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의 2025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보고서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글의 필자는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입니다.

  1. 윤석열 이후의 기후 정책: 탈원전과 탈탈원전, 그 다음 기후 정책 있나. (이유진)
  2. 기후대응 후진국 한국, 무역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세 가지’는 하라.(김병권)
  3. ESG 국제 추세, 트럼프도 못 막는다 (정영주)
  4. LNG발전 투자가 전환금융? ‘전환워싱’ 막는 법 (최기원)
  5. 플라스틱 규제와 중국의 부상을 넘어 순환경제로 (지현영)
  6. 인허가에만 5년 8개월? 해상풍력·영농형 태양광 늘리는 5가지 정책 (오선아)

요약

⑴ 부산에서 열린 마지막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에서 우려 화학물질 열거 여부, 플라스틱 생산 규제 여부, 재원 마련 문제 등 합의 도출 실패로 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이 실패했다.

⑵ 유엔 플라스틱 협약은 2025년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으며, 생산감축 합의를 짧은 시일 안에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⑶ 그럼에도 플라스틱은 전주기에 걸친 탄소 배출, 오염 문제가 심각하여 개별국의 다양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⑷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이러한 국제 환경규제 강화와 강력한 경쟁국으로서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으며, 산업 경쟁력을 위해 기술 개발 및 밸류체인 다변화 등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생산량, 2060년까지 3배 늘어난다

2019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4억 6천만 톤으로, 이에 연동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3억 5300만 톤에 달한다.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2060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현 수준의 3배 가량에 해당하는 12억 3천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플라스틱 폐기물 역시 현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10억 140만 톤으로 늘어날 것이다(OECD, 2022).

플라스틱 생산 공정은 화석 연료와 원료를 바탕으로 제조하므로 탄소 집약적이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Lawrence Berkley National Laboratory)의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 배출량은 글로벌 탄소 배출량의 약 5.3%를 차지한다.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와 이로 인한 오염 문제, 탄소배출 문제가 국제적 대응이 필요한 주요 환경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주요 20개국(G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보건기구(WHO)등 국제회의체에서 해당 사안이 진지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잔류성유기오염물질 관련 ‘스톡홀름협약’, 선박 관련 ‘해양오염방지협약’,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관련 ‘바젤협약’, 수은 관련 ‘미나미타협약’ 등 일부 다자환경협정(Multilateral Environmental Agreements, MEAs)에서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및 수은 함유 촉매제 사용과 관련된 조치, 플라스틱 폐기물의 해양 투기 규제 및 국가간 불법 교역 규제 등을 담게 되었다(김이진·김성진·이소라, 2024). 그러나 이는 플라스틱 전 주기(Life cycle) 즉, 제품의 초기 개발부터 생산, 판매, 사용, 제품공급 중단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단계와 이로 인한 오염 문제를 포괄하고 있지는 못했다.

유엔환경총회(UNEA)는 환경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2014년 출범 이후 플라스틱 이슈를 꾸준히 다뤄왔다.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 5.2)에서 세계 175개국은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국제적이고 법적인 구속력 있는 문서(ILBI)”를 5번의 정부간협상위원회(INC)를 통해 성안하기로 결의(UNEA/RES/5/14)하였다. 이에 따라 우루과이, 프랑스, 케냐, 캐나다에서 총 네 차례 정부간협상 위원회가 개최된 바 있다.

부산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한국은 감축 목표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4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한국 부산에서 개최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의 조약문 성안을 위한 2년 여 간의 과정을 끝내 마무리하지 못한 채 문을 닫게 되었다. 협상은 플라스틱의 생산 규제 여부, 우려화학물질 규제 방안, 재원 마련 방식 등에서 국가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회원국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몇 개의 협상그룹으로 나뉘어 대립하기도 했는데, 플라스틱 국제협약 우호국 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 HAC) 과 유사협상그룹(Like-Minded Group)이 대표적인 예이다.

공동의장국 노르웨이·르완다뿐 아니라 주요 EU국가·캐나다·호주·한국 등 68개국이 가입해 있는 HAC는 주요 쟁점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감축 등 주요 의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에 있는 협상그룹이다. 반면,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쿠바 등 플라스틱 생산국과 산유국들을 주축으로 하는 유사협상그룹은 생산 감축에 반대하며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에 방점을 두는 협상그룹이다.

개최국이었던 우리나라는 구성 초기부터 HAC에 가입되어 있음에도, 연간 생산 규모 세계 4위의 석유화학산업 생산국으로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 설정 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INC-5를 앞두고 1차 플라스틱 폴리머(아래 사진 설명 참조) 생산 감축을 골자로 프랑스, 네덜란드 등 국가가 주도한 ‘부산으로 가는 다리: 1차 플라스틱 폴리머에 대한 선언(Bridge to Busan: Declaration on Primary Plastic Polymers)’에도, 협상 4일 차에 파나마 외 91개국이 제출한 ‘플라스틱 감축 목표 지지 성명’에도 서명하지 않는 등 생산감축을 제안하는 제안서에는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INC-5의 시작을 앞두고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Luis Vayas Valdivieso) INC 의장은 77쪽에 달하는 협약 초안으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를 요약한 17쪽의 ‘논페이퍼(Chair’s Non-paper)’를 중심으로 협상을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그린피스, 세계자연기금(WWF) 등 국제환경단체와 국제환경법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CIEL) 등은 새롭게 제안된 논페이퍼의 문구와 내용이 협약 성안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플라스틱 위기를 적절히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핵심 쟁점은 우려화학물질 규정, 생산 규제, 재원 조달

회의 첫날인 2024년 11월 25일 협약 참석국들은 ‘논페이퍼'(Non-paper)’를 기초로 협상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논의의 급물살을 탈 것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제1조의2, 제3조, 제6조, 제11조, 제19조 등 주요이슈에서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기한을 넘긴 12월 2일 새벽 성안하지 못하고 마무리하게 되었다.

