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신의 미디어 오디세이아] 그래미는 무엇에 상을 주는가? 아시안 팝의 신설, BTS의 거부, 그리고 68년의 변천사. 여전히 남은 ‘아시안 팝’의 의미와 기회. (⏰11분)
2026년 6월 16일, 레코딩 아카데미는 2027년 2월 제69회 그래미부터 적용될 5개 신설 부문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아시아 팝 뮤직 부문(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이다. 대상은 K-pop, J-pop, C-pop 등 아시아 시장에서 나왔거나 아시아 시장에서 널리 인정받는 팝이고, 조건이 하나 붙는다.
언어를 ‘유의미하게’ 사용해야 하며, 전곡 영어 작품은 출품할 수 없다. 물론 모든 그래미 출품작이 그렇듯 미국 내 발매가 공통 전제다. 아무리 해당 아시아 국가에서 인정받더라도 미국 내에서 발매가 되지 않았다면 심사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BTS는 무엇을 거부했나
한 달 뒤인 7월 29일, BTS 일곱 멤버가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같은 글을 올렸다. 한국어였다. 올봄 발매한 앨범 《ARIRANG》을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ARIRANG》은 빌보드 200에 1위로 데뷔했고, 첫 주 64만 장으로 그룹 앨범 10여 년 만의 최대 기록을 세웠으며, ‘올해의 앨범’ 후보로 거론되던 앨범이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것이 이유였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다음 날 해명을 냈다. 구분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팝의 깊이와 탁월성을 기리기 위한 상이며, 장르 부문에 출품해도 본상에 도전할 수 있다고. 이후 논쟁은 두 갈래로 갈렸다. 인정이냐 분리냐.
이유를 막론하고 BTS의 거부는 ‘기개’다. 본상 후보로 거론되던 앨범을 심사 테이블에서 스스로 내리는 일, 트로피가 눈앞에 있는데 원칙을 이유로 접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 시장이 공인한 지위를 가진 쪽만이 상을 거절할 수 있다. 그 지위에 올라 그 선택을 한 것, 두 가지 모두 존중할 일이다.
그러나 별개로 아시아 팝 부문 신설 의미는 의미대로 이해해야 한다. 언제나처럼 사실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쏟아내는 말과 글들은 새로운 기회마저 버리는 우를 범하기 일쑤다. 적어도 그래미는 어떤 조직이고, 지난 68년 동안 무엇을 기준으로 상을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고 나서 하고 나서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뭐가 그리 급한가?
그래미가 상을 만들어온 역사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레코딩 아카데미라는 조직이다. 그래미는 평론가들이 수여하는 상도 아니고, 대중 인기투표의 결과로 주는 상도 아니다. 1957년 설립된 레코딩 아카데미, 즉 미국 상업음악 산업 종사자들의 동업자 단체가 동료들에게 주는 상이다. 1959년 첫 시상식이 28개 부문으로 출발했다.
모든 이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도 아니다. 투표권을 가진 회원(Voting Member)이 되려면 실적이 증명되어야 한다. 정식 발매된 음반, 음원에 참여자로서 등록된 것이 12개가 있어야 하고, 특히 최근 5년 동안 최소 5개는 가지고 있어야 투표권이 부여된다. 현재 현장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음악인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업계 동료 2인의 추천, 음악이 본업이라는 증빙이 필요하다. 매년 3월 지원을 마감하고, 동료 심사를 거쳐 7월에 초청되며, 연회비를 낸다. 기준은 오직 상업 발매 실적과 동료의 인정이다.
공식적으로는 학력도 국적도 중요하진 않다. 다만 미국 중심이라는 건 변치 않는 현실이다. 아카데미의 지부 12개는 전부 미국 도시에 있고, 회원 규모는 2만 9천여 명이며, 크레딧 검증과 추천의 연결망이 미국 산업 위에서 돌아간다. 투표도 무제한이 아니다. 회원은 본상 외에 최대 3개 필드, 10개 부문까지만 투표할 수 있다(2027년부터는 검증된 크레딧에 따라 15개까지 확대하는 선택 제도가 도입된다).
그런데 미국 중심이라는 게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미국땅에서 미국 음악인들이 선정하는 것인데 미국 중심이 아니라면 더 이상할 듯. 다만 음악 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니, 미국을 중심처럼 서로 생각하고 있을 뿐, 실상은 너무도 미국적인 것일 수 밖에.

