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폴리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기초연금’ 개혁. 이재명은 70% ‘벽’을 깰 수 있을까. (⏳3분)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하위 70%에게 일정 소득이 지급되는 제도다. 1인당 최대 월 35만 원(기준연금액*)을 받는다. 부부가 모두 대상자면 70만 원이 아니라 20% 깎인 56만 원을 받는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고 급여가 높아도 기초연금이 깎인다. 대통령 이재명은 지난달 이렇게 말했다: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70%로 정해 놓으니까 이백몇십만 원 소득이 있는 사람도 34만 원을 받는다. 20만 원일 땐 이해했는데 삼십몇만 원씩 하는 상황이면 연간 몇 조씩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 그게 맞느냐?”
이재명(대통령), 2026년 제2회 국무회의, 2026.01.20
개편은 필요하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이게 왜 중요한가.
- 잘못 설계된 제도다. 노인 중 소득 하위 70%를 수급 대상자로 설정하고 있는데 ‘65세 이상 노인의 70%’가 수혜 대상이라는 사실은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다.
- 한국은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었다는 이야기다.
-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었고, 2025년엔 1084만 822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인구 중 21.21%를 차지한다.
- 지난해 기초연금에 쓴 돈만 26조 원이다. 2040년에는 연간 100조, 2050년에는 연간 150조 원이 전액 조세로 투입된다. 기초연금 수급자 규모는 2015년 200만 명에서 2023년 650만 명, 2050년 1330만 명으로 증가한다.

가난한 청년이 부유한 노인 부양.
- 노무현 정부가 도입해 2008년부터 시행했던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 전신) 당시엔 노인 소득 하위 70% 기준은 40만 원이었다. 2026년엔 247만 원(선정기준액*)에 달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가난한 청년이 자신보다 부유한 고령층을 위해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성주는 지난달 28일 국회 토론회 ‘현행 기초연금의 문제점과 개편 방안’에서 “기초연금 목적은 노후 빈곤 완화인데, 소득 하위 70% 기준이 적절한지 의문이 있다.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저소득 노인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 선정기준액: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연금 수급자가 70%가 되도록 소득, 재산, 물가 등을 고려해 장관이 정하는 금액.
최저소득보장에 방점 찍어야.
- 정치권서 오래 논의돼 온 만큼 정부·여당엔 개편 방향 공감대가 있다. 기본적 노후 소득 보장은 국민연금이 담당하고, 기초연금은 저소득 노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 최옥금(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국민연금 성숙 속도를 고려해 기초연금 대상을 서서히 줄이고, 저소득 노인에게 기초연금액을 인상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기초연금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국기초)와 역할이 겹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두 제도를 통합해 노인 대상 최저 소득 보장 제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최옥금 생각이다.
- 오건호(‘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대표)는 “기초노령연금 때부터 근 20년 된 제도다. 잠깐 기본소득 담론이 등장했을 때 보편적 기초연금이 이야기됐지만 (70%를 넘는) 넓은 범위의 기초연금을 얘기하는 분은 이제 거의 없다”며 “최저 보장 소득 방식으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고 했다.
🔖 관련 기사:
정치 논리 ‘노인 70%’… 어떻게 깰 것인가.
-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는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소득에 상관없이 월 2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선 후 재정 문제로 공약을 대폭 손질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 절충안에 따라 마련한 것이 기초연금법이다.
- 이후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 소득 보장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연금연구원 분석을 보면, 기초연금은 2022년 기준 노인빈곤율을 8.3%P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국민연금 빈곤 완화 효과보다 높은 수치다.
- 재정 지속성이 문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 오기형(민주당 의원)은 “작년 기초연금이 26조였다”며 “곧 100조까지 증가하는데 감당할 수 없다. 개편은 시간 문제일 뿐 필연적이다. 보건복지부도 의지를 갖고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기득권 유지” 불가피? 두려운 노인 표심
- 이미 받고 있는 혜택을 회수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최옥금은 “선정기준액을 낮출 때 기존 수급자의 기득권은 유지해 드려야 할 것 같다”면서 “신규 진입자를 대상으로 선정기준액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향후 20~30년을 내다보면서 조금씩 지급 대상을 줄이되 저소득층을 좀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노인 빈곤 문제도 외면할 수 없다. 민주당 연금개혁특별위원장 남인순은 “기초연금 도입 이유는 빈곤 완화에 있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기능도 했다. 두 기능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향후 개편 논의 시) 이 부분 고려도 해야 한다”며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장기 전망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노인 표심과 직결된 문제다. 6월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권이 노인 표심을 자극하는 개혁에 나설 수 있을까. 이재명은 부동산 정상화 의지를 밝히며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기초연금도 ‘표 계산 없는 개혁’이 필요한 이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