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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 발표는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논쟁을 부른 이슈는 국내 상장주식 양도로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다.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은 ‘대주주’다. 정부는 한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10억 원 이상 보유’로 대주주 요건을 강화했다. 과세 대상을 넓힌 것이다.

후폭풍이 거세다. 발표 직후인 1일 코스피가 전장 대비 3.88% 하락했다.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를 기치로 내걸었으나 ‘검은 금요일’ 여파로 주식 투자자들의 ‘눈치보기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세제 개편에 반대하는 국회 청원은 12일 기준 14만 4000명을 넘었다. “주식 재벌 감세가 아니라 조세 정의를 회복해야 할 때”라며 정부안을 거든 민주당 의원 진성준은 개미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이상민(50·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7일 슬로우뉴스 인터뷰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관해 “제도가 아니라 심리에 기인한 것”이라며 “세제 개편안에 대한 괴담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러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였다. 금투세 폐지가 역사에 얼마나 큰 죄를 진 것인지 이재명 대통령이 알까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어디로.

  • 기획재정부는 법인세율 4개 과세표준 전 구간에 세율을 1%P씩 높였다. 윤석열 정부가 일괄적으로 인하했던 법인세율을 문재인 정부 때로 되돌렸다. 과세표준 3000억 원을 초과할 경우 적용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24%에서 25%로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 때 25%에서 22%로 인하했다. 문재인 정부 때 다시 25%로 높였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다시 1%P 인하했다. 이재명 정부가 3년 만에 25%로 되돌렸다.
  • 주식 양도세 부과 요건(대주주)도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로 강화했다.
  •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낮췄던 증권거래세율도 2023년 수준으로 복원했다.
  • 기업 배당을 촉진하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한다.
  • 기재부안은 ①배당 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 성향이 25% 이상이면서 배당 증가분이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인 상장사에 한해서 ②세율(지방세 포함)을 2000만 원 이하 15.4%, 3억 원 이하 22%, 3억 원 초과 38.5%로 분리과세한다는 게 골자다. 당초 주목 받았던 이소영 법안(민주당 의원)과 비교하면, 분리과세 기준이 되는 배당 성향이 5%P(35%→40%) 높고, 최고세율도 11%P(27.5%→38.5%) 높다.
  • 나라살림연구소는 “윤석열 정부 감세를 일부 되돌려서 약 35조 원의 재정 여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은 정부가 주장하는 ‘응능부담의 원칙’(납세 능력에 따른 조세 부담 원칙)을 저해할 뿐 아니라 종합과세 원칙인 소득세 체계를 무너뜨리고 조세 체계를 조악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상민이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슬로우뉴스 인터뷰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감세효과 80조 중 35조 회복, 물 컵 절반만 찼을 뿐.”

— 이재명 정부 첫 세제 개편안을 총평한다면?

“이재명 정부는 증세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윤석열 정부 때 세수 기반이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국세 수입이 396조 원이었다. 윤 정부 마지막 해인 2024년 말에는 337조 원으로 떨어졌다. 2년 만에 세수가 15% 감소한 것이다.”

— 세수 15% 감소는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극단적으로 감소한 수치다. 세수는 감소하는 일이 거의 없다. 올해 경제가 안 좋다고 하지만 0.8%(KDI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승할 것이다. 물가와 GDP가 상승하면 세수는 전년보다 늘어난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전년 대비 세수가 2.7% 줄었다. 2009년 금융위기 땐 1.7% 줄었다. 1998년 IMF는 3% 줄었는데, 당시 전문가 사이에 급격한 세수 감소로 난리가 났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15% 줄었다. IMF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세수가 감소한 것이다.”

— 윤 정부 감세 조치가 이재명 정부 때도 변함없이 유지된다면, 세수가 얼마나 줄었을지 추계하기도 했는데?

“윤 정부 감세가 이재명 정부 5년(2026~2030년)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봤다. 5년간 세수 감소 규모가 약 80조 원에 달했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 세제 개편안을 단행하지 않았을 때 효과다. ‘-80조’로는 무언가를 재정으로 도모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이 세상에 증세를 하고 싶은 정부는 없다. 감세는 칭찬 받지만 증세는 욕을 먹는다. 증세에 내몰린 상황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 세제 개편안으로 어느 정도로 세수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 보나?

