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나하면 낮추지 않아도 계속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 목 매는 걸로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악시오스가 “소셜 미디어의 유입에 의존하던 웹사이트 비즈니스 모델은 끝났다”고 분석했다. 시밀러웹(SimilarWeb)이 상위 100개 뉴스와 미디어 웹 사이트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트래픽 유입이 2023년 3월 기준으로 2020년 4월 대비 55% 줄었다. 버즈피드는 81%가 줄었다.
디지데이에 따르면 상위 30개 뉴스 사이트의 페이스북 유입이 올해 8월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서 62% 줄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지난 10여 년 동안 통했던 콘텐츠 유통 문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다. 미련을 버려야 하고 그나마 남아있던 기대 수준을 더 낮춰야 한다.
- 플랫폼 환경이 달라졌고 독자들의 행동과 습관이 달라졌다.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변화의 방향을 따라잡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할 시점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 페이스북 조회수의 93.8%가 링크가 없는 게시물이다. 언론사 포스트가 언젠가부터 공유가 잘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언론사 온라인 전략을 짜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밑줄을 쳐야 한다. 링크가 있는 페이스북 게시물 조회수는 6.2% 뿐이다.
- 얼마 전부터 페이스북에서 “링크는 댓글로”라는 표현을 많이 봤을 것이다. 링크를 걸면 공유가 안 된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 소셜미디어투데이는 “논쟁적인 주제가 아닌 가볍고 유머러스한 게시물의 노출을 늘리며서 정치적인 유형의 게시물의 확산이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늘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페이스북의 추천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르게 생각해 보자.
-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코로나 팬데믹 때 뉴스 트래픽이 좋았던 걸 수도 있지 않나? 정치 시즌이 돌아오면 다시 트래픽이 반등할 수도 있지 않을까?
- 대답이 될만한 악시오스에서 만든 아름다운 그래프가 있다.
- 첫째, 코로나 팬데믹이 독특한 상황이었던 것은 맞다. 코로나19를 다룬 기사의 인게이지먼트(공유와 좋아요, 댓글 합계)는 2020년 3월 기사 1건에 1171건이었는데 같은해 12월 326건으로 줄었다.
- 둘째, 사람들의 관심이 빠르게 옮겨간다. 빠르게 끓어오르고 빠르게 식는다. 이슈의 지속 시간이 1주일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셋째, 미국에서도 이미 2020년에 트래픽이 정점을 찍고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악시오스는 “미국 사람들은 이제 정치가 아니라 스포츠 기사를 읽고 싶어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뉴스휩에 따르면 미국에서 뉴스 콘텐츠의 인게이지먼트은 2021년에 전년 대비 65%가 줄고 2022년에는 다시 14%가 줄었다. 시밀러웹에 따르면 상위 5개 뉴스 사이트의 월간 순방문자 수는 2021년 8.9% 줄고 2021년에는 1.8% 늘었다.
- 소셜 미디어 의존도가 높았던 버즈피드와 바이스 등의 타격이 컸다.
더 깊이 들어가 보자.
- 메타(페이스북)가 공개한 2023년 2분기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링크가 포함된 페이스북 게시물의 조회 수가 2년 동안 50%가 줄었다.
- 페이스북의 선택은 사회적 압력 때문이기도 하다. 소셜 미디어가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늘어나자 논쟁적인 콘텐츠를 줄이고 개인화된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미국에서 ‘가짜 뉴스’ 논란이 한창일 때 페이스북이 바이럴 창구가 됐다는 비판을 의식해 타임라인 피드를 여러차례 개편한 결과다.
- 버즈피드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 석 달 동안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은 인게이지먼트를 기록한 허위 정보 5건은 주류 언론사의 기사 톱 5건 보다 인게이지먼트가 더 많았다. 브렌든 니한(다트머스대 교수)은 버즈피드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에 대처하는 데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읽은 ‘가짜 뉴스’는 인게이지먼트가 96만 건이었는데 가장 많이 읽은 진짜 뉴스는 85만 건에 그쳤다.)
- 특히 2020년 미국 대선의 경우 선거 막판에 허위 조작 정보가 쏟아졌고 유통 창구가 페이스북이었다.
-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많이 본 콘텐츠(most viewed posts)가 전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4% 밖에 안 된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페이스북은 한 포스트를 여러 명이 읽는 것보다 여러 포스트를 고르게 많이 읽게 만드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내가 보는 타임라인과 네가 보는 타임라인을 완전히 다르게 구성한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보는 것은 모두 ‘고유하게 개인화돼 있다(uniquely personalized)’고 설명하고 있다.
