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의 2025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보고서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글의 필자는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 팀장입니다.

  1. 윤석열 이후의 기후 정책: 탈원전과 탈탈원전, 그 다음 기후 정책 있나 (이유진)
  2. 기후대응 후진국 한국, 무역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세 가지’는 하라 (김병권)
  3. ESG 국제 추세, 트럼프도 못 막는다 (정영주)
  4. LNG발전 투자가 전환금융? ‘전환워싱’ 막는 법 (최기원)
  5. 플라스틱 규제와 중국의 부상을 넘어 순환경제로 (지현영)
  6. 인허가에만 5년 8개월? 해상풍력·영농형 태양광 늘리는 5가지 정책 (오선아)
  7. 재생에너지가 있는 곳에 공장을 짓게 하라 (오용석)
  8. 정의로운 전환 속도 높이려면 노동자·지역주민 참여부터 (배보람)
  9. 우리는 기후재난으로부터 무사할 수 있을까…적응대책 쟁점 세 가지 (황정화)
  10. 2배로 증가할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수도권 집중 완화와 수요관리가 해법 (강민영)

요약

⑴ 탄소중립 이행에서 가장 중요한 재생에너지 전환과 전기화는 중앙집중식 에너지체계가 아니라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⑵ 대규모 발전소, 장거리 송전망에 기반한 기존 중앙집중식 에너지 체계는 심각한 지역 갈등을 유발하고, 지역 간 에너지 수급 불균형과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전력 수요지와 가까운 곳에서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로 전환이 시급하다.

⑶ 분산형 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를 도입해 전력자급률이 낮은 지역에 발전시설 확충을 유도하고,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에 전력수요가 많은 산업을 유치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한다.

⑷ 현재 정부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추진을 위해 검토하고 있는 전국 3개 권역 구분 전기요금 차등 적용, 도매와 소매가격 차등 시행 시기 차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준 마련과 정책 재점검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지역별로 전기 도매요금 달라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5월 22일 제31차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지역 간 전력 불균형 해소를 위해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추고 발전소에서 멀어질수록 전기요금이 높아지는 제도다.

정부의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골자는 이렇다.

  •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로 나누고
  • 2025년부터는 도매요금에
  • 2026년부터는 소매요금에 지역별 차등을 적용하는 것이다.
  • 2023년 6월 13일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역별 차등요금제 시행 근거다.

한국의 전력시스템은 중앙집중형이다. 비수도권 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고,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전력 생산은 지방에서 주로 이루어지지만,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많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장거리 송전망 건설로 인한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송전탑 인근 지역 뿐만 아니라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도 각종 규제로 재산권 행사 제한과 지가 하락 등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현재 전기요금은 용도, 계절, 시간대 등에 따른 차등은 있지만 공간적으로는 차등을 두지 않는 전국 단일 요금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전기요금이 적용되면서 전력 공급과 소비의 지역 간 불균형, 송전망 구축 비용 증가 등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근거로 정부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림. 분산에너지의 범위. (자료 : 한국에너지공단)

10년 간 송전 비용만 27조 원, “분산에너지가 해법”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2024년 6월 14일 시행되었다.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 의존을 줄이고, 수요지 인근 에너지 생산으로 에너지 공급체계를 혁신하고, 지역 내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통해 지역 주도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위해 특별법이 제정·시행되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제45조(지역별 전기요금)에서 “전기판매사업자는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하여 「전기사업법」 제16조 제1항에 따른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할 때에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을 예정하고 있지만, 전기요금 책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담겨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권으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전국을 단일 지역으로 가정하고 전력원가를 산정해 전국 어느 지역이나 동일한 전기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별로 발전소, 송변전소 등의 입지가 달라 발전원가, 송배전원가의 차이가 발생한다. 원자력, 석탄, LNG 등 발전원과 지역별 전력사용패턴은 발전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전력을 소비하는 지역과 발전소 간 거리에 따라 송전거리가 달라지고, 지역별 산업구조와 규모에 따라 송전선 이용률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역별 비용 차이를 도소매 전기요금에 반영하자는 것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다. 현재 정부 계획대로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권으로 구분할 경우 수도권 3개 지역 서울, 경기, 인천의 전력 소비량 비중은 39%지만, 발전량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전력자급률이 낮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전력을 생산해 송전하는 과정에서 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이 필요하다. 발전소뿐만 아니라 많은 지역을 통과하는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는 사회,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2015년 전하진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송변전과 송전탑의 설치와 유지비용이 27조 원에 육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력수급체계는 발전설비가 집중된 비수도권 전력을 발전설비가 부족한 북쪽의 수도권으로 보내는 소위 ‘북상조류’ 형태를 띠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송전선로는 전압에 따라 154kV, 345kV, 765kV로 구분할 수 있다. 154kV는 지역 송전망으로 사용되고, 345kV는 기간 송전망으로 사용되고 있다. 765kV는 대전력 송전망으로 1998년부터 설치하기 시작해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345kV, 765kV와 같은 대규모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은 북상조류에 부응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건설되면서 심각한 지역 간 갈등을 야기했다.

