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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칼럼] ‘세습 자본주의’가 아니라 ‘약탈 반자본주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국민연금에 끼친 손실 최소 3500억 원.

8.15 사면, 열 받아서 한 마디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이번 사면에서 가장 열 받는 사람이 문형표와 홍완선이다. 둘 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과 삼성물산에 손해를 끼친 장본인이다.

  • 모두 알다시피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은 이재용(삼성전자 회장)을 위해 한국 경제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 사건이다.
  • 많은 사람들이 이재용을 욕하면서 ‘세습 자본주의’라고 비난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건희(전 삼성전자 회장)의 돈을 세금 없이 이재용에게 세습한게 문제라면 ‘세습 자본주의’가 맞다. 그러나 이재용은 이건희의 돈을 세습한게 아니라 국민의 돈을 편취해서 재산을 불렸다.
  • 이것은 ‘세습 자본주의’가 아니라 ‘약탈 반자본주의다’. 시장원리와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자본주의의 적이다.

문형표가 한 일.

  • 이재용은 제일모직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나, 삼성전자 지분은 거의 없다. 이재용 입장에서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하려면 삼성물산을 지배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한다. 그래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삼성물산이 손해보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면 이재용이 돈도 안들이고(삼성물산 주주와 국민연금 돈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였다.
  • 당시 삼성물산 1대 주주는 국민연금(11.2%)이었다. 7% 지분을 가진 엘리엇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합병은 물 건너 간다. 국민연금이 자신이 보유한 삼성물산에 손해를 끼치는 합병을 찬성하여 스스로 손해를 본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이었다.
  •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재용은 박근혜(당시 대통령)를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결국, 이재용을 위해 국민에 손해를 입힌 박근혜는 이 사건 등으로 탄핵됐다.
  • 이재용과 박근혜는 독대를 했다. 그리고 안종범(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문형표(당시 복지부 장관)에게 찬성표를 던지라고 지시했다.

홍완선이 한 일.

  • 더 놀라운 건 홍완선(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다.
  • 홍완선은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이재용을 수차례 만났다.
  • 홍완선 본부장은 원래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넘긴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입장을 바꿨다. 당연히 의결권 자문회사(서스틴베이스, 글리사루이스, ISS 등) 모두 삼성물산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다.
  • 특히 홍완선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결정 이틀 전, 국민연금 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인사발령을 지시했다. 투자위원 12명 중 3명이 교체됐고 교체된 3명은 모두 합병안에 찬성했다. 홍완선은 국정감사에서 이재용 만난 사실을 시인했다.
  • 결국,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고 합병은 성사되고 국민연금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 물론 안종범과 문형표, 홍완선 모두 유죄를 받았다.

30년에 걸쳐 완성된 이재용의 후계구도.

