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월급날, 원래는 지역 상가가 호황을 이루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울산 동구 14명 가운데 1명은 이주 노동자다. 이들 다수는 급여를 받자마자 본국으로 송금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와 연결되지 않는다. 지금은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 편의점이다. 고향에 월급 보내고 나면, 그들은 깡소주에 새우깡을 먹는다.

민주당 울산 동구 국회의원 김태선이 4일 국회 토론회에서 꺼낸 말이다. 정부가 2022년부터 ‘조선업 인력난’ 명분으로 이주 노동자 유입 문턱을 대폭 낮춰 지역과 조선업 전반에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조선업 도시’ 울산 동구에는 세계 최대 조선소인 HD현대중공업과 중형 선박을 주로 건조하는 HD현대미포 등 2개 대형 조선소가 있다. 작년 11월 기준 동구의 인구는 16만474명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 주민은 9519명(5.9%)이다. 이주 노동자는 2022년 2347명에서 2024년 7978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3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등에 따르면, 2024년 조선업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는 2만여 명. 5400여 명이었던 2022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매우 급격한 변화다. 노동 시장에 큰 충격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어렵고 위험한 일이 이주 노동자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주 노동자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 노동 시장 이중 구조가 강화하면서 노동 조건이 더욱 후퇴하고 있다.

법무부 E7 비자와 고용노동부 E9 비자.

  • 조선업은 2015~2016년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이 시기 현대중공업 노동자는 정규직 5000명을 포함해 2만 7000명이 정리됐다. 김태선은 “당시 비공식으로 4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호황인 지금 이 자리를 이주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며 “이주 노동자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감당해야 하는 지자체는 매우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지역 경기가 좋아진 것도 아니다. “이주 노동자를 데리고 와 배를 불리고 있는 건 기업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 이주 노동자는 국내 노동자에 비해 인건비가 낮다.
  • 이민정책연구원장을 지낸 강동관의 2021년 연구를 보면, 비전문직 이주 노동자가 증가할수록 기업의 자산수익률(ROA)과 자본수익률(ROE)이 증가했다.
  •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은 이주 노동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다. 반면 이주·노동 정책 논의는 충분하지 않다. 고용 허가 비자인 E9 비자는 고용노동부가, 전문 인력 대상으로 발급하는 E7 비자는 법무부가 관장한다. 관리·감독에 혼선이 빚어진다.
  • 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 우다야 라이의 말이다. “한국에서는 E9 이주 노동자만 고용노동부가 관할한다. 그 외 취업 비자인 E1~E10 비자의 경우 E10 선원 비자를 제외하면 모두 법무부가 틀어쥐고 있다. 법무부는 노동 정책이나 근로 감독, 사업장 점검 등을 알지 못하고 권한도 없다. 비자 권한을 무기로 제도를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 이주 노동 감독·관할을 고용노동부로 일원화하고 법무부는 손을 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조선업 이주 노동자 2만 명 가운데 E9 비자 노동자는 1만 1181명, E7 비자 노동자는 9288명이다. 조선소 용접공 등 일반 기능 인력인 E7 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 E7 비자 노동자는 2022년 412명에서 2023년 6282명, 2024명 9288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정부가 조선업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도 많다.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가 먼저 넘어간다.

  •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정흥준은 급격한 이주 노동자 확대는 세 가지 문제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 첫째, 대한민국 노동 시장 이중 구조를 더 공고화한다. 노동 시장 이중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저임금 직종에 대한 차별을 줄여야 한다. 이주 노동자 다수가 내국인이 기피하는 저임금 일자리에 투입되면 처우 개선이 지체된다.
  • 둘째, 저숙련 남성 노동자 일자리가 대체된다. 특히 국내 청년층 노동자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청년층 노동자가 이주 노동자로 인해 청년 시기 일자리를 갖지 못하면 장기 실업에 빠질 수 있다.
  • 셋째, 사회적 갈등이 증폭한다. 이주 노동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 이주 노동자와 국내 노동자들은 서로의 불만을 이해하기보다 갈등할 가능성이 크다. 이주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선동이 확산한다.

현대중공업이 외국인 노동자들 밥값 따로 받는 이유.

