭 도메인.

AI를 통제하는 그룹… 자동화 시기와는 다른 문제다


그리고 기업 안에서 AI를 통제하는 그룹이 생긴다는 건 좀 두고 봐야 할 문제다. 누가 AI를 컨트롤하는 건지… 이게 좀 이전의 자동화 시기와는 다른 문제다. 자동화 시기에는 이 자동화 프로세스를 컨트롤하는 그룹이 분명히 존재했다. 엔지니어든 테크니션이든 한 방에 있었다. 통제하는 방. 통제실. 최첨단 기계라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도 조정하고, 전체적으로 일을 통제하는, ‘피지컬하게’ 파견되는 그룹이 존재했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알고리즘을 조정하는 훨씬 더 소수가 될 텐데, 그런 면에서는 문제가 좀 더 복잡해지기는 할텐데… 그래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는 산술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보다는 AI를 일터에 도입했을 때 그 역학관계, 노동자의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고, AI에 대한 민주적 통계가 어떻게 가능할지에 관한 고민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미 경험은 있다.

자동화는 ‘피지컬’한, 물리적인 공간과 사람을 필요로 한다. 최첨단 기계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AI는…

우리는 이미 플랫폼 경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미 플랫폼 경제의 경험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노동이 통제되고 있는지 안다. AI가 새롭다고 이야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배달비를 조정하거나 하는 것도 AI와 유사한 측면이 있고. 마켓 선택의 변화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하는 걸 봤기 때문에…

그러니까 지금 AI에 관한 논의의 ‘진공 상태’를 방치하면, 우리가 플랫폼 경제에서 봤던 가령, 배달 노동과 관련한 통제 시스템이 다른 분야에서도 더 많이 재현되고,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까지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그런 이슈들이 훨씬 더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고, OECD 보고서에 나오는 숫자들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큰 관심은 없다.

2023년 2월 14일 4일 공정위는 ‘카카오티 블루’에 호출을 몰아주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한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을 257억을 부과했다. 사진은 카카오T 블루 서비스. km solution 제공.

OECD 보고서 평가: 일자리 총량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총량으로 보면, 일자리는 줄지 않을 걸로 본다. OECD 보고서는 AI가 영향을 미치는 규모를 숫자로 만드는 건데, 이 숫자가 얼마나 정확할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AI가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가 얼마나 될지 그걸 퍼센트로 계산하는 건 의외로 쉽다. 그런데 30%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30%의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는 얘기는 전혀 다른 애기다.

풀어서 설명해보자. 영향을 받은 30% 일자리 중에 일부는 AI 관련 기술을 습득해서 그냥 해당 기업에서 그대로 일할 수 있고, AI 영향받은 30% 중에서도 한 10%~20%는 그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기도 하고, 또 다른 걸 하기도 하고, 그런 변화는 늘 있는 일이다. 어떤 직종이 세부 일자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없다. 조금씩 계속 변한다. 사라지고 생겨나고 이동하고…

그러니까 일자리 파괴 때문에 뭘 해야 한다는 그런 식 논리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ILO의 AI 보고서


우리는 2023년 8월에 OECD와 비슷하게 AI와 관련한 분석을 발표했다(Generative AI and jobs: A global analysis of potential effects on job quantity and quality). 결론은 AI가 현재 전체 일자리 총량에 주는 영향은 없고, 현재 일자리만 놓고 보면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걸로 본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문제는 일자리 ‘총량’의 문제다. ILO 입장은 AI가 자동화 내지는 자동화 효과보다 오히려 일자리와 상승 효과가 현재로선 더 크다고 본다.

우리 ILO 주장은 그런 거다.

  • 지금 너무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AI가 들어왔을 때 어떤 식으로 통제할 지 그게 우선 첫 번째 문제다. 일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고, 그걸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특히 일자리 질이라는 측면에서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
  • 둘째 만약 위 문제가 해결됐다고 가정하고,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 효과가 있다면, 그 효과를 모든 경제 행위자, 사회 구성원이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ILO의 AI 보고서 중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인구 비율’를 표현한 그래픽 이미지. 아직 인터넷 사용조차 취약한 지역은 생각보다 크고 많다. 출처는 Generative AI and jobs: A global analysis of potential effects on job quantity and quality, ILO 2023. 8.

AI 대체 효과, 동유럽이 큰 이유


어느 분야가 더 취약하고 취약하지 않은지를 파악하는 건 정부로서는 아주 긴요한 일이다. OECD 보고서를 보면 동유럽이 AI로 인한 직업 대체 규모가 크다. 헝가리 같은 나라를 보면 36%를 상회하는 ‘숫자’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유가 뭐냐하면 이건 좀 뻔하다.

