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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SBS는 예고했던 저녁 메인 뉴스인 ‘8뉴스’의 분리형 편성광고 적용 시기를 연기하면서 “추후 정기개편 시 도입을 논의”라고 밝혔다. 당초 SBS는 8월 초부터 ‘8뉴스’ 방송시간을 나눠 그 사이에 광고를 삽입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런 연기 발표를 한 것이다.

SBS 8시 뉴스

[toggle style=”closed” title=”SBS 입장 전문”]

SBS 8 뉴스 PCM 시행에 관한 SBS 입장을 알려드립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은 종편, 케이블, OTT 등 타 매체들보다 현저하게 불리한 광고제도 하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PCM은 이와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합법적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편법광고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JTBC 메인뉴스가 중간광고를, MBC 메인뉴스가 PCM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SBS도 메인뉴스 PCM 도입의 타당성을 현재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일각에서 보도한 것처럼 당장 8월 3일 시행할 계획은 현재로서 없으며, 시간 확대 및 뉴스 구성의 변화에 관해 보도본부와의 협의를 우선으로 하여 추후 정기개편 시 도입하는 것을 논의 중입니다. (202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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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M, 꼼수인가 새로운 광고인가

‘분리형 편성광고’라 불리는 이 광고 형태는 기존 중간광고와 비슷해서 ‘유사 중간광고’로 불린다. 혹은 기존 광고보다 1.5배~2배 비싸기 때문에 ‘유사 프리미엄 광고’로도 불린다. 그러나 한 프로그램을 2~3부로 쪼개서 광고를 편성하고 삽입하는 방식이라 주로 ‘분리형 편성광고’로 불리고 영어로는 PCM(Premium Commercial Message)로 쓴다.

PCM은 방송 프로그램의 길이에 따라 1회~3회까지 편성할 수 있다.

  1. 프로그램이 45분 이상인 경우 1회
  2. 프로그램이 60분 이상인 경우 2회
  3. 프로그램이 90분 이상인 경우는 3회까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과소비 조장’이라는 이유로 지상파 방송의 중간 광고를 금지시켜 왔고, 현재는 종합편성 채널과 케이블 TV채널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에서 중계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중간 광고가 허용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는 금지되고 있지만, 2017년부터 중간광고와 유사한 프리미엄 광고라고 불리는 분리형 편성광고(PCM)를 도입,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지칭해서 프로그램을 쪼개서 넣은 ‘꼼수 광고’, ‘편법 광고’라는 비판과 ‘새로운 형태의 광고’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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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광고 vs. 분리형 편성광고(PCM)의 차이  

  • 우선 원칙적으로 지상파 방송은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는다. 참고로 지상파 방송은 지상의 송신탑을 통해 직접 전달되는 전파를 이용하며, 따라서 이 자원은 매우 한정적이고, 동시에 매우 공공적이다. 예: KBS, MBC, SBS, EBS 등. 그래서 지상파 방송을 공중파(public TV)로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밀하게는 다른 개념이다. 물론 전파(주파수)라는 한정적인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공공성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 반면, 종편·케이블방송은 ‘중간광고’가 허용된다. 케이블방ㅎ송은 프로그램 중간에 가령,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극적인 순간을 앞두고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잠깐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등의 진행자 멘트 뒤에 광고가 편성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바로 ‘중간광고’다.
케이블방송 '중간광고'의 전형적인 예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중간광고’의 전형적인 예, JTBC의 ‘히든싱어’,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시청자 위에 광고주?
  • 분리형 편성광고(PCM)는 이처럼 케이블에만 허용되는 ‘중간광고’처럼, 가령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분리해 그 사이에 광고를 넣는 것이다. 케이블 중간광고만큼 극적인 효과를 연출할 수는 없지만,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고, 당연히 광고 단가도 전체 프로그램의 앞뒤에 붙는 광고보다 비싸다(1.5~2배).
  • SBS는 지상파 최초로 간판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를 3부로 쪼개 그 사이사이에 PCM을 편성했다(2019년 4월 7일). “모바일 이용 증가 등으로 시청 패턴이 변화해 시청자들은 호흡이 짧은 프로그램을 선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프로그램 하나를 3개로 쪼갠 진짜 이유가 ‘비싼 광고(PCM) 편성’을 위해서인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2019년 4월 7일, 지상파 최초로 프로그램을 3부로 쪼개 PCM을 편성한 SBS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

  • 비싼 광고(PCM)를 편성하기 위한 지상파의 프로그램 쪼개기 흐름은 SBS가 주도하고 있고, MBC와 KBS도 예능을 중심으로 이런 경향을 적극적으로 따르는 추세다. (이상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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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불균형 vs. 시청권 

SBS가 중간 광고 도입을 연기한 것은 시민단체와 여론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언론개혁시민연대,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문화연대 등 5개 시민단체는 ‘8뉴스’의 PCM 적용을 비판하며 이를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내면서 극구 반대했다. 이와 함께 한국신문협회도 방송통신위원회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의견서에서 한국신문협회는 이렇게 지적했다:

“갈수록 편성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 쪼개기 횟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장르 제한 또한 무너지고 있다. 드라마·예능 장르를 넘어 지난 6월  MBC ‘뉴스데스크’에 PCM 적용을 하고, 이어 SBS ‘8시 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에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생기고 있다.” (한국신문협회, 2020. 7.)