“이번 세제 개편안의 5년간 효과를 계산해 보니 35조 원이더라. 윤 정부 감세 효과 ‘-80조 원’ 가운데 35조 원은 회복한 셈이다. 컵에 물이 절반 정도 찼을 뿐이다.

“모든 문제는 금투세 폐지에서 비롯했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당초 예상보다 높고,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로 강화한 것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과세 대상을 넓히거나 세율을 높이는 것에 반대 여론이 거세다.

“모든 문제는 금투세 폐지에서 비롯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대주주)을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로 강화하겠다는 것과 관련, 이상한 것은 사실이다. 주식 투자자가 9억씩 10개 종목을 갖고 있어도 종목당 10억 원어치 주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서 대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정일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고, (주식을 파는 등) 그날만 피하면 대주주가 아니게 되는 것도 모순적이다. 이런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 제도가 금투세였다. 이 제도가 현 대통령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어 폐지됐다는 데 안타까움이 있다. 실용주의 명암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실용주의는 장단점이 있다. 금투세는 주식 투자자들이 싫다고 하니 ‘그럼 하지 않겠소’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면, 더 많은 문제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 세제 개편으로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내게 되는 쪽은 ‘결사 반대’ 머리띠를 둘러맨다. 한 번 반대 여론에 세제 개편이 좌초되면, 세수를 확보하기 더 어려워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세제는 원칙이 중요하다. 세제 문제가 꼬이면, 고르디우스 매듭처럼 그냥 잘라버리는 게 최고다. 반응 하나하나에 다 대응할 수 없다. 단점이 없는 세금은 없다. 세제 원칙은 너무 간단하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노동 소득을 버는 사람은 5000만 원을 벌면 200만 원을 세금으로 낸다. 1억 원 벌면 1000만 원을 낸다. 반면 주식 투자자들은 1억 원을 벌어도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자본시장에 과세하지 못한다면 근로 소득자는 열패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형평에도 어긋난다. 부작용 없는 세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칙이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세제는 예측 불가능한 제도가 된다. 자본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예측 불가능성 아닌가?”

대통령 이재명. 사진=대통령실.
— 결국, 금투세 폐지가 자본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하나?

“전 세계 대다수 자본시장은 양도 차익에 과세한다. 우리나라만 도입하지 않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금투세를 5년 뒤 다시 도입하려 할까, 아니면 10년 뒤에 할까 예측 불가능성, 불확실성에 시달린다. 시장도 알고 있다. 대한민국만 자본시장에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있다는 걸. 어차피 맞을 거면 빨리 맞아야 한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어떻게 평가하나?

“세제에서 형평성과 효율성은 중요한 요소다. 진보적 분들은 세제 개편안을 ‘효율성을 위해 형평성을 내다버렸다’고 혹평하지만, 나는 효율성마저 굉장히 나쁜 세제 개편이라고 비판했다. 고배당 소득에 대해 감세해주자는 방안은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한다. 우리가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회사의 본질적 가치가 우수하다고 판단해서다. 회사의 본질적 가치가 우수한데도 시장 가액이 낮다면 우리는 이 회사 주식을 사야 한다. 만약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언제가 됐든 종국적으로 이 회사 주가가 본질 가치와 동등해진다. 어떤 사람은 이 회사 주식의 재무 가치를 보고 투자하고, 어떤 사람은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 아니면 회사의 높은 배당 성향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많은 투자자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을 한 결과, 회사 주가와 본질 가치는 수렴하게 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 또는 배당이 최근 빨리 늘어난 기업의 주식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 경우 국가 개입으로 시장 선택이 왜곡되고 효율성이 떨어져 초과 부담*이 발생한다. 이 제도로 미래 가치와 재무 가치가 엉망이어도 배당 성향만 높다면 주식 투자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초과 부담이 발생하면 시장은 비효율적 시장이 되고 결과적으로 주식 가격은 나빠진다.”

초과 부담(excess burden):

정부가 세금을 거두면서 발생하는 추가적 경제 손실. 세금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나 후생 감소를 뜻한다.

— ‘이상민은 세금을 많이 거둬 소득 재분배를 실현하는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조세의 효율성과 효율적 시장을 언급해 다소 의외다.

