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탄소 고배출 업종 전환금융의 제도화
녹색전환연구소의 2025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보고서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글의 필자는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선임연구원입니다.
- 윤석열 이후의 기후 정책: 탈원전과 탈탈원전, 그 다음 기후 정책 있나. (이유진)
- 기후대응 후진국 한국, 무역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세 가지’는 하라.(김병권)
- ESG 국제 추세, 트럼프도 못 막는다 (정영주)
- LNG발전 투자가 전환금융? ‘전환워싱’ 막는 법 (최기원)
- 플라스틱 규제와 중국의 부상을 넘어 순환경제로 (지현영)
- 인허가에만 5년 8개월? 해상풍력·영농형 태양광 늘리는 5가지 정책 (오선아)
요약
⑴ 탄소 고배출 산업의 탈탄소 전환에 투자하는 전환금융이 글로벌 녹색금융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⑵ 이는 기존 녹색금융 틀로는 고탄소 산업과 중소기업, 개도국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어렵고 투자자들의 그린워싱 우려로 기후금융 투자가 위축되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한다.
⑶ 전환금융은 탄소고착 및 전환워싱 위험을 안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일본 사례와 같이 LNG 및 혼소발전 등 화력발전소 효율화에 집중적으로 쓰일 우려가 있다.
⑷ 탄소가격제와 녹색산업정책 등 녹색금융의 발전을 우선시하는 금융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워싱으로 귀결하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는 전환계획 공개와 금융당국의 지표 도입 및 관리가 요구된다.

탄소 다배출 산업 전환에 1경1조 원이 필요하다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이 글로벌 녹색금융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전환금융을 공식적으로 지속가능금융 패키지에 포함시켰고 영국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규제와 공시기준에도 들어간다. 일본에서는 아예 녹색금융을 사실상 대체하는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전환금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막대한 규모의 전환금융을 제공하는 자금조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은행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전환금융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를 여는 등 2023년까지는 국내언론에 등장조차 하지 않았던 이 개념이 2024년에는 80여 차례 등장하면서 이목을 끌었다(빅카인즈, 2024년 11월 25일 검색 기준).
이러한 흐름이 대두하게 된 맥락을 살펴보자. 먼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다배출(Hard-to-abate)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무거운 현실이 자리한다. 철강·시멘트· 알루미늄 등 전 세계 탄소 다배출 산업에 2050년까지 13조5000억 달러(약 1경9865조 원)가 필요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World Economic Forum, 2023).
그런데 이러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녹색금융의 틀로 모두 조달할 수 있을까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진전된 녹색금융 전통과 기반을 가진 유럽에서조차 택소노미(아래 박스 설명 참조)에서 ‘적합(aligned)’ 활동에 대한 투자 비율이 20%에 그친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이분법적으로 녹색활동을 판별하므로 기존 고탄소 산업은 택소노미를 통해 탈탄소 전환을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는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이 폭증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및 신흥시장(EMDEs) 역시 비슷한 이유로 금융시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 그린 택소노미
EU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의 기준 정립을 위해 제정한 녹색분류체계를 말한다. EU 택소노미가 설정한 여섯 가지 환경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온실가스 감축
2. 기후변화 적응
3. 수자원 및 해양생태계 보호
4. 자원순환 경제로 전환
5. 오염물질 방지 및 관리
6.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복원
상대적으로 높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면서 고탄소 산업의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대기업 격차가 큰 한국의 경우 이런 문제는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사실상 탄소중립의 초기 단계인 현 시점에서는 ‘적합’ 활동이 극히 드물어 녹색금융의 성숙도가 낮은 환경에서 녹색채권 발행 및 녹색여신과 같은 금융활동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2023년 발행 녹색채권 중 고배출 업종의 발행비중은 19.9%에 그쳤다(한국신용평가, 2024).
그린워싱 우려로 평판리스크 문제 때문에 ESG 투자를 주저하는 투자자들에 대한 금융가에서의 고민도 배경이다. 이른바 ‘ESG 백래시(반동)’의 문제로, 화석연료 투자를 적대시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전환을 위한 투자심리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녹색금융의 엄격한 기준을 포용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범주를 요청하는 경향도 엿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탄소 산업부문의 탈탄소 투자를 위한 ‘전환금융’이 대두하였다. ‘적합’ 활동이 아닐지라도 ‘적격’이거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위한 과도기적 활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 활동이라면 전환금융 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다.
