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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국가 산업단지 지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국가 산업단지 승인이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마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역으로 내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찬반 양론이 거셌던 참이다. 지난해 3월에 낸 소송이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앞으로의 논의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 1심 결과는 산업단지 승인을 무효로 할 정도로 문제가 크지 않다는 의미일 뿐 문제가 전혀 없다는 건 아니다. 전력과 용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일단 정부의 재량을 인정한다는 판결이지만 사업의 타당성과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에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건의 개요.

  • 국토교통부가 2023년 3월,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710만㎡를 국가 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하고 LH를 예비 사업 시행자로 지정했다.
  • LH가 2024년 4월 산업단지 계획을 승인해 달라고 신청했고 그해 12월 승인이 났다.
  • 용인 거주 주민들과 NGO들이 2025년 3월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국가 산업단지 승인 처분을 무효-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전력 조달 계획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설정한 탄소 감축 목표와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1심 선고의 내용.

  • 첫째, 원고의 자격을 폭넓게 인정했다. 용인에 거주하는 주민이 아니라도 탄소중립 기본법에 따라 한국 국민 누구나 영향을 받는 사안이라는 취지다.
  • 둘째, 절차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승인을 취소할 정도의 위법은 아니라고 봤다.
  • 셋째, 전력 조달 계획에 의문이 있지만 단계적 접근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환경부의 재량 범위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다.

“승인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다.”

  • 행정 소송은 행정 처분을 취소할 정도의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존재하는지를 본다.
  • 일단 기후에너지환경부(당시 환경부)와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중대한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 하지만 승인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는 취지일 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용인국가산단 사업계획의 적절성과 타당성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부의 계획.

  • 11차 기본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8년 기준으로 최대 전력 수요를 145.6GW 정도로 보고 있다.
  • 목표 수요에 설비 예비율을 반영해 2038까지 목표 설비를 157.8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추가로 10.3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 두 가지 트랙이다. 첫째,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을 늘리고, 둘째, 석탄 발전소는 줄이고 추가 LNG 전환은 중단한다.
  • 재생 에너지는 2038년까지 121.9GW까지 늘리기로 했다. ESS(에너지 저장 장치)도 늘려야 한다. 원자력 발전소도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를 더 짓기로 했다.
  • 15GW가 필요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30년까지 3GW를 확보한다는 계획만 잡혀 있는 상태다.

“속도 경쟁에서 뒤쳐지면 안 된다.”

  •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시간이 보조금이라는 인식으로 좀 더 속도를 냈다”고 말했다.
  • 4년 6개월이 걸리는 산업단지 지정을 1년 9개월로 줄였고 2년 이상 걸리는보상 절차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국가 산업단지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일반 산업단지로 나뉜다.
  • 삼성전자는 올해 말 착공해 2028년 첫 가동이 목표다. SK하이닉스는 당장 내년에 1호기를 준공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60조 원과 600조 원을 쏟아부을 계획이지만 가장 중요한 전력 수급 대책이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전기와 물이 관건.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9GW와 6GW를 써야 한다. 원자력 발전소 15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 지난해 서울+인천+경기에서는 35GW의 전력을 만들고 45GW를 썼다. 나머지 10GW는 지역에서 끌어왔다.
  • 당장 쓸 전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15GW를 추가로 만들거나 더 끌어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 국토교통부의 계획은 3단계다. 1단계, 2030년까지 1GW 규모의 LNG 발전소 3기를 지어서 3GW를 공급하고 2단계, 호남에서 송전 선로를 연결한다. 3단계, 2044년 이후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는 계획이다.
  • 용수 공급 계획은 더 모호하다. 하루 133만 톤이 필요한데 당장 인근의 충주댐이나 소양강댐 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단 하수 재처리 등으로 107만 톤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화천댐에서 끌어오는 방안도 거론된다.
  • LNG 발전에 의존할 경우 질소 산화물 등 환경 피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 배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수출에 제약을 받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 2022년 LNG 도입 단가가 치솟았을 때 한국전력공사 영업손실이 32.7조 원을 기록했던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믿는 구석은 LNG+수소 혼소 발전.