“나도 20년 넘은 주식 투자자다. 우리 주식 시장이 효율적 시장이 되길 바란다. 특히 조세의 중립성*을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본다. 조세는 부과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조세가 없으면 나라가 망하기 때문에 조세 부과는 필요하다. 시장에 형성된 수요·공급 곡선을 최소한만 왜곡하는 중립적 세제가 필요하다. 콜라와 사이다에 세금을 부과하면 100원씩 똑같이 부여해야 한다. 콜라에만 고세율을 부과하면, 사이다로 수요가 쏠려 시장의 수요·공급 곡선을 왜곡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조세의 중립성:

세금이 시장의 자원 배분이나 경제 주체(납세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세금이 경제 주체의 의사 결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민주당 의원들 사이 논쟁이 벌어졌다. ‘머니 무브’ 정책 입법을 주도하는 이소영과 이에 반대하는 진성준의 충돌이었다. 진성준은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주식양도세 과세 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들 하지만 과거 선례는 그렇지 않다”며 세제 개편안 사수파를 자처하고 나섰다. 진성준이 ‘코스피 5000 시대’의 걸림돌, 개미들의 공공의 적이 된 모양새다.

진성준은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번 상법 개정에도 큰 기여를 했다. 진성준을 욕하는 사람은 ‘자본시장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로 폄하하지만 워렌 버핏도 ‘부자 증세’를 말한다. 주식 양도세의 경우 과세 요건인 대주주 기준은 100억, 50억, 10억, 3억까지 내려왔었다. 100억이 50억이 됐을 때 주식 시장에 악영향은 없었다. 50억이 10억이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0억을 3억으로 더 확대하려 했을 때 주식 투자자들이 완강하게 거부했고, 결국 시장과 제도가 합의 본 수준이 10억 원이었다. 돌연 윤석열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올린 것인데, 이것 때문에 주식 시장이 좋아진 것도 아니었다. 50억이 10억 됐을 때 주식 시장이 악화한 것도 아니었고, 10억이 50억 됐을 때 더 좋아진 것도 아니었다. 이번에 다시 50억이 10억으로 원상회복했을 때 처음으로 주식시장이 안 좋아진 거면, 이는 제도가 아니라 심리에 기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세제 개편안에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선동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진성준. 사진=진성준 페이스북.

“배당소득 분리과세? 조세 효율성마저 무너뜨렸다.”

— 개편안에는 법인세 4개 과세표준 구간의 세율을 각각 1%P씩 올리는 증세도 포함됐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 경영이 위축된다고 우려한다. 법인세와 고용·투자·세수 등과의 상관 관계는 논쟁거리였다. 경영계는 법인세 인하가 고용·투자·세수 등을 늘릴 것이라 주장해 왔다.

“법인세율을 내렸을 때 세수가 증가한다는 실증 연구는 없다. 윤 정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율을 내려도 세수는 줄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정작 기재부는 세율을 내리면 세수가 5년간 60조 원 감소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장관은 세수가 줄지 않는다고 하는데 기재부는 60조 원 감소한다고 한 거다. 누구 말이 맞을까? 둘 다 틀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74조 원 준다고 말했다.(웃음) 세율을 내리면 세수는 줄어든다.”

— 세율을 내리면 기업 투자가 증가한다는 주장은 입증된 것인가?

“세율을 내렸을 때 기업 투자가 증가한다는 연구도 여럿 있고,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가장 나쁜 학자는 자기한테 유리한 논문만 보여주는 것이다. 객관적인 학자는 많은 연구 중 유리한 일부만 취사 선택하는 대신 연구를 연구하는 메타 연구를 살핀다.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메타 연구 결론은 이미 나왔다. ‘법인세율을 내려도 기업 투자는 증가하지 않거나 굉장히 제한적으로 증가한다.’”

—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4%(세제 개편안은 25%로 1%P 인상)인데, 선진국보다 높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우리나라 법인세 명목세율은 다른 OECD 국가보다 조금 높은 것은 사실이다. 법인세는 명목세율보다 경제적 실질이 더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각 나라의 법인세 실효세율 비교에 관해 합의된 연구는 없다. 우리나라 실효세율이 좀 더 높다는 연구도 있고, 우리나라가 조금 낮다는 연구도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입장이다. 실효세율보다 중요한 수치는 법인의 총 부담이다. 기업은 노동자를 한 명 고용할 때 국민연금, 건강·고용·산재보험 등을 부담금으로 낸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기업의 부담금 규모가 극단적으로 낮다. 한국은 노동자를 고용할 때 지급해야 하는 부담금이 매우 낮은 것에 비해 법인세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내는 듯하다.”

