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소비 쿠폰 효과 있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자본 유출 매우 우려스럽다.” (⌚6분)
29일 한국은행 등을 피감기관으로 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국정감사 한 장면.
임이자(기재위원장·국민의힘): 한국은행 총재님, 내가 한국노총에 있을 당시 금융통화위원회에 노동계 몫 인사가 반드시 추천돼야 한다고 굉장히 크게 이야기했는데,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노동계가 금융통화위원을 추천한다고 해서 노동계 사람이 (금통위에) 직접 들어가는 게 아니라 (노동계 안에서도) 금융·금리 부문 전문가를 추천해 참여시키지 않겠나?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원칙적으로는 임 위원장 말씀이 맞다. 하지만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인사를) 반영했을 경우 (특정 계층 이해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임이자: 그러면 대한상공회의소(상의)가 추천하는 분들은?
이창용: 상의는 좀더 브로드(broad, ‘폭넓다’는 의미)하다.
임이자: 그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이창용: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질타 받은 한은의 보수성.
- 임이자는 한국노총 부위원장을 지낸 노동계 출신이다. 이보다 앞서 같은 당 의원 박성훈이 노동계가 추천하는 인사를 금통위원으로 포함하는 민주당 법안에 우려를 표하자 이창용은 공감을 표하며 “금통위원은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임명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금통위 구성 목적은 ‘대표성 확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에 있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박성훈 질의가 끝나자 마이크를 잡은 임이자는 “내가 한국노총에 있을 당시 금통위에 노동계 몫 인사가 반드시 추천돼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했는데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이창용에게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노동계에 대한 한은 수장의 선입견을 꼬집은 것이다.
-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정책 결정 기구다.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부총재는 총재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나머지 5인 위원은 각각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가 특정 대학 동문회인가.”
- 인적 구성이 크게 쏠려 있다. 7명 중 한은 몫이 3명이다.
- 현재 7명 중 6명이 서울대 경제학과다. 윤석열 정권 때는 전원이 서울대 경제학과로 채워졌다. 민주당 의원 조승래는 “금통위가 특정 대학 동문회는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 이창용은 20일 국정감사 땐 “다양한 배경(의 금통위원)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29일 종합감사에서는 노동계 몫 추천 인사에 관해 “(노동계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이창용은 “은행연합회가 추천하더라도 은행 이익을 반영하지 않고 상공회의소가 추천해도 중소기업 이해를 반영하지 않고, 그렇게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이 모였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논리라면 노동계 추천 인사 가운데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인사를 뽑으면 문제 없는 것 아닌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 있었다.
- 한은은 지난 28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전 분기 대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다.
- 이창용은 “당초 1.1% 정도 성장할 줄 알았는데 1.2% 성장했다”며 “소비 쿠폰 효과가 있었고 수출도 좋았다”고 했다. 한은은 당초 올해 연간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이창용은 1%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29일 대미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양국이 합의를 본 것도 긍정적이다.
- 기대보다 높은 성장률은 고무적이나 변수는 여전하다. 이창용 진단에 따르면, 설비 투자가 늘었지만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민간 소비가 소비 쿠폰 효과로 증가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단지 미래 소비를 끌어다쓴 것일 수 있어서다.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른 수출 모멘텀도 주목해야 한다.
한은 총재가 우려하는 ‘자본 유출.’
- 이창용은 ‘자본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 올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금융시장에 투자하여 유입된 자금이 200억 달러라면, 한국인 투자자들이 해외 증권 등 외화 자산에 투자해 해외로 유출한 자금이 800억 달러로 4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유례 없이 크고, 주가도 연일 뛰는데, 원화 가치는 떨어지기(환율 상승) 바쁘다.
- 자본 유출은 한은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창용 말이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면 외국 사람이 코인을 사서 한국 재화를 구매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코인을 가지고 해외로 나갈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할 경우 한국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변동성과 자본 유출이 매우 걱정스럽다.”
