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이 5부 능선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쟁점은 거의 정리됐지만 여전히 몇 가지 진술이 엇갈린다. 오늘 슬로우리포트는 인물로 본 12월3일이다.

등장인물.

  • 여기 일곱 명이 윤석열과 김용현의 직접 지시를 받은 핵심 멤버들이다.
  • 여인형(당시 방첩사령관)은 지난해 3월부터 일곱 차례, 곽종근(당시 육군 특전사령관)과 이진우(당시 수도방위사령관)는 세 차례, 삼청동 안가 등에서 윤석열과 김용현(당시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윤석열이 여러 차례 비상대권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 이날 비상계엄에 동원된 부대는 방첩사령부와 육군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국군 정보사령부 등 1500여 명이다.
  • 국회에는 270명 정도가 투입됐고 국회 본관에 들어간 인원은 16~19명 정도다.
  •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300명 정도가 투입됐고 10명이 서버실까지 들어갔다.

충암고 후배 여인형의 말 바꾸기.

“방첩사에는 벙커가 없다”는 말이 숨기는 것.

  • 탄핵 심판에서 송진호(윤석열 대리인)가 “방첩사에는 지하 구금시설이 없지 않냐”고 묻자 여인형이 “그런 거 없다”고 답변했다.
  • 이 둘의 문답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마찬가지다.
  • 여인형의 실제 지시는 방첩사 지하 벙커가 아니라 수방사 지하 벙커였기 때문이다.
  • 노영훈(방첩사 수사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여인형의 지시로 수방사 벙커를 확인하러 갔다”고 진술했다. 체포와 함께 구금 지시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 노영훈의 진술에 따르면 수방사 벙커가 구금 시설로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수방사 군사경찰대대 미결 수용소에 수용하기로 하고 수감자들을 육군 교도소로 옮기는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한다.

곽종근의 자백.

  • “아직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 윤석열이 곽종근에게 했다는 말이다. 곽종근의 진술이다.
  • 곽종근은 “‘의원’이 아니라 ‘인원’이었다”면서 “국회의원이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윤석열이 전화했을 때는 의사당 안에 요원이 들어가기 전이었다. 요원을 끌어내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었고 의결 정족수를 언급한 이상 당연히 국회의원으로 이해하는 게 상식적이다.
  • 곽종근의 진술이 오락가락했던 건 사실이다. “150명이란 말을 들은 게 맞느냐”고 묻자 “당시에는 기억에 없었는데 나중에 내가 그 말을 했다고 이야기해 줘서 다시 인식했다”고 말했다.

“부당한 지시를 왜 따랐느냐”는 윤석열.

  • 곽종근은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면서도 적극적으로 이행하지는 않았다.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직권으로 철수를 명령했다.
  • 윤석열은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하면 부당하다고 말하는 게 기본 아니냐”며 “곽종근의 행동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예 그런 지시를 한 적 없다는 주장이지만 애초에 지시가 없었다면 특전사 요원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난입할 이유가 없다.
  • 박은정(조국혁신당 의원)은 “사람의 바닥을 보는 듯했다”고 비판했다.
  • 이날 특전사 요원들은 테러 사건인 줄 알고 목숨 걸고 출동했다. 도끼로 문을 부수고라도 끌어내라는 명령을 받은 군인들의 참담한 고뇌를 묵살한 공격이었다.
  • 곽종근은 “’질서를 유지하라거나’거나 ‘경고용이었다’는 등의 설명을 들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명백히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였다는 이야기다.

이진우는 갑자기 묵비권 행사.

  • 이진우는 검찰 조사에서 “문을 부수라는 말 들었다, ‘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기억이 난다”면서 “대통령이 갈 때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 그런데 정작 탄핵 심판에 와서는 “답변드리기 제한된다”고 말했다. “답변을 안 하겠다”는 말을 30회, “답변이 제한된다”는 말을 23회 반복했다.
  •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 이 말도 이진우의 진술이었다.