—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늘어 주주환원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장기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런던대 교수 장하준은 “상법 개정 후 주주 자본주의 강화 흐름에 브레이크를 만들지 않으면 단기 주주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배당 성향은 중국보다도 낮다. 배당을 지나치게 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준다고 우려하는 건 우리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세율 조정으로 배당이 커지느냐에 있다. 실증 연구 결론은 ‘모르겠다’다. 배당이 늘면 주가가 상승하느냐. 이것도 실증 연구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분리과세를 한다고 해서 배당이 늘어나는지 모르겠고, 배당이 늘어난다고 해서 주가가 올라가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분리과세를 하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배당을 당연히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분리과세가 아닌 종합과세를 해서 이토록 배당이 낮을까 생각해보면 그건 아닐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세금이 싫으면 배당과 정확하게 동일한 효과의 ‘주식 소각’도 존재한다. 배당 소득에 대한 종합과세가 무겁다면 기업이 주식을 소각하면 되는데 그런 결정은 하지 않는다. 주식 소각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배당에 대한 과세에 불만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총수의 소유·지배 괴리 구조에서 기인하는 문제다. 우리나라 총수의 소유 지분이 평균 3% 정도라면, 100억 원을 벌어 사내 유보하면 모두 내 돈이 되는데, 배당을 하면 고작 3억 원만 내 돈이다.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큰 나라는 배당도, 주식 소각도 하지 않는다. 배당을 늘리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소유 지배 괴리를 없애는 것이다. 그 괴리를 없애고자 하는 진성준 같은 사람이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 상법 개정*에는 긍정 입장인 듯하다.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시장이 효율화하고 합리화하는 정책이다. 상법 개정으로 (경영계 등은) 소송 남발을 우려하는데 미국 만큼 소송을 남발하는 나라가 어딨나? 지금 미국 주가가 제일 좋지 않나? 나는 인수합병(M&A, Merger and Acquisition) 시장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본다. 생각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친자본주의적인 사람이다.(웃음) 이 땅의 보수들이 좀 이상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시장과 자본 효율성을 신뢰한다.”

상법 개정:

지난달 3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감사위원 선출 시 3%룰 보완 적용’ 등이다. 한국의 불합리한 주식 시장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을 전환할 계기”라는 평가도 있다. 

진성준 때문에 주가 떨어진다? 본질을 들여다 보자.

— 증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누구도 입을 떼지 않는다. 국책연구기관 KDI(한국개발연구원)도 ‘보편적 증세’를 주요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을 정도다. KDI 보고서는 부가가치세(소비세)와 개인소득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자들이 부가가치세 증세를 말하는 것에 공감한다. 초과 부담이 가장 적은 조세다. 하지만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높이는 건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과제다. 금투세 폐지는 앞으로 자본 이득에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노동 소득에 지금보다 더 과세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금투세를 폐지하면서 소득세는 못 올리게 됐다. 법인세는 관세 전쟁 중인 트럼프 때문에 못 올리는 상황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법인세를 올리려 할 때와 달리 트럼프는 법인세 낮춘다는 입장이다. 그런 상황에 우리가 법인세를 올리는 건 쉽지 않다. 이번에 1%P씩 인상한 것이 최대치다.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국민이 반발해 어려울 것이다. ‘증세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하나의 이념일 뿐 현실에선 증세 수단이 사라졌다. 금투세를 되살리는 것 말고는 당장의 증세 수단은 없다. 금투세 폐지가 역사에 얼마나 큰 죄를 진 것인지, 이재명 대통령이 알지 모르겠다.”

—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복지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세가 아니라면 어떻게 재정 여력을 확보할 수 있나?

