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스크립트] “법만 바꾸면 되나”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 “신청 안 하면 안 주니까 지원 못받아 죽는 것… 정부에 책임이 있다.”
이재명(대통령) 주도로 재정 절약 간담회라는 게 열렸다. 유튜브 라이브로 공개됐다. 많은 기사가 나긴 했지만 디테일이 훨씬 재미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일단 재정 절약 간담회라는 행사가 처음이다.
- 전문가들이 브리핑하고 대통령이 즉석에서 이게 왜 안 되냐 묻고 바로 시행하거나 답을 찾으라고 교통 정리를 하는 자리였다.
- 라이브로 진행했다.
어떤 이야기가 있었나.
-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이겠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있었다. 국민들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 어제 간담회에서는 일단 이런 식의 숫자 발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문제 의식으로 출발했다.
- 왜 예산을 써도 작동하지 않는가. 애초에 왜 작동하지 않는 예산을 줄이지 않고 여기까지 왔는가. 질문을 달리 하니 방향이 잡혔다.
결과 말고 과정을 공개하자.
- 세입 확충으로 94조 원, 지출 절감으로 116조 원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이런 숫자가 감흥이 없는 건 그동안 공무원들이 적당히 꿰어 맞춰 발표하고 적당히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어제 회의에서는 달랐다.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 소장)가 “큰 숫자만 있을 뿐 구체적인 리스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 이재명이 곧바로 “자료 공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 이재명: “공개하는 데 문제가 있나.”
- 유병서(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없다.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이런 오해를 받을 이유가 없다.”
- 이재명: “그럼 공개하는 걸로 하자.”
- 정창수는 “사업의 방향과 지출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알게 설명해야 한다.
- 신승근(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국민참여형 예산 재검토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 “국민들은 재정이 부족하다고 하면 쓸 데 없이 새어 나가는 돈이 많아고 생각한다. 복지 지출을 줄이면 반발이 커진다. 국민들이 참여해서 예산을 검토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아, 이런 부분을 줄여야겠다, 세금을 더 걷어야겠다, 국가 부채를 좀 늘려야 할 수도 있겠다, 동의를 할 수 있다.”
- 신승근: “어차피 재정은 계속 부족하다. 정부가 구체적인 숫자로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 우석진(명지대 교수): “27조 원 절감한다? 듣기 좋은 이야기지만 믿기 어려운 숫자다. 부풀려진 건 아닌가 생각도 든다.”
- 이재명: “설마 그러겠나.”
- 우석진: “원래 없어져야 하는 사업을 실적으로 넣을 수도 있다. 문제가 있는 사업은 맞나. 어떻게 삭감이 되고 어떻게 살아남고 등등을 설명해야 국민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
- 이재명: “우리 사이에 불신이 깊은 것 같다. 그런데 이 방대한 자료를 다 들여다 볼 수 있나.”
- 우석진: “못 본다.”
- 정창수: “다 못 본다.”
- 이재명: “너무 많아서 못 본다. 공직자들은 당연히 옳은 일이고 필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잘 못 바꾼다. 외부에서 해줘야 한다. 시민 단체와 국회의 몫이다. 국회의원들도 다 못 본다. 수백 조 원 예산서가 올라오는데 몇 천 만원짜리 이런 거 심의하거나 삭감하는 것 본 적 없다.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는 것만 본다.“
- 신승근: “국민들 1%만 이해할 수 있어도 바뀐다. 50만 명이 이해하면 혁명이 된다.”
- 이재명: “연구를 해보자. 전문가들도 부분을 보지 전체를 못 본다. 지금까지는 공개도 잘 안 됐고 투명하지도 않았고 꼭 해야 한다는 의식이 없었다. 민간 단체를 참여하게 할 수도 있다.”
좀비 기업 지원을 줄여야 한다.
- 중소기업 지원에 들어가는 예산도 블랙홀이다. 망해야 할 기업이 정부 지원으로 버티는 경우도 많다.
