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팩트체크] 재생 에너지는 비싸고 불안정? 오히려 석탄과 LNG가 가격 변동에 취약, 태양광이 이미 원자력보다 더 싸다.
조선일보가 이재명 정부의 기후 에너지 정책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기후 변화 같은 건 없다는 듯한 논조로 탈 원전을 반대하고 탈 석탄을 반대한다. 사실 관계가 잘못된 주장이 너무 많다.
이게 왜 중요한가.
- 거짓으로 구성된 거짓보다 사실로 구성된 거짓이 더 위험하다.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는 사실과 주장을 뒤섞어 본질을 왜곡하는 기사를 쏟아낸다.
- 재생 에너지는 비싸다? 이것은 사실일 수 있지만 진실은 아니다. 원자력 발전과 비교하면 비싸지만 LNG 발전보다는 싸고 계속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중이다.
- 석탄 발전을 줄이면 전기요금이 올라간다? 인과 관계를 뒤섞으면 이런 결론으로 흐르게 된다.
- 조선일보도 강조하는 것처럼 에너지는 국가 안보와 연결된 문제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기회 비용을 계산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중단하겠다는 약속.
- 한국이 지난달 ‘국제 탈 석탄 동맹(PPCA, Powering Past Coal Allianc)’에 가입했다.
-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지만 싱가포르가 애초에 석탄 발전을 하지 않는 나라라서 사실상 아시아 최초라고 할 수 있다.
-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석탄 발전을 많이 하는 나라다. 지난 10년 동안 석탄 발전 비중이 42.5%에서 30.5%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다.
조선일보의 주장.
- 조선일보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다.
- 첫째, 재생 에너지는 비싸고 불안정하다.
- 둘째, 한국만 급발진하고 있다. 한국보다 석탄 사용량과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도 가입을 미루고 있다.
- 셋째, 탈 석탄 동맹을 주도했던 나라들은 전기 요금이 크게 오르고 에너지 안보 불안까지 겹쳐 국가적 비상 상황을 맞았다.
조선일보가 말하지 않은 사실.
- 첫째, 석탄 발전은 싸지 않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이 이미 더 싸고 더 싸지는 중이다.
- 아레나 분석에 따르면 2010년과 비교하면 2024년 태양광의 발전 비용(LCOE)는 0.417달러/kWh에서 0.043달러/kWh로 91% 가까이 줄었다. 육상 풍력과 해상 풍력도 각각 70%와 63% 수준으로 줄었다.
- 재생 에너지가 비싸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10년 전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 한국에서도 2024년 기준으로 전력 정산 단가는 유연탄과 무연탄이 각각 144원과 142원인데(1kWh 기준) 태양광은 136원이다. LNG가 176원으로 가장 비싸다.
- 재생 에너지 가격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태양광은 2022년 191원에서 2023년 159원으로, 올해는 11월까지 평균 121원을 기록했다. 풍력은 2022년 192원까지 나가기도 했지만 지난해 124원, 올해 112원으로 떨어졌다.
- 원자력이 66원으로 가장 낮은 건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이 빠져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 둘째, 탈 석탄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급발진이 아니라 오히려 늦어도 한참 늦었다.
- OECD 38개국 가운데 14개국은 석탄을 아예 쓰지 않고 있고 13개국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PPCA에 가입하지 않은 단 네 나라 중 하나였다.

- 셋째, 영국과 독일의 위기는 탈 석탄 때문이 아니다.
- 전기요금이 오른 건 탈석탄 때문이라기보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LNG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 크다. 탈 석탄 전환 과정에서 LNG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
- 재생 에너지와 전력망, 저장 인프라가 확대되면 장기적으로 LNG 비중이 낮아지고 전기요금도 안정될 거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석탄 가격도 변동성이 크다. 그때마다 전기요금도 급등락을 거듭했다.

이미 원자력보다 더 싸다.
- 발전 단가를 분석하려면 균등화 발전 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nergy)을 비교해야 한다. 폐기물 처리 비용 등 발전소 수명 전체에 걸쳐 비용을 계산하고 발전량으로 나눈 값이다.
- 블룸버그NEF 분석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41달러(1MWh 기준)였고 육상 풍력과 해상 풍력이 각각 40달러와 81달러였는데 원자력 발전은 231달러로 태양광보다 거의 6배 가까이 비쌌다.
- 라자드(Lazard)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 짓는 발전소 기준으로 태양광의 LCOE는 29~92달러, 육상 풍력은 27~73달러다. 가스는 45~108달러, 석탄은 69~168달러, 원전은 142~222달러나 된다. (모두 1MWh 기준.)

