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폴리시] 시흥시가 거북섬 개발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100억 원대 특혜를 제공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는 시흥시장과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4분)
시흥 거북섬을 둘러싸고 ‘특혜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흥시가 민간 사업자에게 100억 원 이상의 특혜를 제공했다는 감사 사실이 발표되면서다.
거북섬 개발은 이재명(대한민국 대통령)이 경기도 지사 시절의 치적으로 꼽은 개발 사업으로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여·야 간 공방이 거셌던 이슈다.
거북섬 공실률은 70%를 상회한다. ‘유령섬’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지난달 감사원은 특혜 행정을 확인하고도 “공모 사업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며 시흥시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 이대로 끝날 것 같진 않다. 감사원 감사 발표 후 시흥YMCA는 직무유기 업무상 배임,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임병택(시흥시장)과 시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 무리한 관 주도 개발 사업이 업자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거북섬 개발이란.
- 국가 사업이다. 거북섬은 시화호 북쪽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안에 만든 인공섬이다.
- 2018년 2월 공모지침서를 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토지 15만 8,687㎡(약 4만 8,003평)를 민간 사업자에게 분양(분양 대금: 3,150억 원)하고, 그 대신 사업자는 해양 레저 시설을 건설하여 20년 운영한 뒤 시흥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시흥시는 해양 레저 시설 운영 기간에 거북호의 토지 무상 사용을 보장한다.
- 시흥시, 수자원공사, 공모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A사는 그해 11월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웨이브파크를 조성키로 했다. 스페인 북부의 유명 휴양지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과 같은 서핑과 미식 명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대한민국 관광 메카가 되겠다는 포부였다. 그렇게 아시아 최대 인공 서핑장 ‘웨이브파크’가 2020년 10월 개장했다.

면제된 기부채납의무.
- 시가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제공한 것이 확인됐다.
- 감사 보고서를 보면, 시흥시는 사업 협약 체결 시 마리나(Marina) 시설을 기부채납 대상에 포함해야 했지만, 도리어 기부채납 의무를 면제해줬다. “민간 사업자가 분양받은 토지 위에 마리나 시설이 설치된다”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였다.
- 마리나 시설은 요트나 보트 같은 레저용 선박을 안전하게 정박하고 보관하는 수역·육상 시설과, 이용객을 위한 편의 서비스를 함께 갖춘 종합 복합 해양 레저·관광 공간을 뜻한다.

마리나시설 건설의무도 면제.
- 이후 사업비 증가 등 이유로 마리나 시설 건설이 지연되자 시흥시는 A사의 마리나 시설 건설 의무를 면제하는 대신 2021년 5월 53.2억 원 상당의 마리나 시설 부지를 기부채납받는 것으로 부속 합의를 체결했다.
- 시는 마리나 시설 건설비를 52.5억 원 수준으로 추정한 것인데, A사가 앞서 수자원공사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제시한 마리나 시설 투자 금액은 374억 원에 달했다.
- 시가 직접 마리나 시설 건설·운영에 나선 것인데, 총 공사비는 193.6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감사원은 관측했다.
- 당초 사업 협약 시 마리나 시설을 기부채납 대상에서 제외한 까닭에 기부채납받은 토지의 감정 평가 금액 53.2억 원보다 140.4억 원 만큼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관광숙박시설 대신 생활숙박시설로 변경 왜?
-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관광호텔 등 관광숙박시설은 휴양 콘도미니엄을 제외하고는 개별 객실 분양이 금지돼 있다. 이에 민간 사업자는 호텔을 지은 뒤 분양 수익을 낼 수 없고 직접 숙박업을 운영해야만 한다.
-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사업자는 객실 수 200실 이상의 관광숙박시설을 ‘거북섬상업-1’ 획지에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 시흥시는 A사 요청에 따라 관광숙박시설 대신 분양이 가능한 생활숙박시설을 건축하도록 규제를 완화했고, 그 위치도 ‘거북섬상업-1’ 구역을 포함한 ‘거북섬 상업용지’로 확대하는 변경 협약을 체결했다.
- A사는 2020년 1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총 275개 객실 가운데 186개 객실을 분양해 827억 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

시흥시 “전문성 미흡했다… 공정성 훼손 의도는 없어.”
- 감사 보고서를 보면, 시흥시는 “공모 사업 추진 과정에 업무 전문성이 다소 부족하여 미흡한 부분이 있었으나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 A사가 마리나 시설의 실제 건설비를 부담하게 하는 것보다는 협약 이행 보증금(50억 원)을 상회하는 마리나 시설 토지를 기부채납받아 A사의 이행 책임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 또 2020년 추정한 예상 공사비와 실제 공사비 차액은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작용한 결과이고, 시흥시는 토지 매입 비용 없이 마리나 시설을 확보함으로써 재정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도 더했다.
- 그러나 감사원은 △토지 기부채납과 협약 이행 보증금 확보는 연관성이 없다는 점 △공사비 상승 사유만으로는 공사비 차액이 소명되지 않는다는 점 △민간 사업자가 마리나 시설을 건설했다면 시흥시가 토지를 매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매입 비용을 절감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민단체, 시흥시장 등 경찰에 고발.
- 시흥YMCA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무유기 업무상 배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임병택과 시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 거북섬 사업 말고도 △광역교통시설부담금 74억원 부과 방치 △은행2지구 용적률 상향으로 분양 특혜 제공 △시흥시 공직자 퇴직 후 민간기업 취업 등 비위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 시흥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도 17일 시흥시에 감사원 지적 사항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과 조치를 요구했다.”이번 사안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감사원이 직접 확인하고 처분을 요구한 내용인 만큼 추가 지방채를 논하기에 앞서 놓친 세입과 재정 누수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시흥시장 “시 정부에 불신 발생, 사과드린다. 하지만…”
- 임병택은 지난 18일 “행정에 부족한 부분을 엄중하게 돌아보고 있다. 시정의 책임자는 시장이다. 모든 행정 책임은 내게 있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로 시 정부 행정에 불신이 발생한 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 또 “감사원 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 시는 잘못된 부분을 즉시 조치하고 현재 자체 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적극적 판단과 대응이 요구됐던 상황을 충분히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 절차상의 미흡함 등이 있었지만 당시 여건에 따른 적극 행정의 취지와 판단까지 모두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없다. 감사원의 기관주의 조치도 이런 이유가 반영된 처분”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