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칼럼] 윤석열 탄핵 심판을 위한 준비기일이 두 차례로 끝났다. 핵심 쟁점은 네 가지. 모두 ‘빼박’ 탄핵 사유다. 하나씩 살펴보자. (⌚9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시작됐다. 변론준비기일이 끝나고(2025년 1월 3일 오후 2시쯤 종료), 2월 4일까지 변론이 이어진다. 이르면 2월 중순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정이 나올까? 온갖 잡음이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두 차례 헌법재판소의 변론준비기일 내용을 살펴보니, 지금은 여전히 헌법의 시간이다.
헌법 vs. 반헌법의 싸움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볼 때, 헌법은 압도적으로 탄핵 인용 주장에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이틀 동안의 변론준비기일에서 소추인(국회 쪽), 피소추인(대통령 쪽) 대리인들을 앉혀 놓고 탄핵 심판의 실체적 쟁점을 이미 깔끔하게 정리했다. 쉽게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한가’를 헌법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다퉈야 하는지를 판단한 것이다. 절차의 정당성은 별도다.
실체적 쟁점은 주심인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네 가지로 나누어 정리했다.
- 첫째, 계엄선포는 정당했나.
- 둘째, 계엄사 포고령 1호는 정당했나.
- 셋째, 군경을 국회에 진입시켜 계엄해제 표결을 포함한 국회 활동을 방해한 행위는 정당했나.
- 넷째, 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시켜 점거한 행위는 정당했나. (여기에 소추인쪽에서 다섯째, 법관 등에 대한 체포 계획을 세운 것의 정당성에 관해서도 다투겠다고 주장했다.)
그럼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탄핵 인용 가능성을 상식 선에서 짚어보자.
1. 계엄선포는 정당했나 → 탄핵 사유
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헌법 제77조 제①항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2024년 12월 3일에 계엄선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를 1차 변론준비기일에 먼저 물었고, 여기에 대해서 윤석열 변호인단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다가 결과적으로 그 사실은 인정하겠다고 답변했다.
그 뒤 2차 변론준비기일까지 계엄선포의 이유를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윤석열 변호인단에게 요구했으나, 서면은 제출되지 않았고 구두 의견도 내지 않았다. 다시 질의하자 “증거를 많이 준비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정형식 재판관이 다시 ‘증거까지 찾지 않더라도, 계엄선포의 이유는 있을 것 아니냐’고 물었으나 변호인단은 “그게 보통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면서 계속 답변을 회피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윤석열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 본인 주장대로 ‘전시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였다’고 주장한 뒤 차후에 증거로 보완하는 게 정상이다. 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변호인단은 이 주장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이미 판단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호인단은 이후 발언에서 “계엄선포는 통치행위”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헌법 조항에는 통치행위라는 말이 없다. 계엄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포하게 되어 있고, 선포 사유도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헌법과 법률 조항으로 미루어 볼 때 핵심 쟁점은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윤석열 씨는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의 국무위원 탄핵과 예산 삭감 등이 비상사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계엄 사태 직후 열린 국회에서 국무위원들뿐 아니라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국방부 차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등 다수가 전시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결론적으로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증거와 증언이 차고 넘치므로, 계엄선포 자체가 위헌이라는 점이 탄핵 인용의 중요한 이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
2. 계엄사 포고령 1호는 정당한 것이었나 → 탄핵 사유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헌법 제77조 제③항
비상계엄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구금(拘禁)∙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엄사령관은 그 조치내용을 미리 공고하여야 한다.
계엄법 제9조 제①항
헌법에 따르면 비상계엄 하에서라도 정치활동의 자유, 특히 국회의 활동을 금지할 수는 없다.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라 정당하게 선포된 계엄 하에서도 정부나 법원의 권한을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한해 영장제도, 언론출판의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제한할 수 있다.