“인구 예측을 감안하면, 재정 여력 확충은 필수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증세인 것이다. 나는 증세론자는 아니다. 증세보다 더 먼저 할 것이 많다. 비과세·감면부터 손봐야 한다. 그 차원에서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신용카드 공제를 확대한 건 패착이다. 계산해보면, 이번 신용카드 공제 확대로 1년에 5000억 원, 5년간 2조 5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기껏 증세해 봤자 이런 공제를 늘리면 무슨 소용인가. 특정한 분야·부문에서의 조세 감면은 조세 중립성을 저해하고 시장을 교란시켜 사회적 비효율을 유발한다.”

증세보다 쉬운 조세 감면 축소.

— 국회 보좌관으로도 활동했다. 국회의원 입장에서 기업이 대상이든, 저소득층이 대상이든 각종 세액 공제 입법이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표심을 사는 수단 아닌가.

“국회의원 법안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조세특례제한법이다. 이거 감면해 주자, 저거 감면해 주자. 이를 테면 장애인·여성을 대변하는 정치인은 장애인·여성 세금을 감면해 주자. 연구 개발(R&D) 인력을 대변하는 정치인은 R&D 세금을 감면해주자. 자신들이 대변하는 계층이나 집단의 세금을 깎기 위해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대통령실과 기재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그 많은 조세 감면 법안을 정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 수많은 조세 감면 법안을 어떻게 정비해야 할까?

“일단 일몰*이 되는 법안은 종료를 원칙으로 하되, 그럴 수 없는 경우 조세 감면 규모를 축소하여 연장해야 한다. 현재 그대로 연장해서는 안 되고 감면 규모를 축소해서 연장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정치인들은 부가가치세의 경우 축소 연장을 못하겠다고 하는데, 현재 부가세 세율은 면세 아니면 10%뿐이다. 중간이 없다. 면세였다가 10%를 부과하는 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가 제안하는 것은 ‘1%라도 과세하자’는 것이다. 저(低)율 과세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단 1%도 못 내겠다는 건, 사실상 불법 유통을 하겠다는 말이다. 부가가치세는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이해관계를 상충되게 설계했다. 서로가 서로의 세금을 신고하도록 만들었다. 조세를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부가가치세 매출·매입 세액 공제가 일치하도록 설계한, 너무나 아름다운 제도인 셈이다.(웃음) 면세는 이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부정 유통 유인을 만든다. 1% 세율이라도 내면 부정 유통을 줄일 수 있다. 1%를 과세한 다음 또 일몰이 되면 그다음 2%로 올리고, 또 일몰이 되면 3%로 올리는 식으로 여러 단계를 둘 필요가 있다. 1%에서 10%까지 오르는데 100년 걸리더라도 해볼 만한 일 아닌가?”

일몰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률, 규제, 정책, 사업 등이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한 제도. 즉, 해가 지듯 정해진 만기일이 도래하면 해당 조치의 법적 효력이 종료된다. 다만, 연장 등 추가 입법 조치가 있으면 계속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

— 비과세·감면 정비 외에도 재원 여력 확충을 위한 필수 작업은 무엇이 있나?

“각종 기금에 남아있는 여유 자원을 활용할 수도 있고, 지출 구조조정도 많이 해야 한다. 특히 ‘이북5도위원회’*를 폐지해야 한다. 이북5도회에 차관급 도지사만 5명 있다. 도별로 명예시장, 명예군수, 명예읍장, 명예면장, 명예동장 등이 있고, 이들에게 명예 수당까지 지급된다. 이런 것부터 없애지 않고 증세를 하려 한다면, 국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북5도위원회: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 행정구역상의 도(道)로서 아직 수복되지 않은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를 포함한 경기도와 강원특별자치도의 미수복 시·군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기관.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상민이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슬로우뉴스 인터뷰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기재부 개혁? “기재부 안으로 들어가서 싸우자.”

— 이재명 정부의 기재부 조직 개편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큰 틀에서 동의한다. 기재부의 예산, 금융, 세제, 경제 정책 등 기능을 한 곳에 모아 놓으면 공룡 조직이 될 수 있다. 실제 기능이 한 곳에 집중됐던 김영삼 정부 재정경제원 사례를 보면, 견제 받지 않았던 결과 IMF를 피할 수 없었다. 기능은 분산해야 한다. 현재 금융이 금융위원회로 떨어져 있는 구조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제는 금융을 붙이는 대신 예산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맞다. 예산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금융을 안에 집어넣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금융이든 예산이든, 떨어져 있어도 마치 부서 이동처럼 기재부 출신이 배치된다. 조직 개편의 형식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 형식(조직 개편)보다 중요한 콘텐츠는 무엇인가?

