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욱 칼럼] “친중‧친북이 윤석열 탄핵 주도”, 극우 유튜버 주장 받아쓴 충격적인 보도… 엄중하게 항의하고 사과 받아야 한다. (⌚4분)

윤석열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독일의 공영방송.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가 한국의 비상계엄과 탄핵 찬반 대립에 관해 28분짜리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지난 2월25일에 두 방송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미디어실에 게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두 방송사가 운영하는 TV 채널 피닉스(Phoenix)가 두 명의 제작자에게 위탁하여 만든 프로그램이다.

인터넷에 극우 성향 사람들이 독일 공영방송이 한국의 부정선거와 민주당의 종북 실태를 보도해 줬다면서 세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편에 있다고 환호하는 글들을 우연히 봤기 때문이다. ‘독일, ARD, 계엄’으로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극우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크게 다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방송을 찾아서 보았는데, 충격적이게도 정말로 일방적으로 윤석열과 그 지지자들,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을 보도하고 있었다. 이 방송은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윤석열 지지로 돌아섰고, 지금 국회를 구성한 총선은 부정선거 가능성이 높고, 야당과 탄핵 찬성자들이 중국과 북한의 영향 하에 있거나 친중‧친북인 것처럼 왜곡 보도했다.

극우 주장에만 카메라를 들이댔다.

제목: Inside Südkorea – USA, China und Nordkorea

소개글: “한국의 국가 위기.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 갈등에 미국, 시진핑, 김정은의 글로벌 권력 투쟁이 반영되어 있는가?”

제목은 한국 내에서 미국, 중국, 북한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것처럼 묘사한다. 소개 텍스트 역시 지금 한국의 정치 갈등이 미국, 중국, 북한의 권력투쟁을 ‘반영(widerspiegeln)’하고 있는가 묻고, 방송 해설도 같은 내용이다.

이것은 한국 극우주의자의 주장이다. 그들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쪽이 친중‧친북이고, 계엄을 옹호하며 탄핵에 반대하는 쪽이 친미라는 이데올로기적인 낙인을 선동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인은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미국, 중국, 북한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민주주의와 헌법 준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 윤리의 측면에서 명백한 문제를 갖고 있다.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탄핵 반대 집회를 비추고, 윤석열 지지자들과 극우 유튜버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보도하는 데에 할애되어 있다. ∙

이 방송은 한국의 가장 극렬한 극우 지도자이자 개신교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전광훈을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그가 주최하는 집회에서 극우주의자들의 증오 선동과 폭력적인 언행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우동균이라는 34세 유튜버 인터뷰가 ‘저널리스트’로 소개되면서 큰 비중으로 여러 차례 나오는데, 그는 사실 자신을 ‘청년 우파’로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좌파 판사 117명 명단’을 공유하는 등 극단주의 성향을 강하게 보이는 인물이다. 독일 공영방송이 이런 인물들을 왜 특별히 신뢰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뭘 보고 간 건가.

이 방송은 사실관계에서도 많이 왜곡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보도했다. 방송 초반부터 과격 우익 마이너 언론인 펜앤드마이크를 인용해서 윤석열 지지율이 51%라고 보도했는데, 한국의 공신력 있는 대다수 조사기관은 직무정지 상태인 ‘윤석열의 지지율’을 조사하지 않을뿐더러, 현재 탄핵 반대 응답은 30~42%, 탄핵 찬성 응답은 54~63% 나오고 있다. 계엄은 잘못한 것이라는 응답은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71%로 나왔다.

“특히 젊은이들” 또는 “Gen-Z”들이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멘트도 윤석열 지지 단체의 허위 선전일 뿐 사실이 아니다. 2월 2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 응답률은 19~29세가 20%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았고, 이는 70대 이상의 58%가 탄핵에 반대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전광훈 집회는 탄핵 반대 집회 중에서도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데, 취재진이 전광훈의 집회를 방문했으면 대다수가 노인인 것을 봤을 텐데 이렇게 보도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방송에는 데이비드 맥스웰(David S. Maxwell)이라는 미국인 전직 군인이 한국 전문가인 것처럼 여러 차례 나와서, 윤석열 탄핵에 중국, 북한이 개입된 듯이 계속 주장했고, 부정선거 주장의 증거가 제시되지 못하는 이유가 민주당과 극좌 세력들이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등 대단히 문제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ARD와 ZDF는 이 같은 주장들의 신뢰성을 점검하지도 않았는가? 아니면 점검하고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는가?

5.18 참상 세계에 알렸던 그 ARD.