수도권 융통전력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어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도시 지역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전력 손실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송배전 과정에서는 에너지 효율성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송변전 및 배전 과정에서 발생한 전력 손실량은 201217291504메가와트시(MWh)에서 202119424218MWh로 증가했다.

그림. 지역별 전력공급과 전력수요 및 우리나라의 전력계통도. (자료 : 한국에너지공단)

인천 등 전력자급률 높은 비수도권은 불리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도입에 따른 쟁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역 구분의 적절성이다. 현재 정부는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권 3개 지역으로 구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력자급률이 낮은 수도권은 전기요금을 올리고 전력자급률이 높은 비수도권은 전기요금을 내리게 될 것이다.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현재 정부 안대로 3개 지역으로 구분해 제도를 시행한다면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포함되는 인천은 전력자급률이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 계획대로 전기요금이 결정될 경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전력자급률이 100%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으로 묶여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다.

비수도권에서도 대구, 대전, 광주 등 전력자급률 100% 이하인 지역과 충남, 부산, 경북, 전남 등 전력자급률 100% 이상인 지역이 동일한 전기요금을 적용받게 될 것이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도입에 따라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요금 인하를 기대했던 지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로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적용 기준을 지방자치단체별 전력자급률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허종식 의원 등 12인)’을 발의하기도 했다.

전력 다소비 산업의 지방 이전? 가능성 낮다

둘째는 전력 다소비 산업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다. 그동안 전력자급률이 높아 불공정을 주장해오던 부산, 인천, 강원, 충남, 전남, 경북 등 지역에서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도입에 따른 전기요금 인하 효과와 함께, 제조업·IT 등 전력 다소비, 첨단 분야 기업의 지역 내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부산 기업인 86%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89.5%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전략 다소비 산업 유치, 85.4%는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재 검토 중인 3개 권역으로 구분하는 차등 전기요금제도가 수도권 첨단산업 기업 유치 요인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전력 자급률이 최대 7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 기업들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도입되면 수도권 제조업 전력비용이 연간 최대 14000억 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도매가격 차이는 1킬로와트시(kWh)당 19~34원 정도로 전망된다. 도매가격 변화분 전망치와 소매가격 전가율을 시나리오별로 나눠 수도권 내 업종별 전력비용 부담을 추정한 결과 최소 8000억 원에서 최대 14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전자, 통신 업종의 비용 부담이 최대 6000억 원으로 가장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25개 업종 평균 전력비용 부담 상승분은 55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에너지 비용 부담이 기업들의 입지 변화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통신 기업, 데이터센터와 같은 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전기요금이 아니라 인력 유치 때문이며 수도권 내 전력 다소비 업종 대부분이 병원, 학교와 같은 기반시설로 입지 변화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민간 발전사, “수익 2조 원 이상 감소할 수도”

셋째,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도매가격 차등과 2026년부터 소매가격 차등 적용을 둘러싼 갈등도 있다. 정부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발전 불균형’을 바로잡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내년 도입을 앞두고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도매가격 차등제가 시행되면 민간 발전사들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 원가를 계산해야 소매요금을 차등할 수 있기 때문에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매가격부터 차등화하겠다는 것이 산업부 입장이다. 그런데 산업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도매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면서 비수도권 발전사들의 수익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지역별 전력자급률을 나누게 되면 수도권은 65%, 비수도권은 136% 수준이기 때문에 비수도권 발전소의 전력 판매 단가가 낮아지게 된다. 민간발전협회의 ‘지역별 전기요금제 비수도권 발전기 영향’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도매가격이 1kWh당 10원 낮아질 경우 비수도권 발전기를 운영하는 민간 발전사들의 수익은 연간 약 8236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도매가격이 20원이나 30원 낮아질 경우 이들의 연간 이익은 1조6473억 원에서 최대 24709억 원 낮아지게 된다.