즉 전환금융의 화두는 이것이다. ‘갈색’과 ‘회색’ 부문에 투자하면서도, 어떻게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녹색’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전환금융이 녹색금융 확장의 발판이 될 수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림1. 전환금융의 두 얼굴 (출처: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무해원칙’ 못 지킬 활동에도 투입할 수 있는 전환금융
전환금융의 정의는 국제적으로 엄밀하게 확립되어 있지 않으나, 대체로 ‘탄소집약적인 산업부문을 탈탄소화(decarbonisation)하는 활동을 촉진하는 금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녹색인 것’보다는 ‘녹색으로 가는 과정’에 초점을 초점을 맞춰 궁극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탈탄소화를 추구하되, 기존 녹색금융의 ‘환경 무결성(Environmental integrity)’을 일정 부분 희생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 녹색금융(Green finance), 기후금융(Climate finance)과의 구분을 통해 전환금융 개념을 이해해볼 수도 있다. 가장 포괄적인 개념은 지속가능금융으로,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와 거버넌스 요소까지도 포함한다. 녹색금융은 생물다양성 및 기후 관련 등 모든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는 개념이다. 기후금융은 이 중에서도 감축이나 기후적응과 같은 기후변화 요소와 관련된 금융을 일컫는다. 전환금융은 고탄소 부문의 탈탄소화를 목표로 한다는 데서 대체로 기후금융과 녹색금융에 포함되지만, 동시에 포함되지 않는 영역도 존재한다. 탄소집약적 산업에 투자하는 전환금융은 이른바 ‘무해 원칙(Do No Significant Harn, DNSH)’ 즉 “환경에 유의미한 수준의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EU의 원칙을 준수하기 어려운 활동에도 투입될 수 있다.
그림2. 전환금융의 범주 (출처: 최기원, CFA Institute 정의에 따라 새로 그림)

2030년까지 7경 원 이상의 기회
전환금융은 녹색금융에 비하면 미약하며, 대출보다는 채권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2019년 이후 전 세계 전환채권 발행 규모는 약 340억 달러(약 48조 8000억 원)이고, 2022년 이후에는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전환채권 라벨이 붙은 채권은 지속가능채권의 0.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 2024).
전환금융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는 2019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녹색전환채권 프레임워크, 2020년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기후전환금융 핸드북’, 주요20개국(G20)의 지속가능금융 실무그룹(SFWG)에서 개발하고 있는 전환금융 관련 프레임워크, 지속가능금융 국제 플랫폼(IPSF)의 전환금융 실무 플랫폼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의미한 논의가 진척되고 있는 곳으로는 EU, 일본, 영국, 중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이 있다.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우려 및 국제적인 프레임워크 부재로 지금까지 녹색채권 수준의 확장성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상기한 국제적 논의 및 EU와 일본의 전환금융 활성화 계획 등으로 전환금융의 규모는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신흥국들이 택소노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전환채권의 발행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삼성증권 ESG연구소, 2023). 맥킨지는 2024년 5대 기업투자금융 비즈니스 트렌드 중 하나로 전환금융을 제시하였으며, 2030년까지 55조 달러(약 7경 9000조 원)의 전환금융 기회가 있다고 보았다(Mckinsey, 2023).
유럽연합은 탄소 고배출 업종에 자금 조달을 허용
택소노미를 중심으로 녹색금융을 발달시켜 온 EU는 2023년 6월 지속가능금융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전환금융도 포함시켰다. 여기에서 EU집행위원회는 전환금융을 이렇게 정의한다.
-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하는 과도기적 활동,
- 현재는 ‘적합’이 아닌 ‘적격(Eligible)’활동이지만 최대 5년 내에 ‘적합’이 될 경제활동,
- 신뢰할 수 있는 전환계획이 있는 기업 및 경제활동,
- 신뢰할 수 있는 과학기반 목표를 갖춘 비즈니스 투자,
- EU 기후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포트폴리오 투자에 대한 자금 조달 활동.
이는 탄소 고배출 업종에 대해서도 택소노미를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한다는 의미로서, 본격적으로 전환금융을 도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적합’ 활동이 아닌 ‘적격’ 활동 비중이 높은 자산에도 자금을 유입시킬 수 있도록 전환금융을 정의한다.
일본 전환금융은 14조 원 넘어섰다
일본은 선도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전환금융을 도입한 국가다. 택소노미 없이 바로 전환금융 체계를 구성했다는 특징이 있다. 2021년 자체적인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개발하였고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핸드북을 기반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일본의 전환금융은 2023년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 GX) 계획, 에너지, 운송, 건축, 산업, 금융을 포괄하는 이니셔티브로 발전하면서 전환채권 프레임워크도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2024년 2월 1조 6000억 엔(약 14조 6900억 원) 규모의 전환채권 1차 발행을 실시했다. 해당 채권 수익의 56%는 연구 개발(R&D), 44%는 배터리 산업 및 건물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보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일본 내 전환금융은 경로 기반(Pathway-based)의 접근방식을 기본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는 택소노미 기반 접근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금융감독원 국제컨퍼런스 ‘일본의 전환금융 정책’, 2024). 2023년 3월 누적 1조 엔(약 9조 1800억 원)을 돌파했으며(우리금융연구소, 2024), GX계획에 따른 정부 주도의 전환채권 발행에 따라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전환금융 수요 ‘1000조 원’ 한국, 제도조차 없다
한국은 전환금융 관련 제도와 체제가 정립되지 않은 국가다. 그러나 선진국 그룹 중에서는 전환금융의 도입 필요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 철강·시멘트·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고탄소 업종의 비중이 높고,
-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면서도 고용의 85%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탈탄소 전환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 기준에서 탈탄소 전환을 위한 녹색채권 발행 등의 금융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이 마땅치 않기에 전환금융 수요는 상당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고탄소 업종에서 2030년까지 1000조 원의 전환금융 수요 발생을 예상했으며, 이 중 55%가 은행 대출 형태로 공급될 것이라고 봤다.