최근 들어 이 회원 구조가 조금씩 미국 밖으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긴 하다. 2024년 아카데미는 케냐·나이지리아·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협약을 맺으며 아프리카·중동으로의 확장을 공식화했다. 상을 주는 집단 자체가 넓어지는 중이다. 그렇다고 미국 중심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상은 무조건 미국 내에서 발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장작과 부문에 대한 기준도 나름 있다. 개별 작품의 심사 기준은 예술성이다. 규정은 판매량이나 차트 순위와 무관하게 예술적 성취를 기린다고 명문화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작동한 사례가 있다. 2008년 올해의 앨범은 상업적으로 미미했던 허비 행콕의 재즈 앨범에 갔고, 2022년에는 차트 성적이 변변찮던 존 바티스트의 앨범에 갔다.
그러나 부문의 생사 기준은 다르다. 부문이 유지되려면 매년 최소 40개의 출품이 있어야 하고, 25개 미만이면 그해 시상이 중단되며, 3년 연속이면 폐지된다 — 2011년 개편 때 명문화된 규칙이다. 요컨대 무엇이 개별 작품 자체는 예술성에 근거해서 판단할 순 있지만, 부문 자체는 시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미의 68년 역사는 어떤 부문이 등장하고, 어떤 부문이 사라지고 등등 시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시안 팝 부문(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이 신설되었다는 것은 아시안 팝이 미국 내에서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배제하고 가두기 위해서 새로운 상을 신설했다는 주장이 가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68년의 부문 변천사
59년부터 2026년, 그리고 2027년까지 상을 정리하고 수상자를 정리하고 하는데 꼬박 5일이 걸렸다. 한눈에 휙하니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 흔한 AI에게 물어보면 사실 관계가 틀린 것들이 도처다. 할 수 없이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1959년 28개로 출발한 부문은 거의 쉬지 않고 불어나 2000년대 후반 110개로 정점을 찍었고, 2012년 대통합에서 78개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 올해 96개, 5개 신설이 반영되는 2027년에는 약 101개가 된다. 이 대목에서 명백하게 확인되는 것들이 있다. 부문은 언제나 시장의 실체 확인에 후행한다는 점이다. 물론 후행의 시차는 들쭉날쭉하다.
뮤직비디오 부문은 MTV 개국 3년 만에(1984), 랩 부문은 힙합 상업화 10년 만에(1989), 메탈 부문은 시장이 선 지 15년도 더 지나서(1989) 생겼다. 그러나 68년 동안 순서가 뒤집힌 적은 없다. 시장이 생겨서 신설되었지만, 갑작스럽게 시장이 사라져서 단 1회 시상 후 폐지된 1980년의 디스코 부문조차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그 와중에서도 곡이 인기를 끌면 최적의 부문이 아니더라도 상을 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첫해에 포크 부문이 없어 킹스턴 트리오의 ‘톰 둘리’가 컨트리상을 받았지만, 아카데미는 이듬해 곧장 포크 부문을 만들었다.
시장 큰 틀 속에서 음악과 언어로 세분화
시장이란 큰 틀 속에서 다시 음악과 언어로 부분을 세분화했다.
첫째는 음악이다. 재즈, 컨트리, 랩 등, 59년 그래미상이 만들어진 이래로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지금도 본상 4개를 제외한 모든 상이 장르 카테고리 아래 있다. 이 기준에서는 원산지는 의미가 없다. 미국에서 발매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살아있는 한 원산지가 문제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1985년 신설된 레게 부문의 경우 40여 년 가까이 자메이카 출신과 자메이카계에게 상이 돌아갔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레게를 가장 레게답게 부를 수 있는 이들이 자메이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2022년 자메이카와 연고 없는 미국 밴드 SOJA가 수상하자, 자메이카가 놀랬을 정도였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것이 언어다. 1975년 신설이 결정되고 1976년 2월 처음 시상된 Best Latin Recording이 시작이다. 영어가 아닌 언어가 처음 등장했다. 팝이나 재즈 등의 하부 개념으로 라틴이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들과 구별되는 사실상 독립된 카테고리로 라틴은 출발했다.
뉴욕 살사 산업이 십수 년 성숙한 뒤, 살사 피아니스트 래리 할로우가 10만 명 서명을 모아 관철시킨 상이다. 신설 당시엔 정의조차 느슨했지만 언어 기준은 운영 속에서 명문화됐고(현행 규정은 가사의 최소 51%가 스페인어), 1984년 라틴 팝·트로피컬·멕시칸-아메리칸으로 갈라지며, 이제는 독립적인 카테고리가 되었다. 심지어 시장이 커지자 2000년에는 라틴 그래미라는 별도 시상식으로 분가를 했다.