-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많이 읽는 기사를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대한 트래픽을 분산시켜서 집중도를 낮춰야 여론의 쏠림 현상을 줄이고 허위 정보의 범람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이슈의 집중도를 낮추고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을 희석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트위터(X)가 의도적으로 언론사 링크의 로딩 속도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페이스북과는 다르지만 트위터 역시 언론사의 공유 플랫폼으로 크게 의존하는 건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한국 상황은 어떨까.
-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가 마켓링크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언론사 올해 2분기 모바일 방문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5% 줄고 트래픽은 21.8% 줄었다.
-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뷰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지난 분기 대비 45.5%나 줄었다.
- 네이버와 다음이 의도적으로 정치 관련 콘텐츠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정황은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최근 뉴스타파 논란에서 보듯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포털이 뉴스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지만 포털에서 뉴스 콘텐츠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는 확연하다.
-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포털 사이트 트래픽도 같은 기간 408억 건에서 179억 건으로 줄었다. 체류 시간도 599억 분에서 374억 분으로 줄었다.
- 언론사 웹 페이지는? 24억 뷰에서 12억 건으로 줄었다. 전체 웹 트래픽이 준 것보다 뉴스 트래픽이 줄어든 게 더 크다.
- 한때 포털에서 뉴스 콘텐츠 트래픽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포털 트래픽의 40%에 육박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6% 이하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 아래 그림은 뉴스 관련 트래픽을 비교한 것이다. 2015년 대비 2020년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 2015년 6월과 2020년 6월을 비교해 보면 전체 인터넷 웹 페이지 뷰가 1091억 건에서 2020년 567억 건으로 줄었다. (PC와 모바일 합산.) 거의 반토막이 났다.
결론.
-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뉴스를 버리는 건 정치적인 배경도 있지만 비즈니스 전략이기도 하다. 플랫폼이 허위 정보 여부를 가리기도 어렵고 책임을 지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 장기적으로 콘텐츠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여러 나라에서 저작권 비용을 지불하라는 압박을 받아 왔고 몇몇 나라에서는 일부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도 하다.
-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다.
- 첫째, 소셜 미디어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자체적으로 강력한 제품을 구축하는 데 소홀했다는 반성이 필요하다.
- 둘째, 생존 전략을 다른 플랫폼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해법은 명확하다.
- 첫째, 오가닉(organic, 직접 유입) 트래픽을 늘리려면. 데일리 파이팅 못지 않게 에버그린 콘텐츠에 계속해서 투자해야 한다. 롱테일에서 계속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게 핵심이다. 오가닉 트래픽은 단기간에 올리기 어렵지만 한 번 구축되면 상당 기간 유지된다.
- 둘째, 검색엔진 최적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개인화된 타임라인에 뉴스를 노출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진다. 한동안 공유가 최고의 트래픽 유입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다시 검색의 비중을 높여야 할 때다. 키워드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검색 랭킹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웹사이트 설계를 손봐야 한다.
- 셋째, 근본적으로 콘텐츠 유통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동영상과 쇼츠도 실험하고 뉴스레터는 기본이고 링크드인과 슬랙, 카카오 오픈 채팅 등 가능한 채널을 모두 동원하고 새로운 독자를 발굴해야 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네이버, 다음에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 달라진 환경에 맞는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다.
- 버즈피드는 한때 방문자 수가 월 2억 명, 트래픽이 70억 건에 이르고 트래픽의 75%가 소셜 미디어에서 유입됐지만 페이스북이 노출 알고리즘을 바꾸자 순식간에 몰락했다.
- 홍보와 마케팅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트리플 미디어’ 전략이라는 게 있다. ‘페이드(Paid)’ 미디어는 돈을 주고 구입한 채널, 그러니까 신문 광고나 방송 광고, 페이스북 광고 등이다. ‘오운드(Owned)’ 미디어는 우리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채널을 말한다. 언론사라면 웹 사이트고 페이스북 계정이나 유튜브 채널 같은 소셜 미디어 채널도 포함된다. ‘언드(Earded)’ 미디어는 빌려 쓰는 채널이다. 독자들이 기사를 공유하고 바이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입소문과 평판도 여기에 해당한다.
- 최근 소셜 미디어의 변화는 결국 자체 경쟁력과 브랜드의 강화가 콘텐츠 기업의 핵심 전략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