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스트] 검찰에 수사 권한 없다는 절차적인 판단… 구속 기소하면 6개월 구속 상태에서 재판, 달라질 건 없다.
검찰이 윤석열 구속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신청했는데 법원이 거부했다. 구속 기한 만료는 이틀 남짓 남은 상황, 윤석열을 조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소부터해야 할 상황이다. 가뜩이나 불법 수사 운운하는 윤석열에게 명분을 실어줬다.
지난 이야기.
- 수사기관이 체포영장을 신청해서 법원이 발부하면 48시간을 붙잡아둘 수 있다.
-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신청해서 법원이 발부하면 10일 동안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할 수 있고 수사가 부족하면 10일 연장 신청을 할 수도 있다.
- 공수처가 윤석열을 체포한 건 지난 15일 10시33분,
-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건 17일 오후 9시5분,
-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건 19일 오전 2시59분이다.
- 중간에 체포적부심 심사를 받으러 다녀온 시간을 감안하면 27일 오후나 28일 오전이 구속 만료 데드라인이다.
- 원래 공수처와 검찰이 열흘씩 나눠서 수사하기로 했는데 윤석열이 계속 진술을 거부하는 바람에 공수처가 포기하고 검찰에 넘긴 건 당초 계획보다 이틀 이상 빠른 23일 오전 10시55분이었다.
- 검찰은 당연히 구속 기한 연장 신청을 했는데 법원이 24일 저녁 구속영장을 연장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애초에 공수처의 실력 문제가 크다.
- 수사권 문제로 윤석열에게 빌미를 줬고 영장 쇼핑 논란도 아쉬운 대목이다.
- 거슬러 올라가면 2021년 1월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를 만들면서 내란죄와 외환죄 관할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 내란죄 수사권이 경찰에 남아 있지만 경찰은 이런 대형 사건 수사를 할 실력이 안 됐고 공수처도 마찬가지였다. 수사 인력도 부족했고 경험도 부족했다.
- 결국 윤석열의 진술을 전혀 듣지 못한 상태에서 기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 어떻게 되나.
- 어차피 누가 수사를 하든 기소는 검찰이 해야 하고 시간이 당겨진 것 뿐이다. 검찰이 이틀 안에 정리해서 기소하면 된다.
- 어차피 윤석열은 구속 상태고 검찰이 기소를 하면 최장 6개월까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6개월 안에 1심 결과가 안 나오면 일단 풀려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 법원이 구속 기한을 열흘 연장해 줬더라도 윤석열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체포가 불법이고 구속도 불법이고 공수처와 검찰에 수사 권한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댔을 게 뻔하다.
- 법원의 판단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핵심은 이것이다. 검찰의 수사 범위가 아니니 검찰은 기소만 하라는 것이다. 공수처에서 넘긴 이상 구속 기한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는 게 법원의 원칙적인 판단이다.
- 애초에 열흘씩 나눠서 수사하자거나 수사가 미진한 부분을 검찰이 커버해줄 거라고 기대했던 공수처의 판단이 무책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검찰이 일단 구속 기한 연장을 다시 신청했으니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오늘 중에 결과가 나온다.
검찰과 경찰의 역할 분담.
- 2020년 수사권을 분리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 한정했다. 부패와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 참사 등이다.
- 공수처 수사 범위는 고위 공직자와 직계 존‧비속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뇌물수수, 횡령·배임, 허위 공문서 작성,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 내란죄와 외환죄가 경찰에 남은 건 경찰의 수사 범위라고 봤기 때문이 아니라 6대 범죄를 뺀 나머지 전부를 경찰로 넘기면서 묻어간 성격이 강하다.
-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넘겨 받을 수 있는데 애초에 공수처 수사 범위가 아닌 (이를테면 내란죄) 사건을 넘겨 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검찰이 했다면 달랐을까.
- 검찰도 수사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마찬가지로 윤석열이 조사를 거부했을 가능성이 크다.
- 오히려 검찰에 남아있는 윤석열 라인이 움직여서 판을 흔들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우병우가 팔짱 끼고 수사 받던 장면을 떠올려 보자.)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 수사를 검찰에 맡긴다는 건 이해관계 충돌의 성격도 있었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꼴이다.
- 원칙적으로 경찰이 수사하고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에 넘기는 게 최선이었겠지만 의미 없는 가정이다.
- 애초에 특검 수사로 가는 게 혼란을 줄였겠지만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특검 발족까지 20일 이상 걸릴 거라 선택 가능한 대안이 아니었다. 2차 특검법이 18일 국회를 통과했고 2월2일이 거부권 시한이다.
전망.
- 검찰은 주말 중에 기소를 해야 한다. 시한을 넘기면 풀어줘야 한다.
- 윤석열이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서부지법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이면 좀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구속 기한 연장을 거부한 것도 서울중앙지법이었다.
- 공수처로 돌려보내 공수처에서 다시 연장 신청을 하는 방안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검찰에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는 있지만 어차피 윤석열이 입을 열 가능성은 거의 없다.
- 수사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비화폰 통화 내역도 밝히지 못했고 압수수색에 실패해서 대통령실 내부 기록도 확보하지 못했다.
- 이미 윤석열의 공범들은 대부분 구속 기소됐고 범죄 사실도 충분히 확인된 상태라 검찰 기소에는 문제가 없다.
- 윤석열이 탄핵 심판에서 계속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지만 어차피 재판 과정에서 다툴 문제다.
- 탄핵 국면이 지나면 수사권을 다시 조정하고 공수처의 역할을 다시 정립하는 등의 제도 보완을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