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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경상남도 진주시 CU 물류센터(BGF로지스)에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서광석 조합원이 대체차량에 치여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이후 성사된 노사 교섭은 4월 30일 최종합의에 도달했다. 기본운송료 인상, 분기별 1회 유급휴가 등 휴식권 보장, 노동조합활동 보장 등 다분히 상식적이면서 최소한의 노동조건 개선에 해당하는 합의 내용을 보면, 역설적으로 노동자의 비극적인 죽음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번 CU 사태에는 특수고용 노동의 문제, 다단계 하도급과 원청 사용자성 문제라는 한국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 모두 담겨 있다. 노동자의 죽음은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발생된 것이다.

늘어가는 특고 노동자…넓어지는 노동권 사각지대

화물운송노동자는 종속적 노동을 하고 있지만 개인도급계약을 통해 개인사업자 취급을 받는다. 고용관계의 주변화(계약직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 → 외부화(용역·파견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 파편화(개인도급 등 특수고용 비정규직)라는 기업의 노동법 책임 회피를 위한 노무관리 전략의 가장 정점에 특수고용 노동자가 존재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플랫폼경제의 확대로 특수고용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현재는 비정규직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거진 전통적인 특수고용 직종은 다음과 같다.

  • 학습지 교사
  • 보험 모집인
  • 골프장 캐디
  • 레미콘트럭 기사

여기에 더해 2010년대 이후 발전하기 시작한 플랫폼 노동자는 계속 늘고 있다.

  • 배달 라이더
  • 대리운전기사
  • 돌봄 노동자
  • 데이터 라벨러

종속계약자(Dependent contractor)로 볼 수 있는 프리랜서까지 포함하면 약 8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에는 누가 보더라도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3.3% 사업소득자 계약을 체결하는 소위 ‘가짜 3.3’ 노동자도 포함되어 있다.

  • 프랜차이즈 아르바이트
  • 식당 서빙 노동자

플랫폼노동·프리랜서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법 적용의 전제인 법상의 ‘근로자’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종 노동법 적용에서 제외되어 있다. ‘노무제공자’라는 명칭으로 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의 일부를 몇몇 직종에게 적용하고 있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명칭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를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을 뿐이다.

사업소득세 원천징수자 현황(단위: 천명) .국세청 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 현황 자료(박영삼, 2024)로 계산

이러한 노동권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 ‘근로자 추정제’, ‘일하는사람기본법’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선언적 내용과 강제 규정 부재 등 내용적 한계로 인해 다양한 비판에 직면해있다.

노동부, “노동조합법 2조(노란봉투법) 넘어선 상황”

이번 CU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법 2조 개정과 그 현장 적용 문제다. 그동안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한 교섭 요구는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당해 왔다.

오랜 요구 끝에 작년 9월 노조법 2조(소위 노란봉투법)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로 개정되었고, 3월부터 시행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와중에 CU 사태가 발생했다. 사망사고 직후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안이 노조법 2조 관련 원하청 교섭문제가 아닌, 소상공인·개인사업자 등 취약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대화 구조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는 어이없는 입장을 발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동조합법 2조의 개정 취지를 스스로 부정한 노동부?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한 노조법 2조 개정의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고, 개정된 내용이 노동현장에 빠르게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행정기관이 스스로 직무를 유기하는 것에 해당한다. 보수언론 역시 그동안 “현장 대혼란”, “교섭 쓰나미” 등의 표현을 써가며 노란봉투법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이번 CU 사태를 법 개정으로 인한 혼란의 증거로 선전하고 있다.

김영훈 장관, “노란봉투법 취지 실현되지 않아 발생한 참사”

노동부의 어이없는 보도자료는 김영훈 노동부장관이 “오히려 노란봉투법 취지가 현장에서 잘 실현되지 않아서 발생한 참사”, “BGF리테일이 원청”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정부 내부의 혼선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노동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개정법 취지에 따른 비정규직 노조의 단체교섭 확대를 지원해야 한다.

노동부가 개정된 노동조합법 2조(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반하는 입장을 발표하자 김영훈 장관이 직접 등판해 “오히려 노란봉투법 취지가 현장에서 잘 실현되지 않아서 발생한 참사”라고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을 불식했다. 사진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두 번째 ‘산업재해노동자의 날’을 맞아 ‘산업재해희생자위령탑’을 찾아 참배하는 모습.

제조업·건설업·물류업 등 다단계 하청구조가 만연한 산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기업이 다단계 하청구조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인을 줄여나가야 하고, 고용 지위와 무관하게 노동3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본주의 성립의 기초인 시민법은 계약자유 및 소유권 절대 원칙의 기반 위에 서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폐해가 커지면서 소유권을 제한하고, 계약자유의 원칙에 규제를 두는 등 시민법 원리를 수정한 사회법이 등장했다. 노동법·사회복지법 등은 사회법의 대표적인 영역이다.

노란봉투법 이후의 과제, 근로자 추정제도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한국전쟁 이후에 만들어진 노동법 체계는 7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낡은 체계가 되었고, 빠른 산업 변화에 조응하지 못한 지 오래다. 노란봉투법만으로는 이러한 제도 지체 현상을 극복하지 못한다.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개인도급화·특수고용화를 차단하고, 노동법 적용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근로자 추정제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적용 범위 확대는 없고, 입증 책임만 전환하는 절차 개선에 머물러 있다. 근로자 추정 성립 기준, 또는 사용자의 반증 성립 기준을 입법 내용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골프장 캐디는 대법원 판례상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받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아니다. 편집자.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을 통해 또다시 협소한 대법원 판례기준으로 문제가 환원될 것이다. ‘일하는사람기본법’ 역시 기존 노동법으로 온전히 포괄되지 못하는 일하는 사람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내용이 보완되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사회보험 확대 적용과 안전보건 규정의 차별없는 적용이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에 노동현장은 차별과 혼란, 죽음의 그림자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 CU 사태도 그중 하나다. 헌법상 노동권 보장과 혼란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역량을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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