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 칼럼. 38화] 폭력화된 극우 청년의 부상, 열린 공론장이 필요하다. (강우진 경북대 교수) (⏳4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이 칼럼의 필자는 강우진(경북대 교수)입니다.
연성 내전, 119 서부지법 폭동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12.3 내란 사태의 2단계 시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12.3 내란 사태는 내란의 수괴인 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었음에도 헌정체제 수호 세력과 내란 옹호 세력 간이 연성 내전으로 발전했다.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이 연성 내전의 양상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12.3 내란 사태에 이어서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12.3 내란 사태는 가장 성공적인 군부의 탈정치화와 문민통제 사례로 꼽혔던 한국에서 군을 대표로 하는 강권적 국가 기구가 여전히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1월 19일 사태는 비록 소수라고 하더라고 권위주의 신봉 집단에 의해서 민주주의 보루인 사법부가 침탈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이 사태는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폭동과 많이 닮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선거에 패한 현직 대통령이 주장한 선거 부정 음모론을 신봉하는 극단화된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난입하여 점거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이러한 면에서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한국판 1월 6일 난동이라고 부를 수 있다.

탄핵 응원봉 vs. 서부지법 폭동, 과잉대표 오류
12.3 내란과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겪으면서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부상한 것은 일부 극우 청년 집단의 폭력화 현상이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체포된 인원 86명 중 남성이 90%(77명)를 차지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이 45명으로 절반이 넘었다(윤건영 의원실 자료, 한겨레 2025/1/25).
서부지법 사태는 유럽을 흔들고 있는 청년 극우화 현상이 한국에도 상륙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유럽에서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가 크게 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FT 2024/03/29)에 따르면 프랑스 청년의 30% 이상이 극우정당인 ‘국민연합’을 지지했다(18세-24세, 35.8%, 25-34세 39.1%) 네덜란드의 경우도 청년(18세~34세) 유권자의 30% 이상이 극우 정당인 자유당을 지지했다. 스웨덴의 스웨덴 민주당은 20% 안팎,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은 15% 안팎의 지지를 얻었다.

전례가 없는 국가기관에 대한 폭력 침탈 사태 후 많은 언론은 과거의 이대남 프레임을 불러냈다. 응원봉과 빛의 혁명으로 일컬어졌던 윤석열 탄핵 집회에는 2030 여성이 2030 남성에 비해서 훨씬 많이 참석했다. KT와 서울시 데이터에 따르면 탄핵이 가결되던 14일 여의도에 모인 인파는 44만 5900여 명이었다.
이 중 20대 여성 비율은 15.6%, 30대 여성은 11.5%로 나타났다. 반면에 20대 남성, 30대 남성은 각각 3.9%, 6%에 그쳤다(2025/01/25). 하지만 극우 20대 남자와 응원봉과 키세스의 20·30대 여성 대립구도는 이대남과 이대녀 구도처럼 특정 집단을 과대 대표하고 다른 집단을 비가시화한다. 1월 19일 서부 지법 폭동에 참여한 폭력화된 극우 청년들이 2030 청년을 대표하지 않는다. 또한, 2030대 여성이 모두 진보적인 것도 아니다.
청년 극우의 등장, 한국 민주주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
극우 청년 집단의 존재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베를 중심으로 극단화된 행동이 정치적 계기를 통해서 표출되었다. 2014년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을 조롱하기 위해서 광화문에서 폭식 투쟁을 전개했다. 또한, 이 시기 극우파들이 좌파에 대한 물리적 대응을 선언하며 해방공간에서 백색테러를 자행했던 서북청년단 재건을 선언하였다. 박근혜 탄핵 이후엔 아스팔트 우파가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처럼 극우 세력이 국가기관을 폭력적으로 침탈한 적은 없었다.
극우 세력은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유튜브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거점을 마련했다. 이들을 본격적으로 동원한 세력은 박근혜 탄핵 이후 광장의 정치를 장악한 극단적 개신교 근본주의 세력이었다. 근본주의 개신교 세력은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를 지속하면서 저변을 확대해 왔다. 반공과 반동성애 논리를 자양분으로 커오던 근본주의 개신교 세력은 음모론을 지속해서 재생산하면서 극우 세력을 동원했다. 이들의 플랫폼은 새로운 수익 모델로 레거시 미디어를 대체하고 있는 유튜브였다. 이들의 성장의 이면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기능부전이 있었다.

내란이 내전으로 전이된 상황에서 폭력과 결합된 극우 청년들의 부상은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전으로 전이된 내란이 민주적 헌정질서 틀 속에서 종식되느냐 여부가 한국 민주주의 장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결정적 변수다. 한국에서 폭력화된 극우 세력이 지속된다면 유럽에서 목도하고 있는 정치폭력과 극단주의가 확산될 것이다. 이들이 더 극단화되지 않고 민주주의 틀 속에서 대표될 수 있도록 열린 공론장의 확대를 통해서 극우의 성장 토양을 객토(客土: 토질 개량 위해 흙을 옮기는 일 혹은 그 흙)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적 차이를 넘어서 공화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주의 수호 세력 사이의 최대 민주 연합의 형성이 시급한 이유다.

청년 극우래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