전환금융 범주에서 언급할 만한 정부의 정책으로는 2024년 3월 발표한 금융위원회의 ‘민관합동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 방안 ‘을 들 수 있다. 여기에서 금융당국은 452조 원 정책금융 투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책금융의 투입 명목 중 하나로 ‘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 및 기술지원’을 제시했고 그린워싱 우려로 인한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방향성도 밝혔다.
입법적 노력으로는 22대 국회 김소희 의원 대표 발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촉진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있다. 이 안은 기후금융에 ‘탄소 다배출 산업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저탄소 전환 활동’을 포함시킴으로써 해당 활동을 위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해당 채권의 이자소득세 및 법인세 과세를 면제하는 과세혜택을 부여하는 조항도 있다. 다만 ‘전환워싱’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는 법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그룹 중에서 전환금융 기준을 별도로 적용해 운영하는 곳으로 신한금융그룹이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와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주도로 설립된 탄소중립은행연합(NZBA)의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기준을 마련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자체 기준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은 2023년 1조 3800억 원의 전환금융을 공급했다(신한금융그룹 2023 ESG보고서, 2024).

화석연료 설비 확대에 자금조달될 수 있다는 모순
고탄소 산업에 대한 전환금융이 저감보다는 기존 고탄소 공정의 효율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장기적으로 고탄소 고착화(Carbon Lock-in)를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기존 화석연료 인프라에 남아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만 하더라도 현재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남아 있는 탄소 예산(Carbon Budget)을 모두 소모할 수 있다(Dan Tong et al., 2024).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6차 보고서(AR6)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남은 탄소 예산 즉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300기가톤(Gt)이며, 500기가톤 이상을 배출하면 1.5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새로운 화석연료 기반 인프라 구축을 피하면서 기존 인프라를 조기 퇴출시키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전환금융으로 인해 새로운 화석연료 설비가 확대된다면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가정용 보일러를 효율적인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는 사업은 단기적으로는 비용효율적인 감축사업이지만, 새로운 가스보일러의 수명(10년)만큼 탄소배출은 지속되고 장기적으로는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친환경적인 전환을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높은 온실가스 배출을 유지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는 이른바 ‘전환워싱(transition-washing)’문제는 전환금융이 풀어야 할 숙제다.
전 세계 전환채권 절반이 화석연료 업종에서 발행
대표적인 탄소고착 문제로, 전환금융이 천연가스 발전이나 화력발전소의 효율화에 집중적으로 쓰일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존재한다. 실제로 2022년 5월 일본의 발전사업자 제라(JERA)는 199억 엔의 전환채권을 발행해 기존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효율적인 화력발전소로 바꾸고 암모니아 및 수소 혼소 등의 발전기술 투자에 할당했다. LNG인프라 건설에 쓰인 홍콩 전력청(CLP) 그룹의 전환채권도 화석연료 고착화 심화 우려로 비판을 받았다. 2022년 상반기까지 전 세계 전환채권 발행의 절반 이상이 석유 및 가스 공급·유통 업종에서 발행되었다(박혜진, 2023).
한국과 EU의 택소노미에는 LNG발전이 전환부문으로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녹색채권 발행으로 마련된 자금의 상당액이 LNG발전설비 투자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2019~2023년 5년 간 발행된 5개 발전사의 녹색채권은 5조 9415억 원이었는데, 이 중 1조 9828억 원이 LNG발전사업에 집행되었다(경향신문, 2023.10.17.).
주요자금은 재생에너지로 흐르게 해야 한다
이미 중국은 LNG 등 화석연료를 자체 택소노미에서 배제하고 있고, 한국의 LNG 택소노미 기준이 유럽보다 느슨한 상황에서 전환금융은 천연가스 발전의 확대를 자극하고 화석연료 인프라의 고착화를 야기해 발전부문 전환을 궁극적으로는 늦어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동일한 전기를 생산할 새로운 발전소를 짓는다고 가정할 때 LNG의 탄소배출량은 풍력이나 태양광의 10~40배에 달한다(World Resources Institute, 202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고려했을 때, 금융의 주요 흐름이 재생에너지 투자에 있도록 하고 LNG 및 혼소발전 등 화석연료 수명연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제도 설계는 필수적이다.