정부와 방송업계 일각에서는 MBC 같은 지상파 방송이 PCM을 이미 시행 중인 만큼 이번에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중간광고를 도입하더라도 지상파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어려우니 도입 불허를 아예 못 박자는 주장이 맞선다.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장(한상혁)당.정.청 관련자들간 간담회를 가졌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물론 n번방 관련 법 규제 논의였다고 주장과 함께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을 위한 비밀 회동이 아니었냐라는 의혹도 일었다. 이렇듯 지상파 중간 광고는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여당은 지상파 중간 광고 도입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반면, 도입 불허 주장에는 국회 과학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야당 미래 통합당의 의원들의 목소리가 있다.

지난 6일 열린 한상혁 위원장과 당정청 간담회에 대해 통합당은
지난 5일 열린 한상혁 위원장과 당정청 간담회에 대해 통합당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위한 비밀회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지 출처: 방통위)

이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PCM은 BBC와 같은 공영 방송사에서만 금지할 뿐, 모든 국가가 시행하는 글로벌 트랜드고, 굳이 한국만 금지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사실 지상파 방송은 종합편성, 케이블, OTT 등 타 매체들보다 현저하게 불리한 소위 ‘비대칭적인’ 광고 제도·규제 하에 있다. 그래서 PCM은 ‘이런 종합 편성, 케이블 채널에만 허용되는 매체의 불균형을 타개하기 위한 합리적인 편성의 일환이라는 찬성 입장이 우세하다.

앞의 SBS 뉴스 중간 광고 도입 반대에는 시민단체들은 이른바 시청자의 권리, 시청자 복지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시청 흐름 단절로 시청자의 ‘시청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조각나는’ 시청권… 최대한 보장해야 

내가 중간 광고를 접한 건 tvN이라는 케이블 TV에서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가 처음이었다. MC 김성주 씨의 멘트였던 “60초 후에 계속됩니다.” 후에 광고가 나오고 프로그램이 또 연 이어지는 형식이었다. 방송을 중간에 감질나게 끊었던 이 광고 형태가 바로 ‘중간 광고’인 것이다.

일전에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시청할 때 수시로 보여지는 중간 광고, 정확히는 지상파 방송의 유사 중간광고(PCM) 때문에 짜증 나고 불만스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16부작으로 종영되기 전 이미 시리즈2가 제작될 것이라는 예측을 자아냈던 인기 드라마였다.

그러나 잦은 간접 광고(PPL)로 극의 흐름이 끊기기 일쑤였고, 60분짜리 드라마에 20분마다 PCM이 나와 광고를 억지로 봐야 하는 형국이니 시청자 입장에선 정말 답답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처음에는 한 드라마가 2부로 쪼개져 보여졌다가 3부로 편성된 것도 당황스러운 현상이었다. 한 SBS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중간광고가 규제로 막혀있는 상황에서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로 봐 달라”고. 스스로 시청자의 몰입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치고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2부로 쪼갰던 드라마를 시청률이 높아지자 다시 3부로 쪼갠 SBS 왈, "중간광고가 규제로 막혀있는 상황에서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로 봐 달라." (이미지 출처, SBS '스토브리그', 인용구 재인용 출처: 조선일보)
2부로 쪼갰던 드라마를 시청률이 높아지자 다시 3부로 쪼갠 SBS 왈, “중간광고가 규제로 막혀있는 상황에서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로 봐 달라.” (이미지 출처, SBS ‘스토브리그’, 인용구 재인용 출처: 조선일보)

상업적 광고 콘텐츠로 인한 지상파의 공공성 침해와 함께 이런 시청자 권리의 훼손 등이 PCM이나 중간 광고 도입 반대에 대한 주요 이유들이다. 그러나 여기에 시청자 권리 침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해서는 중간 광고가 시작됨을 친절히 알리는 ‘고지 자막 의무’를 부여하자는 대책 논의가 분분하다. 정확히는 중간 광고의 고지 자막 크기 규정 신설 논의가 회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은 매년 114-1,177억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해 양질의 방송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지고, 한류의 핵심인 방송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가 그럼으로 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울러 시청자 권리와 복지 제고가 더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어쨌든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는 형태는 시청자의 프로그램 볼 권리를 침해, 훼손하는 처사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시청자의 광고 회피 현상 완화를 위해 중간 광고 삽입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산업계와 학계의 의견이 있음을 안다.

2008년부터 논의가 되었던 지상파 중간 광고가 2018년 말, 급기야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켜 입법 예고를 한 상태이다. 언젠가 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겠다. 시청자의 볼 권리 혹은 시청자 복지를 그르치지 않고, 시청권을 최대화하는 선에서 지상파 중간 광고 시행은 조심스럽게 진행 되어야 한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주지의 사실은 무엇보다 ‘방송의 주인은 국민이고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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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는 강소영 서울디지털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입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보도 피해자 상담 및 구조, 정보공개청구, 미디어 이용자 권익 옹호, 언론관계법 개정 활동과 언론인 인권교육, 청소년 및 일반인 미디어 인권교육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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