- 장우현(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상위 10% 중소기업은 100원의 자산으로 47원의 영업이익을 만든다. 자산 합계는 35조 원이다. 상위 10% 대기업은 100원의 자산으로 1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만든다. 자산 합계는 1500조 원이다.
- 장우현은 “중소기업 지원이 성장 지향적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잘 나가는 중소기업은 고용도 많고 연봉도 높다.
- 하위 20%의 중소기업은 영업 손실을 내는데 이런 기업들에 4조 원을 지원하고 있다. 좀비 기업을 지원하면 구조조정을 늦추게 된다.
- 정연우(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성장정책관): “최근 3~4년은 안정과 균형에 치우쳐 있었던 게 맞다.”
- 이재명: “분류를 잘 해보자. 분무기로 물주듯이 뿌리지 말자.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 김민철(기획재정부 산업중소벤처예산과장): “좀비 기업 기준을 만들어 지원을 줄이고 있다. 업력이 15년 이상이고 수익률이 이자율보다 낮은 기업들이 대상이다. 0.7조 원을 감액했다.”
- 우석진: “지표를 좋게 만들려고 정책 금융을 받지 않아도 되는 기업들에 지원을 해주는 경향이 있었다.”
- 이재명: “잡초를 뽑기가 쉽지 않다. 성장 사다리와 피터팬 증후군 문제다.”
아동 기본소득으로 합치자.
- 현금성 복지의 효능감이 낮다는 지적도 있었다.
- 이를 테면 어린이집에 안 보내면 부모 급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아동 수당을 여러 지원금을 모두 더하면 150만 원에서 많게는 179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많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 우석진: “한국의 현금성 복지는 OECD보다 낮고 효능감도 높지 않다. 파편적 구조 때문이다. 아동 기본소득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출산 입양 공제와 자녀 세액 공제 등도 아동 기본소득에 편입해서 재원으로 쓸 수 있다.”
- 중복 사업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가 만든 통장이 35개나 된다. 청년미래적금이나 디딤돌 씨앗 통장 같은 것들도 통합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이재명은 “있는 건 못 없애고 뭔가 생색은 내야 하고 해서 못 없앤다”면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너무 복잡해서 접근도 안 되고 약삭빠른 사람들은 혜택을 많이 보고 바쁜 사람은 모르고 이러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신청 안 하면 안 주니까 지원 못받아 죽는다”.
- 세 모녀 이야기도 나왔다.
- 이재명이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라고 말했다. “대상자가 되면 당연히 지급하고 못 받는 건 할 수 없지만 신청 안 했다고 안 주고 이러니까 지원 못받아 죽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재명: “자동 지급하는 걸로 하면 정부 지출이 늘어나나.”
- 유병서: “지금도 직권으로 보호하게 돼 있다. 다만 보호를 받겠다는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 이재명: “법만 바꾸면 되나.”
- 유병서: “그래도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 이재명: “안 받고 싶은데 왜 주나, 그럴까봐 그러나. 대상자가 정해지는데 왜 신청제도로 운영하나.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나. 쫙 지급하고 안 받겠다는 사람은 반납하면 되는데 왜 신청을 하게 해서 행정력을 낭비하나. 신청 안 하는만큼 재정이 절감돼서 그러는 거 아닌가.”
- 유병서: “재정 절감을 염두에 두고 그러는 건 아니다.”
- 이재명: “그럼 자동 지급에 제약은 없나. 당연히 지급하는 것과 신청하면 지급하는 건 다른 거다. 데이터가 다 있지 않나.”
- 유병서: “중위소득 60% 같은 건 데이터가 없다.”
- 이재명: “확인이 안 돼서 못 줄 뿐이지 확인되면 지급하는 거라면 행정기관이 조사할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신청을 안 하면 안 줘도 된다, 줄 의무가 없다, 이것과 신청을 안 해서 몰라서 못 줬다, 이건 다른 거다.”
