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이 확정·발표(2014년 1월 14일)됐다. 주된 논란은 핵발전 확대(현재 26.4%보다 높은 29%로 확정)였지만 이와 맞물리는 또 다른 쟁점은 신재생에너지였다. 2차 기본계획은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11%로 잡았다. 이에 관해선 크게 두 가지 상반되는 의견이 있었다.

하나는 현 단계의 목표 설정을 긍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여전히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전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해서 여전히 낮다는 입장이다. 과연 어느 쪽 입장이 좀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일까? 미리 결론을 말하면, 11%라는 목표는 이미 상당히 높은 목표다. 왜 이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디자인: 써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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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격은 아주 아주 민감한 문제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으려는 건 물론 대부분 전력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주요 정책은 발전 차액 지원제도(FIT)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 다. 두 가지 정책 모두 발전 부문을 대상으로 하며, 전력가격 인상과 직결된다.

이처럼 특별한 지원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신재생에너지를 만드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력원별 kWh당 평균 판매가격은 원자력 39원, 석탄 66원, LNG 210원, 석유 253원, 태양광 599원이다. 태양광은 원자력보다 약 15배 이상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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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격은 민감한 문제다.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가 하면, 그동안 정부의 전력정책이 원가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로 전기가격을 유지해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진다면 이에 따른 비용 증가도 당연히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전력 소비자의 반응은 안 봐도 비디오요, 안 들어도 오디오다. 참고로, 세계에너지기구(IFA)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태양광 발전을 위한 설비 단가는 LNG 발전소의 약 16배, 풍력은 약 3배 수준이다.

유럽, 재생에너지 정책 실패 사례들 

1. 원자력 폐지하겠다던 독일의 백기 투항

재생에너지를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유럽을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독일은 특별하다. 독일은 원자력을 폐지하고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런 독일이 2013년 태양광 설비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 전력 구입가격을 매월 1.4%씩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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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거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도입한 발전차액 지원제도(FIT)로 비용만 늘었다. 그리고 이 비용을 부담금 형태로 전력소비자에게 전가했다.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일반 소비자의 전기요금이 높아지자 국민의 불만은 당연히 높아졌다. 메르켈은 2기 말 선거 공약으로 재생에너지법 개정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2. 2030프레임워크, 영국의 반란

그리고 EU가 ‘2030 프레임워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문제는 불거졌다. 영국은 재생에너지 의무를 정하지 말자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내용으로 한 ‘20-20-20 패키지’로 인해 EU의 배출권 거래제가 효과적으로 시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도입한 배출권 거래제와 재생에너지 의무정책은 상호 보완적이지 않으며, 상충한다는 견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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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석탄발전 경쟁력 상승, 온실가스 배출 증가한 아이러니

유럽에는 심한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 중이다. 2005년 이후 전기요금은 40% 이상 인상됐다. 이제 전기요금은 국제경쟁력 부담요인으로까지 거론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정책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보완책이었던 셈이다.

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달성하려 노력한 결과는 배출권 공급과잉으로 인한 탄소 가격 하락과 전기가격 인상뿐이었다. 이는  갈탄(일종의 석탄) 발전의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갈탄 발전이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오히려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2011년 갈탄 소비는 전년보다 4% 증가해 1568 PJ 를 기록했다. 독일은 자국에서 채굴하는 갈탄의 90%를 발전 부분에 투입하고 있으며 원전 폐쇄로 갈탄 화력 발전이 증가 추세다. (글로벌에너지협력센터, 독일 에너지자원 현황 및 정책, 6쪽, 2012.)

누구를 위한 재생에너지인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다른 문제들도 그렇겠지만, 왜, 어떻게, 누굴 위한 정책인지 기본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왜(why)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미래의 가능성을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시각에는 나도 대체로 동의한다.

2. 어떻게(how)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국내에 가치 사슬을 형성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 지원이라는 날개를 달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3. 누구를 위한 것인가(for whom)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력은 당연히 국민이 소비한다. 그렇다면 국민을 위한 에너지여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좀 머뭇거리게 된다. 시장원리인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실패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현 정책을 도입했다.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추세에 비해 낮은 비중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은 우리의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유럽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원을 물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것과 경제적으로 가용한 것은 다른 이야기다. 물론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두면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므로 정부개입이 필요한 것이라 반박할 수 있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렇다면 국가별로 경쟁하는 표면적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아니라 국가 경제력에 어울리는 수용가능한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유럽와 우리나라를 곧바로 대입할 수 없는 건 그래서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신재생에너지는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과 전기요금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온실가스 감축 선진국 유럽이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배출권 거래제도 지금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 영국은 서로 상충하는 재생에너지 의무량과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그 어려움의 원인으로 분석한다. 즉, 비용대비 효과적인 감축수단 선택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백업 전력, 중복 투자 문제도 생각해봐야 

더불어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백업 전력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화석연료 발전 설비와는 달리 간헐적 특성을 가진다. 예컨대 풍량과 태양에너지가 언제 충분할지 아니면 언제 힘을 잃을지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응하는 화석연료 발전설비를 백업 전원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복 투자가 요구된다.

이러한 현실적 여건에 대해 혹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화석연료 고갈을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 때 시기를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때로 본다면 그 주장에 동의한다. 이는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분리하자는 주장에 기초한다.

이미지 출처: 세계에너지협의회, 2013 세계 에너지 자원 보고서
이미지 출처: 세계에너지협의회, 2013 세계 에너지 자원 보고서

EU는 유럽전력망 통합을 지향한다. 현재 EU 국가들은 전력 수출입을 하고 있어 국가 전력망이 우리나라처럼 고립되어 있지 않다. 즉, 자체 백업 시설이 없어도 이웃나라에서 그 부족을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한 백업 설비의 중요성은 호주 사례에서 알 수 있다. 2014년 1월 중순 호주 일부 지역에서는 풍력 설비가 평상 시 만큼의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일시 공급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평균적으로 30% 이상의 이용률을 보이던 풍력발전 설비가 호주의 경우 4%에 지나지 않았다. 곧바로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호주 사례에서 보듯 백업 전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차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부족한가, 아니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인가. 한 번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혹 이런 정책이 재생에너지 산업을 위한 재생에너지는 아니었는지도 되물어야 한다. 앞서 살펴본 이유로 판단건대, 우리나라 2차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의 신재생에너지 비율 11%는 이미 아주 높은 목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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