  • 문제는 LNG 발전으로는 RE100 기준을 맞출 수 없다는 데 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쓰는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당연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여하고 있다.
  •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2년까지 LNG와 수소를 50%씩 섞어서(혼소) 발전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21%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2050년까지 100% 수소 발전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 LNG+수소 혼소 발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인데다 애초에 전기로 만든 수소를 써서 다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라 에너지 손실이 최대 8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 법원은 “소수의 공급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반도체 수요 기업들이 RE100 준수 여부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 모두 RE100을 포기할 가능성을 전제로 한 판결이다.

1심 판결의 세 가지 문제.

  • 결국 정부가 뭔가 계획이 있지 않겠느냐는 게 법원의 판단이지만 세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3GW+7GW를 나눠서 봐야 한다.
  • 첫째, 3GW는 결국 LNG 발전으로 간다는 계획이다. 수소를 섞어서 탄소 배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하지만 청정 수소는 가격도 비싸고 100% 수입에 의존한다. 가격 변동 폭도 크다.
  • 둘째, 나머지 7GW는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는 상태다. 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사들이거나 전력 구매 계약(PPA)을 맺을 계획이라고 하지만 송전망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다. 초고압 송전망(HVDC)을 깔려면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 셋째, LNG+수소 혼소 발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고 애초에 무탄소 발전도 아니다. 50% 혼소 발전을 하더라도 탄소 배출은 20% 줄어드는 정도에 그친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석탄-수소 혼소 발전을 중단한 바 있다. 석탄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CHPS)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 “RE100은 민간 기업 차원의 자발적인 계획일 뿐 대외적인 규범력과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한 대목도 아쉽지만 말 그대로 국가가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일 뿐 정부가 RE100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LNG+수소 혼소 발전은 전력 부족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어떻게 될까.

  • 논의를 뒤섞으면 안 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국가 산업단지로 지정하는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 “기후변화 영향 평가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기후변화 영향 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동일한 정도로 부실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국가 산업단지 승인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 국가 백년대계라는 국가 산업단지를 지으면서 정작 15년 뒤 전기를 어디서 끌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 이와 별개로 LNG 발전소 승인 취소 소송도 진행 중이다.

LNG+수소 혼소 발전이 대안이 될 수 없는 네 가지 이유.

  • 첫째, 온실 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다. 50%를 섞으면 탄소 배출이 21.4% 줄어든다는 게 기후환경에너지부의 설명이지만 수소의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반영하면 감축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둘째, 수소 조달도 쉽지 않다. 임장혁(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수소 혼소 추진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해당 결국 LNG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2050년 탄소 중립 목표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셋째, 발암 물질인 질소 산화물 배출 우려도 있다. 인근 주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 넷째, 3GW의 LNG+수소 혼소 발전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977만 톤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향과 전망: 기업이 결정하는 것?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대통령)도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정부 정책으로 결정을 해놓은 것을 지금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아래 그림은 지난 15년 동안 한국의 에너지원 발전량에 11차 전력 기본 계획의 목표를 이어서 그린 결과다. LNG와 석탄 발전을 크게 줄이는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41TWh에서 232T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인데 정작 용인 국가 산업단지는 LNG 발전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자칫 국가 에너지 전략을 흔드는 상황이라면 매우 위험하다.

결론: 한국 경제의 미래, LNG를 안고 갈 수는 없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개별 산업단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 한국은 이미 LNG 발전 의존도가 높고 그만큼 가격 변동 위험도 크다. 이재명 정부가 석탄–암모니아 혼소 계획을 중단한 것처럼 LNG-수소 혼소 발전 역시 중단해야 한다. 혼소 발전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LNG의 의존을 키우고 탄소 중립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최악의 타협이다.
  •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재생 에너지를 백업할 ESS에 등 유연성 자원에 투자하고 전력 안정성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좀 더 확실한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급 계획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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