  • (이 챕터는 [슬로우리포트: 이재용 재판, 한국 사회의 공정과 상식을 묻는다]에서 다시 인용했습니다.)
  • 61억 원으로 시작했다. 1995년 이건희(당시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의 아버지)가 61억 원을 줬고 증여세를 17억 원 내고 난 뒤 44억 원이 이재용의 시드머니가 됐다.
  • 1단계: 이재용은 이 돈을 비상장 기업이었던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에 올인했다가 상장 직후에 처분해 1년 만에 560억 원을 확보한다. 일반인이 살 수 없는 비상장 기업 지분을, 그것도 상장 직전에 살 수 있었던 것부터 특혜였다.
  • 2단계: 이 돈을 제일모직과 에버랜드 전환사채에 나눠서 투자하는데 제일모직 전환사채는 주식을 전환한 뒤 내다 팔아 140억 원을 챙겼고 에버랜드는 32%의 지분을 확보한다. 건실한 기업들이 터무니 없이 낮은 전환 가격에 사채를 발행한 것부터 상식 밖이었다. (이재용 삼 남매의 에버랜드 지분을 합치면 46%에 이르는데 삼 남매가 투자한 돈은 97억 원 뿐. 그때도 배임 논란이 있었고 에버랜드 사장들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 3단계: 이재용이 에버랜드 최대 주주가 된 뒤부터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삼성생명이 보험 계약자들 자산을 운용하면서 삼성전자 최대주주가 된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 4단계: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인텔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전환사채를 이재용이 넘겨 받았는데 시세보다 6800원 가까이 낮은 가격이었다. 449억 원을 투자했는데 7년 뒤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는 3906억 원 가치로 불어났다.
  • 5단계: 삼성SDS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했는데 전환 가격이 시세의 8분의 1 수준이었다. 이재용이 삼성SDS 주식 8.81%를 확보하는 데 들인 돈은 47억 원이었는데 지금은 1조1156억 원에 이른다. (2024년 1월31일 주가 기준.)
  • 6단계: 2014년 이건희가 쓰러진 뒤에는 본격적으로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 제일모직과 에버랜드 합병이 출발이었다. 패션 부문을 떼서 에버랜드와 합병한 뒤 이름을 제일모직으로 바꿨고 케미컬과 전자 재료 부문은 삼성SDI에 갖다 붙였다.
  • 7단계: 이재용 후계구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일단락됐다. 제일모직(에버랜드)은 이재용의 회사였지만 삼성전자 지분이 없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전자의 2대 주주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치면 자연스럽게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강화된다. 삼성물산이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지만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출자 구조를 끊지 않으면 금산 분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만약 국민연금이 찬성 표를 던지지 않았다면 합병이 무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합병안은 69.5%의 찬성으로 통과됐는데 특별 결의는 3분의 2(66.7%)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10.2%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이재용 등은 청와대를 통해 국민연금을 압박했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부풀렸다.

누가 잃고 누가 벌었나.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은 3500억 원에 이른다.
  • 이재용 일가는 국민연금이 자체 추산한 적정 비율보다 3%포인트 정도 지분이 늘어났는데 당시 주가로 환산하면 8000억 원에 이른다.
  • 국민연금이 3500억 원 손실을 본 대가로 이재용 일가가 8000억 원을 챙겼다는 이야기다.

이재명이 한 일.

  • 광복 80주년을 맞는 내일 0시, 문형표와 홍완선이 복권된다.
  • 당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삼성물산 주주는 피눈물을 흘렸다. 이런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적 말이 떠돌게 됐던 것도 이때부터다.
  • 최근 주식투자자들이 단체 행동을 한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말로 반시장적이고 실제로 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행동을 반대해야 한다. 주식 투자자로서 정말 분노해야 하고 단체행동을 해야 하는 일은 문형표와 홍완선 복권 반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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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됐어 그냥 제도 가혹하게 바짝조여서 저런것들 밥벌이 다른것 찾게 만들어 놓자고
    어차피 아직 개판이라고 관피아 경제범죄 강하게 처벌하래도 안할꺼잖아?
    그리고 보기에 세제개편안에 드러눕는 주주들이랑 여기서 언급되는 주주들은 분명 다른듯 한거같네요
    참 웃겨.. 진짜 지독하고 징그럽다

  2. 국민연금은 그후에도 손해보는 짓을 또 했습니다. 재작년 하반기로 기억합니다. 그기간동안 셀트리온이 유럽임상 3상 성공 3건?과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그리고 무엇보다 미국Fda신약승인 ..이렇게 호재가 줄줄이 터질때 국민연금은 하반기내내 손해보며 셀트리온을 내던지며 공매도들의 숏커버를 도와주었지요..그기간 셀트리온은 하루 100원씩 겨우 상승합니다.
    셀트리온은 창립이래 언론,기관,국민연금 등에 의해 거의 계속 공매도 1위였고 지금도 그 악귀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못하고 있습니다.
    그배후에는 삼성(바이오)가 있습니다. 1818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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