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포인트] 어느새 전기차의 나라가 된 중국에서 부는 ‘피바람’이 전통의 독일 자동차회사에 들이닥쳤다. 남의 일 아니다. (⏳3분)
중국 경쟁사에 밀린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인 BMW, 포르쉐,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모두 대규모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자동차 산업을 지탱해주던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한 실적이 구조조정 원인으로 꼽힌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내연기관 제국’ 성공 방정식이 전기차 시대에 더는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 중국 BYD 같은 전기차 회사와의 ‘효율’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BMW “8000개 일자리 감축.”
- 지난 30일(현지 시각) BMW는 전 세계적으로 최대 8,000개 일자리를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 전체 직원 15만 4,000명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 지난해 BMW의 중국 차량 판매량은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 도널드 트럼프 관세 정책,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성장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포르쉐 “2035년 말까지 5000개 일자리 감축.”
- 폭스바겐 소유의 포르쉐도 2035년 말까지 일자리 5,000개를 감축할 전망이다. 전체 직원의 5분의 1 규모다.
- 앞서 2029년까지 슈투트가르트에서 일자리 1,900개를 감축하고 2,000건의 기간제 계약을 만료시키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 임금 인상을 연기하고, 성과 보너스는 이익과 더 밀접하게 연동시킬 계획이다. 라이프치히 공장 일자리를 줄이고 약 5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자회사 3곳을 폐쇄할 계획이다.
- 독일의 공영 국제 방송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 DW)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포르쉐는 약 4만 1,8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85%가 독일에서 근무하고 있다.

폭스바겐 “최대 10만 명 감축할 것.”
-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은 최대 10만 명의 직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지난달 감원 계획을 두 배로 늘린 수치다.
- 폭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4곳을 폐쇄할 계획이다. 노조와 함께 의결권 20%를 보유하고 독일 니더작센 주 정부는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 폭스바겐은 방대한 직원 규모로 유명하다. DW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63만 명, 중국 합작법인을 포함하면 68만 명에 달한다. 비슷한 수의 차량을 생산하는 도요타와 비교해도 직원 수가 60% 더 많다.

메르세데스 5500명, 퇴직금 받고 떠났다.
-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노조와 협의해 2027년까지 50억 유로(한화 약 8조 25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을 수립했다.
- 올해 3월까지 관리·연구 개발·IT 직원 5,500명이 퇴직금을 받고 떠났다.
- 지난달에는 독일 직원 중 75%를 상대로 2027년까지 보너스 지급을 유예하고, 추가 수당 없이 주당 근무 시간을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우디 “2029년 말까지 일자리 7,500개 감축.”
- 폭스바겐 소유의 아우디도 2029년 말까지 독일에서 최대 일자리 7,500개를 감축할 계획이다.
- 모회사 폭스바겐은 아우디의 네카르줄름 공장을 2030년 폐쇄 가능성이 있는 공장으로 지정한 상태다.
시사점: 민첩한 체질 가능할까.
- 폭스바겐 위기를 분석한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 기사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경쟁사보다 더 많은 생산 단계를 직접 관여한다. “많은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노동 수요가 증가하고, 인건비가 상승한다”는 지적이다. 독일 공장 비용은 “경쟁업체의 두 배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내연기관차는 수만 개 부품이 정밀히 맞물려야 한다. 직접 관리가 유리했다.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거대한 노동 집약적 구조가 치명적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 포르쉐처럼 인력 85%가 고임금 국가인 독일에 집중된 구조는 글로벌 경기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걸 어렵게 한다. 과거엔 이를 기술력으로 극복했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업체 기술력이 우위에 있다. 중국이 전기차 제조업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업체 가격 경쟁력을 약화하는 전략에도 속수무책이었다.
- 단순히 감원, 그 자체가 전부는 아니다.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민첩한 체질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국과 독일 모두 강력한 노조가 높은 임금 인상과 후한 복리 후생을 요구해 왔고, 세계적으로도 ‘비싼 노동자’ 가운데 하나가 됐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꺼내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