홍장원의 디테일.

  • 홍장원의 메모도 윤석열 파면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윤석열이 홍장원에게 전화해서 “싹 다 잡아들여”라고 한 뒤 여인형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체포 대상 명단을 불러줬다는 게 홍장원의 주장이다.
  • 여인형이 “방첩사에 있는 구금시설에 구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고 홍장원은 “알았다”고 한 뒤 뭉갰다.
  • 그때 적은 메모를 보좌관에게 옮겨 적으라 했고 원본은 구겨서 버렸다고 한다. 홍장원이 공개한 메모에서 짙은 글씨가 보좌관이 쓴 것이고 가는 글씨는 홍장원이 쓴 것이다.

홍장원 메모가 말하는 진실.

  • 윤석열은 홍장원이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앞뒤가 안 맞는 건 윤석열의 주장이다.
  • 윤석열이 “싹 다 잡아들이라”는 말을 했다는 건 윤석열도 인정한다. 윤석열이 누구를 싹 다 잡아들이라는 것인지 말하지 않았으니 여인형에게 물어보는 것은 당연하다. 방첩사를 도우라고 했으니 여인형에게 전화를 했고 여인형이 명단을 불러줘서 적었다는 게 홍장원의 주장이다.
  • 그런데 윤석열은 뒤늦게 “간첩을 잡으라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홍장원은 간첩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 홍장원의 메모를 둘러싼 논란은 모두 지엽적이거나 통화 내역 조회나 필적 감정 등으로 쉽게 검증할 수 있는 사실이다.
  • 여인형은 체포 명단을 불러준 적 없다고 말한 게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을 뿐이다.

곽종근과 홍장원을 공격하는 이유.

  • 윤석열이 이런 말을 했다. “헌재 나가보니 알겠다. 곽종근과 홍장원의 거짓말로 탄핵 공작이 시작됐다.” 윤석열이 면회하러 온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했다는 말이다.
  • 곽종근과 홍장원의 진술만 뒤집으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데 이미 증거는 차고 넘친다.
  • 윤석열과 곽종근이 통화할 때 마이크가 켜져 있어서 윤석열의 지시 내용을 들은 사람이 많다. (일부러 켜놨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미 검찰이 녹음 파일도 확보하고 있다.
  • 몇 사람 입을 막는다고 달라질 사안이 아니다.

부하 간부들 증언.

  • 조성현(수도방위사령부 경비단장)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일단 알겠다’고 답한 뒤 출동한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법은 모르지만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 김대우(전 방첩사 수사단장)도 “잡아서 수방사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의 진술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조성현은 헌재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헌재 직권 증인으로 채택됐다. 오는 13일 진실이 밝혀진다.
  • 김대우는 국회 의사당 외곽에 있었고 방첩사 요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체포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인과의 접촉을 피하라.”
  • 최악의 상황을 막은 것은 현장의 군인들이었다.
  •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본관에 진입한 김현태(전 707특수임무단 단장)도 있다.
  • 김현태는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을 봉쇄해 건물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150명의 의미는 모르겠고, (체포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 ‘계엄 해제 결의안이 조금 늦었으면 국회의원을 끌어냈겠느냐’는 질문에는 “불가능하다.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실탄을 쓰는 것밖에 없는데 상상도 하지 않았고 지시했더라도 따를 부대원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김현태도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곽종근의 지시를 받고 철수했다.

중간 정리: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한다.

  • 윤석열은 곽종근과 홍장원을 집중 공격하고 있지만 이미 조성현과 김대우, 김현태가 이들의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다.
  • 여인형과 직접 통화하고 메모를 남긴 홍장원도 있다.
  • 이진우는 말을 바꾼 게 아니라 진술을 거부하고 있을 뿐이다.
  • 모든 증거와 진술을 종합하면 흔들 수 없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날 밤 윤석열은 군대를 보내 국회를 장악하려 했다. 정치인들을 체포해서 구금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여인형만 남았다.

