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나온 판결: 316번째 이야기] 24cm 손피켓을 들고, 혐오 표현 쏟아내는 후보자를 비판한 유권자. 기소됐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1심 무죄. 그런데 25cm 넘었으면 유죄였을까? (서채완/변호사,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4분)
선거 기간,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후보자를 비판하려면 피켓의 크기부터 재봐야 할까요? 지난 21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 특정 후보자의 혐오 선동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유권자에게 최근 1심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규격 제한(25cm)보다 작은 피켓을 들었다는 점입니다.
서채완 변호사는 정당한 비판 활동을 한 시민에 대한 이번 판결 의미를 짚는 한편, ‘자유가 원칙’이어야 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단 25cm에 가두고 규제에만 급급한 현행 공직선거법의 전면적 전환을 말합니다.
‘작은’ 피켓이라서 무죄?
선거기간에 혐오표현을 한 후보자를 비판할 수 있을까? 선거기간 때마다 후보자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수사받거나 기소되는 시민들이 있다. 대부분 시민들은 선거와 관계없이 후보자들의 각종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나섰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무거운 혐의로 수사를 받고, 누군가는 처벌되기도 한다.
이 판결은 한 시민(이하 “피고인”)이 한 후보자의 유세 현장 인근에서 “제22대 국회는 혐오선동 C 즉각 징계·제명하라!”는 내용의 피켓(가로 약 24센티미터, 세로 약 21센티미터)을 들고 약 40분간 서 있었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이다. 판결은 피고인이 직접 제작한 피켓을 들고 있었던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68조 제2항에서 허용하는 “소형의 소품 등을 사용한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이 금지하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참고로 현행 공직선거법 제68조 제2항은 소형의 소품 등을 본인의 부담으로 제작 또는 구입하여 몸에 붙이거나 지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현행 공직선거관리규칙 제33조 제2항은 소형의 소품의 규격을 “길이 25센티미터 너비 25센티미터 높이 25센티미터”로 제한하고 있다.
판결의 결과만 보았을 때 시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을 쉽게 풀이하면 피고인이 들고 있던 피켓이 작았기 때문에 무죄이지, 피켓이 조금만 더 컸으면 유죄라는 의미이다. 결국 판결은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면 여전히 처벌하겠다는 공직선거법의 태도를 보여준다.
180일을 120일로만 바꾸면 되는가
헌법재판소는 2023. 3. 23. 피켓과 같은 표시물을 사용한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한 구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구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이 위헌인 이유를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라는 장기간 동안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있다고 밝히면서도, “정치적 표현 행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지는 일반 유권자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에서 균등한 기회의 보장, 선거의 공정성, 우리의 선거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다”라며 개선 입법을 요구했다(헌재 2023. 3. 23. 2023헌가4).
국회는 구 공직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선거일 전 180일”을 “선거일 전 120일”으로만 개정했다. 즉 현행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최소로만 반영했을 뿐 여전히 시민들의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처벌하는 법률 조항인 것이다.
판결도 마찬가지다. 판결은 “C후보자가 토론회에서 했던 발언을 규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진술한 피고인에게 “C후보자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목적”이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혐오선동을 비판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여전히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25cm에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두지 말라
자유로운 비판은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이다. 시민사회단체와 개별 시민들의 비판 활동은 특히 선거기간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배격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또한, 소외된 약자의 목소리를 후보자에게 알리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은 장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25센티미터 이내의 피켓만 허용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은 시민의 비판 활동을 장려하기보다 규제하는 입장에 가깝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단순히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통치권자를 비판함으로써 피치자가 스스로 지배기구에 참가하는 자기정체(自治政體)의 이념을 근간으로 한다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경우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정치원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설시에도 불구하고, 공직선거법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개정만 이뤄지고 있으며, 시민의 비판 활동을 규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당한 비판 활동을 한 시민을 보호한 판결이지만, 한편으로는 공직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여실히 드러낸 판결이다. 법원은 피켓의 크고 작음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후보자를 비판하는 행위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나아가 국회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라는 정치적 표현의 기본 원리에 따라 시민의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규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의 전면적인 전환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광장에 나온 판결: 315번째 이야기
⚖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중 특정 후보자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유권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순표(재판장), 이경주, 김현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4. 29. 선고 2025고합1504 [판결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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