제조업 중에서 좀 더 루틴한 제조업. 부가가치가 좀 낮고, 루틴한 요소가 많은 제조업은 AI 영향을 당연히 많이 받는 것으로 보통 측정된다(‘측정된다’는 거지 정말 그렇다는 건 아니다. 아래 ‘AI와 자동화, 동유럽의 경우’를 참조할 것! 편집자). 그러나보니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이런 곳은 EU 안에서 OECD 안에서 상대적으로 후진국에 속해 있고, 더 영향이 큰 걸로 나온다. 반면에 선진국은 그 영향이 좀 낮게 나오고 그럴 수밖에 없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착각하기 쉽지만, AI는 공짜가 아니다


OECD 보고서에서 AI 대체 효과는 OECD 안에서 좀 후진국인 나라일수록 더 영향을 크게 받는 걸로 나오고, 그럴 수밖에 없는데 아이러니한 건 사람들이 AI를 공짜라고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AI는 공짜가 아니다.

앞서 구글 사례에서 잠깐 유사한 언급했지만, 자동화라는 게 그냥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자동화 기계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이 자동화 기계 엄청 비싸다. 로봇이 들어온다고 치면, 로봇도 엄청나게 비싸다. 그러니까 웬만한 기업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용이 든다. 그래서 못한다. 자동화로 후진국에선 일자리가 70% 없어질 거라는 통계도 있는데, 그런 통계조사가 생각하지 못한 게 이런 측면이다.

후진국 일자리 70% 자동화로 사라진다고? 자동화 기계는 공짜인감? AI도 마찬가지다.

AI 쓸 수 있는 기업 vs. AI 쓸 수 없는 기업


AI도 마찬가지다. AI를 도입하려면 초기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번역하고 말고 이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가령 생각해보자. A라는 회사의 업무를 AI에 더 많이 응용시키려면 A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전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서 AI 학습에 기초가 될 수 있는 데이터를 연결해야 한다. 그 작업이나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걸 고려하면 당연히 AI를 쓸 수 있는 기업과 AI를 쓸 수 없는 기업으로 나뉜다.

AI를 쓸 수 있는 기업과 쓸 수 없는 기업은 소위 ‘잘 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분류될 테고,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이 두 기업의 생산성 격차도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뒤처진 기업은 돈이 없어서 AI가 더 멀어진다.

AI와 자동화, 동유럽의 경우 (주의할 것!)


AI 를 한다는 얘기는 결국 공장에서는 자동화 문제다. 자동화라는 건 뭔가. 그건 생산 과정에서 사람이 했던 일을 AI 도움을 받아서 없애거나 줄이거나 대체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영향받는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A라는 과정을 하기 위해서는 B라는 테이터를 확인하고, C라는 직원과 조율해야 했다면, 그걸 표준화해서 AI가 그 과정을 대체하는 거다. AI가 과정의 일부 혹은 전부를 대체하면 그 과정에서 당연히 관련된 사람이나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자리가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 AI가 작업자인 나에게 전산화돼 있어야 하고, 조율 과정에서 프로세스가 셋업돼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예전 데이터를 기초로 해서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이냐에 관해서도 지금 해당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정보 전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일반 농장에서 할 수 있나. 못한다. AI를 도입한다는 것의 기본 전제는 기업 내 ‘모든 정보의 전산화’다. 그게 기본 전제다.

그런 의미에서 OECD 보고서상에서 동유럽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건 이론적인 측면을 가리키는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비용이나 인프라가 준비돼 있느냐 관련된 투자를 할 수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보고서에 동유럽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적혀 있다고 해서’ 동유럽이 그 보고서 때문에 영향받는 건 아니다. 그건 종이 위의 숫자, 컴퓨터 속 파일에 불과하다.

블루칼라 다시 뜬다? AI가 용접공 대신할 수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달초 “블루칼라 직종이 노다지가 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블루칼라에 대한 재평가 논의를 조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 직종과 달리 블루칼라 직종 상당수는 AI에 의해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말 피어슨그룹은 5개국(호주·브라질·인도·미국·영국)에서 5000개 이상 일자리에 AI가 미칠 영향을 조사한 ‘스킬스 아웃룩’ 보고서를 공개했다.

“AI 덕에 블루칼라 전성시대 온다…배관 용접공 등 대체 불가”, 중앙일보, 2023. 12. 21.