“탑다운 예산제*다. 탑다운 예산제가 기재부 개혁의 핵심이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난 탑다운 예산제를 ‘오래된 미래’라고 표현한다. ‘탑다운 예산제 좋은 건 나도 아는데 그게 되겠어’라고들 의심한다. 우리는 이미 탑다운 예산제를 노무현 정부 때 경험했다.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지금 예산 편성은 바텀업* 방식이다. 기재부가 세부 사업부터 하나하나 편성한 뒤 합산하여 위로 올리고 있다. 탑다운 방식은 국정 책임자와 시민사회가 논의 끝에 ‘복지에 150조 원을 지출하겠다. 이 가운데 10조 원은 기후위기 대응에 쓰겠다’고 정하면, 전문 관료 및 부처들이 150조를 어떻게 쓸지 세부 사업을 편성하는 식이다. 기재부(예산 부처)는 이 과정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지금은 탑도, 바텀도, 관리도 기재부가 하고 있다.”

탑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om-up) 예산제:

탑다운 예산제는 국가 예산의 총 규모와 부처 및 분야별 지출 한도를 먼저 설정하고, 각 부처가 해당 한도 내에서 사업별 예산을 편성해 요구하면 최종 조정을 거쳐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위에서 아래로.
바텀업 예산제는 지출 부처 및 집행 기관이 개별 사업별 예산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를 가지고 중앙 예산 당국과 요구 부서가 협의·조정한 후 편성된 예산이 모여 부서별 예산과 전체 예산이 결정된다. 아래에서 위로.

— 많은 시민은 선출된 권력이 기재부에 장악돼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임기 말이면 ‘경제 관료에 장악된 청와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선출된 권력이 기재부를 장악해야 하는데, 기재부가 말을 듣지 않아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 정부 때는 그 말에 부합하는 면이 있었다. 문 정부가 기재부에 놀아났다는 평가가 과언은 아니었다. 반면 윤 정부는 기재부를 지나치게 장악해 문제였다. 감세가 대표적이다. ‘곳간지기’ 기재부는 절대 감세를 바라는 집단이 아니다. 윤 정부는 추경호, 최상목을 통해 기재부를 쥐락펴락했다. 금투세는 누가 만든 법인가? 기재부가 만든 법이다. 기재부가 20년 동안 논쟁을 거쳐 금투세를 만들었더니 당시 윤 정부와 여당은 폐지를 주장했다. 기재부는 세수 60조 원이 줄어든다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윤 정부는 세수가 안 준다며 법인세를 낮췄다. 선출된 권력이 기재부를 장악하는 건 개혁이 아니다. 기재부 개혁은 칼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 기재부가 ‘균형 재정’을 맹신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자료 살펴보면, 기재부는 민간 소비가 내려갈 때 정부 지출을 늘렸고 민간 소비가 올라갈 때 지출을 줄였다. 2023년 윤석열 정부만 예외였다. 민간 소비 감소를 정부 지출 감소로 대응했다. 기재부가 균형 재정을 지나치게 사수한다고 지적할 순 있지만 완벽한 균형 재정 사수자들은 아니다. 민간 소비가 줄면 정부 지출을 늘리는 노력을 했으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수준과 규모가 부족했다.”

— 탑다운 예산제 외에도 제언할 수 있는 기재부 개혁 방안이 있다면?

“기재부 관료들은 조직 개편에 쌍수 들고 환영하진 못해도 화장실에선 웃는다. 조직 개편이 되면 인사 적체가 해소되지 않나? 화장실에서 웃던 기재부가 눈물을 쏙 빼는 개혁 방안이 바로 개방형 직위제 확대다. 국·실장급의 3분의 1 정도는 개방형 직위제로 운영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처럼 기재부를 위에서 내려 찍을 것이 아니라 민간인 등 외부 인력이 기재부 안으로 들어가 같이 토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적극적 재정을 해야 한다’고 같은 국장으로서 논쟁하는 것이다. 논리와 자료로 경쟁하는 것이다. 탑다운 예산제와 개방형 직위제 확대가 기재부 개혁의 핵심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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