택소노미에 기반하되 경로 지향 방식으로 신속성 높여야
전환금융을 택소노미 기반의 분류체계를 적용해 도입할 것인지, 경로(Pathway) 지향적 방식의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택소노미 기반은 명확하고 그린워싱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강점이 있지만 유연성이 부족하고 개발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경로 기반 접근은 유연하지만 표준화와 실제 구현이 어려울 수 있다. 일본은 경로 기반 접근 베이스이며, 유럽 집행위원회는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을 제안한다(Kevin Leung, 2024). 한국은 이미 택소노미가 존재하므로 싱가포르와 같이 택소노미 기반 접근을 우선할 수 있을 것이나, 부작용이 없고 실무에 적용가능한 안을 신속하게 구성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자산의 탈탄소화에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고탄소 활동에 대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배출량을 축소시킬 수 있을지라도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의 금융배출량을 확대시킴으로써 친환경 투자를 지향하는 금융기관이 전환금융을 회피하도록 만들 수 있다(한국은행, 2024). 금융배출량은 자산의 탄소 익스포져(위험 노출액)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별도로 평가할 수 있는 금융배출량에 대한 새로운 범주와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절대적 배출량만이 아닌 자산의 탈탄소화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요구된다. 이를 금융당국이 감독함으로써 금융기관이 산업의 탈탄소화에 관여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전환워싱’ 방지를 위한 세 가지 제안
전환금융으로 고탄소 업종의 탈탄소를 이끌려면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세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1. ‘전환워싱’을 거르도록 전환금융 기준을 세워야 한다.
고탄소 산업 집중과 다수 중소 제조기업의 존재라는 조건은 전환금융의 필요성과 우려를 동시에 낳는 요소다. 이들에 대한 탈탄소 투자를 위한 포용적 틀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프레임워크가 탄소 고착과 전환워싱을 정당화하고 오히려 장기적인 녹색전환을 저해하는 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신속하게 기준과 틀을 마련하되 이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전환금융을 요구하는 고탄소 업종과 재계, 민간금융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도록 논의의 형식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LNG및 혼소발전 투자 확대에 전환금융이 집중적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기준 마련에 신중해야 한다.
2. 탄소가격제의 정착과 녹색산업정책이 필요하다.
탄소고착과 워싱에 전환금융 활용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녹색산업정책을 통해 탈탄소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고, 금융이 녹색활동에 적합하게 투자될 수 있는 수요처를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녹색기술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 녹색투자도 가능하다.
탄소세 도입 및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 확대와 같은 탄소가격제의 정착은 탈탄소 투자유인을 확대하고 탄소고착 투자를 피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보완적으로 전환금융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녹색금융 확대라는 큰 그림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환금융은 어디까지나 ‘비계(Scaffold)’ 역할이어야 한다.
3. 신뢰할 수 있는 전환계획을 함께 공개하게 의무화해야 한다.
전환금융 수혜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전환계획을 제출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투자자들은 전환투자의 탄소중립 기여를 가늠할 수 없다. 현재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기후공시 제도와 함께 3자 검증을 포함한 전환계획 공시 가이드라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영국과 같은 전환 계획 공개 의무 방침도 검토할 수 있다.
한편 금융기관은 단순 대출 실행이 아닌 감축을 요구하고 관리하고 전환 계획을 모니터링하는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하며, 금융당국은 금융배출량의 대안적 지표를 제시해 금융의 산업 전환 계획 관여활동을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 2025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전문 PDF는 녹색전환연구소(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EU 전환금융의 정의는 “녹색기술 개발을 방해하는 ‘탄소 고정(lock-in) 효과’를 피하고,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에 기여하는 다음 투자에 대한 자금 조달”로 규정합니다. 그리고는 위에 언급하신 5가지 세부 기준을 얘기합니다. 여기에서 ‘탄소 고정 효과’를 피한다는 얘기는 지속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파리기후협정의 1.5도씨 경로 달성을 어렵게 하는 LNG와 같은 화석연료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몇 년 전에 일본 경산성에 석탄을 LNG로 전환하는 ‘전환기술로드맵’이 있었는데 이를 기초로 ‘전환채권’을 발행하여 LNG 투자에 썼지만 지금은 일본도 EU, ICMA 등의 기준에 따라 LNG를 전환금융의 범주에 넣지 않습니다. 전환금융은 과거 일본의 ‘Transition from coal’에서 EU, ICMA 등의 ‘Paris-aligned transition’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25년 우리나라에도 전환금융의 기준이 나올텐데 이 견지를 잘 유지하여 향후 5년 이내에 K-택소노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경제활동에 대한 투자를 한국형 전환금융의 기준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