- 스테이블코인은 외환 및 자본 유출에 대한 당국 규제를 쉽게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블록체인 특성상 거래 추적은 용이하지만, 거래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 원화 스테이블 코인:
원화(한국 돈)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디지털 자산, 즉 가상 화폐. 일반 암호화폐처럼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다. 1코인이 1원과 같은 가치를 가지도록 설계되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발행된다. 한국에서는 민간 기업의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화폐 발행은 한은의 독점적 권한이다. 한은은 민간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 기존 통화 정책이 약화할까 우려한다. 한은은 은행 중심의 콘소시엄을 통해 코인을 발행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오피스 공급안, 주택으로 바꿔야.”
- 이날도 이창용은 부동산 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서울시 오피스 공급안을 주택으로 바꿔 획기적으로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AI 발달 등으로 오피스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에, 오피스보다 가구에 주택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서울 유입을 줄이는 정책 등 종합적 부동산 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보유세 등 세제에 관해서도 “주택 가격을 잡으려는 세제 정책이 아니라, 자산 보유세의 형평성 차원에서 근본 개혁을 일관성 있게 수년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과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50~60% 때는 부동산 경기 부양이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90%를 넘어가면 성장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게 이창용 판단이다. “가계 부채를 너무 급격히 줄여도 큰 문제다. GDP 대비 80%로 천천히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
- 이창용은 “*DSR* 규제가 필요하지만 현 세대는 ‘과거 세대는 했는데 왜 우리는 하지 못하느냐. 주거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반발한다. 정치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정책 금융도 DSR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중장기 관점에서 가계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 DSR: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Debt Service Ratio 약자. 개인의 연간 소득액에서 총 대출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 대출 상환액이 커지거나 소득이 줄어들면 DSR은 커진다. 그만큼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DSR이 일정 수준에 달하면 대출 받을 수 없다.
무인자동차 도입 해보자.
- 현 정부가 어떤 구조 개혁과 미래 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창용은 지난달 한은 보고서를 소개하며 ‘무인자동차 도입’을 이야기했다.
- “택시업계가 어렵다고 계속 무인자동차 도입을 미루면, 실제 도입했을 때 택시 기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훨씬 클 것이다. 한은 보고서는 기금을 마련해 택시 면허증을 사들이고 특정 지역에 무인자동차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하여 미래를 대비하자고 했다.”

기본소득? “재정 여력 없다.”
- 야당 의원이 ‘기본소득’에 관한 견해를 묻자 이창용은 이렇게 밝혔다. “원래 기본소득은 보조금을 통합해 기본소득으로 일원화하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대개 기존 지출은 그대로 두고 추가로 기본소득을 하기 때문에 재정 여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 ‘기본소득이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고 고용을 정체시키고, 잠재성장률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동의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 “고신용자 대출금리를 올리고 저신용자 대출금리는 낮추자”는 이재명의 주장도 입도마에 올랐다. 이창용은 이같은 정책을 하는 나라를 들어본 적 “없다”면서 “워낙 문제가 많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고신용자와 고소득자는 다른 개념”이거니와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다 같은 노동자가 아니다.”
- 다만, 이창용은 ‘청년 구제’를 강조했다. “청년 사업가가 처음으로 사업하다가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나도록 기회를 주는 건 경제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정치권이 청년의 불리한 여건을 살펴야 한다고도 했다. 정년 연장 이슈에 관해 “현 노동 정책은 (노동·임금 경직성으로) 임금 조정이 안 되다 보니 청년들은 빚 부담만 지고 있고, AI 기술 발전도 청년층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의원님들도 노동자라고 모두 다 하나로 묶지 말고, 노동자 내 어떤 계층이 있고 차별적 영향을 받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선출직 생각 없다.”
- 개혁신당 의원 천하람의 말이다. “최근 우연히 민주당 핵심 당직에 있는 한 의원이 총재 이력서를 들고 가는 걸 우연히 봤다. 정부·여당으로부터 한은 총재 말고 다른 자리 제안 받은 적 없느냐?”
- 이창용은 “없다”고 말했다.
- ‘내년 지방·재보궐 선거 출마 제안 받은 적 없느냐’, ‘선출직에 나설 생각 없느냐’, ‘대통령실과 연임에 관해 소통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 모두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