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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업계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렸던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시추에이셔널어웨어니스 창업자)는 마진 콜을 예측하지 못했다.

나이는 스물넷. FTX와 오픈AI 출신의 천재 투자자. “초지능 AI가 온다”는 보고서 하나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한때 450억 달러 규모로 키웠다. 레버리지 비율이 너무 높고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반도체 주가가 폭락하면서 마진 콜이 쏟아졌고 결국 보유 주식 상당수를 헐값에 내놓아야 했다.

시추에이셔널의 자산 가치는 8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7월 한 달 손실이 67%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끝난 게 아닐 수도 있다. 시추에이셔널 사태는 28년 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
  • 적당히 봉합된 것인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심각한 위기 신호인 것은 분명하다.
  • 자기자본 1달러로 3달러를 빌려서 4달러어치 주식을 거래하는 구조였다.
  • 펀드 하나가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다시 확인했다. 라이벌 헤지펀드들이 이 펀드의 보유 포지션을 반대로 거래하면서 집중 공격했다.
  • 지난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폭락과 반등도 헤지펀드들의 치킨게임 결과였을 가능성이 있다.

너무나도 어설펐던 예언자 코스프레.

  • 아셴브레너는 ‘효율적 이타주의자’ 운동의 신봉자였다. 오픈AI에서는 AI가 인류를 위협하지 않도록 하는 수퍼얼라인먼트 파트에서 일하다 기밀 유출 논란으로 해고됐다.
  • 그리고 두 달 뒤 “상황 인식: 다가올 10년”이라는 리포트를 공개했는데 이게 바이럴을 탔다. ‘시추에이셔널어웨어니스(상황 인식, Situational Awareness)라는 회사 이름도 이 보고서 제목을 그대로 쓴 것이다.
  • “지금 이 현실을 깨닫고 있는 사람은 아마 수백 명뿐이고,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와 AI 랩에 있다. 기묘한 운명의 힘으로 나는 그들 가운데 한 명이 됐다.”
  • 갑자기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스물두 살에 헤지펀드 대표가 됐다. 그게 2년 전이다.
  •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지난해 200% 이상, 올해 들어 5월까지 270%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
  • 시추에이셔널어웨어니스는 AI로 뜰 것 같은 기업 주식을 사들이면서 동시에 AI로 망할 것 같은 기업 주식을 공매도하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최대 은행들이 자금을 댔다.
  • 투자 설명서에는 레버리지 규모에 제한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아셴브레너를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 반짝 상품)’로 취급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투자자 블랙스톤은 투자를 거절했다.

가장 취약한 고리를 공격한다.

  • 포지션이 드러나면 공격 포인트가 된다.
  • 시추에이셔널에 마진 콜이 쏟아질 거라는 소문이 도는데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 등을 사고 어도비 등을 팔고 있다면? 반대로 밀어붙여서 포지션을 청산하게 만들면 헐값에 주워올 수 있다.
  • 마침 중국에서 키미 K3가 출시되면서 시장에 불안이 퍼졌고 SK하이닉스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발표했다. 중국 CXMT 주가가 치솟았다는 소식이 결정적인 트리거였다.
  • 골드만삭스가 가장 먼저 돈을 뺐고 냄새를 맡은 헤지펀드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마진 콜이 쏟아지면서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유 주식 대부분을 내다 팔 수밖에 없었다.
  • 아셴브레너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메카니즘은 본질적으로 뱅크런과 같다”면서 “취약함이 더 큰 취약함을 부른다”고 설명했다. “다시 싸울 것(fight another day)”이라고 강조했지만 과연 다음 기회가 있을까.
  • 뉴욕타임스가 만난 한 투자자는 “레버리지에 지나치게 공격적이었고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준까지 레버리지를 늘렸다”면서도 “더 크게 잃지 않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시체 주위를 맴돌던 상어들.

“현금이 필요하면 도와줄 수도 있다.”

  • 위기에 빠진 아셴브레너에게 켄 그리핀(시타델 창업자)이 손을 내밀었다.
  • 두 사람의 통화는 수요일 저녁에 시작해 새벽까지 이어졌다. 목요일 아침 주식시장이 열리기 직전 시추에이셔널어웨어니스의 상장 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10% 이상 할인한 가격에 넘기기로 협상이 타결됐다.
  • 결과는? 목요일 AI 주식이 반등하면서 시타델은 대박을 터뜨렸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게 AI 노스트라다무스의 한계였다.
  • 아셴브레너의 선택이 옳았을까. 상장 주식을 팔고 앤트로픽 등 비상장 지분을 남겨놨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겠지만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다.

결혼식은 예정대로 열렸다.

  • 공교롭게도 아셴브레너의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 부인은 다리오 아모데이(앤트로픽 CEO)의 비서실장 아비탈 발윗이다. AI 업계 파워 커플로 꼽힌다.
  • 월스트리트저널은 “하객들이 도착할 무렵 그의 헤지펀드는 무너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터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죠.”

  • 아셴브레너는 창업 직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 진행자: “아마도 이런 일들이 어떻게 터지는지 생각해 보셨을 겁니다. 가설은 맞았지만 타이밍을 잘못 잡은 사람들 이야기가 비즈니스 역사에 많이 나오죠.”
  • 아셴브레너: “맞습니다. 터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1번과 2번이죠(not blowing up is task No. 1 and 2).”

시장의 평가: 레버리지의 필연적 위험.

코스피의 나비효과.

  • 마침 지난 화요일 SK하이닉스의 주가 폭락이 시추에이셔널의 몰락을 부추겼을 가능성도 있다.
  • 거꾸로 헤지펀드들이 SK하이닉스 등에 공매도를 치면서 시추에이셔널을 몰아붙인 결과일 수도 있다.
  • 부크 부코비치(오라클럼캐피털 CIO)는 “솔직히 전혀 정당화되지 않는 매도세였다”면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 물론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샌디스크와 네비우스가 각각 56%와 48% 이상 폭락하는 등 시추에이셔널어웨어니스의 포트폴리오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LTCM의 악몽: 시스템 리스크를 막아라.

  • 대니얼 롭(서드포인트 창업자)은 X에 ‘천재들의 실패(When Genius Failed)’라는 책 구매 링크를 올린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몰락을 다룬 책이다.
  • 천재들의 실패, 압도적 초기 수익률과 극단적 레버리지, 강력한 반대 매매와 걷잡을 수 없는 몰락.
  • LTCM 때는 연준이 구제했지만 이번에는 시장에서 해결했다. 손실도 크지 않았다. 레버리지도 LTCM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고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 뉴욕타임스는 “붕괴가 억제됐다는 증거가 아니라 집행유예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아셴브레너 하나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고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안도 크다.
  • 뉴욕타임스는 “세대마다 배우고 다음 세대가 잊어버리는 오래된 월스트리트의 교훈”이라고 경고했다.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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