민간 발전사들은 이미 운영 중인 발전 설비를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기존 발전설비까지 차등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도매가격 차등화가 전기사업법상의 원칙인 ‘동일 전력계통, 동일 전력거래가격’과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정산조정’ 없어 피해가 더 크다

특히,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통해 지역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이행을 가속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시민사회와 재생에너지업계에서도 우려가 크다. 현행 전력시장은 각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을 한전이 독점적으로 구매하는데 전력거래소가 전력수요와 발전소별 생산단가를 고려해 도매가격과 발전소별 발전량을 결정한다.

현재는 전국 모든 발전소가 같은 가격으로 전력을 팔지만, 지역별 전력 도매가격 차등요금제가 도입되면 전력생산이 전력수요보다 많은 지역의 전력은 한전이 싸게 구입하고 반대의 경우 비싸게 구입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한전은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발전사업자들을 골라 낙찰하며 실속을 챙길 것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그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매시장에 먼저 차등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비수도권 전력도매요금은 현재보다 1kWh당 10원 하락한다는 가정 하에 비수도권 민간 태양광·풍력·가스발전기 수익은 연간 1조원 감소할 것이다. 이 중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감소액은 약 2500억 원으로 예상된다. 한전 발전자회사인 석탄화력과 원자력도 3조5000억 원이 감소하지만, 이들은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손실을 보전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산조정계수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소유한 발전사업자의 석탄발전소와 민간 석탄발전소의 전력거래 정산금을 조정하기 위한 계수를 말한다. 여러 관련사들의 다양한 재무 상황과 시장 흐름을 반영해 전력거래소 산하 비용평가위원회에서 의결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결정되는데, 시민단체뿐 아니라 감사원도 투명성과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림. 한전 발전자회사 6개사. (자료 : 한전 홈페이지 캡쳐)

2026년엔 지방선거, 소매 요금 인상 가능할까?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025년 도매가격 차등화, 2026년 소매가격 차등화 시행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요금은 전체 국민과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소매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와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전력자급률에 따른 이익과 불이익을 계산하며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으로 분류되어 역차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 지역은 이미 차등 전기요금제 기준을 지자체별 전력자급률을 고려해야 한다는 특별법 개정안을 내놓다.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도 2024년 10월 8일 제5회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를 열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에 공동 대응하자는 협약을 체결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의 전기요금이 대폭 인하되어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데에 실적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전기요금은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추진하면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기후위기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에너지전환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에너지전환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다. 전력 수요가 이전보다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규모 발전소, 장거리 송전망에 기반한 기존 중앙집중식 에너지체계는 한계에 봉착했다. 지역 간 에너지 공급과 수요 불균형 및 비효율 발생뿐만 아니라 신규 발전소와 초고압 송전망 건설이 차질을 빚으며 재생에너지 보급과 산업전환도 함께 지연되고 있다.

전력 수요가 있는 곳에 전력 생산 시설을 지어 공급하는 분산형에너지 활성화가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분산형에너지 시스템은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줄여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는 분산형에너지 시스템 도입을 위한 여러 요건 중 하나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를 도입해 전력자급률이 낮은 지역에 발전시설 확충을 유도하고,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에 전력수요가 많은 산업을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적용을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권 3개 권역으로 추진할 경우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또한 2025년 도매가격 차등, 2026년 소매가격 차등 시행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성공시킬 네 가지 방안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고려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의 성공적 도입과 정착을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방안들을 검토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합리적인 지역 구분 및 요금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단순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 자급률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세분화된 지역 구분이 필요하다. 각 지역의 전력 생산량, 소비량, 송전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정한 요금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지역별 이해관계가 서로 첨예하게 갈라지기 때문에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기업체와 시민들 사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분산에너지 활성화 연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근거가 된 분산형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취지에 맞게 지역별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넷째,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형태로 추진되어야 한다. 기업 입지 선정시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고려해야 한다. 전통적 에너지원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기업들이 이용함으로써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공장이 있는 곳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있는 곳에 공장을 짓겠다는 인식 전환과 정책 신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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