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정부 기초연금개편안, 겉으로는 하후상박, 실제는 재정 절감안… 40% 선별 인상으로 대폭 축소 전망. (남찬섭 /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5분)
정부가 지난 9월 1일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기초연금 개편안’을 함께 발표하였다. 이 방안의 핵심은 노인 중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는 현행 방식은 유지하되, 기초연금 수급노인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기초연금 을 차등 인상하는 이른 바 ‘하후상박(下厚上薄)’ 급여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위 70%에 속하는 노인을 다시 세 집단으로 나눈다.
- 하위 30%(이하 제 1집단): 월 3만 원 인상된 38만 원.
- 하위 30~45%(제 2집단): 월 9천 원 인상된 35만9천 원.
- 하위 45~70%(제 3집단): 올해 35만 원을 동결해서 내년에도 동일하게 지급.

소통 절차 생략, 빈곤대책 땜빵용?
이번 정부의 기초연금 개편안은 몇 가지 주목되는 문제가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에 기초연금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한 지 7~8개월만에 개편안이 발표되었는데, 그동안 정부는 개편안에 대한 토론회나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물론 정부 개편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안을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은 진지한 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이번 기초연금 개편안을 보면 정부는 기초연금을 빈곤대책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급여 방식을 하후상박으로 바꾸려는 것도 그렇고 부부감액 비율 축소(현행 20%에서 10%로)와 직역연금 대상자 원천배제 폐지를 하위 45%에게만 적용하려는 것이 그것을 보여준다.
보편적 안전망을 인제 와서 빈곤 대책처럼?
하지만 기초연금은 빈곤대책으로 도입된 제도가 아니라 연금으로 도입된 제도이며 연금 중에서 기초선 역할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빈곤대책으로는 공공부조가 자산조사를 거쳐 극빈층을 구제하는 사후적 수단인 반면, 기초연금의 ‘기초선’은 하위 70% 노인에게 소득을 권리로 보장하여 빈곤 전락을 사전에 예방하는 보편적 안전망이다.
원래 기초연금은 지난 2007년 2차 연금개혁으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무려 3분의 1이 삭감되면서 발생한 국민연금 수급권 축소를 보완하고 동시에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래서 모든 노인에게 기초선을 깔아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시 우리 사회는 상위 30%는 제외하고 그 나머지 하위 70%에게만 기초선을 깔아주는 ‘준보편기초연금’을 선택하였다. 그래서 하위 70%에 해당하면 더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해왔다.
만일 기초연금이 빈곤대책이었다면 애초에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모든 노인에게 지급한다는 보편기초연금 공약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초연금을 처음 도입할 당시 노인빈곤율은 45% 정도로 현재의 3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물론 38%의 빈곤율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빈곤율이 높았을 때는 준보편적인 제도로 도입하여 운영했는데 빈곤율이 더 낮은 지금에 와서 빈곤 대책처럼 바꾸려는 것은 설명이 필요하다.

지출 증가 집단? 실제로는 많아야 40% 정도
그 변화 배경을 짐작케 하는 발언이 정부 경제부처에서 나온 바가 있다. 즉, 지금은 기초연금 지출이 23.1조 원이지만 2040년이 되면 48조 원으로 지금의 2배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기초연금 지출 23.1조 원은 GDP의 0.9% 가량이다. 그런데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의하면 2040년에 GDP는 4,002조 원으로 전망되었다.
따라서 2040년의 기초연금 48조 원은 그 해 GDP의 1.2%로 지금보다 증가하긴 하지만 그리 큰 증가는 아니다. 그러면 왜 경제부처는 기초연금 지출을 GDP 대비가 아니라 절대 금액으로 이야기하는가? 기초연금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처럼 말하여 지출규모를 줄이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실제로 지출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기초연금 지출이 23.1조 원에서 내년에 25.7조 원으로 늘어난다고 하였다(11% 증액). 이는 기초연금 수급자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차등지급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제1집단에서 하위 7%가량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기 때문에 기초연금에서 증액이 되지만 그만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삭감되기 때문에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같이 놓고 보면 정부 지출은 전혀 증가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 3집단은 물가 연동도 하지 않기 때문에 지출 증가가 없다. 지출이 증가하는 집단은 제 1집단 중 하위 7%를 제외한 23%와 중위집단인 제 2집단 15%(하위 30~45%)를 합한 38%이고 이를 많이 잡아야 40% 정도다. 즉, 지금까지 노인 70% 전체에 대해 물가 변동만큼 인상해오던 기초연금을 이제는 기초연금 대상자 중 중간에 속한 40% 정도의 노인들만 금액을 인상하고 나머지는 사실상 인상하지 않게 된 것이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으로 돌려막기식 하후상박
더욱이 하위 30%인 제 1 집단에 대한 기초연금의 3만 원 인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얼마 가지 않아 국민연금의 급여 액수를 넘을 것이다. 즉, 기초연금의 무기여(無寄與) 수급권자의 급여액수가 기여에 의해 획득한 국민연금 수급권자의 급여 액수보다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제1집단의 기초연금액 인상은 얼마 안가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제 3집단에게 적용된 물가 인상분의 미반영은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안은 겉으로는 하후상박이지만 실제는 지출 절감이 된 것이다.
하후상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초연금 수급 노인만을 대상으로 돌려막기식으로 하후상박을 설계하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생계급여에서 그만큼 삭감된다고 해서 이를 기초연금의 소득불인정으로 해결하려는 것도 답은 아니다. 이는 기초연금으로 빈곤구제를 하려는 설계가 직면하는 모순을 보여준 것이다.

모든 노인에게 기본소득처럼 기초연금을
하후상박의 시야를 기초연금 바깥으로 넓히면 하후상박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 모든 노인에게 기본소득처럼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그 기초연금을 과세 대상 소득에 포함하여 과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작년에 이재명 대통령은 자동지급제를 말한 바 있다.
모든 노인에게 기본소득처럼 지급하면 자동지급을 간단하게 실현할 수 있으며 하위 70% 순위에 드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자산 조사에 드는 행정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소득 과세는 국세청이 늘 하던 일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에 기초연금이 하나 더 추가된다고 해서 비용이 더 발생할 여지도 거의 없을 것이다.
빈곤 노인은 별도로 최저보장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이미 캐나다 같은 나라는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을 운영하면서 빈곤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최저보장제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노인소득보장을 위해 젊은층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닌가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이 반드시 젊은층이 노인을 부양하는 것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젊은층도 언젠가 노인이 되며 또 세금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부과되기 때문에 반드시 젊은층에게만 부담이 더 간다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로 소득세 납부액을 보면 60-70대가 20-30대보다 더 많이 낸다(2025년 국세통계연보 기준). 부담을 세대 단위로 갈라보는 것이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보편지급하고 과세 환수하면 이것 자체가 상당 정도로 노인간 재분배를 실현하는 것이 된다.
기초연금을 연금답게 지급한다면 이것이 미래의 굳건한 내수 구매력이 되어 세대간 선순환 경제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 대상 ‘기본소득’을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한 바 있다. 얼마 전에는 ‘기본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농어촌기본소득도 시행하고 있다. 이런 구상이 전면적으로는 아닐지라도 그 기본정신이라도 기초연금에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