- 가뜩이나 석탄과 가스는 가격 변동에 취약하고 탄소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갈수록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된다.
- 석탄과 LNG가 기저 전원 역할을 하던 때가 있었지만 90% 이상 수입인 데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무엇보다도 탄소 감축 로드맵에도 맞지 않다.
- 2035년 국가 감축 목표에서 가장 큰 부분이 전력이고 LNG와 석탄 발전을 줄이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조선일보의 프레임 조작.
- 누구도 탄소 중립을 멋으로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 게다가 2040년이면 15년이나 남았는데 ‘급발진’이라고?
- 국가 산업보다 환경 모범생 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냐는 질문도 본질을 왜곡한다. 한국은 모범생이 아니라 열등생이다. 모범생 근처에도 못 갔다.
- 석탄 발전은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발전 방식이다. 석탄 발전을 놔두고 기후 대응을 이야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기후 대응은 늦출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선제적인 감축의 편익이 지연 감축보다 크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팩트를 보자.
- 한국은 여전히 석탄 발전을 많이 쓰는 나라다. 중국과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 이어 석탄 발전을 많이 쓰는 나라 8위다.
- 1인당 사용량으로 따지면 카자흐스탄(2만182KWh)과 에스토니아(1만9663KWh), 중국(1만8036KWh), 대만(1만7080KWh), 호주(1만5322KWh)에 이어 6위(1만5322KWh)다.

- 한국은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2023년 8월 기준으로 OECD 평균은 196달러/MWh인데 한국은 107달러/MWh로 절반 수준이다.
- 전기요금을 올릴 타이밍을 몇 차례 놓친 탓에 한국전력공사 누적 부채가 2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조선일보가 말하지 않은 맥락.
- 애초에 석탄 발전이 가격이 낮은 것도 아니다.
- 한국의 석탄 발전소 상당수가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삼척블루파워와 강릉에코파워, GS동해전력은 지난해 각각 2000억 원과 2400억 원, 510억 원의 미정산 적자를 냈다.
- 정부가 정산 조정계수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주면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는 간헐적이라는 주장.
-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간헐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석탄 발전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 저장 장치와 계통 보강 등의 비용을 반영한 시스템 LCOE를 계산해 봐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단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 태양광 패널 가격은 지난 50년 동안 99.8%가 빠졌다. 대량 생산과 효율 개선의 효과다. 배터리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간헐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됐다.

있는 원전도 멈추는 게 더 싸다.
- 라자드 분석에 따르면 기존 원전의 한계 비용은 31~33달러/MWh 수준이다.
- 기존 석탄 발전소는 28~113달러/MWh로 변동폭이 더 크다.
- 반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를 새로 지을 때 LCOE는 27~92달러/MWh 정도다.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는 프레임의 진실.
- AI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전력 소비가 크게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석탄 발전을 줄이면 자해 행위라는 주장으로 비약한다. 아니, 석탄을 떼서 AI 돌릴 건가? 2040년까지?
- 세계 전력 소비에서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다.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데이터 센터를 지어야 하니 기후 변화 대응을 희생해도 된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9.6GW 규모의 재생 에너지 계약을 체결했다. 2034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수요가 666GW 늘어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 국제에너지기구는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2023년 9900TWh에서 2030년 1만7000TWh로 90% 늘어날 거라고 전망했다.


결론: 급발진? 너무 늦었다.
-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더 많은 석탄 발전이 필요한 건 아니다. 한국은 석탄 발전 비중이 너무 높고 어차피 기후 감축 목표에 맞추려면 석탄 발전을 가장 먼저 줄여야 한다.
- 한국의 재생 에너지 비중은 5% 정도다. 덴마크는 45%다. 원자력은 쓰지 않고 화석 연료 비중을 계속 줄이고 있다.
- “한국만 급발진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재생 에너지가 비싸고 불안정하다”는 주장 역시 정확하지 않은 설명이다.
- 권오성(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재생 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각종 인허가 제도를 개선하고, 전력망 접속과 저장 인프라 확충 등 계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석탄을 고수하는 것보다 AI 시대에 더욱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