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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건 그 영향력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언론 전반의 총체적이고 구조적 문제를 포털뉴스의 책임으로 돌리고 포털 기업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건 포털을 손쉬운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는 저급한 정치행위다. (편집자)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건 그 영향력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문제를 포털 뉴스 시스템만의 책임으로 돌리고, 법의 이름으로 포털 기업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건 포털을 손쉬운 희생양으로 삼는 저급한 정치행위다. (편집자)

지난 12월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 선언을 하며 포털의 뉴스 편집·추천·배열 서비스를 금지하는 일명 ‘포털 뉴스 편집 금지법’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 이용자의 이용권 제한 

그러나 이처럼 포털의 뉴스 배열·추천 서비스를 금지하거나, 뉴스 콘텐츠는 아웃링크나 이용자 구독 형태로만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내용 등, 포털 뉴스 서비스에 대한 강제 규제는 합리적 이유없이 포털과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 영업의 자유 및 국민들이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침해하고 언론 생태계의 다양성도 위협할 수 있는 위헌적 규제다.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영업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제다. 나아가 인터넷뉴스서비스의 제한은 뉴스(표현물)를 제공, 매개, 배열하여 사상을 전파하고자 하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해당 서비스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다양한 공급 방식을 선택할 자유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적 자치 원칙에 기한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 역시 제한하는 규제다. 또한, 인터넷뉴스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뉴스서비스를 이용할 정당한 권리가 제한된다.

기본권은 아주 명백한 공공의 필요와 이익을 위해서만 법률로써 최소한으로 제한될 수 있을 뿐이다.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막연한 추정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면 안 된다.
기본권은 아주 명백한 공공의 필요와 이익을 위해서만 법률로써 최소한으로 제한될 수 있을 뿐이다.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막연한 추정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면 안 된다.

편중? 불공정? 

헌법상 기본권 및 법익을 제한하고자 하는 법률은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이러한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명백하고 충분해야 한다. 본 개정안의 제안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터넷 뉴스 서비스가 국민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알고리즘에 의한 기사 추천이 특정 언론에 편중되고 있고,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기사도 특정 언론사의 기사가 차지하고 있음.”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본 개정안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방지하고자 하는 해악)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인터넷뉴스서비스가 특정 언론사에 편향되는 등 불공정하게 운영되어 국민의 여론 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취지로 선해하더라도, ‘편향’, ‘불공정’과 같은 해악은 막연하게 추측, 주장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지나치게 상대적,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하면서 그저 막연한 추정, 주장만을 그 근거로 삼을 수 있을까?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하면서 그저 막연한 추정, 주장만을 그 근거로 삼을 수 있을까?

따라서 이러한 해악이 존재하는지부터, 현재의 포털의 뉴스 배열, 추천이 이러한 해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개연성, 그리고 본 개정안 내용대로 서비스를 제한하여도 이러한 해악이 해소될 것이라는 개연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분명한 해악을 막겠다는 이유로 국가가 함부로 국민간 사적 서비스의 내용을 금지하거나 특정한 내용으로 강제하는 내용의 규제는 합리적 이유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써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는 위헌적 규제인 것이다.

이용자 편익, 군소언론, 매체 다양성에도 부정적 

 

더 중요한 것은 이 논의에서 포털 뉴스 이용자인 국민의 권리·편익과 여론 다양성에 끼칠 실제적 영향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포털 뉴스 서비스는 다양한 언론사의 다양한 이슈와 분야에 관한 기사를 함께 파악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로 인해 독자들은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분야의 뉴스 혹은 상이한 관점들의 뉴스도 접함으로써 뉴스 소비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이러한 서비스에 만족하는 이용자도 상당수다. 또한, 그간 지역 언론이나 전문매체 등 군소언론이 포털의 뉴스 배열과 전재 계약을 통해 다수의 독자에게 노출되고 성장할 기회를 얻어 여론 다양성이 증진된 측면도 있다.

이런 서비스를 강제로 폐지시키고, 뉴스 콘텐츠를 검색이나 언론사 구독제 형태로만 제공하도록 한다면, 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관점, 관심사에 따른 뉴스 편식에 빠져 다양한 뉴스 소비는 줄어들 것이고, 뉴스 시장 역시 기존 구독자를 확보한 대형 언론사만이 살아남고 인지도가 낮은 군소언론은 쇠락하는 언론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어 여론 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수도 있는 것이다.

포털뉴스 편집 금지법은 언론의 부익부빈익빈을 부추길 가능성이 큽니다.
포털뉴스 편집 금지법은 언론의 부익부빈익빈을 부추길 가능성이 큽니다.

정권 바뀌어도 반복되는 ‘포털 길들이기’ 논란 

2015년경,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포털 뉴스 메인 화면에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기사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 이후 포털의 자의적인 뉴스 편집이 언론의 공정성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포털 뉴스를 강력히 규제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을 때,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를 여당의 포털 길들이기라며 반발했다(아래 참조 기사).

여야가 바뀐 오늘날, 민주당은 당시 새누리당의 언론 규제 기조를 그대로 답습하며 자기부정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정’과 같은 불명확하고 주관적인 잣대로 사상의 자유시장을 함부로 조각하려는 법안들의 남발을 멈추고, 포털 뉴스 편집 금지법을 비롯한 금지·징벌 일변도의 언론개혁법안 추진을 재고해야 한다.

진성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네이버 평정" 발언에 관한 네이버의 해명 (2008년 6월). 포털 길들이기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구조로 반복되는 문제다.
진성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네이버 평정” 발언에 관한 네이버의 해명 (2008년 6월). 포털 길들이기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구조로 반복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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