나는 이 기사 내용을 별로 믿지는 않는다. 용접 중에 특수 용접이라는 게 있는데 그런 건 사람이 직접 해야겠지. 스위스가 정밀기계로도 유명한데 그게 뭐냐면 공장 기계를 만드는 기계다. 그건 특수용접처럼 사람이 직접 보고 바로바로 컨트롤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용접이라면, 기계로 다 된다. 자동차도 로봇으로 만드는데 용접을 사람만 할 수 있다는 건…. 가령 한국 조선업계에서 용접에 AI 자동화를 도입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비용을 투여할 것인가. 그 비용이 진짜 문제다.

AI와 자동화, 경제성의 관점


AI와 자동화는 떼어놓고 생각할 이유도 없고, 떼어놓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자동화는 사람을 대체한다. 자동화라고 하면 제조업만을 떠올려고, AI는 좀 다르겠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노동시장이다. 일자리와 관련해서 AI는 결국 예전에는 사람이 했던 일을 이제는 안 해도 된다는 거다. 옛날 식으로 표현하면 그냥 자동화다. 다른 게 아니다.

알아서 해주는 사람이 굳이 필요 없다는 거다. 그걸 IT, 금융, 서비스 쪽에서 할 수 있는데, 정말 퍼져나갈 건가. 물론 그럴 가능성이 크긴 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경제성의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일부 대기업에서도 큰 비용을 들여서 AI를 도입해야 하는지, AI를 써서 자동화를 할 건지 판단해야 한다. 가령,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을 주는 업종이 있을 수 있는데, 굳이 뭘 자금을 들여 AI를 쓰고 자동화를 하겠나. 저임금 노동력을 쓰면 되는데.

자동화가 더 비싼 업종이 있고, 저임금 노동이 더 가성비 좋을 때가 있다.

전기기관차의 교훈: 기술 혁신? 임금 더주면 혁신에 더 효과적이다


책에도 여러 번 썼지만, 산업 초기에 전기기관차가 만들어지고(1837) 전기선이 만들어졌는데, 아주 오랫동안 배나 기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대부분 여성이나 아동이었다. 아주 쌌으니까.

그러니까 사실 기술 혁신이라는 게 속도를 내고 싶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노동자에게 임금을 많이 주면 된다. 인건비를 올리면 기술 혁신이 훨씬 빨라진다.

간츠 AC 전기 기관차 프로토타입. 1901년. 이탈리아.

기술 효과 결정론과 인간의 선택, 항상 복합적이다


AI 접근성이 높은 그룹과 아주 멀리 떨어진 그룹이 있는데 만약에 AI 생산성 증대 효과가 있다면, 이미 양극화된 기업 구조와 노동시장 구조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정책 포커스는 AI와 멀리 떨어진 그룹을 어떻게 하면 AI에 좀 더 접근시킬 수 있겠느냐 하는 거다. 그 정책적 접근에 따라 AI 때문에 노동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아질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다수가 혜택을 입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반대로 그런 정책이 없거나 실패하면, 지금까지의 불평등을 오히려 악화하는 효과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기술 그 자체가 불평등을 가속한다든지 반대로 평등에 기여한다든지 하는 건 아니다. 그 효과는 그 기술에 관한 정책에 따라 바뀐다. 기술과 권력에 관한 책을 읽은 적 있는데, 그 결론은 결국 사람의 선택이라는 거다. 기술 효과(‘테크놀로지 이펙트’)로 착각하거나 기술 결정론에 빠져선 안 된다. 결국 인간의 결정, 선택이다. 순수한 기술 효과는 없다. 사람의 선택과 정책 그리고 행동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한 효과로 봐야 한다.

그러니까 AI 기술 그 자체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가 아니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통제 문제와 정책 문제의 핵심은 AI를 공동체 공익의 관점에서 가급적 많은 사람, 모든 구성원이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통제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 그룹이 통제권을 가질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기술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의 선택과 행동에 의한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결정된다.

최우선 과제 ‘공론장’: AI를 경제 문제로 한정해선 안 된다


정부의 입장, 기업의 입장, 노동자의 입장, 시민사회의 입장… 모두 각자의 이해에 따라 입장은 다를 수 있다. AI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계층에 영향을 미칠 테니까.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공론장’을 만드는 일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이견을 논의할 수 있고,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정책을 제공하는 정치권이나 기술 헤게모니를 가진 기업이나 양쪽이 다 함께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거기에 노동자, 시민사회가 적극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기업 위주로 움직인다. 그런데 그건 미국이니까 가능한 문제다. 바이든의 AI에 관한 행정명령은 쉽게 말하면 좀 ‘뒷북’에 가깝다. 미국에 공론장이 존재했는가. 그렇지 않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좀 더 본격적으로 공론장을 만들어 논의해야 하고, AI를 단순히 일개 정부부처의 문제라든지 경제적인 문제로만 보면 답이 없다.