표. 성안을 위한 정부 간 협상 위원회(INC) 의장 초안 구성(2024.12.1.)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의 사무총장 잉거 안데르센(Inger Andersen)이 INC-5의 개막식 연설에서 언급하기도 했던 세 가지 첨예한 쟁점 사안에 대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려 화학물질 열거 여부 (제3조)

2023년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에서 우려되는 것으로 밝혀진 화학물질이 3200개 이상이며, 여성과 어린이가 특히 독성에 취약하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제3조는 우려 화학물질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각국이 준수해야 하는 우려 화학물질 및 폴리머 등의 판별기준과 금지 또는 허용 물질 목록, 규제조치 및 시한 등을 협약의 부속서에 규정하자는 안과 이를 반대하는 안이 대립한다. 반대하는 안은 각 당사국의 재량에 따라 자발적으로 우려 화학물질을 규제하고 개발된 전략을 공유하자고 주장한다.

2. 플라스틱 생산 규제 여부 (제6조)

‘공급(supply)’ 또는 ‘지속가능한 생산(sustainable production)’으로 조의 제목조차 합의되지 않은 제6조는 플라스틱 생산과 관련한 규정으로, 의견 대립이 가장 첨예했다. 유사협상그룹은 플라스틱 생산 관리에 대한 규정의 채택 자체를 반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유사협상그룹은 이 국제협약의 취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있지, 플라스틱 ‘생산’ 종식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원래 의도를 넘어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신뢰와 선의를 악화시킨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했다. HAC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Primary plastic polymers)의 생산을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 목표를 채택하고, 플라스틱 전체 수명 주기에 걸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재원 마련 문제 (제11조)

재원 마련에 관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의견이 첨예했으며 결과적으로 좁혀지지 못했다. 먼저, 개도국은 플라스틱 협약에도 리우원칙 중의 하나에 해당하는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CBDR)’ 원칙(아래 사진 설명 참조)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발해 선진국들은 플라스틱의 경우 선진국-개도국 간 이분법적 논리 적용이 어려우며 책임주체를 규명하기가 쉽지가 않아 이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선진국은 재원에 있어 새로운 기금을 마련하기보다는 현존하는 기금인 지구환경금융(Global Environment Facility Fund, GEF)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고, 공공에 온전한 책임을 부여하기보다는 민간 부분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도국의 경우 선진국이 공공기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여 개발도상국이 이 협약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GEF의 경우 개도국의 접근이 어려운 만큼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신규 다자기금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충분한 과학적 데이터, 컨센서스가 부족했다

INC- 5의 성안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 대립이 첨예한 주제에 대해 최근 몇 년 들어 급박하게 관련 논의가 진행되어 오다 보니, 충분한 컨센서스와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를 비롯해 생물다양성협약 등을 포함한 기존 다자환경협정들의 경우, INC 협상 개시 이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국제적인 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 전개와 관련된 과학적 정보들을 쌓아 온 것으로 파악된다.

만장일치 의결방식이 분열을 부각했다

또한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아닌 만장일치를 요구하고 있는 의결방식이 분열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도 있었다. 220명 이상의 화석 연료 및 화학 산업 로비스트들이 INC-5에 등록하여 산업 영향력을 행사하여 성안을 방해한 것과 투명성과 책임성의 중요한 요소인 참관 및 참여의 기회가 제한되었던 것도 실패의 요인으로 꼽혔다.

이후 정부간협상위원회는 2025년 추가 회의를 열어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며, 그때에도 이번 논페이퍼를 기반으로 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하였다. 다만, 아직 그 일정과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플라스틱을 줄이면서 국제경쟁력을 높일 세 가지 제안

첫째, 조기 협약 채택을 위한 충분한 과학적 데이터 구축과 개별 국가 포섭을 통한 컨센서스 마련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비록 이번 INC-5에서 성안에 실패했지만, 몇십 년이 소요된 다른 다자환경협정들과 달리,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100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논의의 기초(논페이퍼)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과 폐기물 오염 관리의 시급성을 고려했을 때, 논의가 만연이 지연되어서는 안되며, 그 결과가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맞춘 약한 수준의 자발적 조약이어서도 안될 것이다. 협약 채택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충분한 과학적 데이터의 구축과 개별 국가의 포섭을 통한 컨센서스 마련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중국의 자급률 확대로 석유화학 산업의 재편이 조속히 필요하다.
개별국들은 일회용품 규제, 재생 플라스틱 함유 의무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수리/내구성 확보 설계 규칙, 수거 및 재활용 목표 등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플라스틱의 생산, 설계 및 폐기를 포함한 전체 수명 주기를 다루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국제협약이 마련되기 전에도 플라스틱 사용을 전방위적으로 제한하는 규제는 국내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이런 환경규제 강화와 중국의 자급률 확대까지 겹쳐 위기에 처한 우리 석유화학 산업의 재건을 위해,

  1. 고부가가치 기능성 수지 경쟁력을 강화하고,
  2. 순환경제 인프라를 구축하여 밸류체인(생산, 판매, 연구개발 등 부가가치 창출과정)을 확장하며,
  3. 바이오 플라스틱 등으로 원료 전환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3).

셋째, 한국 정부는 석유화학산업이 재편할 수 있도록 규제와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하고, 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추진에 있어서도 HAC 협상그룹으로서 적극적인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더이상 애매한 포지셔닝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석유화학산업계의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규제와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하고, 우리 산업이 전환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엔 플라스틱 협약에서도 생산 감축 등 HAC의 공통된 입장을 지지하고 표면화하며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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