  • 이주 노동자 평균 임금은 230만 원 안팎. E7 비자를 받은 이주 노동자들은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 수준(약 280만 원)을 받아야 한다.
  • 본국에서는 월 270만 원에 계약했다가 한국에 입국한 뒤 최저임금 수준으로 계약서를 재작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회사가 GNI 80%를 맞춰 일단 지급한 뒤 기숙사, 식비 등 명목으로 30만 원 정도를 공제한다.
  •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기획실장 김규진의 말이다. “조선업 최고 호황이라는 지금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이주 노동자를 내국인보다 못한 임금으로 채용하기 바쁘다. 조선업 노동자 전체의 처우 개선을 하지 않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주 노동자가 저임금 구조의 범퍼가 돼서는 안 된다.”
  • 김규진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을 거론했다. “정주영 회장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굶으면 안 된다, 배 불리 먹고 일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었다. 2년 전부터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모든 분에게 아침, 점심, 저녁은 무료 급식이다. 협력업체든, 직영이든 다 무료로 먹는다. 그런데 외국인에게는 (공제를 통해) 급식비를 받는다. 우리가 볼 때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처사다.”

한국인 하청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 임금, 50만 원 차이.

  • 이주 노동자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입장인 국내 사내 하청 노동자는 이주 노동자와 고작 50만 원 차이인 월급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흥준은 “기존 내국인 숙련 노동자 임금을 현실화하여 적정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양질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이주 노동자들도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숙련 수준을 임금에 반영해 일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주 노동자들은 해외 현지의 인력 송출 업체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인력 업체에 입국 수수료 명목으로 2000만~3000만 원을 갈취당하고, 이탈 금지 각서와 거액의 배상 각서를 강요받는 경우도 많다.
  • 우다야 라이는 “조선업 기능 인력은 원래 외교부 산하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진행하던 것”이라며 “막대한 송출 비용을 규제하고 노동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민간 업체에 의한 송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해외 현지에 설치된 고용노동부 산업인력공단지사를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K-조선 특혜, 재앙의 씨앗 되다.

  •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외국 인력 도입 허용 비율을 높였다. E7 비자 이주 노동자 허용 비율을 기업별 내국인 상시 인력의 20%에서 30%로 확대(‘30% 할당’)한 것이다.
  • 문제는 2년이 지났는데도 법무부가 지난해 임의로 지침을 고쳐 E7 비자 할당을 30%로 상시화했다는 점이다.
  • 법무부 체류관리과 과장 박주현의 설명이다. “작년에 조선업 협력업체들의 수요를 파악해 보니 대략 66% 정도가 (이주 노동자들을) 상시 인력의 20% 이상 채용하고 있었다. 30% 할당이 아직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작년 10월 30%로 상향 조정했다.”
  • 법무부는 울산시 요청에 따라 E7 할당 상한을 10%포인트 상향(30%에서 40%로 상승)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 박주현 발언은 토론회에서 큰 논란이었다. 민주당 의원 김태선은 “(이주 노동자 고용 할당을) 한시적으로 20%에서 30%로 늘렸는데, 지침만으로 30%를 상시화하는 게 가능하느냐”며 “그렇다면 지침으로 100%까지 늘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조치에 누가 책임지느냐”고 거세게 따졌다.

한번 풀린 빗장, 닫을 수가 없다.

  •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업 원청 회사들이 E7 비자 이주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꼼수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말했듯, 하청 업체들은 ‘30% 할당’ 탓에 이주 노동자를 내국인의 30% 이상 고용할 수 없다. ‘싼 인력’이 필요한 원청이 직접 이주 노동자들을 기간제로 채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실 상무 김성훈은 “외국인 수급으로 내국인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난해에는 신규 내국인 수급에 어려움이 가중돼 직영 외국인 866명을 추가로 수급했다”고 해명했다. 또 “내국인이 기피하는 도장과 용접 직종은 각 협력사별로 외국인 비율이 30%에 육박한 경우가 많아 20%로 환원하면 인력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E7 할당 상한을 현 30%로 유지해야지, 20%로 낮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반면, 정흥준은 “조선업 E7 체류 자격 허용은 사내 하청이나 외주 가공업체 등 중소기업 인력난을 고려한 것이지 원청 업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며 “조선소가 호황기를 맞이해 인력을 증원한다면 직영 정규직을 늘리거나 최소한의 처우 개선을 통해 사내 하청 본공(사내 하청 업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을 늘리는 것이 우선됐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청년 고용? 하청과 물량팀도 사라진다.

  • 토론회에 참석한 조국혁신당 의원 차규근은 ‘청년 고용 문제’를 꼬집었다. “조선업이 호황이라면 젊은 청년 고용이 늘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김성훈은 “작년과 재작년 200명 정도 직영으로 채용했다”면서도 “이미 일반 상선은 중국으로 다 넘어간 상태다. 인건비는 중국의 최소 두 배 정도 들어가는데,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대한 기술력과 생산성뿐”이라고 해명했다. 조선업 정규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해양 부문 경기 변동까지 감안하면 어렵다는 것이다.
  • 정흥준은 “지금처럼 호황인 시기조차 정규직 채용을 주저하면, 조선업의 생산 정규직은 자연 감소되어 이후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 원청 노동자 임금의 50~70% 수준인 하청 노동자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회사는 더 저렴한 이주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이 결국 사내 하청 본공(사내 하청 업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과 물량팀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비용만 따져 이주 노동자를 급격하게 수혈한 정책의 결말은 산업 경쟁력 하락이다. 고숙련 인력은 타 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대학에서조차 조선업 전공자들이 ‘탈조선(脫造船)’하고 있다. 고질적 노동 시장 이중 구조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질문과 전망.