정형식 재판관이 윤석열 변호인단에 ‘포고령 1호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으나, 변호인단은 ‘국방부에 있을 테니 재판부에서 알아서 입수하시라’는 취지의 답을 했다. 상식적으로 계엄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려면 포고령을 제출하고 그 정당성을 다퉈야 하는데, 쟁점 자체를 회피해버린 것이다. 이 주장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이미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포고령 1호의 1항은 국회를 포함한 모든 정치활동 금지 조항이었다. 이 조항은 무조건 위헌이다. 또한 박안수 계엄사령관 등은 계엄선포 이후 국회에 출석해 당시는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명확하게 증언했다. 그밖에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과 다수 군 장성들이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렇다면 포고령의 다른 조항도 모두 위헌 위법이다.
계엄사 포고령 1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작성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확인하고 수정한 것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결론적으로 계엄사 포고령 1호는 그 자체가 증거이므로, 복잡한 입증 과정 없이 탄핵 인용의 중요한 이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
3. 군경의 국회 봉쇄 진입 등 국회 활동 방해는 정당했는가 → 탄핵 사유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헌법 제77조 제③항
역시 쟁점 2와 같은 헌법 조항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 의결은 정당한 비상계엄하에서도 방해할 수 없다. 정형식 재판관은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윤석열 변호인단에게 “군경의 국회 진입 자체는 인정하느냐”고 질문했다. 변호인단이 “그건 증거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얼버무리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었는데…’라는 취지로 재차 질문해서 결국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는 답을 받아냈다.
또한, 정형식 재판관은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했으나, 윤석열 변호인단은 “증거 자료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아무런 주장도 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이유는 국회가 반국가단체였고 국가비상사태를 일으키고 있어서 그랬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이를 회피한 것이다. 이 주장 역시 방어하기 어려울 것으로 이미 판단한 것 같다.
앞서 두 번째 쟁점(2.)에서 지적한 것처럼, 비상계엄을 정당하게 선포했더라도 국회 활동은 막을 수 없다. 특히 계엄법은 국회 의결을 통한 계엄 해제 절차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이를 막는다면 그 자체가 위헌 위법이므로 탄핵 사유가 된다. 군경의 국회 진입은 각종 영상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진 상태이므로 증거는 차고 넘치며, 변호인단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쟁점 역시 탄핵 인용 이유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4. 중앙선관위를 군이 점거한 행위는 정당했나? → 탄핵 사유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헌법 제77조 제③항
국회 활동 방해 여부를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한 비상계엄 아래서도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군이 계엄선포에 따른 특별한 조치를 위해 중앙선관위를 점거한 사실만으로도 위법 위헌이다.
헌법재판소는 중앙선관위에 CCTV 영상을 직접 요청해 받았다고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밝혔다. 군이 선관위를 점거한 사실 자체는 이 영상으로 확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부정선거와 관련된 매우 방대한 증거자료가 있어 같이 공개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므로 아무 증거도 제출하지 않고 주장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부정선거와 헌법 위반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 비상계엄에 따른 중앙선관위 점거 자체가 위헌이다. 설혹 부정선거가 의심되었다고 하더라도, 비상계엄을 통해서 선관위를 점거해 조사해서는 안 되며, 다른 법적 조치를 통해 이를 조사해야 한다는 게 우리 헌법과 법률의 취지다. 따라서 선관위 점거 역시 탄핵 인용 이유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면들: 정치 선동에 ‘올인’ 윤석열 변호인단
내가 보기에 내용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윤석열 변호인들의 태도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탄핵 심판을 헌법 절차가 아니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보고 있다. 변론이 아니라 재판 지연이 핵심 목표였으나 이게 좌절될 듯하자 아예 법정을 부인하는 태도로 돌변하고 있다.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에서 나타난 윤석열 변호인단의 행태를 상징하는 몇몇 장면들을 발췌해 정리했다.
재판관: 쟁점정리 마무리하겠다. 추가 발언 있나?
소추인(국회): 탄핵 의결 뒤 20일이 지났으나 아직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절차를 더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면 변론을 바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
변호인: 우리가 지연시키면 얼마나 지연시킨다고 지연 지연 하는지 모르겠다.