  • 윤석열의 충암고 후배다. 김용현이 7기, 윤석열이 8기, 여인형이 17기다.
  • 여인형은 지시를 따른 게 아니라 지시하는 입장이었고 곽종근이나 이진우와 달리 내란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
  • “여인형이 ‘자료 같은 것을 잘 지우라’고 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불법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란 이야기다.

불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 중앙선관위에는 정보사와 방첩사, 특전사까지 300명 가까운 군인들이 투입됐다.
  • 정보사 10명이 서버실에 들어갔고 방첩사와 특전사는 청사 주변과 선거연수원 인근에서 대기했다.
  • 비상계엄 직후 노상원(전 정보사령관)이 정성우(전 방첩사령부 처장)에게 다섯 차례나 전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성우는 “왜 예비역이 이래라저래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 노상원: “너희가 전산실 서버를 복사할 수 있다고 하던데.”
  • 정성우: “직원 동의가 없으면 서버 복사를 할 수 없다. 이건 불법이다.”
  • 노상원: “어휴, 어휴.”
  • 정성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포렌식 장비 용량이 8테라밖에 안 된다. 이건 전산 시스템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서버 용량을 고려하면 구글이 와도 복사할 수 없다.”
  • 정성우가 방첩사 법무관들에게 물어봤더니 일곱 명 모두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범죄 혐의를 특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는 이미 선관위에 진입한 상태였지만 팀장들에게 임무 수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빠져나왔다.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

  • 탄핵 심판은 형사 재판과 다르다. 내란죄는 따로 다루겠지만 일단은 파면할 정도냐 아니냐를 보면 된다.
  • 첫째,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췄나. 윤석열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전시나 사변도 아니고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도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다.
  • 둘째, 국무회의 심의와 의무를 지켰나. 한덕수(국무총리)는 “그날 열렸던 회의를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의록도 남아있지 않다.
  • 셋째, 국회 의결을 방해했나. 경찰이 출입문을 막았고 군인들이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넷째, 이재명과 한동훈 등 체포 지시를 내렸나. 역시 진술이 차고 넘친다.
  • 다섯째, 선관위에 군대를 보냈나. 군인들이 밀고 들어와 서버 사진만 찍고 돌아가긴 했지만 명백한 헌법 기관 침탈이다. CCTV 기록도 남아있고 윤석열도 특별히 부인하지 않는다.
  • 이 다섯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만 인정돼도 윤석열은 파면이다.

앞으로 전망은?

  • 윤석열의 헌법 위반은 크게 다툼이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부실한 거짓말을 쏟아냈지만 모든 증거가 파면을 가리킨다.
  •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에는 결론이 나온다. 8명 만장일치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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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선관위 서버실에 들어가 사진 찍어 CCTV에 남은 인원은 방첩사 정성우가 아니라 정보사 정성욱입니다.

  2. 진실 님께

    슬로우뉴스 편집장 민노라고 합니다.
    작성자인 이정환 대표와 상의해 지적하신 본문에서 “정성우는 서버실까지 들어가” 항목을 삭제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선관위에 침입한 건 방첩사가 아니라 정보사입니다. 정성우(방첩사 처장)는 선관위로 가라는 노상원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선관위 서버실에서 사진을 찍은 건 정보사 요원들이고 김봉규(대령)과 고동희(대령)이 관련해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정성욱(대령)은 롯데리아 회의에도 참석한 핵심 인물이지만 서버실에 직접 가지는 않고 이들을 외곽에서 지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부분은 확인되는대로 보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비판적인 관심과 애정어린 격려 당부드립니다.
    진심으로 세심한 관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

  3. 미디어 알릴레오에서 기사 맛집으로 소개해 주셔서 좋은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가운데, 타임라인에 따라 지금까지 벌어진 일의 팩트를 요목조목 짚는 좋은 기사를 써 주신 기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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