가장 우려하는 건 AI를 일자리 문제로만 보는 거다. AI 시대이니 고용 확보를 위해선 기업을 더 키워야 하고, 규제도 완화해해 하고… 그런 식의 논리가 득세하는 거다. 그런 프레임 속에선 결국 일부가 혜택을 독점한다.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한다. 그게 우리가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이다.

공론장 프로세스: 유럽의회 ‘디렉티브’를 참고하자


그 상황을 피하려면 AI를 경제 문제로 한정하지 않아야 한다. AI는 경제 문제이면서 사회 문제이고, 또 정치 문제이며 문화 문제다. 다양한 그룹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을 마련해 공론장 논의와 정치권 논의가 끊임 없는 상호작용을 일으켜 그 과정을 통해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유럽은 유럽의회가 있다. 의사결정구조 프로세스가 앞서 말한 공론장 프로세스와 유사하다. 유럽의회가 끊임없이 현안 의제들을 논의하고, 다양한 분야 의제에 관해 디렉티브(Directive: 회원국을 구속하지만, 현식과 수단의 선택은 회원국에게 맡기는 지침)를 마련한다. 데이터 컨트롤도 한다.

2014년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그런데 한국은? 한국은 프로세스가 사실상 없다. EU와 유럽의회와 같은 프로세스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AI도 중요하지만, AI와 관련해 어떤 기술이 등장할 지 AI 이후에는 또 어떤 기술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새로운 신기술이 항상 나온다고 생각하고, 그런 기술 변화에 따라 정책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리미리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치고받고 싸우거나 기업 일방에 퍼주기식 진흥 정책이 상징하는 AI에 관한 막연한 낙관론이나 시민사회의 일각에 있는 너무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인식 모두 좋지 않다.

정치권이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도 나서야 하고. 그런데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알 수 없을 뿐더러 더 중요한 게 있다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일자리가 없어질 지는 알 수 없다. 너무 불확실한 분야다. 그래서 그런 예측과 전망에 초점을 맞추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진짜로 고민해야 하는 건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AI에 관한 통제 문제, AI에 관한 접근성 문제, 그리고 그런 핵심 의제를 함께 모색하고 정립할 수 있는 공론장과 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일이다.

OECD 보고서보다 ILO 보고서가 좀 더 조심스럽다


끝으로 가볍게 OECD 보고서와 ILO 보고서의 차이를 짚어보자. OECD 보고서는 아무래도 선진국을 염두에 두고 작성됐다. ILO는 아무래도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OECD 보고서가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 효과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반해 ILO 보고서는 일자리 총량을 주목하는 이유로 거기에 있을 수 있다.

물론 AI에 관한 OECD 보고서에서도 AI로 인해 노동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언급이 있고, 그런 점에서 OECD 보고서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ILO는 그보다 더 조심스럽다고 할 수 있다. ‘AI가 일자리 27% 대체’한다는 류의 기사는, 언론이 숫자를 중심으로 요약해서 기사화했기 때문에 그런 조심스러운 측면이 좀 간과된 것으로 보인다.

멀리 ILO 본부 건물이 보인다.

ILO은 개도국 초점, OECD는 선진국 초점… 둘은 상호보완적인 역할


예전에는 노동시장 규제 문제에 관해 입장이 좀 많이 달랐다. 좀 대립적이었다. 2000대 초 OECD는 노동시장 자유화에 초점을 맞추고 ILO는 좀 반대쪽에 있었다. OECD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 미국과 국제금융자본이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개발도상국 발전 모델로 삼도록 하자고 한 합의. 1989년부터 사용된 용어. 2000년대 들어 퇴색. 편집자)’ 쪽에 좀 가까웠다.

그런데 2006년 이후 노동시장 자유화가 반드시 노동시장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OECD의 기조 변화가 있었다. 그 이후로는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 단체협상의 중요성, 불평등 제거 문제 등의 큰 흐름에서 오히려 갈등과 대립보다는 ILO도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된 것 같다. 물론 세부적인 안건으로 들어가면 조금씩 의견이 갈리기는 한다.

오늘 우리가 이야기한 OECD의 고용전망 보고서(OECD, EMPLOYMENT OUTLOOK 2023. 7.)는 큰 방향성에서는 ILO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각론에서 OECD는 선진국에 초점을 맞추고, ILO는 아무래도 개발도상국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차이로 정책 방향성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공감대가 커지고 공통 지향성이랄지 이런 게 커졌다. G20을 분석할 때도 OECD는 아무래도 좀 EU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는 남아공이나 사우스아프리카나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이런 나라에 초점을 맞추거나 그렇게 한다.

지금으로 보면 ILO와 OECD는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OECD 본부 건물. 2층에 사무총장 집무실이 있다. OECD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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