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공공주택 비율 80%에 강력한 1가구 1주택 규제… 토지 국유화 가능한 강력한 1당 독재 국가에서 가능한 모델.
지난 2일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대통령)은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많이 배워가겠다”고 했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싱가포르 대통령)을 만난 자리였다.
이재명은 “싱가포르는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뤄냈으면서도 주택이나 부동산이 전혀 사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성남시장 때부터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X에 올린 글에서는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에 국민소득이 1인당 10만 달러에 가깝지만 부동산 투기로 국민이 고통 받거나 국가 발전이 저해되지 않는다”며 “정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싱가포르 주택 정책은 ‘토지 국유화’를 기반으로 한 국가 주도 공급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1966년 토지수용법(Land Acquisition Act)을 제정했다. 이 법에 근거해 토지를 징발하고 공공주택을 짓는다.
- 강력한 국가 정책 하에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Housing Development Board)은 저렴하게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국민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중앙연금기금(CPF: Central Provident Funds) 일부를 주택 구입 자금으로 활용한다. CPF와 같은 강제 저축 제도는 주택 공급 자금의 마르지 않는 젖줄 역할을 했다.
- 싱가포르 공공주택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국유지에 건설되고 ‘99년’ 임차권 형태다. 사실상 소유다. 국민의 주택 소유 비율이 91%에 육박하고, 10명 중 8명이 HDB 공공주택에 거주한다.
- 싱가포르 공공주택 정책은 △토지의 국유 △강제적 중앙공적금제도 △효율적 정부 운영 등이 주요 뼈대다.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은 있다.
- 싱가포르는 주택 투기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국유 경제에 기초한 공공주택 정책 자체가 투기 유인을 낮추는 요소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우리완 분명 차이가 있다.
- 그러나 강제된 홈 오너십(주택 소유권)이 ‘복지’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 대다수가 주택 소유를 위해 당장의 가계 소득뿐 아니라 노후를 대비한 자금까지도 앞당겨 기금에서 인출한다는 것이다. 노후 복지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 2016년 백승기(동의대 행정학 교수) 논문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40년과 30년 일한 시민에게 각각 15.5%, 11.2%의 평균대체율을 제공하는데, 낮은 손실 보장은 빈곤한 사람들로선 큰 부담이다. 자가 소유는 사회·경제적 안정성을 가져다주지만 그것이 꼭 삶의 질 제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 백승기에 따르면, 매월 이자 부담이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 CPF 주택 구입 자금을 대출 받아 이보다 수익이 높은 공공주택의 재판매 주택을 구입하거나 민간 주택을 구입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주택 실수요자를 집중 지원.
- HDB 정책 목표는 거주자의 주택 소유다. 정책 목표에 부합하게 주민의 공공주택 구입 횟수를 제한했다. 새 공공주택은 구입 후 5년이 지나야만 사고 팔 수 있도록 했다. 5년 내 다시 주택을 매매해야 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정부를 거치도록 했다.
- 가구당 공공주택 한 채만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새 공공주택을 구입하려면 살고 있는 주택에서 퇴거해야 한다.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주택 구입은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았다.
- 주택 실수요자를 집중 지원했다. 저소득 가구를 위해 주택 금융을 지원했고, 자가 진입 문턱을 낮추는 데 힘을 쏟았다.
- 공급은 안정적이다. HDB 공공주택은 최근 연간 1.5~2만 호 수준으로 공급이 안정화했다. 2025~2027년 3년 동안 5만 5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신규 주택 신청자의 청약을 받아 원하는 지역과 시점에 주택을 공급하는 BTO(Build-To-Order) 방식이다. 싱가포르는 수요가 공급을 견인했다면, 한국은 공급이 수요를 견인했다.
싱가포르 모델? 한국이 따라하기 어려운 이유.
- 토지가 국유인 싱가포르 사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순 없다. ‘토지 국유화’는 사실상 불가하다.
- 싱가포르는 주택 공급 자금을 연금에서 조달한다. 고용주와 근로자가 총 급여의 최대 37%를 납부한다. 근로자가 월급의 20%를 내면 고용주가 17%를 보조하는 구조다.
-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의 공공성을 배우려는 취지는 좋지만, 우리나라 국민에게 ‘앞으로 여러분 월급의 약 20%를 주택연금으로 걷겠다’고 하면 순순히 응할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동의할까. 싱가포르 모델은 한국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 최경호(탄탄주택협동조합 감사)는 “싱가포르의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 지분이 없으면 대출해주지 않는 담보 기반의 우리 금융 시스템이랑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토지가 국유라는 데만 관심이 쏠리는데, 집값에서 땅값을 빼더라도 건설비(건물 가격) 등을 감안하면 주택 매입을 위해선 대출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납입하는 기금(CPF)이 대출을 해주는데, 한국 금융 시스템에서는 토지 담보 없이 대출이 어렵다.”
- 다만, 정책 일관성은 보고 배울 점이 있다. ‘토지 국유화·CPF 연계·1가구1주택 규제’를 수십 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했다. 장기 로드맵 수립과 통합 공급 기관 도입으로 정책 예측성을 높였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도 싱가포르가 1959년 총선부터 현재까지 인민행동당(PAP)이 장악한 ‘1당 독재 체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