ARD는 1980년 5월 광주 시민의 민주화 항쟁과 독재정권의 민간인 학살을 목숨 걸고 영상에 담아서 세계에 알린 방송이다. 한국인들은 지금도 독일의 공영방송이 한국에서의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을 위해 기여한 바에 대해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 독일의 방송사가 한국에서의 쿠데타와 극우주의자들을 옹호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면, 많은 한국인은 실망할 것이며 독일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에서 “반국가 세력을 처단”하는 것이 계엄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날 밤에 군 특수부대원들은 정치인, 판사, 언론인들을 체포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은 국회, 지방의회, 정당, 정치적 결사, 집회시위 등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파업과 태업을 금하며, 언론과 출판을 군이 통제한다고 선포했다. 계엄군의 실세인 한 전직 장성은 수백, 수천 명의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노조원을 체포, 강제수용, 사살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수사에서 밝혀졌다.

ARD와 ZDF는 이처럼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을 파괴하려 한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하고 한국의 국회,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들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보도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한국인들이 중국, 북한 정부의 영향 하에 있는 듯이 보도함으로써 심대하게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현재 두 방송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미디어실에 게시되어 있고, 독일 시각으로 3월 6일 09:30에 본방송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 언론단체들은 신속하고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 방송을 보는 독일어권 국민들은 한국에서 윤석열과 계엄령에 반대해서 싸우는 사람들이 반미, 친중, 친북이고, 한국의 국회, 선관위, 법원, 헌재 등 헌법기관들이 중국과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영향 하에 있는 줄 알 것이다. 일단 방송되면 많은 한국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남길 것이 분명하다.

“우리 독일인이 제2차 세계 대전 때 했던 만행을 기억하는 만큼, 5.18도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

위르겐 힌츠페터 (1937-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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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극우유튜버가 올린 동영상을 보고… 이게 과연 독일 공영방송이 제작한 프로그램이란 말인가? 처음에 의심했습니다. 분명 코디네이터가 있었을 텐데 그 사람이 범인입니다. 아주 편파적이에요.

  2. 여론조사랍시고 조작질 봐라 2030세대 90%가 탄핵반대인데 근거없는 지 망상을 주작해뒀네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 70%가 넘고 극좌들이 놀래서 발광중인거 보면 모르나
    진실의 빨간약을 국민 전체가 다 먹고 이제 극좌들의 선동에 안넘어간다는거다

    지 맘에 안든다고 독일 제1공영방송 ARD도 극우몰이 하는거봐라 국제망신
    이런 똥글 쓰는 인간은 왜 국민 70%가 대통령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생각도 없겠지
    그저 지가 친중 친북 극좌니까 탄핵 반대하고 대통령 지지하면 극우몰이
    어휴 자식있음 자식 보기 부끄럽지도 않나 자식 없음 부모조상 보기 부끄러울꺼다

  3. 댓글 막아둔거봐라 극좌 입맛에 맞는 댓글만 보여줄려고 ㅋㅋㅋ
    진짜 참 부끄러운짓 많이 한다.

  4. 독일의 이번 총선 결과에서 극우 정당인 AFD가 현 집권당 중 하나인 사민당보다 표를 더 많이 받아간 것을 생각하게 되네요.

  5. 1. 편향된 보도와 정치적 의도
    이 다큐멘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미화하는 한편, 야당을 “친북”, “친중” 세력으로 폄하하고 있습니다.
    이는 객관적인 보도가 아니라 특정 정치적 서사를 그대로 받아들여 검증 없이 방송한 것에 불과합니다.
    공영방송은 특정 정치적 입장의 대변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2. 근거 없는 음모론과 허위 정보의 확산
    (1) 증거 없는 선거 부정 의혹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에서 대규모 선거 부정이 발생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련된 모든 사법 절차에서 증거 부족으로 기각된 사안이며, 다큐멘터리에서 주장하는 내용과는 다릅니다.
    특히 “선거 서버 비밀번호가 ‘12345’였다” 는 주장은 이미 허위 정보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송되었습니다.

    (2) 외국의 개입에 대한 증거 부족
    다큐멘터리는 중국과 북한이 대한민국의 선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으며, 이는 한국 극우 세력에서 유포된 음모론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이를 검증 없이 그대로 방송하였으며, 이는 심각한 저널리즘 윤리 위반입니다.

    3. 대한민국을 ‘제2의 홍콩’으로 묘사하는 왜곡된 서사
    이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이 곧 공산주의 독재에 빠질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강력한 민주적 제도를 갖춘 국가이며, 이런 보도는 단순한 공포 조성에 불과합니다.
    공영방송이 이러한 왜곡된 프레임을 조장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4. 편향된 여론조사 사용
    다큐멘터리에서 사용된 Pen on Mike 여론조사는
    질문 설계 자체가 편향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조사 결과를 객관적인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공영방송은 신뢰할 수 있는 학술적이고 대표성 있는 여론조사를 사용해야 하며,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진 자료를 무분별하게 인용해서는 안 됩니다.

    5.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윤리 위반
    공영방송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보도를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는 보수 유튜버들과 정부 지지 성향의 “전문가”들만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정치 선전물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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