이 부분은 정리를 좀 하자. 우리가 알고 있는 그래미상에 라틴도 엄연히 존재한다. 라틴이란 카테고리 안에 다시 라틴팝 등 6개 상이 배정되어 있다. 또한 별도로 라틴 그래미상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그래미가 미국 내 발매된 라틴 음악에 대해서 상을 준다면, 라틴 그래미는 전 세계의 라틴음악을 대상으로 하고 23년에는 스페인에서 시상식이 열리기도 했다. 올 2월에 배드 버니는 전곡 스페인어 앨범으로 그래미 상 올해의 앨범을 수상했다. (라틴 그래미가 아니다)
음악(장르)과 언어로 구분되지 않는 시장도 가끔은 등장한다. 이른바 외국 음악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1992년의 월드뮤직 부문이다. 비서구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폴 사이먼의 《Graceland》(1986)가 각광을 받자, 업계가 기존의 분류체계와는 다른 ‘월드뮤직’이라는 판매 분류를 합의했다(1987). 아프리카의 리듬을 가진 곡이니 기존 곡처럼 분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빌보드가 차트를 만들어 시장을 측정했고(1990), 이어서 그래미가 그 분류를 차용해 부문을 만들었다(1992). 이 부문은 2020년 식민주의적 함의와 결별한다며 글로벌 뮤직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지금도 존속하며, 그 안에서 분화가 일어난다. 빌보드가 2022년 아프로비츠 차트를 신설해 아프리카 음악을 따로 측정하기 시작하자, 2024년 아프리카 부문이 글로벌 필드 안에 만들어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폴 사이먼이다. 사이먼과 가펑클의 그 사이먼 말이다)

예외처럼 보이는 부문들도 있었다. 하와이안(2005), 네이티브 아메리칸(2001), 자이데코·케이준(2008) — 시장보다 문화 보존의 성격이 강했던 부문들이다. 미국 내 음악 중에서 특수한 기원을 가진 작품들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들이었지만, 출품 수가 지속적으로 미달하자, 2012년 대통합에서 셋은 리저널 루츠라는 하나의 부문으로 통합됐다. 시장 규모가 문턱을 넘지 못하면 부문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 — 아카데미가 규정으로 적어둔 그대로다.
아시안 팝이라는 부문의 해석
이 역사 위에 이번에 신설한 아시안 팝을 놓으면, 조금은 색다른 점이 눈에 띈다.
시장 후행이라는 순서가 이번에도 지켜졌다. 강남스타일(2012)과 BTS의 미국 돌파(2017)로부터 10~15년 뒤의 신설이다. 그 사이 미국 시장 내 한국어 음악은 영어·스페인어 다음가는 세 번째 언어가 됐고(점유율 1.1%), 미국 CD 판매의 급증을 견인했다. 루미네이트 연말 리포트 기준으로 2024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CD 톱 10 중 7개가 K팝 앨범이었고, 2023년에도 똑같이 7개였습니다. 2025년에는 10개 중 5개가 K팝이었다.
물론 부문의 이름은 K-팝이 아니라 아시안 팝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언어별로 따로 집계될 규모에 이른 아시아 언어는 아직 한국어뿐이다. 일본어·중국어 등 나머지 아시아 언어는 ‘기타 3.4%’에 묶여 있는데, 이 몫 자체가 1년 새 1.5% 포인트 급증했고 그 안에서는 일본어 음악이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통로 삼아 크는 중이다.
요컨대 문턱을 넘긴 시장은 사실상 한국어 음악이고, 문이 열리자 권역 전체의 이름이 붙었다. 1975년의 라틴 부문도 이름은 라틴 전체였지만 문턱을 넘긴 동력은 뉴욕의 살사 하나였다. 그러니 이제는 상을 부여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 대목에서 그래미의 고민이 드러난다. 라틴은 독립 부문으로 출발했다. 나중에 라틴 안에 라틴팝 등 다양한 세부 종목이 등장했지만, 처음 상을 만들었을 때는 그냥 라틴이었다. 그것도 살사에 상을 수여했던 라틴이었다. 그러니 기존의 범주 속에서 라틴을 담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K팝으로 설명되는 아시안 팝은 처음부터 팝 & 댄스/일렉트로닉 필드 안의 하위 부문이다. 아카데미 스스로 이 음악을 세계의 전통음악이 아니라 팝으로 분류한 것이다.

순서도 뒤집혔다. 라틴은 부문이 먼저 생기고(1976) 본상 수상은 반세기 뒤(2026)에 왔지만, 아시아 팝은 부문이 생기기도 전에 로제(‘APT.’, 본상 2개 부문 후보), ‘골든'(5개 부문 후보, 1개 수상), 캣츠아이(신인상 후보)가 본상 명단에 먼저 도달했다. 시장의 소재도 다르다. 라틴 부문이 담은 것은 미국 안에 4천만 명이 쓰는 언어의 공동체였지만, 한국어 음악의 미국 내 소비 주체는 교민 공동체가 아니라 국적 없는 팬덤이고 생산지는 태평양 건너다.
