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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돌봄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 돌봄은 결국 ‘어디’로 돌아와야 하는가. (송아영 /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사회복지학과 교수) (⏳5분)

통합돌봄 논의가 뜨겁다. 돌봄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만 두지 않고 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오랜 논의와 시행착오 끝에 올해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통합돌봄은 비로소 제도적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돌봄의 공간, 돌봄의 원형… ‘집’

하지만 출발이 곧 도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상의 범위, 서비스의 충분성, 지방자치단체의 역량, 재정 기반, 보건·의료·요양·복지 간 연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질문은 조금 더 근본적이다.

‘돌봄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바가 시설 이용을 최소화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면, 가장 기본적인 공간은 결국 ‘집’이다.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아플 때도, 회복할 때도, 나이가 들어 신체 기능이 약해질 때도 집을 중심으로 삶을 이어간다.

주거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다. 주거는 돌봄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장소이며, 동시에 돌봄의 필요를 만들거나 줄이는 환경이기도 하다. 주거는 돌봄의 배경이 아니라, 돌봄이 가능해지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생거진천형 통합돌봄’으로 유명한 진천구청. 충청북도 진천군에서 한 의사가 노인의 가정에 방문해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천군청.

돌봄은 복지 정책?…돌봄 논의에서 배제된 주거 정책

  • 낙상 위험이 높은 집,
  • 이동이 어려운 구조,
  • 화장실과 침실 사이의 불편한 동선,
  •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 난방과 냉방이 취약한 주거환경…

이와 같은 환경은 그 자체로 돌봄 욕구를 증가시킨다. 반대로 안전하고 이동이 편리한 주거환경은 개인이 가능한 한 오래 자신의 기능을 유지하며 살아가도록 돕는다. 돌봄이 타인에게 의존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자기 삶의 통제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면, 주거환경은 돌봄정책의 주변부가 아니라 핵심이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의 돌봄 논의에서 주거는 아직 충분히 적극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통합돌봄, 지역사회 계속 거주, 재가서비스, 의료·요양·복지 연계와 같은 논의는 활발해졌지만, 정작 그러한 돌봄이 이루어질 집이 어떤 상태여야 하는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어떤 주거에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돌봄정책이 전통적으로 보건복지 영역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온 반면, 주거정책은 국토·주택 영역으로 분리되어 발전해 온 제도적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돌봄과 주거는 삶의 현장에서는 절대 분리될 수 없지만, 행정과 제도 안에서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기능상태 제한이 있는 노인이 제한이 없는 노인보다 주택의 편리성, 안전성, 규모 적정성에 불만족하는 비율이 더 높다. 보건복지부,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

주거를 돌봄 기반으로: 네 가지 과제

돌봄과 주거를 함께 생각한다는 것은 다음의 네 가지 과제를 포함한다.

첫째, 돌봄이 이루어지기 적절한 주거공간의 마련이다.

방문요양, 방문간호, 재활, 식사 지원, 정서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그 서비스가 작동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너무 좁고 열악한 공간, 위생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공간, 서비스 제공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에서는 아무리 좋은 돌봄서비스가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돌봄은 서비스의 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돌봄이 가능한 공간이 함께 마련되어야 좋은 돌봄이 가능하다.

둘째, 개인의 기능 유지를 돕는 주거환경 개선이다.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바가 지역사회에서의 계속 거주와 자립적 삶이라면, 주거환경은 개인이 자신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문턱 제거, 안전손잡이 설치, 미끄럼 방지, 화장실 개조, 조명 개선, 냉난방 보완과 같은 변화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시설 입소나 장기입원을 늦추고, 일상생활의 독립성을 유지하게 하는 결정적 조건이 된다. 주거환경 개선은 복지의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예방적 돌봄의 중요한 수단이다.

통합돌봄이 시설 이용을 최소화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면, 가장 기본적인 공간은 결국 ‘집’이다.
셋째, 탈시설과 퇴원 이후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주거유형이 필요하다.

지역사회로 돌아간다는 말은 단순히 시설이나 병원을 나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돌아갈 집이 없거나, 집은 있어도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지역사회 복귀는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원주택, 중간집, 지역사회 전환주택과 같은 다양한 주거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주거는 단지 방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역사회 안에서 온전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와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넷째, 공공주거 공급체계와 주거서비스 영역이 더 유연해져야 한다.

현재의 공공주거자원은 공급 기준, 대상자 범주, 운영 방식, 시설 기준 등 여러 측면에서 경직되어 있다. 물론 공공자원의 공정성과 안정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삶은 표준화된 틀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는 물리적 주택 공급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기존 주택의 개조가 필요하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주거와 돌봄서비스가 결합된 중간적 공간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돌봄 욕구와 주거자원을 능동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량을 확대하고, 사회적경제조직, 비영리기관, 지역 기반 주거서비스 조직 등 다양한 제3섹터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변화의 가능성은 나타나고 있다. 고령자나 장애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원하기 위한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은 공공이 주거자원을 제공하고 민간 또는 비영리 주체가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아직 규모와 제도적 안정성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러한 시도가 ‘주거를 돌봄의 기반’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특화형 매입임대주택 우수 사례로 선정된 ‘해심당’ 모습. 고령자 커뮤니티와 건강·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LH.

집은 돌봄의 일부…주거를 논의 중심에 둬야

우리는 종종 현재의 제도적 한계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건 주거정책의 영역이다”, “복지부 사업만으로는 어렵다”, “공공임대주택 체계상 쉽지 않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라는 말은 현실적인 지적이지만 변화를 가로막는 언어가 된다.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요구, 가족돌봄의 약화, 1인·2인 가구의 증가, 기후위기와 재난의 일상화는 모든 돌봄의 조건을 바꾸고 있다. 이 변화 앞에서 기존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통합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주거 역시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돌봄이 병원과 시설 밖으로 나오려면, 사람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살라고 말하려면,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주거는 안전하고, 접근 가능하며, 서비스와 연결되고, 개인의 존엄과 선택을 보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돌봄과 주거를 함께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의 복지국가가 무엇을 중심에 두어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다. 오랫동안 복지국가는 소득보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돌봄과 주거를 삶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으로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의 돌봄정책은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서비스가 실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집은 돌봄의 배경이 아니라 돌봄의 일부이다. 이제 통합돌봄 논의 안에서 주거를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에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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