변호인: 핵심 심판 절차는 형식적으로는 소추인이 국회, 피소추인이 대통령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소추인이 야당, 피소추인이 대통령과 여당이다. 정권교체 주장 세력과 정권유지 주장 세력 사이의 다툼이다.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사이의 다툼이다. 체제변화추구세력과 체제유지 세력이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반국가 종북세력과 체제수호와 국법질서 유지 세력이다. 국헌문란 세력과 국헌문란 방지 세력이다. 국민은 관중이면서 실질적 심판관이다. 재판정은 온국민에게 공개된 경기장이다. 피청구인과 대리인은 그에 맞추어 변론하고 싸울 것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회와 대통령 개인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탄핵 재판은 헌재 판결 절차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집단과 집단 사이 대결의 장이다. 온 국민이 참여하는 체제 가치 이념 투쟁 전쟁의 장이다. 나라의 존망이 달린 결전의 장이다. 따라서 신속을 앞세우면 안 된다. 신중하고 엄정하게 해야 한다. 결론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해야 한다. 헌재 재판관들은 형식상 구도가 아닌 실질상 구도를 참작해 신중하고 공정하게 진행해 주시기 바란다. 절대 한 쪽으로 치우쳐서 편향되게 심판절차를 이끌면 안 된다. 막중한 사명감을 가져 달라.
재판관: 이 사건 핵심은 계엄선포 행위가 위헌위법이라는 것이다. 계엄선포, 포고령 발령은 있었다. 내란죄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법적 평가이니 재판소가 판단하겠다.
변호인: 내란죄를 탄핵 사유로 넣으면 내란이 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시간이 많이 걸릴 테지만, 그 부분을 편법으로 잘라내고 헌법 위반만 판단받겠다고 하면서 내란은 계속 쟁점화할 것으로 본다.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선포권 행사가 불법이냐는 너무 단순한 문제이므로 내란죄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그 부분 기일을 허락해줘야 한다.
누가 헌법을 지키는가: 불필요한 정쟁 유도는 헌법 파괴
‘실체적 쟁점 5. 법조인 체포 등’이 남아 있으나, 이는 부수적인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생략한다. 속보만 따라가다 보면 너무 잡음이 많다. 내란이니 아니니, 국회 탄핵 의결 절차가 어떠니 안 되니 등등을 놓고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전혀 탄핵 심판의 쟁점이 아니다. 예컨대 소추인단의 내란죄 철회 논란이 그렇다. 헌법재판소에서 정리한 위 쟁점 중, 형법상 내란의 성립과 직접 관련된 쟁점은 없다. 헌법재판소는 위 쟁점에 집중해 신속하게 탄핵 심판을 마무리할 것이고, 형법상 내란죄는 그것대로 일반 법정에서 나중에 다뤄질 것이다.
실제 탄핵의 쟁점은 위와 같이, 상식을 가진 시민이 헌법 조항 몇 개만 살펴보면 금방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헌법재판소는 명확하게 헌법의 관점에서 결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은 다양한 정치적 소음을 내고는 있지만, 헌법적 쟁점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어를 포기한 상태처럼 보인다.
다만 쟁점을 흐릴 정치적 의도를 가진 발언들이 너무 많이 실시간 중계식으로 보도되고 있어 오히려 판단이 흐려지게 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이나 전문가가 발언했다는 이유만으로 쟁점과 관련 없는 내용인데도 탄핵 심판에 영향을 줄 것처럼 중계 보도하는 언론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이런 언론이 여론을 호도하며 가짜뉴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
지금은 누가 헌법을 지키며 정쟁을 자제하려는 사람인지, 누가 일부러 정쟁을 일으키며 헌법을 파괴하려는 사람인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수영장 물이 빠질 때 누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드러나는 것처럼. 이럴 때 잘 구별해 두고, 수영장 물이 다시 차올랐을 때도 잊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