이 상황에서 그래미는 팝이란 카테고리 안에 아시안 팝을 두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라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언어였다. 아시안을 판단하는 것의 근거가 언어였다. 물론 ‘유의미한 사용’이란 용어는 현재로선 모호하다. 아마도 라틴의 역사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라틴도 느슨한 정의에서 출발해 51%라는 숫자로 정착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그래미 규정집은 회원 주도로 매년 개정되는 문서이므로, 아시안 팝의 언어 기준도 첫 심사가 한영 혼합곡들의 경계를 판정하면서 수치로 정밀해질 가능성이 크다.
작동 방식 자체는 이미 명확하다. 영어로 발표하면 팝 부문에서 겨루고(‘골든’이 그 경로로 수상했다), 아시아어로 발표하면 아시안 팝 부문이 있으며, 본상은 언어 불문으로 열려 있다(eg. 배드 버니). BTS의 영어곡 ‘SWIM'(빌보드 핫 100 1위)이 이 부문에 출품될 수 없는 것도 규정의 모순이 아니라 이 구조의 결과다. 그리고 레게의 교훈대로, 어떤 음악이 상을 받는 ‘아시안 팝’이 될지는 결국 투표가 관행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미국이 아시안 팝을 독립 시장으로 인정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그래미는 미국적인 상이다. 전체 음악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우리도 그들도 알게 모르게 그래미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상으로 오인하지만, 실제로는 지극히 미국적인 미국인의 미국 시장 내에서의 상이다. 에미상이 한국의 일일 드라마에 상을 주지 않듯이 그래미가 한국 토종 음악에 상을 줄 이유가 없는 건 너무도 상식적인 일인 것처럼.
그런 곳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안 팝이란 상을 만들었다. 미국 시장내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안 팝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문 신설은 아카데미가 발행하는 시장 공인 증서다. 매년 40개 이상의 출품이 나올 시장, 즉 독립적으로 세어서 상을 줄 만한 규모의 시장이 미국 안에 존재한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아시아어로 불리는 팝이 그 문턱을 넘었다는 것 — 이것이 아시안 팝 신설의 정확한 의미다. 라틴이 1975년에 받았던 것과 같은 종류의 인정이고, 디스코와 하와이안의 사례가 보여주듯 시장이 줄어들면 언제든 회수될 수 있는 인정이기도 하다.
미국 중심의 상을 BTS가 거부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개고 의미가 있다. 이미 글로벌 스타가 되어 버린 마당에 굳이 미국 중심의 시장에서 상을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미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것 자체가 축하받을 일일 뿐, 이미 시장은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도 더 중요한 음악가로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BTS 가 아닌 다른 한국 아티스트들에겐 중요하다. 작은 내수 시장과 아시아 시장만으로 현재의 한국 아티스트의 투자 규모를 감당하기에는 내수 시장과 아시아 시장은 작다. 그들이 어떤 식으론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도전하고 하는 이유도 그 그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들에겐 한걸음 한걸음 인정받고 딛고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로서 이번 상의 의미는 크다.
세계 녹음 음악 시장에서 미국은 부동의 1위이고, 전 세계 매출의 약 40%를 홀로 차지한다. 미국도 여러 로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주장은 감성적으로는 통쾌하지만, 산업의 관점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매출로도, 인프라로도, 상징 자본으로도 미국을 넘어서는 단일 시장은 아직 없다. 그 가장 큰 시장의 동업자 단체가, 태평양 건너 변방에서 온 음악에게 자기 이름이 붙은 부문을 내줬다.
68년 부문사에서 미국 밖에서 생산되는 음악이 이런 방식으로 등재된 것은 처음이다. 이것은 아시아 음악 시장이 쌓아온 값진 결과이고, 그 자체로 영광이다. 거부할 수 있는 BTS의 위치도 경이롭지만, 수많은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도 반길 일이다.
어쨌든 아시안 팝 장르는 결국 수많은 한국 후배들에겐 좋은 기회와 목표가 될 거다.
이 땅의 모든 엔터 관계자 분들께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의 K팝이 성장해서 아시아 팝이 존속되는 것을 넘어 팝에서 분리해서 독립된 카테고리로 성장하고 대접받길 고대한다.
📌 덧붙이는 말
불출품 선언 직후, 팬들은 BTS의 수록곡 ‘Aliens’를 78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이방인의 정체성을 노래한 곡이다. 시상식이 음악을 언어로 분류하는 동안 청중은 이미 언어 없이 듣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