- 유병서: “찾는 책임을 정부가 지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지급하지 않는 옵트아웃 방식은 대전환이다. 철학 자체가 다른 거다. 검토를 해보겠다.”
- 이재명: “과거에는 복지가 선별제였다. 신청주의라고 했는데, 보편 복지로 전환되면 왜 신청을 해야 되나, 이런 의문이 든다. 입법으로 처리하자.”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 근로 장려세제가 실제로 근로를 장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 우석진: “1분위 소득이 줄었는데 근로 장려금이 임금을 정체시키는 효과가 있다. 소득 보전 수단으로 쓰다 보니 취지에 동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 이재명: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
- 우석진: “점증-평탄-점감 구간이 사다리꼴 모양인데 근로 장려 효과가 있는 점증 구간은 짧고 효과가 없는 부분이 길다.”
- 이재명: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되나.”
- 우석진: “점증 구간을 늘린 다음에…”
- 이재명: “점증 구간을 늘리는 방법이 뭔가.”
- 우석진: “제도를 바꾸면 된다. 지금 평탄하게 망가져 있는 제도를 목적에 맞게 바꿔야 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국가에서 장려금을 받으니까 임금을 올려주지 않고 최저 임금만 주겠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이재명: “사용자 지원 제도가 된다는 말이네. 별도로 다시 이야기하자.”
“친일파 재산 1500억 원 환수 안 되고 있다.”
- 정창수는 “지난 정권에서 소극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보훈처가 소유하고 있는 88 골프장 매각도 쟁점이다. 2014년 추정 가격이 4300억 원이고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100억 원 정도 수익이 나는데 매각해서 제대로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방 정부 은행 이자율 전수 공개하자.
- 지역에 돈이 없는 게 아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170조 원에 이른다. 기금과 일반 예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 한 지방자치단체는 잉여금이 1300억 원인데 지방채를 400억 원 발행해서 이자를 12억 원씩 내고 있다.
- 정창수는 “이자수익을 따져보니 높은 곳은 4.7%고 낮은 곳은 0.5%”라고 지적했다. “투명하게 이 내용을 공개하면 지역 주민들이 항의하고 좀 더 개선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 이재명은 “모든 지자체를 다 조사해서 공개해 보자”고 제안했다.
- 유병서는 “금고 계약 내용은 비밀도 아니고 공개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석탄이 아니라 세금을 캔다.
- 이밖에도 “민간 탄광이 2030년 문을 닫는데 아직도 130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면서 “석탄 생산은 줄고 있는데 예산은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 정창수: “폐광하면 폐광 보조금을 주고 채굴하면 채굴 보조금을 준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이상한 정책이다. 석탄이 아니라 세금을 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가 세금을 들여서 제일 비싸고 위험한 연탄을 억지로 쓰게 만드는 건 문제다.”
- 정부 융자 사업이 47조 원인데 2차 보전으로 하면 50배 이상 지원을 늘릴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은행이 지원하고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 유병서는 “2차 보전으로 바꾸면 지출은 줄고 국민들 부담은 늘어난다”면서 “실제로 2차 보전으로 하면 신청자가 3분의 1정도로 줄어든다”고 해명했다. “웬만하면 취약계층은 직접 융자로 하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평가: 왜 안 되는지 물어야 한다.
- 여전히 대통령도 모르는 숫자가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무원도 모르고 애초에 집계조차 안 되는 통계도 많다.
- 관행을 깨는 상식적인 질문이 필요했다. 보편적 복지로 가려면 지급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질문은 말 그대로 대전환이다. 공무원들도 달라져야 한다.
- 지역에 돈이 없는 게 아니다. 돈을 쌓아두고 중앙 정부 지원을 받고 그 돈을 또 이자 비용으로 흘려 보내는 구조적 요인을 봐야 한다.
- 대통령이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계속 물어야 공무원들이 움직인다.
- 과정을 공개해야 국민들이 믿는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간담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