  • E7 비자에 임금 조건을 둔 건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소 280만 원 이상을 지급할 수 있는 전문 지식과 기술을 확보한 노동자들에게 발급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도 아니고 법무부가 나서서 기준을 완화하기 시작했고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들이 몰려왔다.
  • 가뜩이나 열악한 한국의 이중 시장 구조가 이주 노동자들이 바닥을 떠받치면서 더욱 악화했다.
  • 이주 노동자 차별은 한국인 노동자 차별로 이어진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 구해 난리인데 현장 일자리는 밥값까지 아낄 수 있는 최저임금 이주 노동자들로 대체된다.
  • 장기적으로 이주 노동자 유입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지만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당장은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교통정리를 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질적 혁신과 이주 노동자 수요 공급에 관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관련 글

10 댓글

  1. 이제도 법무부한동훈이 직접적인 관계도 없으면섶만들었죠. 나와는 직잡상관없어도 이갈립니다. 그러면서 보수 선거는 다말아먹고 추운날 집회 나서게 한 드런나라 밀아먹는인간이 또 설치네요. 외노자! 나이 먹은 저로서는 대한민국의 미래 우히손주세대가 처할일이 무섭고 두렵습니다

  2. 1.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3D업종 기피함. 그중 제일 기피하는 업종 중 하나가 조선업 생산직

    2. 3D업종이면 돈이라도 많이 주면 모이지 않겠나?
    -> 한국조선업은 인력, 자재 수지타산이 안 맞고 변동성이 커서 언제든 적자전환될 수 있음.
    그렇다고 사업 정리하는건 말도 안되고.
    (중국, 베트남 등 저임금 국가로 조선업이 이전되고있는 이유)
    갑자기 막 퍼다줄 순 없으니 조금씩 개선중이고, 개선될거임. 기술인들 처우개선은 당연히 계속되어야 함.

    3. 결국 원인은 청년들에게 있고, 탓할 필요는 없음. 자국민이 지원을 안 하면, 하겠다는 외국인을 채용할 수밖에 없음. 당연한 수순이고 힘든일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이해함

    4. 민주당 의원들처럼 원인과 본질을 이해못하고 (어쩌면 알면서도) 무지성으로 상대적 약자들을 위하는듯한 스탠스는 개개인이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

  3. 대단해?존경해정치인들부터외노자시키자일할사람이없는데아마나오면당첨됨왜국민보다외국인더많은듯나라꼬라지외국인이다하면보호
    인권여가부세금1년8조?9조?ㅋㅋ부럽따

  4. 이주노동자 없으면 k조선이 무슨 경쟁력이 있나? 월급을 올려주면 된다고? 중국하고 경쟁해야 하는데 지금도 경쟁력 떨어지는데 얼마까지 올려 줄 수 있겠나? 조선업 접을 생각 아니면 로봇이 대체하기 전까지는 이주 노동자가 필요하다.

  5. 법은상식이다.누가봐도수긍이되면상식이다.비정상적인법과관행을바꾸는것이정치다.더이상바보처럼 정치하지말아라.

  6. 외노자랑 국내노동자랑 임금이 점점 같아지고있다 조선업뿐 아니라 국내중소기업들
    대부분이 점점 그렇게 되고있다
    거기다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이 나라 노동시장은
    점점 외노자를 위한 나라가 되어가고있다

  7. 외노자 버는돈 대부분 본국으로 송금하면 매우 높은 임금이고 외노자 거의 돈 쓸 일이 한국에서 없는 이유는 식주 문제 거의 회사가 해결해줌 임금 올릴 필묘 없음

  8. 댓글은 고용주 입장만 쓰시내요. 조선업 포함. 노동 집약적인 부분 대부분. 외노자. 많아요. 한국인 안한다고 하시는대 하고싶어도 못하시는 분들 많아요. 임금 문제는. 동일 하다고 보시는게, 맞구요. 조선업. 건설업. 다 경험 해본 사람 으로서 한말. 적으 봅니다

  9. 윤수괴가 외노자들 더 오게 했네ᆢ
    젊은것들 알바하면했지 절대 힘든일 안한다.
    임금적다고?
    모두가 공기업 대기업 어떻게 들어가냐?
    젊은것들 평생 알바나하고 부모 등골이나 빼먹어라.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